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225
제225화 전부 다 나 때문이야
야조모는 항소운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항소운은 더 이상 야조모와 싸우고 싶지 않아서 서둘러 진붕 장로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때, 진붕 장로는 이미 깨어있었다.
그는 초점 없는 눈으로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살아갈 의미를 완전히 잃어버린 치매 노인처럼, 그에게서는 아무런 생기도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항소운이 안으로 들어갔으나, 그는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그런 진붕 장로를 보고 있자니, 항소운은 더욱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다.
“진붕, 내가 왔어.”
그러자 진붕 장로가 천천히 시선을 돌리며 슬픔이 깃든 목소리로 말했다.
“무, 무당전이 사라졌어요.”
항소운은 진붕 장로의 손을 꼭 움켜쥐고 말했다.
“정말 미안해. 전부 다 나 때문이야. 나만 아니었으면, 무당전이 연루되지도 않고 자네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아…….”
진붕 장로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더 이상 입이 떨어지지 않는지 다시 눈을 굳게 감았다.
“진붕. 이건 청월등인데 자네의 경맥을 회복시켜 줄 거야. 내가 먹여줄게.”
항소운이 청월등을 꺼내며 말했다.
그러자 진붕 장로가 다시 눈을 뜨며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다시 회복될 수 있을까요?”
“당연하지. 자네는 금방 다시 일어나게 될 거야.”
항소운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반드시 다시 일어나서 무당전을 다시 세울 겁니다. 이대로 사라지게 할 순 없어요.”
진붕 장로가 격한 감정을 드러내며 말했다.
항소운은 절로 마음이 숙연해져서 그의 말에 다음과 같이 응답했다.
“그래. 자네의 몸만 회복되면 무당전을 재건하는 일을 전력을 다해 도울게. 앞으로 무당전을 운애각보다 더 강하게 만들어서 오랫동안 전승시키자고.”
그러면서 그는 청월등을 진붕 장로에게 먹여주었다.
청월등은 최상급 약왕답게 뛰어난 효능을 가지고 있었다. 청월등을 먹은 후, 진붕 장로의 끊어졌던 경맥이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경맥이 한층 확장되면서 2품 비천경이었던 실력이 단숨에 3품으로 상승했다.
사실 그는 항소운이 전수해준 고급 구결을 수련한 덕분에 이미 2품 비천경 후기에 오른 상태였다.
그랬으니 청월등의 도움으로 3품 비천경에 오른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이렇게 해서 진붕 장로의 실력은 높아졌으나, 항소운은 진붕의 마음이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과거 진붕 장로는 비천경을 돌파한 후 오직 항소운을 보필하며 무공을 강하게 만드는 데만 전념했으나, 이제는 오진으로 돌아가 무당전을 재건하는 일에만 온 정신을 쏟고 있었다.
진붕 장로가 그럴수록 항소운은 천고의 죄인이 된 것 같아 더욱 마음이 괴로웠다.
“진붕. 이제 하루 이틀만 있으면 자장하 사형이 온다고 하는데 그래도 보고 가는 게 낫지 않겠어?”
항소운은 떠나려는 진붕을 조금이라도 붙잡을 생각으로 이렇게 말했다.
“아닙니다. 먼저 가서 아직 살아있는 제자들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혹시 살아있다면 그들에게 무당전으로 돌아올 생각이 있는지도 물어보고요.”
진붕 장로가 결심을 굳힌 듯 말했다.
“그래. 여기 수정과 자원을 좀 챙겼으니까, 무당전을 재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
항소운이 저축계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그것은 영고호남 무리에게서 얻은 것으로, 안에는 많은 자원이 들어있었다.
그러자 진붕 장로가 단칼에 거절했다.
“아닙니다. 이 물건은 받을 수 없습니다.”
“진붕, 아직도 날 원망하는 거야? 자네가 그럴수록 난 더욱 미안해진다고.”
항소운의 말에 진붕 장로가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소주님을 탓하는 게 아닙니다.”
“그럼 아무 말 말고 받아. 아무것도 없이 어떻게 무당전을 재건한다고 그래.”
항소운이 재차 말했다.
“그럼 소주님의 뜻을 잘 알고 좋은 곳에 잘 쓰겠습니다.”
진붕 장로는 마지못해 저축계를 받아 들고는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가능하다면……, 다시는 무당전에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는 이 말만 남기고 진가를 떠났다.
항소운은 멀어져 가는 진붕 장로의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걱정 마. 다시는 어느 누구도 괴롭히지 못하게 할 테니까.’
진붕 장로가 떠나고 얼마 후, 자장하가 왕진천과 하류휘를 데리고 나타났다.
항소운의 분부가 있던 터라, 진가 사람들은 그들을 막지 않고 곧바로 항소운의 처소로 안내했다.
자장하 등 세 사람은 항소운이 진가의 중심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왠지 모르게 당연하단 생각이 들었다.
항소운은 대단한 내력을 가진 사람이니, 설령 진가에 인황이 있다 하더라도 다들 항소운의 앞에서는 조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사형, 오셨어요?”
항소운이 밖으로 나오며 그들을 맞이했다.
세 사람은 대답하려다가 그의 뒤에 서 있는 야조모를 보고는 모두 혈도가 찍혀서 굳어 버린 사람처럼 그 자리에 멈춰서 버렸다.
야조모의 아름다움은 밝은 달과 같이 사람을 홀리는 마력이 있어서 한번 보면 어떤 남자도 헤어나오질 못했다.
“안녕하세요. 전 야모조이고, 이분은 제 오라버니세요.”
야조모는 그렇게 자신을 소개하며 항소운에게 팔짱을 꼈다.
“맞아요. 제 친동생이죠.”
항소운의 말에 야조모가 즉시 반박했다.
“아니, 의동생이에요.”
“너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항소운이 불만스럽게 말을 뱉었다.
“왜, 맞잖아!”
야조모도 지지 않고 입을 삐죽거렸다.
“정말 아름답다!”
하류휘는 아름답고 귀엽기까지 한 야조모를 보고 저도 모르게 감탄을 했다.
“헤헤. 고마워요.”
야조모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아니,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진심이니까요. 당신은 제 평생 본 여자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여자예요.”
하류휘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래요? 하지만 우리 오라버니는 아니라던데.”
야조모가 눈을 흘기며 말했다.
“원래 이런 애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항소운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하고는 야조모에게 세 사람을 소개했다.
야조모는 아주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 여느 아가씨들처럼 전혀 오만한 기색이 없어 세 사람은 그녀에게 더욱 호감이 갔고, 특히 하류휘는 완전히 빠져들고 말았다.
항소운은 하인에게 차를 내오도록 한 후 본론부터 꺼내 들었다.
“생각은 해보셨어요?”
“나와 진천이는 네게 짐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남기로 했어. 우리 능력은 스스로 더 잘 아니까, 널 따라가면 짐만 될 거야.”
자장하가 고민을 많이 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물론 항소운과 함께 떠나면 뜻하지 않은 수확을 얻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가 자신들을 돌보느라 마음이 분산될 수도 있어서 항소운 본인에게도 좋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류휘, 너는?”
항소운이 하류휘에게 물었다.
“형님, 전…… 집에 가고 싶어요.”
하류휘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집에 가고 싶다고?”
순간, 항소운은 멍해졌다. 하류휘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네, 집을 떠난 지 벌써 3년이나 돼서 집에 가고 싶기도 하고, 그 후에 다시 계획을 세우려고요.”
하류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것도 좋은 생각이지. 내가 미처 그 생각은 못 했구나. 그럼 나도 같이 가면 되겠다.”
“아니에요. 저희 집은 외진 촌락이라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야 해요.”
하류휘가 부끄러운 듯 말을 하자, 항소운이 불만을 토해냈다.
“넌 내가 형님으로도 안 보이는 거지? 네 부모님이면 나한테도 부모님이나 마찬가진데 왜 내가 가면 안 된다는 거야?”
“하하. 네, 알겠어요.”
항소운이 이렇게까지 말을 하자, 하류휘도 하는 수 없이 승낙했다.
항소운은 다시 자장하를 보며 말했다.
“사형, 그렇게 결정을 하셨다면 저도 막지는 않을게요. 여기 이 물건들을 드릴 테니, 분명 두 사람이 실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항소운은 그렇게 말하며 또 저축계를 꺼내 들었다.
자장하는 한사코 사양했으나, 항소운이 억지로 손에 쥐여주는 바람에 더 이상 거절할 수가 없었다.
“자, 그럼 우리 오늘은 실컷 술이나 마셔요. 이렇게 헤어지지만 분명 언젠간 다시 만날 날이 오겠죠.”
항소운은 억지로 슬픔을 감추며 말했다.
이들 세 사람은 자릉종을 떠난 후 그가 처음으로 사귄 친구들이었다. 처음 자장하를 만나고 그를 스승으로 모시려 하던 때도 있었고, 왕진천이란 조카도 겪고 보니 꽤 괜찮은 친구였다.
그렇게 지내던 사람들이 이젠 서로가 흩어져 각자의 길을 가게 되면서 또 언제 만날지 모를 기약 없는 이별을 하게 된 것이다.
이날 그들은 헤어지는 슬픔을 달래듯 날이 새도록 함께 술을 마셨다.
그다음 날, 드디어 항소운이 진가를 떠나는 날이 되었다.
진가를 떠나기 전, 그는 진가혁에게 6품 전투기술을 전해주며 답례를 잊지 않았다.
“사형, 진천아. 다들 몸조심하세요!”
그들이 떠나기에 앞서 먼저 운애각으로 떠나는 자장하와 왕진천을 뒷모습을 바라보며 항소운이 큰소리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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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가장(夏家庄)은 오진의 변두리 마을로, 사면이 산으로 막혀 있어 오지나 다름없었다.
이곳의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하씨 성이었고, 주로 사냥으로 생계를 꾸렸으며 전체적으로 소박한 분위기를 풍기는 마을이었다.
촌장인 하대당(夏大堂)은 화강경의 경지에 오른 자로, 사람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은 인물이었다. 그의 발언은 거의 절대적이라 누구든 그의 의견에 기꺼이 따르지 않는 자가 없었다.
물론 사람들이 따르는 데도 다 이유가 있었는데, 그는 자신이 손해를 볼지언정 촌민들을 먼저 생각하는 호인이었다. 권력이 있어도 약자를 얕보는 일이 없고 흔쾌히 남을 돕는 자였으니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호걸이었다.
그런데 이런 호인이 지금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사흘 전, 그는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사냥을 하러 갔다가 큰 요수와 맞닥뜨리게 됐는데 다른 이들이 먼저 피하도록 돕다가 그만 큰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현재 하가장 촌장댁의 마당에는 많은 촌민이 모여있었다. 그들은 촌장이 하루빨리 쾌유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신들의 약초를 아낌없이 가져온 것이다.
그가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에 이렇듯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병문안을 오니, 누구라도 감격할 만한 일이었다.
한편, 방 안에는 수척한 모습의 소녀가 중년의 남자 옆에서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다.
남자는 다름 아닌 하대당이었다.
그는 평범한 외모이나 꽤 다부진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단단히 동여매진 복부 사이로 피가 새어 나오는 것을 보니 부상이 보통 심각하지 아니하였다.
그 곁을 지키고 있는 소녀는 열대여섯 살 정도로, 갸름한 얼굴에 꽤 예쁘장한 아이였다. 비록 수수한 차림이었지만, 오히려 소녀의 미모를 돋보이게 했다.
소녀는 하대당의 딸인 하영영(夏盈盈)으로, 눈시울을 붉힌 채 흐느끼는 모습이 여간 안쓰럽지 않았다.
“영영아, 울지 마라. 이 아비는 그렇게 약한 사람이 아니야. 금방 털고 일어날 때니 걱정 말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