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264
제264화 넌 겨우 이 정도일 뿐이야
항소운이 상대의 공세를 뚫고 주먹을 휘두르자 엄청난 위력이 폭발했다.
주먹이 쉴 새 없이 상대를 가격하자, 혈촉은 그 충격에 멀리 날아가 버렸다.
혈촉은 선혈을 뿜으며 십여 미터를 날아가 바닥에 쿵 하고 떨어졌다.
그러나 다행히 고급 갑옷을 입고 있어서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다.
아무리 항소운의 주먹이 강하다 해도 맨손으로 갑옷을 뚫기란 쉽지 않았다.
“겨우 이 정도냐? 그럼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지 그래. 그럼 시체라도 온전히 보존될 거 아냐!”
항소운이 잔뜩 무시하는 눈초리로 상대를 쏘아보았다.
그 말에 혈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얼굴을 험상궂게 일그러뜨리며 온몸에서 혈기를 일으키더니 다시 혈극을 들고 세차게 달려들었다.
항소운은 손에 장갑을 끼고 또다시 정면으로 맞섰다.
그는 육갑금공의 방어막이 있어 혈촉의 공격 따윈 두렵지 않았다. 그는 다시 한번 상대의 공격을 뚫으며 주먹을 힘껏 날렸다. 그러자 주먹이 상대의 방어를 피해 정확히 팔을 맞추자 힘없이 부러지고 말았다.
혈촉이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자, 혈기가 더욱 무서운 기세를 번뜩이며 살기를 뿜어냈다. 드디어 참고 참았던 마지막 힘이 분출되는 순간이었다.
“계속 거드름 피우다간 금방 죽고 말 텐데!”
항소운이 차갑게 말을 뱉었다.
“좋다. 널 산채로 찢어 죽여주마!”
혈촉이 붉게 충혈된 두 눈을 번뜩이며 소리쳤다.
그러자 혈기가 극에 달하더니 갑자기 온몸이 바짝 마르면서 두 팔에 혈기가 가득 차올라 범접할 수 없는 무서운 힘이 발산됐다.
혈살귀첩결(血煞歸疊訣)!
이것은 혈살방의 비급으로, 오직 3대 군주만이 익힐 수 있었다.
혈자는 이 전결을 혈촉에게 전수했는데, 이 점만 보더라도 그가 아들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 수 있었다.
혈살귀첩결은 총 5권으로 이뤄져 있는데, 1권을 연마하고 나면 전투력이 배는 강해졌으며 5권을 전부 연마하면 5배를 높일 수 있었다.
대결에서 전투력을 5배나 높일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대단한 일이던가. 역시 절대 예사롭지 않은 전결이었다.
하나 이런 전결에도 약점은 있었으니, 바로 반각(半刻: 7~8분)에서 일각(一刻: 15분)까지만 유지된다는 점이었다. 이 시간을 넘기면 혈기가 7할이 줄어들게 되는데, 제때 혈기를 보충하지 못하면 육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경지를 높이기도 어려웠다.
이런 연유로 보통은 생사가 걸린 중요한 순간에만 이 비급을 사용했다.
혈촉은 항소운의 대단한 실력을 몸소 느낀 터라, 비급을 통해 상대를 없애야만 자신이 살아서 이곳을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촉이는 혈살귀첩결을 2권까지 연마했으니, 전투력이 몇 배는 강해졌겠지. 이 방법이라면 분명 녀석을 죽일 수 있을 거야!”
혈자가 소리쳤다.
구경꾼들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보았다.
항소운은 선제공격을 날리지 않고, 혈촉이 힘을 모으는 것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전투력을 높일 수 있는 혈결(血訣)까지 있다니, 역시 죄혈성은 다르군. 앞으론 이곳 사람들을 얕봐선 안 되겠어.’
항소운은 조용히 이런 생각에 잠겼다.
“흥, 아주 거만한 녀석이구나. 분명 공격할 틈이 있는데도 하지 않다니, 그럼 이젠 내가 널 죽일 차례다!”
혈촉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팔뚝에서 피의 힘이 거센 불길을 일으키며 솟아올랐고 수많은 살기가 뒤섞인 혈극이 거대한 피 그림자를 형성하며 휘몰아쳤다.
혈요살영(血妖煞影)!
거대한 혈요가 사나운 그림자가 되어 항소운을 덮치기 시작했다. 족히 5품 비천경에 버금가는 무서운 파괴력이었다.
상대의 공격 앞에 항소운은 자신의 혈맥마저 밖으로 뛰쳐나갈 것 같은 충동을 느꼈다. 마치 혈요의 그림자가 그의 혈맥을 모조리 삼키려는 것만 같아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악한 방법으로 어찌 이 패왕의 당당한 기세를 꺾을 수 있겠느냐! 썩 꺼져라!”
어느새 항소운의 표정도 진지하게 바뀌어 있었다. 그가 버럭 호통을 치자, 자줏빛 뼈와 첫 번째 성진의 힘이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온몸에 은자줏빛의 천둥이 순식간에 차올랐다. 그는 한 줄기 천둥이 되어 혈요의 그림자를 향해 돌진했다.
우르르 쾅쾅!
갑자기 하늘색이 변하더니 하늘에서 세 개의 벼락이 내리쳤다. 천지를 진동하는 천둥소리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아무리 흉악한 자들이라 해도 갑작스러운 벼락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천둥을 일으키다니, 정말 대단한 힘이군. 설마 저 녀석은 천둥의 성진을 타고난 건가?”
“3품 비천경이 천둥을 일으킨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야. 그래서 네 번째 연무대에 도전했던 거군. 저 정도면 더 높은 연무대에 올랐어도 문제없었을 거야.”
“보아하니 혈촉도 이젠 힘들겠군. 저 정도 공격이면 5품 비천경도 버티긴 힘들어.”
“역시 도귀는 틀리는 법이 없다니까.”
혈자는 극도로 창백해진 얼굴로 연무대에 대고 고함을 쳤다.
“내 아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간, 내 네 놈을 갈가리 찢어 죽일 테다!”
“혈자, 목청 한번 좋구나. 그 전에 나부터 상대해야 할 거다!”
지고루가 눈을 부릅뜨며 혈자에게 대꾸했다.
한편, 도귀는 눈을 슬며시 위로 뜨더니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이 계속 술을 마셨다.
천둥이 혈요를 짓밟자 거대한 피 그림자가 산산조각이 나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혈촉의 마른 몸은 그 충격에 휘청였고 갑옷은 깨졌으며, 온몸은 새까맣게 타버렸다.
그의 호흡이 극도로 약해진 걸 보니 더 이상 싸울 힘도 없어 보였다.
그러나 항소운은 상처 하나 없이 혈촉 앞에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상대를 쏘아보았다.
“넌 겨우 이 정도일 뿐이야.”
그러면서 발을 높이 들어 혈촉의 머리를 내리찍는 것이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상대의 머리는 바닥에 떨어진 수박인 양 처참히 뭉개졌다.
“이번 대결은 항소운의 승리다!”
주관자가 대결이 끝났음을 큰 소리로 선포했다.
그러자 구경꾼들 중 일부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빌어먹을! 하필 저런 녀석한테 걸렸네.’
“하하, 도련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지고루가 크게 기뻐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한편, 혈자는 연무대의 항소운을 죽일 듯 노려보며 짙은 살기를 드러냈다.
그는 항소운이 내려오면 바로 일격을 가해 단숨에 죽일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항소운은 내려올 생각이 없는 듯 주관자에게 말했다.
“대인, 제가 계속 도전을 받아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주관자가 의아하다는 눈길로 항소운을 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능력이 된다면 그렇게 하게.”
“감사합니다!”
항소운은 곧바로 아래쪽의 사람들을 둘러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누가 올라와 겨뤄보겠나?”
그의 힘찬 목소리에선 누구도 제압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드디어 패왕의 면모가 드러나고 있었다.
잔잔히 불어오는 바람에 항소운의 흰옷이 나풀거렸다. 눈처럼 새하얀 옷에는 피 한 방울 묻지 않아 마치 하늘에서 신선이 내려온 것처럼 귀한 자태가 넘쳐흘렀다.
구경꾼들은 그 모습에 홀려 항소운이 어느 명문가의 자손이 아닐까 생각했다.
구석진 곳에선 몇몇 사람이 그를 조용히 지켜보며 손에 든 특수한 구슬에 방금 전 전투를 속속들이 기록하고 있었다.
눈치 빠른 자라면 그자들이 어느 거대 세력에서 보낸 염탐꾼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이 자들은 정보를 몰래 캐내는 것이 아니라, 죄혈 연무대에서 활약하는 소왕이나 인황을 눈여겨보다가 그중 가장 재능이 뛰어난 자를 찾아내는 임무였다. 이런 인재를 자신의 진영으로 끌어들이면, 세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었다.
항소운은 첫 대결 만에 이들의 시선을 끌었으니, 꽤 시작이 괜찮았다.
혈자는 항소운이 계속 싸운다는 말에 눈을 번뜩였다.
“오냐, 좋다. 그렇게 힘을 쓰고도 계속 싸우겠다니, 그럼 네 놈이 다신 그 위에서 못 내려오게 해주마!”
혈자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자리를 떴다.
그는 자신을 대신해 항소운과 싸울 강력한 상대를 찾기로 했다.
이때, 용모가 아주 형편없는 남자가 주관자 앞으로 걸어와 큰 소리로 말했다.
“내가 대결에 응하겠소!”
이 자는 4품 비천경 후기의 소왕으로, 윤리화(尹利華)란 이름의 사내였다.
윤리화는 생사 각서에 이름을 빠르게 적고는 연무대 위로 뛰어올랐다.
그는 바로 싸움을 시작하지 않고, 구경꾼들이 돈을 다 걸 때까지 기다렸다.
“이제 배당률은 1대 1이니, 어서 돈을 거시오.”
주관자가 사람들을 둘러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러자 누군가 볼멘소리로 떠들어댔다.
“아니, 아까만 해도 5배를 준다고 하더니 이젠 왜 또 낮아진 거요?”
“그건 어쩔 수 없지. 저 항소운이란 자가 저렇게 대단한걸. 대결을 치러서 힘이 빠졌다고는 하나, 그래도 이 정도면 적당한 거지.”
누군가 대신 대꾸했다.
이렇게 떠들어대긴 했으나, 아무도 선뜻 돈을 거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이번에는 도귀가 누구에게 걸지 기다리고 있었다.
도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지고루가 앞장서 말했다.
“난 우리 도련님이 이기는 쪽에 중품 수정 60만 개를 걸겠소.”
아까 지고루는 항소운의 분부에 따라 중품 수정 10만 개를 걸었다가 5배를 벌어 중품 수정 60만 개가 있었다. 그런데 이걸 전부 다 걸다니 정말 통이 컸다.
“난 중품 수정 1개를 아까 그 녀석이 이기는 쪽에 걸겠소.”
도귀는 이렇게 말하며 중품 수정 1개를 꺼내 항소운의 이름 앞에 놓았다.
아까는 하품 수정 1개를 내고 이번에는 중품 수정 1개라니 도통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사람들 말에 따르면, 도귀가 돈을 적게 걸수록 승패는 크게 엇갈리고 반대로 돈을 많이 걸수록 승패를 가리기 어렵다고 했다.
다시 말해서 도귀는 이번에도 항소운이 이길 거로 예측했으나, 방금 전 전투로 힘이 소모됐을 테니 승산이 낮아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품 수정을 중품 수정으로 바꿔냈을 뿐이다.
도귀가 돈을 걸고 나자, 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항소운에게 돈을 걸었다.
주관자의 안색은 극도로 어두워졌다.
‘이러다간 이번 달에 번 돈을 전부 토해내야 하는 것 아냐? 어휴, 하필 저 도귀가 나타나서 판을 망치네!’
그렇게 사람들이 전부 돈을 걸고 나자, 주관자는 서둘러 대결의 시작을 선포했다.
윤리화는 항소운에게 점잖게 공수를 하더니 곧바로 한 마리 맹수처럼 달려들었다.
바로 맹호가 먹이를 잡는 모양새였다.
그는 범의 무공을 수련하는 자로, 이미 수련이 일정 수준에 이른 상태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범의 자세를 완벽하게 취할 수 있겠는가.
그의 호권(虎拳)은 정확히 상대의 이마를 노렸다.
보통은 강력한 호랑이왕의 기세에 눌려 다리가 후들거릴 테지만, 항소운은 달랐다. 그는 백호의 혼을 계승한 터라 소백이처럼 백호가 되지는 못해도 범의 기운을 발산할 수는 있었다.
항소운은 두 눈을 이글거릴 뿐 아무런 동작도 취하지 않았다.
순간, 그의 입에서 범의 포효가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