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223
제223화 다 제 잘못이에요
“도련님, 걱정 마십시오. 최선을 다해 두 사람을 보호하겠습니다.”
용휘가 충성심을 드러내며 말했다.
잠시 후, 항소운은 다시 자장하의 장로원으로 돌아왔다.
반나절이 지나자 자장하는 의식을 회복했으나, 안색은 여전히 창백했다.
“사형,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항소운이 기쁨을 감추지 못하자, 자장하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하마터면 염라대왕님을 뵐 뻔했지 뭐냐. 다행히 네가 때맞춰 와서 살았지.”
“저 때문에 사형이 이런 일을 당하신 거잖아요.”
항소운이 죄스럽다는 듯 말을 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이게 다 소뇌왕 놈들이 시비를 걸어서 이렇게 된 거지.”
자장하가 손사래를 치며 말하더니, 잠시 뜸을 들이다 계속 말을 이었다.
“아이들 말을 듣자니 너 여기를 떠나려 한다고?”
자장하는 항소운의 내력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던 터라 서운하기는 했지만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네. 놈들에게 행적이 발각되는 바람에 더 이상 이곳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저 때문에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걸 그냥 보고 있을 수가 없어요.”
그러면서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 때문에 무당전이 전부 사라진 것 같아요.”
“뭐라고?”
자장하와 왕진천, 하류휘는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무당전은 그들이 처음으로 무공을 접한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인데, 그런 곳이 사라졌다니 그들은 충격과 괴로움에 휩싸였다.
“다 제 잘못이에요.”
항소운이 자책을 하며 말했다.
그러자 하류휘가 분통을 터뜨렸다.
“나쁜 놈들! 무고한 사람들까지 괴롭히다니, 정말 용서할 수 없어!”
“사숙, 대체 그놈들이 누굽니까? 대체 누구길래 이토록 잔인하게 행동하는 거예요?”
왕진천이 물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자들은 우리 집안을 몰락시킨 반역자야. 그리고 놈들은 날 죽이기 위해서 안달이 난 거고.”
항소운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러자 자장하 등 세 사람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무당전이 없었진 일이 항소운 때문에 비롯되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항소운도 피해자인데다 자신들과 친분도 깊어서 대체 누구를 탓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전 앞으로 며칠간 진가에 머무를 테니, 저와 함께 떠날 건지 잘 생각해보세요. 설령 여기 남는다고 해도 앞으로 괴롭히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두 사람이 더는 말이 없자, 항소운은 당부하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들에게 무당전이 어떤 의미인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사실 그도 누구보다 마음 아파하고 있었다.
항소운은 진자룡을 찾아 진가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그는 진자룡이 수련을 위해 운애각에 왔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그보다는 진가혁이 일부러 자신과 진자룡을 함께 보내 자신의 손자를 챙겨주길 바랐다는 편이 훨씬 설득력이 있었다.
어쨌든 진가에게 은혜를 입었으니, 답례는 해야 했다.
항소운과 진자룡이 다시 진가로 되돌아가려 할 때, 획쟁과 두훤호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소운아, 벌써 가는 거니?”
“네. 그래도 가급적 일찍 떠나는 게 낫죠.”
“그래. 시간 되면 꼭 보러 와야 해. 나도 네가 많이 보고 싶을 거야.”
획쟁이 못내 아쉬운 감정을 드러냈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 누나한테 줄 거 있지 않아?”
그 말에 항소운이 멍한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이마를 탁, 치며 말했다.
“맞다. 하마터면 잊을 뻔했네요.”
그러면서 양혼석을 꺼내 획쟁에게 건넸다.
“그래도 약속은 지켰죠?”
그러자 획쟁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찾아왔네. 진짜 대단하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뜻밖에도 항소운이 양혼석을 찾아왔다다.
그러나 그녀는 선뜻 받지 않고 되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네게 칠절음도 받았는데, 이 양혼석은 네가 가져.”
그녀는 두훤호의 말대로 욕심을 내지 않기로 한 것이다.
“누님, 이건 제가 약속한 거잖아요. 칠절음은 그냥 주고 싶어서 드린 거니 별개의 일이고요. 어서 받으세요. 안 그러면 버려버릴 거에요.”
항소운이 이렇게까지 말을 하자, 획쟁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잘 받을게. 고마워, 동생.”
“그럼 우린 이만 가볼게요. 시간이 나면 또 보러 올게요.”
이때, 옆에 있던 두훤호가 입을 열었다.
“나도 너희와 같이 진가로 가야겠다.”
그 말에 항소운과 진자룡은 당연히 반대하지 않았다. 두훤호는 본래 진가혁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인지라, 함께 간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진가로 향하는 길에 항소운이 진자룡에게 물었다.
“너 여기를 떠나 수많은 천재가 있는 곳에서 수련하고 싶은 생각 없어?”
“혹시 5품, 6품 세력을 말하는 거야?”
진자룡이 되물었다.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그런 세력의 천재들은 하나같이 무공이 대단해서 품급을 뛰어넘어 싸우는 자가 대다수라고. 그런 곳이야말로 진정한 강자들의 무대라 할 수 있지.”
항소운이 말했다.
“그럼 넌 왜 이곳에 있는 건데?”
진자룡이 또 물었다.
“그건 복잡해서 설명할 수 없고……. 아무튼 난 이제 이곳을 떠날 생각이야. 만일 네가 더 좋은 환경에서 수련하고 싶은 생각이 있으면 도와주려고.”
항소운이 본론을 꺼내 들었다.
“허허. 할아버님도 같은 말을 했지.”
진자룡이 담담히 웃더니, 곧 굳은 의지를 드러내며 말했다.
“네 마음은 고맙게 받을게. 하지만 난 내 힘으로 미래를 일구고 싶어.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말이야.”
“무슨 목표라도 생겼어?”
항소운이 의아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나 용문에 들어가려고!”
진자룡이 확고한 신념을 드러내며 말했다.
용문. 그것은 자릉종에 견줄 만한 7품 세력이었다.
용문과 자릉종은 각기 다른 소주(小州)에 위치한 세력이지만, 이익 다툼으로 충돌이 수차례 발생하면서 사이가 지극히 나빠졌다.
이런 이유로 영고호남 무리는 등용주에서 항소운의 행방을 쫓을 때 그렇게 조심스러웠다. 자신들이 경계를 넘은 사실을 용문이 알게 된다면 그 후환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진자룡이 그런 용문을 목표로 하고 있다니, 정말 대단한 패기였다.
항소운은 그런 진자룡을 보며 절로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그래, 대단하다. 나도 적극 응원할게.”
설령 지금은 자릉종과 용문이 적대적인 사이라 할지라도, 항소운은 훗날 자신과 진자룡이 적이 될 거란 걱정은 하지 않았다.
“나중에 다시 만나면, 그땐 꼭 신나게 한판 겨루는 거다!”
진자룡은 이렇게 말을 하고는 잠시 후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나 네 동생 좋아해. 그녀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돼서 다시 만나러 올 거야.”
그 말에 항소운은 깜짝 놀랐다. 뜻밖에도 진자룡은 자신의 동생에게 자극을 받고 그런 결정을 내린 모양이었다.
하나, 경국지색이라 할 만큼 어여쁜 동생을 생각하니 진자룡이 그 아이에게 흠뻑 빠진 것도 이해가 되었다.
“하하. 그럼 열심히 노력해야 할 거야. 내 동생은 요물이라 불릴 정도로 재능을 타고나서 중원에서 그 애에게 대적할 만한 자는 손으로 꼽을 정도거든. 그 애는 분명 훗날 최고의 자리에 오를 거야.”
항소운은 조금의 과장도 없이 야모조에 대해 평가했다.
확실히 그녀는 뛰어난 재능을 타고나서 오라버니인 자신조차 부담을 느낄 정도였다. 게다가 그녀의 통찰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걱정 마. 평생을 노력해도 따라잡지 못하면, 그땐 포기해야지.”
진자룡이 애써 담담한 자세를 유지하며 말을 했다.
항소운은 진지한 표정의 그를 보며 내심 탄식을 했다.
‘그래? 그럼 아쉽게도 아마 평생 그럴 기회는 없을 거야.’
그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진가 앞에 도달했을 때, 두훤호가 갑자기 항소운에게 전음을 보냈다.
‘소운아, 나중에 따로 얘기 좀 하자꾸나.’
항소운은 당황했으나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그는 진자룡을 내려주고 두훤호와 함께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두훤호는 술 두 병을 꺼내더니, 한 병을 건네며 말했다.
“우선 한 잔 하자.”
항소운도 사양하지 않고 뚜껑을 열자 향긋한 술 내음이 콧속으로 훅 들어와 저도 모르게 감탄을 했다.
“이건 청죽진(靑竹鎭)의 청죽주(靑竹酒)네요?”
“그래. 시간이 날 때마다 그곳에 들러 이 술을 가져오곤 했지.”
두훤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도황 선배님은 본가가 원래 청죽진이세요?”
항소운이 물었다.
당시 그는 청죽 수련원에서 도의를 깨우쳤고, 이런 이유로 두훤호에게도 깊은 호감이 있었다.
그러자 두훤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그냥 그곳의 술맛을 좋아할 뿐이야.”
그 말에 항소운도 추가적인 질문을 멈추고 함께 술을 마셨다.
두훤호는 도황이라 불리는 자로, 운애성 내에선 최고 자리에 오른 대단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아직 비천경에도 오르지 못한 항소운이 그와 나란히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니, 다른 사람들이 알면 쉽게 납득되지 않고 설령 사연을 안다고 하더라도 무척이나 부러워할 일이었다.
그러나 남들 눈에는 고고해 보이는 도황이라 할지라도, 지금은 이 화강경의 소년에게 부탁할 일이 있었다.
“소운아. 난 6품 구결이 필요하단다.”
두훤호는 연달아 술을 몇 모금 마시고는 이렇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 말을 들은 항소운은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술을 한 모금 들이키고는 입을 열었다.
“선배님의 은덕은 마음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선배님이 도의를 남겨놓지 않았더라면, 저도 도의를 깨우치긴 힘들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다 해도 6품 구결만큼의 가치는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항소운은 두훤호에게 좋은 감정을 갖고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대가 없이 상대를 도울 수는 없었다.
어쨌든 두훤호는 획쟁처럼 의남매를 맺은 사이도 아니었고, 자신 때문에 극심한 피해를 입은 운애각과 관련이 있지도 않았다.
“그건 나도 안다. 다만 내게 기회를 달라는 거지.”
두훤호가 몹시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최근 몇 년간, 그는 각 지역에서 위험하다고 알려진 곳은 전부 돌아다니며 기연을 찾으려 애썼으나 인연이 부족한 건지 끝내 6품 구결을 찾지 못했다. 그렇다고 5품 세력에 들어가 그들의 노예가 되고 싶은 마음은 죽어도 없었다. 그들이 자신에게 6품 구결을 수련하게 해줄지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항소운의 인품은 달랐다. 그가 운애각에 선뜻 6품 구결을 주고 획쟁에게 최상급 금보를 전해준 것만 보더라도 이런 것들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두훤호는 항소운이라면 자신에게 그런 기회를 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항소운은 두훤호를 보며 말했다.
“기회를 드리는 건 어렵지 않아요. 다만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할 텐데, 받아들일 수 있을지가 문제죠.”
“네가 6품 구결만 준다면 어떤 대가든 상관없어.”
두훤호가 서슴없이 대답했다.
“좋아요. 그럼 제 칼이 되어주세요. 절 위해 사람도 죽일 수 있는 칼이요! 그럴 수 있겠어요?”
항소운이 진지한 눈빛으로 두훤호를 보며 말했다.
“네가 원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어.”
“좋아요. 그럼 그 말을 믿고 6품 구결을 드릴게요. 원하시면 7품 구결도 드릴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