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254
제254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항소운은 쉴 새 없이 빠르게 달리며 그 속에서 구유보의 정수를 더 깊이 느끼고 있었다.
수많은 자줏빛 천둥의 힘이 용천혈로 들어가자, 마치 소용돌이가 일어나는 것처럼 힘이 대거 생겨나더니 다리 힘이 한층 왕성해졌다. 게다가 보법의 의경까지 더해지자 마치 바람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게 바로 전광석화의 느낌인가? 바람이 있고 번개가 있을 때, 바람이 번개를 가속하면 극도로 빠른 경지에 이를 수 있구나.’
항소운은 머릿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며, 갈수록 깨달음은 깊어만 갔다.
이런 방식으로 수련을 계속하면 언젠가 보법의 의경과 구유보의 극치에 다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그가 걸음을 멈추자 갑자기 온몸에서 힘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구유보는 속도만 강화하는 게 아니라 전투에서도 사용할 수 있지.”
그러면서 발을 높이 들어 올리더니 다시 힘차게 내디뎠다.
쿵!
그 힘이 어찌나 대단하던지 발로 밟는 순간 벼락이 내리치듯 엄청난 폭발음이 나며 천둥 번개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러자 엄청난 힘이 주변을 압도해 공기마저 짓눌렀다.
항소운이 다시 걸음을 내딛자 또 한 차례 천둥의 힘이 폭발했다. 이번에는 위력이 한층 거세져서 마치 천둥의 신이 포효하는 것 같았다. 누구라도 그 옆을 지나면 온몸이 터져버릴 듯 위력이 대단했다.
항소운의 기세는 이미 최고에 달해있었다. 그는 세 번째 걸음을 내딛으려 발을 들어 올렸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도무지 발을 내릴 수가 없었다. 마치 수십 만근의 힘이 가로막고 있는 것 같아 아무리 애를 써도 소용이 없었다.
“내려가!”
항소운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자줏빛과 은빛이 섞인 번개의 힘이 용의 형태로 변해 포효했다. 그러자 하늘에서 벼락이 우르르 몰려왔다.
우르르 쾅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여섯 개의 벼락이 떨어져 항소운의 몸을 뚫고 들어갔다. 천둥의 힘은 그를 해하기는커녕 들어 올린 발로 빠르게 이동하더니 발을 힘차게 내딛게 했다.
쿵!
마치 하늘이 무너져 내린 것처럼 근방 수십 미터 안이 요란하게 흔들리더니 천둥 번개가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주변을 사정없이 파괴했다.
발을 내디디고 나자, 항소운의 힘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그는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선혈을 뿜더니 휘청거리며 아래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서귀와 두훤호, 금옥은 당황해서 빠르게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먼저 도착한 서귀가 항소운을 부축하며 말했다.
“소주님, 괜찮으십니까?”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그는 창백해진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응, 괜찮아. 아주 멀쩡해.”
항소운은 몸속의 천둥의 힘을 거의 소진한 데다 반작용으로 되려 공격을 받았는데도 오히려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 두훤호와 금옥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오직 서귀만이 항소운의 말뜻을 알아차리고는 허리를 숙이더니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소주님, 구유보의 진정한 정수를 깨달으신 걸 경하드립니다.”
그러자 항소운이 여전히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응, 그렇게 오랫동안 구유보를 수련했는데 이제야 진정한 정수를 깨닫게 되다니. 처음으로 해본 건데도 효과가 굉장하더라고.”
“당연하지요. 옛 주인님께서 일생에 걸쳐 만들어내신 가장 완벽한 보법 아닙니까. 하나 소주님, 지금은 경지가 그리 높지 않으니 무리해서 사용하지 마십시오. 두 걸음까지는 괜찮으나, 세 걸음을 걸으시려면 적어도 1~2개 품급은 높이셔야 할 겁니다.”
서귀가 공손히 말하자, 항소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 다음엔 조심할 테니까.”
뒤이어 그는 금옥의 등에 가부좌를 틀고 앉더니 좌선을 하며 힘을 회복시키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그들 일행은 죄혈성을 향한 여정을 계속 이어갔다.
그 후로 3개월이 흘렀다.
지난 3개월 동안, 항소운은 보법의 의경을 견고히 다졌고 구유보에 대한 깨달음도 더욱 깊어져 속도가 몰라보게 빨라져 있었다.
이 밖에도 아홉 빛깔의 구름이 몸 안에 적잖이 쌓이고 있었는데, 성해건곤에 심어두었던 영약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본래 하품 영약인 약초였으나, 단기간 내 중품 영약으로 성장하더니 약력도 같은 등급의 약초보다 몇 배는 강해졌다.
이런 변화들로 그는 아홉 빛깔 구름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게 되었다.
그 구름은 파괴와 재생의 힘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어쩌면 다른 힘을 더 내포할 수도 있으니 그런 것은 차츰 살펴보면 될 일이었다.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외뿔 은뢰사는 상당히 안락한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어찌나 편한지 항소운이 밖으로 나와 바람 좀 쐬라고 해도 나올 생각을 안 했다.
그래서 그도 녀석을 그냥 내버려 두었다.
여정 내내 그는 등용주의 특색과 풍습 등 다양한 부분을 알게 되었고, 수많은 대형 요수와 도적 무리의 습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강력한 실력 앞에선 적들도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금옥은 금의 힘을 수련한 4품 요황의 요핵을 얻게 되었는데, 요핵을 삼키자 단숨에 3품 요황의 경지에 오르게 되었다.
한편, 서귀는 새로운 수련 체계에 돌입했다. 그는 화진초를 이용해 네 번째 성진에 있던 빛의 힘을 없애고 그 자리를 흑암(黑暗)의 힘으로 바꿨다. 그래도 여전히 세 개의 성진은 빛의 힘을 띠고 있었다.
서귀는 빛과 어둠의 힘을 동시에 수련하여 음양의 힘을 통해 원래 경지를 회복할 생각이었다.
화진초를 사용하자, 그의 경지는 순식간에 4품 입룡경으로 떨어졌으나 수정과 흑암의 영약을 대량으로 흡수하자 다시 경지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8품 입룡경으로 돌아가려면 적어도 1년은 필요했다. 그래도 그때가 되면 이 육신과 진정한 합일을 이룰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죄혈성에는 그의 경지를 빠르게 복원시킬 수 있는 물건이 있었다.
이 밖에도 영혼력을 통해 혈란 속의 혈요에게 자신의 의지를 주입시켰고, 때로는 정혈을 떨어뜨려 혈란에게 먹이곤 했다.
지난 3개월 동안, 그는 혈란 속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생생히 느꼈다. 신선한 피만 충분하다면, 녀석은 알을 깨고 나올 수도 있었다.
물론 그럴 생각만 있었으면, 여정 중 죽인 요황의 피로 혈란을 부화시켜 혈요를 나오게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서귀는 이번 일만큼은 신중을 기해서 자신의 무공이 8품 입룡경에 오른 뒤에야 혈요를 태어나게 할 생각이었다. 그때가 되면 녀석을 안전하게 키울 수 있었다.
많은 변화를 겪으며 항소운 일행은 드디어 죄혈성에 도착했다.
구주 대륙에는 총 다섯 개의 죄혈성이 있는데, 동령(東岭)과 서막(西漠), 남황(南荒), 북강(北疆), 중추(中樞) 등 5개 대륙에 분포해 있었다.
죄혈성은 기본적으로 수배자나 살인자 또는 추방자들이 대거 모여있는 곳이었다.
그들은 피에 굶주린 자들로 죄악의 상징이자 혼돈 그 자체였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곳에 머무는 사람 중 선량한 자는 없었다. 그들은 살육의 죄를 이고 있었고, 그중에는 적에게 쫓겨 이곳까지 도망 온 자도 있었으며 거대 세력에 의해 추방되어 이곳에서 살아가는 자들도 있었다.
어쨌든 죄혈성은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다. 멋대로 칼을 뽑아 들고 사람을 죽이기 일쑤였고 길 한복판에서 부녀자를 겁탈하는 일도 서슴없이 벌어졌다. 이곳은 법규가 통하지 않는 곳이라 칼에는 칼로 맞서야 그나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섯 개의 죄혈성은 또 다른 기능이 있었는데, 바로 마족을 제압하는 것이었다.
다섯 개의 성에는 마연(魔淵)으로 통하는 입구가 있었다. 마연 아래에는 피에 굶주린 마족(魔族)이 살며, 이들은 구주 대륙 밑에 사는 이종족으로 땅 위의 종족과는 예로부터 전쟁이 끊이질 않았다.
마족은 다섯 개 성의 출입구를 통해 구주 대륙으로 진격해 들어가 더 많은 생존 공간을 확보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구주 대륙의 종족들은 당연히 작은 틈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다섯 개 성은 마족을 막는 기지가 되었고, 이 때문에 진마오성(鎭魔五城)이라 불리고 있었다.
아득히 먼 옛날, 마족은 구주 대륙의 강자들에게 제압을 당하여 땅 아래로 쫓겨났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리고 상고시대, 마족이 밀어닥치면서 진정한 어둠의 시대가 찾아왔고 구주 대륙은 전부 마족의 손에 넘어갈 뻔했다.
그래도 다행히 난세의 영웅이 나타나 마족을 다시 말살시키며 마연 아래로 내쫓았다.
서귀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들은 항소운은 자신이 죄혈성에서 해야 할 임무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자신만의 무공의 길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렇듯 혼란스러운 살육의 현장에서야 비로소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진정한 패주(覇主)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단시간 내 무공을 가장 빨리 높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서귀는 곧 있으면 죄혈성에 도착한다는 생각에 잔뜩 신이 나서 말했다.
“소주님, 죄혈성에는 서막에서 갖은 죄를 저지른 우두머리들이 가득 모여있습니다. 그리고 각 종족에서 천재라고 불리는 자들도 수련을 목적으로 그곳에 있지요. 그들은 타고난 재능이나 전투력 등 어느 면에서도 범인을 뛰어넘는 실력을 지닌 자들인데, 각오는 돼 있으십니까?”
그러자 항소운이 자신감을 드러내며 말했다.
“설령 저곳이 지옥이라 해도 난 뛰어들 준비가 돼 있어.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하하, 그럼 됐습니다. 분명 소주님은 가장 강력한 살육왕이 되어 인황까지 단숨에 오르실 겁니다.”
서귀는 큰 소리로 웃어젖히더니, 옆에 있는 두훤호를 보며 말을 이었다.
“저곳에 도착하면, 자네는 마연으로 가게나. 그 아래서 3년을 버티면 분명 전투력이 몇 배는 상승할 걸세. 그러고 나면 자네를 도마의 계승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주겠네. 만약 3년도 버티질 못하면, 그분의 계승을 받을 자격도 없는 거야.”
“대인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두훤호가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말했다.
항소운 일행이 죄혈성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한 무리의 인마가 나타나 그들 앞을 막아섰다.
상대 무리는 이삼십여 명으로 하나같이 사나운 요수를 타고 있었다. 그중에는 인황도 여럿 있고 입룡경 후기인 자도 하나 있어서 꽤 실력이 강한 무리였다.
그들의 옷에는 해골 무늬가 수놓아져 있어 상당히 흉악해 보였다.
이 표식은 그들이 죄혈성의 고루방(骷髅帮)이라는 뜻이었다.
고루방은 죄혈성에서 꽤나 유명한 악독한 무리로, 노략질은 물론이고 살인, 방화, 강간을 일삼았다.
다만 이들은 죄혈성에게 그다지 지위가 높지 않아 외부인이나 무공이 약한 자를 괴롭히는 정도였다.
무리 중 우두머리는 철마(鐵馬: 철갑으로 무장한 말)에 올라탄 채 시뻘겋게 충혈된 두 눈을 번뜩였다. 그는 예리한 칼을 들고 냉랭하게 말을 뱉었다.
“살아서 죄혈성에 들어가고 싶거든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저축계와 저 요황은 전부 두고 가라. 그렇지 않으면 모조리 죽여버리겠다!”
그자는 바달이란 자로, 7품 입룡경 정점이었다.
그는 항소운 곁에 9품 입룡경의 고수가 있단 사실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