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245
제245화 그럼 이젠 안 도와준다
항소운은 금옥의 등에서 풀쩍 뛰어내렸다.
동재원은 상공에서 내려오는 항소운을 보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당시 두 사람이 헤어질 때 같이 가잔 말도 꺼내지 못한 터라 그녀는 내심 마음이 괴로웠다.
그런데 그가 이런 중요한 순간에 나타나자 그녀는 감동해서 눈물이 절로 흘렀다.
“심하게 다쳤어? 어서 영천부터 마셔!”
항소운은 동재원의 부상이 심한 줄 알고 재빨리 영천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나, 난 괜찮아.”
동재원은 영천을 받지도 않고 그저 괜찮다며 고개만 저었다.
“피까지 나는데 뭐가 괜찮아? 빨리 마시라니까.”
항소운이 눈썹을 찡그리며 이렇게 말하더니, 그녀가 거절할 새도 없이 바로 영천을 그녀에게 먹였다.
동재원은 금세 얼굴이 붉어졌으나, 사양하지 않고 영천을 삼켰다.
“저런 못된 년 같으니라고! 지금 우리 가문이 죽냐 사냐 하는 마당에 남자랑 시시덕거리고 있어? 아주 우리 가문에 먹칠을 하는구나.”
안쪽에서 진법의 보호를 받고 있던 안려는 항소운과 동재원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순간, 동재원이 화를 참지 못하고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누구더러 못된 년이래? 당신은 진짜 막돼먹은 여자잖아! 그렇게 능력이 있으면 우리 동가의 사내들처럼 당신도 나와서 싸우던가! 진법 안에 숨어있는 주제에 나한테 그런 말 할 자격이나 있어?”
심성이 고운 동재원도 이 순간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그 말에 안려는 화가 나서 씩씩대더니 손가락질을 하며 울분을 토해냈다.
“너,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막돼먹은 여자? 두고 봐, 이번 일만 끝나면 가만 안 둘 줄 알아!”
“내가 당신을 겁낼 줄 알아? 당신은 동가의 핏줄도 아니잖아. 그런데 무슨 자격으로 날 욕하는 건데!”
동재원은 평소와 달리 거세게 반격했다.
안려가 계속 욕을 퍼부으려 하자, 옆에 있던 동재명이 어머니를 막으며 겁먹은 표정으로 말했다.
“어머니, 그만 하세요. 저 남자는 절대 건드리면 안 돼요.”
“무슨 남자?”
안려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저 애 옆에 있는 남자요. 아주 강력한 인황이 저 사람을 모시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저 요황도 저 남자의 탈것이라니까요. 아마도 우리 동가를 도우러 온 모양이에요.”
동재명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는 항소운과 서귀에게 흠씬 혼이 난 터라 상대 얼굴만 봐도 덜컥 겁이 났다.
안려는 결국 입을 다물었지만, 속으로 비아냥거렸다.
‘인황이 뭐 대단하다고! 우리 동가가 이번 고비만 넘겨봐, 내 반드시 저년부터 혼쭐을 내줄 테니까.’
항소운은 차가운 시선으로 안려와 동재명을 보며, 동재원이 집에서 잘 지내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태가와 형가의 왕급 무인들이 물밀듯이 몰려오고 있어서 다른 일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금옥이 항소운과 동재원을 지키고 있었으나, 상대편에서 요황이 공격해 오는 바람에 금옥은 하는 수 없이 싸울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해서 금옥이 항소운의 곁을 지키지 못하자, 태가와 형가 사람들이 그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드는 것이었다.
이때, 3품 비천경의 무인이 왕급 요수인 표범을 타고 돌진해왔다. 사람과 요수가 동시에 공격을 퍼부으며 항소운과 동재원을 압박해 들어갔다.
항소운은 동재원을 잡아끌고 재빨리 날아올라 상대의 공격을 피했다.
“태강, 태가 사람들을 죽여라.”
항소운은 영혼력을 통해 태강에게 명령을 내렸다.
태강은 분부대로 즉시 태가의 왕급 무인들 사이로 숨어들더니 기습 공격을 가했다.
항소운은 태강이 태가 사람을 전부 죽이는 건 기대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 틈을 타 자신들을 추격하던 3품 왕급 무인을 따돌리고는 자줏빛 천둥의 힘이 실린 손바닥을 그자의 등에 내리쳤다.
분뇌권!
순간, 용이 포효하듯 엄청난 위력이 솟구치더니 그대로 상대와 탈것을 뒤덮었다.
쿵 소리와 함께 천둥의 힘이 폭발하며 상대와 요수는 온몸이 새까맣게 그을리고 말았다.
“이젠 날 내려놔도 돼. 나도 같이 싸울 거야.”
항소운은 동재원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그녀를 내려놓더니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젠 안 도와준다.”
당시 강시굴에 있을 때 그녀의 무공은 항소운보다 높았으나, 어찌 된 영문인지 늘 그가 그녀를 보호했었다.
“걱정 마. 내 진짜 실력을 보여줄 테니까.”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의 몸에서 푸른 힘이 솟구치더니 약동하는 생기가 상처를 회복시키며 전투 기세를 드높였다.
이것이야말로 그녀의 진정한 실력이었다.
아까만 해도 그녀는 싸우다 죽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지금처럼 반드시 살아남겠다는 의지는 없었다. 그런데 이제 마음이 안정되자 전력을 다할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이다.
항소운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좋아, 그럼 같이 싸우자!”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은 적진으로 함께 뛰어들었다.
태가와 형가의 왕급 후기 무인들은 자신과 실력이 걸맞는 자와 싸우고 있어서 두 사람이 맞닥뜨릴 상대도 기껏해야 5품 비천경 정도였다.
항소운은 경지를 돌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좋은 경험을 놓칠 수 없었다.
그가 처음으로 맞닥뜨린 상대는 중년의 부인이었는데, 그녀는 열풍검(裂風劍)을 휘두르며 그의 급소를 노렸다.
상대는 바람의 힘을 이용한 초식으로 놀라울 정도로 빠른 공격을 전개했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공격의 방향조차 알 수 없었다.
항소운이 민첩한 동작으로 피하지 않았다면, 상대의 공격에 당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럼 나도 바람의 힘을 느껴볼까.”
순간, 항소운은 과거 무당전에 있을 때 바람의 힘을 깨달았던 경험이 떠올라 다시 한번 바람의 진정한 힘을 느끼고 싶었다.
바람의 힘은 속도만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처럼 공격 속도까지 빨라져 쉽게 막아낼 수 없었다.
금선권!
주먹에서 금색 빛이 뿜어져 나오며 나선형으로 빠르게 회전하자 순식간에 상대의 하복부를 공격했다. 상대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주먹에 맞아 배에 구멍이 뚫리고 말았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빠르게 후퇴했다.
항소운이 뒤쫓으려 하자, 그녀의 남편이 나타나 소리쳤다.
“감히 내 부인을 건드리다니, 네 놈을 가만두지 않겠다!”
그 부인의 남편은 형사풍(刑斯風)이란 자로 적자의 자손이며, 5품 비천경에 오른 자였다.
형사풍은 은창(銀槍)을 들고 항소운을 향해 맹공격을 퍼부었다. 그러자 거센 바람이 휘몰아쳐 폭풍이 불어닥치는 것 같았다.
그것은 진정한 바람의 힘으로,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항소운도 방심할 수 없어서 온몸에 육갑금공을 일으켜 상대의 공격에 정면으로 맞섰다.
깡 하고 연신 방어막을 때리는 소리가 나더니 항소운은 상대의 공격을 여지없이 막아냈다.
바람의 힘은 속도는 빠르지만 상대적으로 공격력이 약해서 그는 과감히 맞서 싸운 것이다.
방어에 성공한 그는 곧바로 공격을 전개했다. 그는 재빨리 손에 장갑을 끼고 상대의 공격 속으로 뛰어들었다.
어느새 형사풍의 곁에 바짝 접근한 그는 온몸으로 바람의 힘을 느꼈다. 상대의 힘은 자신이 일전에 얻은 계승과 결합되어 순식간에 깨달음을 일으켰다.
금선권!
동일한 권법이나 이번에는 바람의 힘이 더해져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만일 성진에 비축된 바람의 힘이 지금보다 많았다면, 분명 속도가 두세 배는 빨라졌을 터였다.
형사풍은 상대가 자신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내자 하는 수 없이 근접전을 전개했다.
그러나 근접전에 훨씬 강한 항소운이 아니던가.
항소운이 전투력을 최대로 끌어올리자 주먹의 힘은 한층 거세졌고 금살의 힘이 용솟음쳤다. 그가 강하게 압박하자, 형사풍은 방어에 급급했고 금살의 힘이 상대를 향해 빠르게 파고들었다.
형사풍은 더 이상 공격을 막아내기 힘들어 보였다. 정신없이 방어하는 와중에 어느새 은창까지 떨어뜨린 그는 놀라서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상공, 제가 도울게요!”
남편이 열세에 처하자 형사풍의 부인이 뛰어들었다.
그러자 동재원이 막아서며 버럭 소리를 쳤다.
“네 상대는 바로 나야!”
동재원이 검을 휘두르자, 청색의 검 그림자가 연이어 생겨나며 형사풍의 부인을 완전히 에워싸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그녀의 전투력은 3품 비천경에 버금갈 정도였다.
그녀는 인황의 후손인데다 윗대 어르신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성장한 터라 재능이 남달랐다.
이렇게 동재원이 부인을 붙잡아두자, 항소운도 전력을 다해 상대와 싸울 수 있었다.
형사풍은 싸워봤자 승산이 없다고 느꼈는지 형가의 왕급 무인들이 있는 방향으로 쏜살같이 도망쳤다.
“어딜 도망가려고!”
항소운이 차갑게 웃으며 구유보로 성큼 달려갔다.
그러자 달리는 속도가 순식간에 배는 빨라져서 눈 깜짝할 사이에 형사풍을 따라잡았다. 그러고는 두 주먹을 힘껏 내뻗자 폭풍우가 몰아치듯 엄청난 힘이 상대를 잠식했다.
형사풍은 전력을 다해 막았으나, 항소운의 공격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그는 허무하게 목숨을 잃고 말았다.
어느새 항소운의 전투력은 5품 비천경에 버금가는 수준이 되어 있었다.
“진짜 통쾌하다!”
그러면서 긴 숨을 내뱉자 강력한 왕의 기운이 삽시간에 뿜어져 나왔다.
항소운이 적들을 상대로 정신없이 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 창공의 전투는 갑작스럽게 끝이 났다.
창공에서 태가와 형가 인황들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태가는 전부 후퇴하라!”
“형가는 어서 후퇴하라!”
태가와 형가의 왕급 무인들은 그 소리를 듣고는 겁에 잔뜩 질린 얼굴로 서둘러 동가에서 벗어났다. 아무래도 창공의 전투는 자신들의 패배인 것 같았다.
“너희는 대체 누구길래 우리 환장문과 척을 지는 것이냐!”
환장문의 욱탈은 9품 입룡경인데도 불구하고 서귀와의 싸움에서 재차 패하자 참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내 평생 환장문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어쨌든 네 환영(幻影) 장법은 아직 형편없으니, 몇백 년은 더 수련해야 할 거다!”
서귀는 가차 없이 혹평을 퍼부었다.
그는 욱탈을 쫓지 않았다. 상대가 죽기 살기로 도망치는데 굳이 따라가서 잡기도 귀찮았다.
더군다나 상대는 제존급 갑옷을 입고 있어 죽이기도 쉽지 않으니, 차라리 포기하는 편이 나았다.
서귀의 말에 욱탈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는 서귀가 8품 입룡경이란 걸 느꼈지만, 싸움에서 밀리기는커녕 되려 자신을 압박하는 걸 보니 상대는 더 높은 세력에서 온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욱탈은 서귀가 쫓을 의사가 없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부상당한 동료 둘을 데리고 서둘러 도망쳤다.
태가와 형가의 인황들도 목숨이 붙어 있는 자는 도망치느라 바빴다.
물론 그들은 도망치는 와중에도 아래쪽에서 싸우고 있는 자기 편을 챙기는 걸 잊지 않았는데, 미처 데려가지 못한 자들은 동가의 인황에게 모조리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나중에 꼭 네놈들이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정신없이 도망치는 놈들의 뒤통수에 대고 동청고가 일갈을 날렸다.
그 소리에 태가와 형가의 인황들은 소름이 쫙 끼쳤다.
이번 대전으로 동가는 손실이 극심해서 동청고는 반드시 이 빚은 갚겠다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두 분 대협,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중원이 부상 당한 몸을 이끌고 다가와 서귀와 두훤호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