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262
제262화 저게 가능한 거야?
항소운은 잠깐 얼굴을 비추기 위해 나온 것이라서 더 이상 머물지 않고, 천고로에게 중요한 사항을 선포하도록 했다.
그러자 천고로가 선포하길, 앞으로 고로방은 민가를 약탈하지 않고 소란을 일으키지 않으며 다른 세력과 분쟁을 일으키지 않고 스스로 자제하며 규율을 재정비한다고 했다.
겉으로는 천고로의 명령처럼 보이지만, 실은 항소운의 뜻이 담겨있었다. 그는 고루방의 방주를 기반으로 하여 자신만의 조직을 꾸릴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이 악행을 저지르는 것만은 막아야 했다.
그래도 이들의 행동이 고쳐지지 않으면, 한 명씩 데려다 명룡혼고로 통제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고루방에 쓸만한 인재가 있는지 차츰 찾아보기로 하고, 지금은 당장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이제 죄혈 연무대로 가서 단련이나 해볼까!”
어느새 그의 눈빛은 잔뜩 흥분돼 있었다.
죄혈 연무대에는 비천경 1품에서 입룡경 9품에 이르기까지 각 품급마다 연무대가 하나씩 마련돼있었다.
이 가운데 사람들로 가장 붐비는 곳은 단연 비천경의 연무대였으며, 입룡경 쪽은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입룡경에 오른 인황들은 보통 마연으로 가기 때문에 연무대에서 단련을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예외적인 상황은 언제나 있었으니, 인황 간에 원한이 있는 경우에는 바로 이 연무대에서 생사를 건 대결을 벌이곤 했다.
연무대에 오른 이상, 한 사람이 죽기 전엔 대결이 끝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죄혈 연무대의 규칙이었다.
그런데도 서귀가 이곳을 추천한 이유는 항소운이 각 성과 소주(小州)에서 온 천재들과 생사를 넘나드는 대결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길 바라서였다.
물론 마연에 가기 전 본격적으로 몸을 푼다는 의미도 있었다.
죄혈 연무대에서도 살아남지 못하면, 어떻게 마족과 싸울 수 있겠는가.
지금 항소운은 지고루를 대동하여 죄혈 연무대 앞에 도착해있었다.
성 중앙에는 18개의 연무대가 놓여 있었다. 각 연무대는 1,000방(方) 크기로 사면에 쇠사슬이 묶여 있었고, 단단한 바닥에는 군데군데 피가 묻어 있어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현재 여러 연무대에서는 비천경의 무인들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사방에선 폭발음이 쉴 새 없이 들렸고 구경꾼들의 환호성까지 더해져 주변은 떠들썩했다.
이곳에 모인 구경꾼들은 사람을 죽이는데 아주 이골이 난 자들이었다. 그러니 눈앞에서 피 튀기는 싸움이 벌어지는데도 겁내기는커녕 오히려 신이 나서 소리를 질러댔다.
“주인님은 비천경 3품이시니, 앞쪽 세 번째 연무대에 오르시면 됩니다.”
지고루가 옆에서 말했다.
“응, 연무대에 오르기 전에 해야 할 일이라도 있나?”
“생사 각서에 서명만 하시면 됩니다.”
항소운의 물음에 지고루가 대답했다.
“저기 있는 사람은 누구지?”
항소운이 연무대 옆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곳에는 한 사람이 탁자 앞에 앉아 있었는데, 사람들이 잔뜩 몰려 있는 것이 마치 물건을 사고 있는 것 같았다.
“주인님, 저건 도박대입니다. 대결에서 이길 것 같은 사람에게 돈을 거는 거죠. 맞추면 돈을 벌지만, 실패하면 돈을 잃는 겁니다.”
지고루는 잠시 멈추었다가 계속 설명했다.
“저 도박대는 성주부에서 나온 사람이 관리하는데, 때로는 대단한 강자를 직접 데려다가 대결에 뛰게 해서 큰돈을 벌기도 합니다.”
항소운은 흥미롭다는 듯 그쪽을 보더니, 세 번째 연무대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금 연무대 위에는 3품 비천경의 무인 두 명이 전력을 다해 대결을 벌이고 있었다. 게다가 연무대의 사면에는 진법이 처져있어 힘이 밖으로 새어 나갈 염려도 없었다.
구경꾼들이 연신 함성을 질러대는 통에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대결 중인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원숭이처럼 말랐고 다른 사람은 소처럼 강인해 보여 뚜렷이 대비됐다.
구경꾼 중 대부분은 비쩍 마른 사람이 이길 거라 예측하고 있었다. 그자는 번개처럼 빠른 몸놀림으로 건장한 체격의 사내를 불시에 공격하며 우위를 점했다.
항소운은 잠시 상황을 지켜보더니 최종 승자는 마른 사람이 아니라 건장한 사내일 거로 예측했다.
사실 건장한 사내는 아주 여유로운 태도로 방어를 하고 있었다. 그는 마른 사내의 공격을 겁내기는커녕 단숨에 상대를 제압할 기회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건장한 사내는 마른 사내의 힘이 달리는 것을 눈치채고는 상대가 다시 힘을 끌어올리기 전에 재빨리 세찬 공격을 퍼부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주먹이 날아와 상대의 가슴을 가격하자, 마른 사내의 가슴은 움푹 파이고 말았다. 건장한 사내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다시 주먹을 날리자, 이번에는 머리를 정통으로 얻어맞는 바람에 선혈이 사방으로 튀며 잔혹한 장면이 펼쳐졌다.
그러자 구경꾼들은 가슴 속에서 피가 끓어오르는지 연신 환호성을 질러댔다.
항소운은 그 모습을 보며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과연 죄혈성 사람들은 무공이 대단하구나. 저 건장한 사내는 기껏해야 3품 비천경의 중기 정도인데 4품에 버금가는 전투력을 발휘하다니……. 게다가 아직도 힘이 남아있는 것 같은데, 정말 대단한 실력이다.’
“주인님, 연무대에 오르실 거면 지금 이름을 올리시면 됩니다.”
지고루가 옆에서 말했다.
그러자 항소운은 아무런 말 없이 지고루를 데리고 네 번째 연무대로 걸어갔다.
그곳 역시 피 튀기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인간족의 싸움이 아니라, 요수족과 수인족(獸人族)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었다.
요수족은 소왕급 혈익견(血翼犬)으로, 변이된 개족인데 전투력이 상당히 강했다.
수인족은 사자족으로, 사자 머리에 인간의 몸을 하고 있는 엄청난 힘의 소유자였다.
치열한 격전을 벌인 끝에 혈익견이 상대를 잡아 삼키면서 대결은 끝이 났다.
혈익견은 사자족을 삼키고 나자 혈기가 왕성해져 부상이 차츰 회복되더니 전투력도 몇 배는 강해졌다.
그러자 항소운이 놀란 눈빛으로 물었다.
“저게 가능한 거야?”
“주인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혈익견은 본래 피와 살을 먹으면 강해지는 종족입니다. 잡아먹은 상대가 많아질수록 녀석의 실력도 빠르게 강해지는 거죠. 저 녀석은 두 번째 연무대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 겨우 일 년도 걸리지 않았으니, 아주 빠른 속도로 품급을 높인 겁니다.”
지고루가 설명했다.
“1년 만에 2품급을 넘었다는 거지?”
항소운이 놀라 물었다.
“맞습니다. 요수 연맹은 5대 세력에 들진 못하지만, 그에 버금가는 상당한 실력을 지닌 집단입니다. 그중에는 제존급에 오른 늙은 요수도 있는데, 저 혈익견은 그중 한 요수의 자식입니다. 그러니 되도록 저런 자와는 대결을 피하는 게 좋습니다. 설령 대결에서 저자를 이겨 죽인다 해도 요맹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지고루가 진지한 태도로 말했다.
항소운은 그 말을 가슴속 깊이 새겼다.
아무리 연무대가 생사를 떠나 펼치는 대결이라 하지만, 그 배후세력 간에 벌어지는 일까지 장담할 수 없었다.
바로 그때, 피비린내가 훅 풍기더니 누군가의 냉랭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누군가 했더니 지고루잖아. 이젠 고루방의 어린 해골도 연무대에서 싸울 담력이 있나 보지?”
항소운이 고개를 돌려보니, 서늘한 눈빛을 한 중년의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히죽이며 지고로를 조롱하고 있었고, 그 옆에는 서른 살가량의 젊은이가 냉랭한 분위기를 풍기며 서 있었다.
젊은이는 항소운의 시선을 느꼈는지 눈을 부릅뜨며 그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예리한 비수와 같은 눈빛이 보는 이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겁이 많은 자라면 그 눈빛에 놀라 뒤로 물러날 테지만, 항소운은 그런 부류가 아니었다. 상대의 예리한 눈빛도 그에게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
젊은이는 상대가 자신을 겁내지 않자, 온몸에서 짙은 살기를 드러냈다.
“누군가 했더니 혈자군(血炙君)이군. 혈살군(血煞君)이면 모를까, 너 같은 건 겁나지도 않지.”
지고루는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더니 옆에 있는 젊은이를 보며 말했다.
“이분은 영(令) 공자시겠지? 설마 연무대에 오를 담력이 있으신 건가?”
“저자가 오르면, 나도 하겠어!”
혈자가 입을 열기도 전에 젊은이가 항소운을 노려보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혈살방은 죄혈성의 한 세력으로, 실력은 고루방과 비슷하거나 조금 위였다.
그나마도 고루방이 해골 괴뢰를 만들지 못했다면, 혈살방에 크게 못 미쳤을 터였다.
혈자는 혈살방을 이끄는 세 명의 군주 중 하나로, 실력은 지고루와 비등했다. 그리고 옆의 젊은이는 혈자의 아들인 혈촉(血燭)으로 4품 비천경 정점의 실력이었다.
혈촉은 5품 비천경을 돌파하기 위해 이곳 죄혈 연무대를 찾은 것이다.
그런데 항소운이 3품 비천경인 것을 보고는 당연히 자신보다 실력이 낮을 거란 생각에 자신만만하게 도전했다.
사실 혈살방은 늘상 마찰을 빚는 고루방을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그래서 고루방을 완전히 제압하여 자신들의 세력을 강대하게 만들고 싶었으나, 제존이 나오질 않으니 상대를 굴복시킬 방도가 없었다.
“그래, 내 아들 말이 맞다. 저 어린 녀석이 연무대에 오른다면, 우리 아들도 싸울 용의가 있지. 한데 너희에게 그런 담력이 있나 모르겠군.”
혈자가 항소운을 힐끔 보며 껄껄 웃었다.
지고루가 항소운을 보자, 그가 즉시 생각을 전했다.
“하겠다고 해.”
그러자 지고루가 혈자를 보며 말했다.
“좋다. 우리 항 도련님께서 도전을 받아들이겠다고 하신다.”
“하하, 그래. 잠시 후면 누가 연무대에서 살아서 내려오는지 알 수 있겠군.”
혈자는 이렇게 말하며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지고루, 저 어리석은 놈. 저 녀석은 딱 봐도 내 아들보다 품급이 낮은데 어떻게 상대가 된단 말인가.’
혈촉이 항소운을 보며 차갑게 웃었다.
“넌 이제 죽었어.”
그러나 항소운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상대의 도발을 신경 쓰지도 않았다.
‘흥, 네 놈이나 날 실망시키지 말아라.’
잠시 후, 항소운은 지고루를 따라 대결을 신청하는 곳으로 갔다.
생사 각서를 쓰는 곳은 바로 도박대 앞에 있었는데, 이 일만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자가 있었다.
“생사 각서에 서명하면, 모든 운명은 하늘에 맡기게 되지.”
그자가 생사 각서를 건네며 말했다.
항소운은 아무 망설임 없이 황모필을 들어 자신의 이름을 빠르게 써내려 갔다.
“항소운이라, 계집애 같은 이름이군. 연무대에 오르면 죽음에 이르는 느낌이 어떤 건지 똑똑히 느끼게 될 거다.”
혈촉이 생사 각서에 쓰인 항소운의 이름을 보며 냉소를 짓다가, 뒤이어 자신의 이름을 적어넣었다.
“생사 각서에 서명했으니, 항소운과 혈촉의 대결이 시작될 거다. 항소운에게 거는 자는 5배를 받게 되고, 혈촉에게 거는 자는 5푼을 받게 된다.”
탁자 앞의 사내가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외쳤다.
“하하, 대인. 역시 안목이 대단하십니다. 전 제 아들에게 중품 수정 일만 개를 걸겠습니다. 분명 제 아들이 승리할 겁니다.”
혈자가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