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249
제249화 난 아직 순결한 몸이라고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옷이 찢기고 머리도 헝클어져 차림이 엉망이었지만, 어느 때보다 생기가 넘쳤다.
천둥의 겁을 넘으면서 자줏빛 뼈는 은빛 천둥의 힘을 대거 흡수했고, 첫 번째 성진도 힘을 크게 비축하면서 그의 무공도 한층 강해지게 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육갑금공을 다루는 솜씨도 한층 능숙해져서 철벽을 넘어 동벽을 만들어내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육갑금공의 현재 방어력이면 고급 왕급 무기가 내리쳐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었다.
이때, 동재원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왔다.
“항소운, 괜찮아?”
그 말에 항소운이 씩 웃더니 몸을 뒤덮고 있던 낡은 피부 조각을 툭툭 털어내며 말했다.
“내가 불사신인 거 잊었어? 이 정도로 죽을 리 없지.”
“흥, 잘난 체하기는.”
말은 이렇게 했으나, 그가 무사한 것을 보고 동재원은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 동청고와 동중원, 동탁월까지 전부 다가왔다.
“은인의 실력은 정말로 대단합니다. 그에 비하면 우리 동가의 아이들은 한참 모자라지요.”
동청고가 자신을 치켜세우자, 항소운이 겸손하게 대답했다.
“어르신, 과찬이십니다.”
그러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
“아무튼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여러 어르신을 놀라게 하고, 이곳을 이렇게 훼손시켰으니 나중에 꼭 보상은 해드리겠습니다.”
“은인, 보상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오늘 우리 동가를 구해주신 은혜만 해도 대단한데, 땅이 이 정도 망가진 게 뭐 대수겠습니까? 오히려 저희 동가가 은인께 보답을 해야 마땅하지요.”
동청고는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말하더니, 동재원을 보며 말을 이었다.
“재원아, 네가 은인 곁에 있으면서 우리 대신 잘 보살펴드려라. 저희는 집안일을 다 처리하고 나면,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래, 재원아. 이분은 우리 동가의 귀한 손님이니 잘 대접해드려야 한다.”
동중원도 옆에서 거들었다.
두 노인의 뜻은 동재원더러 하루빨리 항소운의 마음을 사로잡으라는 것이었다.
“예, 알겠어요.”
동재원이 수줍어하며 말했다.
잠시 후 동가 사람들이 전부 돌아가고 동재원과 항소운만이 그곳에 남아있었다.
“옷 갈아입으러 가자.”
누더기 꼴이 된 항소운의 옷을 보며 그녀가 이렇게 말했다.
“뭐? 오, 옷 갈아입으러 같이 가자고?”
항소운은 재빨리 가슴을 가리며 몸을 잔뜩 움츠렸다.
동재원은 가슴을 가린 항소운이 우스우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네가 너한테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그래? 난 그냥 데려다준다는 건데.”
그러면서 그녀가 웃는데, 그 모습이 막 피어난 꽃처럼 아름다워서 항소운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동재원은 야조모처럼 생김이 화려하진 않지만, 그녀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마치 추운 겨울에 피어난 난초처럼 보면 볼수록 깊이 빠져드는 매력이 있었다.
“바보야, 왜 그렇게 보고 있어?”
동재원은 항소운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자, 저도 모르게 짜증을 버럭 냈다.
그 말에 정신이 돌아온 항소운은 멋쩍은 듯 코를 만지며 말했다.
“난 또 옷 갈아입으러 같이 가자길래, 네가 날 어떻게 하려는 줄 알았지. 이래 봬도 난 아직 순결한 몸이라고.”
“넌 부끄러움도 없어? 아, 따라오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
그녀는 발개진 얼굴로 항소운을 째려보더니, 그대로 먼저 걸어가는 것이었다.
항소운은 씩 웃으며 그 뒤를 따라갔다.
그는 은광뇌액이 생겼다는 사실에 너무 기뻐서 그저 몇 마디 농담했을 뿐인데, 그녀의 표정이나 행동을 보니 이미 자신에게 연정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정들면 답도 없는데…….’
항소운은 속으로 탄식했다.
삼중 5성 중 태가성에는 전투에서 패하고 돌아온 인황들이 한자리에 모여있었다.
“절대 동가는 외부 조력자가 없을 거라며 장담하지 않았습니까? 그럼 갑자기 나타난 두 사람은 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환장문의 장로 하나가 태가와 형가 사람들에게 호통을 쳤다.
이 자의 이름은 욱탈로, 환장문의 선대 장로이며 지위가 꽤 높았다.
태가와 형가는 환장문과 결탁하여 동가를 단숨에 끌어내릴 생각이었다. 그리하여 두 집안이 삼중 5성을 분할 통치하고, 더불어 동가가 가지고 있는 순간이동 진을 손에 넣고 싶었다.
순간이동 진은 많은 수의 인황이 수많은 공간석을 이용해 진법을 형성한 것으로, 이를 이용하려면 대량의 수정을 지불해야 했다. 동가가 이렇게 부유해진 이유도 이것과 깊은 관련이 있었다.
태가와 형가는 거대한 땅과 권력을 지닌 동가를 호시탐탐 노리다가, 환장문과 손을 잡게 되었다.
환장문은 본래 이 일에 가담할 마음이 없었으나, 예상치 못하게 동가에서 통혼을 거절하자 앙심을 품고 이들과 합세했는데 갑자기 항소운 일행이 나타나 일을 망쳐버린 것이다.
이때, 8품 입룡경인 태두(泰斗)가 송구스럽단 표정으로 말했다.
“저희도 그자들이 누군지는 모릅니다. 아마도 동씨 영감이 예전에 친분을 쌓은 사람 같습니다.”
그러자 형가의 대표인 형억회(刑憶灰)가 입을 열었다.
“아마도 그럴 겁니다. 동가가 그 정도 저력도 없으면, 5품 세력이라 할 수 없지요.”
“난 그런 무책임한 말을 듣자고 온 게 아닙니다. 우리 환장문에선 인황이 둘이나 죽었어요. 이 일은 태가와 형가에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욱탈이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쏘아붙이자, 태두가 말을 받았다.
“그건 저희가 반드시 보상하겠습니다. 그래도 환장문에서 더 많은 고수를 보내어 저희를 도와주시면, 훗날 동가를 무너뜨렸을 때 동가의 재산의 절반을 환장문께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듣자 하니 소주님이 동가의 어느 여인을 마음에 들어 하신다던데, 그 일도 함께 약속드리지요.”
“흥, 지금 누굴 바보로 압니까? 동가에 온 그 두 사람은 경지를 초월해서 싸우는 능력까지 있어 필경 보통 신분이 아닐 텐데, 우리 환장문이 전력을 다해 당신네들을 도왔다간 오히려 그들 배후세력까지 끌어들이는 꼴이 아닙니까? 그때 가면 우리 환장문만 더 골치 아파질 겁니다!”
욱탈이 버럭 화를 내더니, 잠시 후 말을 이었다.
“됐습니다. 이제 우리는 당신네 일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입은 손실의 대가로 중품 수정 200만 개와 약황 5개를 내놓으면, 바로 떠나겠습니다.”
“아니, 대인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형억회가 소스라치게 놀라 외쳤다.
“욱 대인, 지금 그렇게 가시면 훗날 동가가 재정비를 하고 나서 환장문까지 공격할 수 있습니다.”
태두가 안색이 어두워져 말했다.
이렇게 욱탈 등 몇 사람이 가버리면 그들의 세력은 한층 약해질 텐데, 어떻게 동가와 맞선단 말인가.
동가는 9품 인황이 둘이나 있는 데다, 조력자까지 있었다.
“허허, 당신네가 우리 환장문에 복속을 한다고 하면 제가 문주님께 청을 드려 대군을 보낼 수도 있지요.”
욱탈은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다.
“허나, 우리는 동가처럼 당신들을 억압하진 않을 테니 걱정 마십시오. 삼중 5성은 계속 두 집안에서 다스려주시고, 매년 수익의 3할을 우리 환장문에 받치면 됩니다.”
“그, 그건…….”
태두와 형억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그럼 잘 생각해보십시오. 어쨌든 지금은 다들 재정비를 해야 할 테니 말이지요. 하나,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나중에 동가가 쳐들어와도 저희가 당신들을 구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사흘, 사흘 뒤에 답을 드리지요.”
태두가 대답했다.
동가성.
항소운과 동재원은 동가성 안을 한가로이 거닐고 있었다. 두 사람은 오래된 친구처럼 다정하게 처음 만났던 그때를 회상하고 있었다.
“우리가 다시 만날 줄은 몰랐는데……. 게다가 이번에도 나와 우리 가문을 지켜줬잖아. 너한테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어.”
동재원이 감회에 젖으며 말했다.
“정 그렇게 보답하고 싶으면, 내 시녀나 되던가.”
“흥, 꿈도 야무져!”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계속 말을 이었다.
“지금은 태가와 형가가 물러가긴 했지만, 어쩌면 다시 공격해 올지 몰라. 너 정말 당분간은 여기 머물 거지?”
“넌 내 친구잖아. 친구가 위험에 빠지게 둘 순 없지. 그러니까 당분간은 떠날 생각 없어.”
그러자 동재원이 감동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
“고마워, 소운아.”
“고맙긴 뭘. 우리가 이렇게 다시 만난 것도 인연이잖아. 나중에 헤어지면 또 언제 만날지 모르는데, 같이 있는 동안이라도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
그 말에 동재원은 마음이 슬퍼졌다.
얼마 후 항소운이 떠난다고 생각하자, 마음이 몹시 괴로웠다.
“넌 어디서 왔는데? 여길 떠나면, 정말 다신 못 보는 거야?”
“난 이곳 사람도 아니고,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왔어. 그리고 꼭 이뤄야 할 사명도 있고. 물론 그 사명을 완수할 자신은 있지만, 언제쯤 해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 하지만, 너란 친구는 평생 기억할 거야.”
항소운이 진지하게 말했다.
순간, 동재원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그의 품으로 뛰어들어 흐느꼈다.
“난……, 네가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항소운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렇게 말하면 그녀가 마음을 접을 줄 알았는데, 되려 불을 지핀 것이다.
바로 그때, 아주 강력한 기운이 동가의 정원을 휩쓸기 시작했다. 천지의 영험한 기운과 성진의 힘이 어느 한 곳을 향해 맹렬히 쏟아지고 있었다.
동가 밖에 있던 항소운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이 용솟음쳤다. 그러자 그 기운을 느낀 항소운이 기뻐하며 말했다.
“훤호 형님이 경지를 돌파하려는구나!”
동가의 대정원에 조용히 일어난 기세는 거대한 대도의 형태를 띠며 창공으로 솟아올랐다. 대도가 무서운 기세로 번뜩이자, 불의 성질을 지닌 7개의 성진의 힘이 하늘에서 맹렬히 떨어져 불의 기운이 동가성 전체를 가득 메웠다.
그 광경에 동가 사람들은 다시 깜짝 놀랐다.
이미 한 차례 치열한 전투를 치른 터라, 그들은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었다.
“누가 경지를 돌파한 걸까요?”
동청고가 나는 듯 빠르게 나타나 물었다.
그러자 다른 쪽에서 동중원이 나타나 말했다.
“손님들이 머무르는 곳에서 기운이 느껴지는군. 혹시 도황 두훤호가 돌파하는 건가?”
동가 사람들이 가까이 접근하자, 서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도 이곳에 접근하지 말아라. 거역하는 자는 바로 죽이겠다.”
서귀의 목소리는 크지 않으나 낭랑해서 힘이 있었다.
그가 으름장을 놓자, 내심 불쾌해하는 자들도 있었다. 여기는 자신들 동가의 구역이 아니던가.
“다들 전부 물러가라!”
동청고가 즉시 분부를 내렸다.
경지를 돌파하는 자를 방해하는 건 가장 금기시되는 일이라, 그는 서귀의 심정이 이해되었다.
다만 그도 마음이 썩 편치는 않았다. 사흘 전, 저들의 요수가 경지를 돌파하여 소왕급 요수가 되더니 지금은 또 인황까지 경지를 돌파하고 있었다. 게다가 전부 자기 집안에서 벌어진 일이라 충격은 더욱 컸다. 언제부터 경지를 돌파하는 일이 그리 쉬웠단 말인가.
더군다나 특별히 준비를 한다거나 주변을 경계하지도 않고 그냥 편하게 돌파하는 것만 같아 머리가 혼란스러울 지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