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227
제227화 놀고먹게만 할 순 없지
항소운은 욕을 퍼부으며, 도적의 팔을 상대의 목 뒤로 꺾었다.
으아악!
손에 들려 있던 무기가 그대로 목을 겨누는 바람에 도적은 자신의 손에 목이 잘리고 말았다.
“류휘, 내가 도와줄게!”
항소운은 쉴 틈도 없이 바로 다른 도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용과 같은 기세로 그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도적들의 시체가 널렸으니, 아무도 그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하영영은 항소운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며, 마음을 완전히 뺏기고 말았다.
소녀는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정말 멋있다’
목숨의 위험도 마다치 않고 싸우던 하류휘가 이 말을 들었다면, 분명 탄식을 하며 이리 말했을 것이다.
‘네 눈엔 용감하게 싸우는 이 오라버니는 안 보이는 거지?’
항소운에게 이들 도적 무리는 오합지졸일 뿐이라서, 얼마 지나지 않아 대부분이 그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일부 도적은 마을 사람들에게 몰매를 맞아 죽었고, 무리가 타고 왔던 중품 요수들도 사냥감이 되어 전부 몰살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도적 두목 둘은 하류휘에게 목숨을 잃었다.
도적 두목들은 화강경이긴 했지만, 전투력에선 하류휘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하류휘는 실전 경험이 부족한 터라 두 사람을 잡는 데 꽤 애를 먹었다. 그래도 두목 하나는 검으로 머리를 베어 버렸고, 여동생을 희롱했던 두목 놈은 두 발을 잘라서 도망칠 수 없게 만들었다.
으아악!
도적 두목은 극심한 고통에 까무러칠 뻔했으나, 하류휘가 다시 검으로 찌르자 아파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네 놈을 쉽게 죽일 수는 없지. 우리 아버지가 무사하길 비는 게 좋을 거다. 만에 하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네 놈이 죽여달라고 애원하게 만들어 주마!”
하류휘가 무서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는 본래 나약한 성격이었으나, 무당전과 운애각에서 고된 수련을 거치면서 어린 티를 완전히 벗고 지금은 강인한 성격으로 담금질 되어 있었다.
하류휘가 도적 두목을 끌고 아버지가 있는 쪽으로 가자, 마을 사람들은 박수치며 환호했다.
“류휘야, 아주 잘했다. 예전에 네가 숙모 목욕하는 걸 훔쳐본 일은 이제 따지지 않으마.”
마을 사람 하나가 호탕하게 말했다.
그 말에 하류휘는 당황해서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숙부님. 아, 진짜 훔쳐본 거 아니라니까요.”
하류휘가 울상을 지으며 까무잡잡한 피부의 사내에게 말했다.
“사내대장부가 돼서 보면 본 거지, 뭘 또 부끄러워 하느냐? 그리고 나중에 우리 하화(夏花)를 네 색시로 주마. 하화는 제 어미를 쏙 빼닮아서 아주 예쁘니, 너도 분명 좋아할 거다.”
숙부라고 불린 사내가 말했다.
“여덟째야, 좋은 생각이긴 하다만 따지고 보면 우리 집 하취(夏翠)가 더 예쁘지. 게다가 엉덩이도 커서 아들도 잘 낳게 생겼다니까.”
또 다른 자가 끼어들며 말했다.
“우리 집 소매(小梅)도 아주 예뻐. 류휘야, 다음에 우리 집에 와서 한번 보거라.”
마을 사람들은 방금 전 일은 까맣게 잊은 듯, 앞다퉈 딸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순박하긴 했지만, 능력 있는 사람을 사위로 들이고 싶은 마음은 매한가지였다. 그러니 하류휘처럼 젊고 재능 있는 자는 당연히 손꼽히는 사윗감이었다.
“자, 다들 그만들 하고 류휘가 도적 두목을 데리고 가게 하자고!”
아버님이라 불리는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나와 말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재빨리 물러나서 하류휘가 지나가도록 길을 내주었다.
그제야 하류휘를 발견한 하영영이 눈물을 가득 머금고 말했다.
“오라버니?”
“동생아!”
하류휘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여동생을 보며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그는 도적 두목을 내팽개치고 동생 쪽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오라버니, 드디어 오셨군요. 어서 아버지 좀 보세요.”
하영영이 하류휘에게 말했다.
“아버지!”
하류휘는 쇠약해진 아버지를 보며 슬피 오열했다.
남자가 우는 건 죄가 아니었다.
하대당은 어려서 어머니를 잃은 두 남매를 혼자 어렵게 키웠고, 그래서인지 부자간의 정이 아주 깊었다.
비록 그는 어려서부터 아들을 엄격히 키웠고 무당전으로 보내 무술을 배우도록 시켰지만, 하류휘는 단 한 번도 그런 아버지를 원망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부상을 입고 쓰러진 아버지를 보니, 가슴이 미어지며 아파왔다.
이때, 항소운이 옆에서 말했다.
“우선 아저씨를 집으로 모셔서 쉬게 하는 게 좋겠어. 이제 별일 없으실 거야.”
“맞아요. 우선 아버지를 집으로 모셔야겠어요.”
하류휘는 눈물을 닦고는 마을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이놈은 끌고 가서 늑대 먹이로 주세요. 이런 놈의 피가 우리 마을을 더럽혀선 안 돼요.”
“살, 살려 주십쇼!”
도적 두목이 울며 애원했다.
그러나 설령 하류휘가 용서한다 해도, 마을 주민들은 절대 이 자를 용서할 수 없었다.
도적들은 수많은 주민을 이미 무참하게 살해했다.
하류휘는 아버지를 안고 빠르게 집으로 달려갔고, 항소운과 하영영도 그 뒤를 따랐다.
마을 사람들은 노인의 말에 따라 참혹한 현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익숙한 얼굴들이 숨이 끊어져 있는 것을 보고, 목놓아 울었다.
자신의 가족과 이웃이 바로 눈앞에서 죽임을 당하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사실에 그들은 비통함과 깊은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끔찍한 상황을 만든 도적놈들이 너무도 미워서 도적 떼의 시체를 요수에게 전부 던져버렸다.
한편, 집으로 돌아온 하류휘는 침상에 아버지를 눕혔다. 그는 아버지의 호흡이 편안해진 것을 보고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자, 이제 아저씨가 푹 쉬게 해드리자. 2∼3일이면 괜찮아지실 거야.”
항소운의 말에 하류휘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항소운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형님, 죄송해요. 집에 오자마자 이런 일이 생겨서…….”
“누가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겠어? 그러니 신경 쓰지 말고, 동생이나 위로해줘.”
항소운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하류휘는 가만히 동생의 이름을 불렀다.
“영영아, 많이 놀랐지?”
“오라버니!”
줄곧 눈물을 훔치던 하영영은 서러움을 참지 못하고 오라버니의 품에 안겨 펑펑 울었다.
항소운은 그렇게 얼싸안은 남매를 보며,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분명 남매는 하고픈 말이 많을 터였다.
‘때맞춰 와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아우 가족이 큰일을 당할 뻔했네.’
항소운은 이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아우를 위해 뭔가 해줘야겠는걸.’
그는 도적 무리가 자신들을 광사 요괴사냥단의 일원이라고 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도 일전에 백수산에서, 놈들에게 쫓긴 적이 있었다.
그러니 쌓이고 쌓인 이 원한을 한꺼번에 갚아줄 때가 된 것이다.
“금옥, 나와봐!”
마당을 빠져나온 항소운이 가볍게 외쳤다.
그러자 금옥이 한쪽 모퉁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전하, 부르셨습니까?”
“지금 당장 나와 함께 백수산 근처로 가야겠어.”
“네!”
금옥은 군말 없이 바로 모습을 바꾸더니 항소운을 태우고 하가장을 빠져나갔다.
항소운은 우선 마을 밖에 있던 야조모 등과 만났다.
“난 가서 요괴사냥단을 없애고 올 테니까, 모모 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저도 같이 갈래요. 오라버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해요. 그리고 여긴 너무 심심하다고요.”
야조모가 떼를 쓰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놈들 중엔 강한 자가 없어서 네가 가면 힘만 낭비할 뿐이야. 정 심심하면, 마을에 가서 류휘 동생이랑 놀고 있어. 그럼 금방 갔다 올게.”
항소운은 그렇게 당부하고는 서둘러 그곳을 떠났다.
야조모는 잠시 망설였으나 결국 항소운을 쫓아가지 않고, 그의 말대로 하가장으로 향했다.
오진에 있을 때 항소운은 진붕 장로를 통해 광사 요괴사냥단이 백수산 부근에 자리 잡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들은 주로 요수를 사냥하는 집단으로, 세부 조직만 해도 수백 개에 이르렀으며 매년 그 세력을 확장해가고 있었다.
게다가 운애성에는 이들을 돕는 세력까지 있어 갈수록 횡포가 거세졌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들은 오진과 동렴진 등 인근 마을에서 악명이 높았다.
과거 항소운은 그들을 제거할 만한 능력이 없었으나, 이젠 무공도 높아졌으니 놈들을 가만두고 볼 수 없었다.
항소운을 태운 금옥은 곧 광사 요괴사냥단의 본거지가 있는 상공에 도착했다.
그들의 본거지는 도적단 산채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목재로 만든 수많은 가옥이 층층이 이어져 있었고, 사방에는 보초탑이 설치되어 있어 경계가 삼엄했다. 또한 암실처럼 숨겨진 건물도 여럿 있었는데, 분명 잠입하기 힘든 곳일 터였다.
항소운은 하늘에서 이곳의 지형을 면밀히 살폈다.
확실히 이곳의 진영은 잘 갖춰져 있었는데, 주로 요수의 공격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이곳은 백수산에서 가까웠고, 그들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요수였다. 게다가 늘 요수 사냥을 해서 상대도 원한이 깊었다.
항소운은 바로 땅으로 내려서지 않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제 귀문족을 부를 때가 됐어. 녀석들을 놀고먹게만 할 순 없지.”
명혼 공간에 살던 귀문족은 이제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그들은 물 만난 고기인 양 빠르게 성장하면서 맹렬한 기세로 경지를 돌파하고 있었다.
그건 항소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혼천지지 앞에서 극심한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동안, 그는 명혼 공간을 살펴볼 여유도 없었다.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귀문족이 이만큼 성장한 것이다.
그는 귀문족과 명황족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다고 짐작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귀문족이 이렇게 빨리 성장했겠는가.
어쨌든 좋은 일임은 분명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오늘 그는 귀문족 대군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 볼 작정이었다.
항소운은 금옥의 등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이곳은 수천 미터 상공으로, 화강경의 무인이 추락하면 뼈도 못 추릴 정도였다.
그러나 항소운이 선뜻 뛰어내린 것은 담력이 커서도 아니었고, 바로 백호지익 때문이었다.
그는 곧바로 날개를 펴지 않고, 바람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서 짜릿한 기분을 만끽했다.
“하하. 정말 상쾌한데!”
항소운은 미친 사람처럼 정신없이 웃어댔다.
그 소리에 항소운을 발견한 광사 요괴사냥단의 일원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중얼거렸다.
“하늘에서 사람이 떨어지는 건가?”
항소운이 땅에 떨어지기 직전, 백호지익이 번쩍이며 날개를 펼쳐 거센 바람을 일으켰다. 항소운은 지면에서 제비처럼 둥실 떠올랐다.
“넌, 넌 누구냐?”
상대가 깜짝 놀라 물었다.
땅으로 추락하던 사람이 갑자기 하늘을 날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나? 너희를 죽이러 온 사람이지.”
항소운이 태연히 웃으며 말했다.
“뭐? 네 놈은 적이구나!”
상대는 아직도 얼이 빠진 채 놀라 소리쳤다.
“맞아. 난 네놈들의 적이야!”
항소운은 날개를 번쩍이며 상대를 향해 돌진했다. 순간, 손가락 끝에서 한 줄기 빛이 뿜어져 나왔다.
쾅!
상대는 멍하니 있다가 항소운의 지공에 맞아 머리가 박살 나고 말았다.
“적, 적이 나타났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사람들이 큰 소리로 외쳤다.
“자, 다들 나와서 여기 있는 놈들을 마음껏 죽여라!”
항소운은 이렇게 말하며 명혼 공간을 열어 한 무리의 귀문을 내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