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229
제229화 그럼 선물 받아
한편, 마당에서는 항소운이 하류휘를 보며 말했다.
“자, 그럼 선물 받아!”
그 말에 하류휘는 행여나 항소운에게 머리를 맞을까 즉시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러나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더니 놀랍게도 물건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다.
요재와 영약 그리고 금은보화가 산처럼 쌓여서 마당을 가득 채운 것이다.
“이건 네게 주는 선물이야.”
항소운은 물건을 전부 내려놓고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혼자 남은 하류휘는 완전히 넋을 잃고 말았다.
형님이 통 큰 사람인 건 알고 있었지만, 한 번에 이렇게 많은 물건을 주다니 어안이 벙벙해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비록 눈앞의 물건들이 탐이 나긴 했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받을 수는 없었다.
그는 서둘러 방으로 들어갔다.
“형님. 장난 그만하고 어서 도로 가져가세요.”
“장난 아니야. 저건 다 광사 요괴사냥단의 소굴에서 가져온 거거든. 아저씨께서 중상까지 입으시고, 놈들이 마을 사람들을 그렇게 죽였는데 당연히 보상을 받아야지.”
항소운이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도 너무 많아요.”
하류휘가 난처하다는 듯 말했다.
“그렇게 많아요? 어디 있는데요?”
야조모가 옆에서 물었다.
“앞마당에 있어.”
하류휘가 밖을 가리키자, 야조모와 하영영이 궁금하다는 듯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바깥 광경을 본 야조모가 입을 가리며 말했다.
“오라버니,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요?”
“하……. 저런 물건은 가지고 있어봤자 아무 쓸모가 없다고. 그래도 마을 사람들한테는 필요할 것 같아서 가져온 거지.”
항소운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한편, 하영영은 놀라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녀는 지금껏 이렇게 많은 물건을 본 적이 없었다. 이걸 금화로 바꾸면 마을 사람 전체가 한동안 배불리 먹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마을 사람들에게 보상이 필요하긴 해요. 류휘 오라버니, 그냥 받으세요.”
야조모가 거들고 나섰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항소운의 대범하고 호쾌한 성격이 좋았다. 아무 거리낌 없이 호탕하게 돈을 쓰는 모습이 그렇게 멋있어 보였었다.
“그래도 너무 많은데…….”
하류휘는 여전히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말했잖아. 너한테만 주는 게 아니라, 마을 사람들도 몫이 있다고.”
항소운이 살짝 짜증이 난 듯 말을 뱉었다.
“알겠어요. 그럼 형님 말대로 제가 처리할게요.”
항소운이 이렇게까지 말하자, 하류휘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고 받기로 했다.
하류휘는 바로 마을 주민들을 불러 모으지 않았다. 며칠 전 많은 사람이 죽은 터라 주민들은 장례를 치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우선 급한 일부터 끝내야 다른 일을 생각할 겨를이 있지 않겠는가.
곧 밤이 찾아왔다. 하류휘와 하영영 남매는 아버지 곁을 지키며 그가 깨어나길 기다렸다. 그리고 항소운과 야조모는 둘만 남게 되었다.
달빛이 따스히 비추고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밤이었다.
야조모는 손을 등 뒤로 하고 가슴을 꼿꼿이 세우며 말했다.
“오라버니, 그럼 이제 저랑 무사곡으로 가는 거예요?”
그녀가 별처럼 빛나는 맑은 눈동자를 깜빡였다.
그러자 항소운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낮게 한숨을 쉬었다.
“아니, 그건 네가 있을 곳이지. 내가 있을 곳은 아니야.”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어쨌든 무사곡엔 오라버니를 해칠 사람이 없잖아요.”
야조모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그래. 나도 예전엔 자릉종이 제일 안전하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결국 이렇게 됐잖아.”
항소운이 낮게 탄식을 했다.
“그 말은 제가 오라버니를 해치기라도 한단 거예요?”
야조모가 허리에 손을 얹고 불만 섞인 투로 말했다.
그는 안쓰럽다는 듯 그녀를 보며 말했다.
“모모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랑 아버지는 설령 죽더라도 절대 날 해칠 리가 없는 가족인걸.”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야조모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내 말은 적이 없으면 강해져야겠다는 압박감도 없어서 좋지 않다는 뜻이야.”
항소운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예전에 자릉종에 있을 때는 내 신분 덕분에 사람들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었지. 그런데 지금은 아버지가 이뤄낸 업적이 다른 놈에게 넘어가서 세력이고 뭐고 아무것도 남아있질 않아. 그 반역자들은 아직도 내 목숨을 노리고 있고…….
놈들은 내게 아무도 없다는 걸 알고 만만하게 본 거지. 실제로도 그렇고 말이야! 예전엔 수련도 하지 않고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냈는데, 이젠 그럴 수 없게 됐어. 아버지가 이룬 가업은 반드시 내 손으로 되찾아 올 거야. 반역자들도 내 손으로 처단할 거고. 놈들이 잘살게 둘 순 없지.
너도 알겠지만, 난 곧 비천경에 오를 거야. 지난 2년 동안 정말 열심히 수련했거든. 그런데 왜 이렇게 빨리 실력이 오른 줄 알아? 네 오라버니가 남들보다 재능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놈들이 주는 압박감 때문이기도 해. 우습게도 적이 있기 때문에 쉬지 않고 수련을 했고, 하루빨리 강해져서 가업을 되찾고 싶은 거야. 그런데 너와 함께 무사곡으로 가면 그런 압박감이 사라져서 내게 아무런 도움이 안 돼.”
야조모는 조용히 항소운의 이야기를 들으며 안쓰럽다는 듯 슬픈 낯빛을 지었다.
항소운이 이야기를 마치자, 그녀가 입을 열었다.
“오라버니, 2년 동안 고생 많았죠? 자릉종에 있을 땐 힘든 일 한 번 안 해봤잖아요.”
그러자 항소운이 손가락으로 그녀의 코를 살짝 훑으며 말했다.
“바보야. 예전에 먹고 놀기만 하다가 지금 이 꼴이 된 건데, 이젠 고생 좀 해도 괜찮아.”
그러면서 계속 말을 이었다.
“여기 일이 끝나고 나면, 넌 십삼응과 술고래를 데리고 무사곡으로 돌아가. 장차 오라버니가 가문을 되찾을 때 너희 도움이 필요할 거야. 제패천 그 늙은이는 아버지보다 실력이 조금 떨어질 뿐이니까 그놈은 네게 맡길게.”
“그 늙은이를 맡는 건 상관없는데, 나도 오라버니랑 같이 수련할래요. 무사곡엔 안 갈래요.”
야조모가 말했다.
“안 돼. 넌 나랑 같이 있으면 안 돼.”
“왜요? 난 오라버니보다 무공도 높아서, 짐이 되지도 않잖아요.”
항소운이 딱 잘라 거절하자, 야조모가 지지 않고 대들었다.
“그래서 더 안 된다는 거야. 너도 열심히 해서 인황도 되고 제존도 돼야지, 나 때문에 수행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고, 알겠어?”
항소운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오라버니와 같이 있다고 해서 제가 수행을 게을리하는 건 아니잖아요.”
야조모가 고집을 부리며 말했다.
“모모야, 내 말대로 해. 난 죽을힘을 다해 빨리 실력을 높여야 한다고. 우리가 함께 있으면, 너는 수련에 집중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난 아니야. 네가 있는데 내가 어떻게 집중할 수 있겠니. 게다가 이렇게 예쁜 네가 계속 내 옆에 있으면 앞으로 오라버니가 어떻게 장가를 들겠어. 그러다 나중에 새언니라 부를 사람도 없을걸.”
항소운은 노파심이 일어 계속 타일렀다.
“흥. 그럴 줄 알았어요. 새언니고 뭐고 다 필요 없어요. 오라버니는 나만 있으면 된다고요!”
야조모가 고집스럽게 말했다.
“야조모, 이번엔 내 말 들어! 난 오라버니로서 얘기하는 거야. 그러니 열심히 실력을 높여서 나중에 우리 남매가 함께 오마령으로 가서 아버지를 모셔오자.”
항소운이 엄한 표정으로 꾸짖자, 야모조가 서럽다는 듯 말했다.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오라버니 말대로 하면 되잖아요.”
아무리 그녀의 무공이 강하다 해도 어쨌든 동생이었다. 그가 화를 내자, 그녀도 고분고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다. 오라버니는 널 탓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떨어져 수련하는 게 더 좋다고 말하는 거야. 다음에 우리가 다시 만났을 땐 어쩌면 내 실력이 너보다 높을지도 모르지. 그러니까 너도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항소운이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절대 오라버니보다 뒤처질 일은 없을걸요. 난 평생 앞설 거라고요. 안 그랬다간 오라버니가 괴롭힐 거잖아요.”
“허허. 그건 두고 보면 알겠지.”
항소운은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잠시 후 말을 덧붙였다.
“아무리 오라버니가 강해진다 해도 절대 우리 모모를 괴롭히는 일은 없을 거야.”
“흥, 당연히 그래야죠.”
그녀는 만족스레 말을 뱉더니, 항소운에게 기대며 말했다.
“오라버니, 아버지께선 살아계실까요?”
오마령은 구신주의 금지로, 들어가는 자는 있어도 살아서 나오는 자는 없었다.
항양전은 상관 무생과 그곳에서 결투를 벌이기로 약조했었다. 비록 약속 장소는 그 주변이긴 하나, 두 사람이 동시에 사라지는 바람에 다들 비관적인 상황을 예측하고 있었다.
동생의 물음에 항소운이 근심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
“아버지는 강한 분이시니까, 분명 무사하실 거야.”
이튿날, 드디어 하대당이 깨어났다.
그는 항소운이 준 영천과 영약을 먹은 덕분에 빠르게 몸을 회복하고 지금은 안정된 상태였다.
그는 아들인 하류휘가 돌아온 것을 보고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으나, 마을 사람들이 대거 희생되었다는 소식에 또 괴로워했다.
그래도 집안에 손님이 온 걸 보고 어렵사리 기운을 낸 그는 항소운에게 말했다.
“정말 고맙네. 자네들이 아니었으면, 마을 사람들이 전부 화를 당했을 거야.”
“아저씨, 그런 말씀 마세요. 제가 없었어도 류휘 혼자서 충분히 해냈을 거예요.”
항소운이 겸손하게 말했다.
“허허. 아들 녀석이 실력이 조금 있긴 하다만, 저 실력으로 도적 무리를 전부 잡는 건 어렵지.”
하대당이 자랑스럽다는 듯 아들을 보더니 껄껄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 절 너무 무시하시는 거 아니에요? 아버지가 부상을 안 당했어도 이젠 제 상대가 못 된다고요.”
하류휘가 볼멘소리로 말했다.
“그래, 이제 다 컸다 이거지? 어릴 때 아비한테 궁둥이 맞던 걸 벌써 잊은 게냐?”
하대당이 눈을 부릅뜨자, 하류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마도 어릴 때 많이 맞은 모양이었다.
하대당의 몸이 회복되자, 하류휘와 하영영 남매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남매는 서둘러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아 항소운이 준 선물을 나눠주었다.
이 물건들을 읍내로 가져가 판다면, 마을 주민들이 배불리 먹고 지낼 수 있었다.
물건을 받아든 사람들의 얼굴에선 비통함과 설움이 많이 씻겨나간 듯 보였다.
그들은 하대당 일가에 대해 더욱 깊이 감사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본래 하대당은 마을에서 명망이 높은 데다, 하류휘가 금의환향을 해서 마을을 구하고 이렇게 많은 물건까지 나눠주니 그야말로 구세주나 다름없었다.
그 후, 눈 깜짝할 사이에 사흘이 흘렀다.
지난 사흘 동안, 하대당은 침상에서 내려와 걸을 수 있게 되었고 무공도 많이 회복되었다. 게다가 아들딸까지 옆에 있으니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이날, 하류휘는 아버지와 긴히 상의할 일이 있어 두 사람은 방문을 닫고 재회 후 처음으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말해봐라. 무슨 얘기를 하려고 그러느냐.”
하대당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아버지. 전 앞으로 형님을 따를 생각이에요. 그래서 이제 집에 오긴 힘들 것 같아요.”
하류휘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