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265
제265화 그 정도론 어림도 없어
어흥!
범의 포효가 가득 울려 퍼졌다.
이것은 진정한 백호의 위세로, 상대처럼 범의 형태만 흉내 낸 것이 아니었다.
윤리화는 고막이 터져나갈 듯 고통스러웠다. 게다가 기혈까지 요동치는 바람에 공격은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그 순간, 항소운의 눈빛이 번쩍였다. 온몸에서 백호의 살기가 떠오르자, 그는 진정한 한 마리 백호가 되어 풀쩍 몸을 날렸다.
백호살강(白虎煞罡)!
이것은 항소운이 백호 뼈를 제련할 때 얻은 백호의 3가지 능력 중 하나로, 나머지는 백호의 포효와 백호지익이었다.
예전에는 백호살강을 사용할 수 없었으나, 이제 소왕의 경지에 오르고 나니 이 공격을 쓸 수 있었다.
이건 백호의 살기가 응집되어 만들어진 것으로, 범이 되어 상대를 물어뜯고 금살의 기운이 모든 것을 끝내는 방식이었다.
순간, 눈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4품 비천경의 윤리화가 백호에 의해 두 동강이 나면서 연무대 위가 피로 그득해진 것이다.
윤리화는 죽는 순간까지도 자신이 상대의 일격에 당했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항소운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이 기술이 이토록 무서운 위력을 지녔을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백호의 살기는 자줏빛 천둥의 힘에 전혀 뒤지지 않을뿐더러, 단숨에 상대의 갑옷을 찢고 죽음에 몰아넣은 것이다.
사방을 둘러싼 구경꾼들은 그저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며 한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몇 해 동안 죄혈성에는 강력한 소왕이 수도 없이 나타났고, 품급을 뛰어넘는 자도 적지 않았으나 항소운처럼 이렇게 무서운 실력을 지닌 자는 드물었다.
일격에 자신보다 1품급 높은 상대를 죽이다니, 얼마나 대단한 실력인가.
어쩌면 이건 소왕의 경지를 뛰어넘는 전투력일지도 모른다.
주관자는 감탄의 눈빛을 짓더니 곧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번 대결도 항소운의 승리다!”
또 돈을 잃었다는 생각에 그는 속이 답답해졌다.
“도련님은 정말 대단하시구나.”
지고루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는 아주 강력한 세력만이 저런 강자를 길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도귀는 실눈을 뜨고 항소운을 가만히 보더니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구경꾼들은 도귀의 신기에 가까운 안목에 저마다 감탄했다.
‘역시 백호살강은 대단하구나.’
항소운은 이렇게 감탄하며 다시 좌중을 향해 소리쳤다.
“또 나와 싸울 사람이 있나?”
이미 4품 비천경까지 제압한 상황이지만, 그는 아직 숨은 인재가 있을 거라 확신했다.
“누가 감히 나와 겨루겠는가!”
천둥과 같은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이때, 소왕급 요수 한 마리가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네 놈은 내가 상대해주마!”
그것은 인간 모습을 한 소왕급 곰으로, 철탑처럼 거대한 몸집에서 엄청난 힘이 뿜어져 나왔다. 게다가 몸에는 털이 그대로 남아있어 수인(獸人)처럼 한눈에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상대는 생사 동의서에 서명하더니 연무대 위로 훌쩍 몸을 날렸다. 그 바람에 연무대가 쉴 새 없이 흔들렸다.
그것만 봐도 상대가 얼마나 대단한 힘을 지녔는지 알 수 있었다.
“저건 괴력의 곰왕이잖아. 녀석은 네 번째 연무대에서 소왕급 무인을 다섯이나 해치운 놈이야. 이번엔 항소운도 쉽지 않겠는걸.”
“항소운이 대단하긴 하지만 저 녀석도 만만치 않지. 아주 치열한 대결이 되겠어.”
“다들 모르나 본데, 저자는 요맹의 황급 요수의 자손이라고. 난 저자가 더 승산이 있다고 봐. 어쨌든 항소운은 겨우 3품이지 않나.”
“그러지 말고 우선 도귀가 어느 쪽에 거는지나 보자고.”
도귀가 잇달아 승자를 맞추자, 이번에도 사람들은 그의 선택을 기다렸다.
주관자가 배당률을 1대 0.5로 선포하자, 도귀는 다시 항소운 쪽에 상품 수정 1개를 걸었다.
그가 거는 액수만 봐도 결과를 어떻게 예측하는지 짐작이 되었다.
지고루는 잇따라 승자를 맞추면서 현재 중품 수정 120만 개가 있었는데, 그도 도귀를 따라 전부 항소운 쪽에 걸었다.
다른 사람들도 우르르 몰려들어 항소운의 이름 앞에 돈을 놓았다.
주관자는 속으로 후회가 막심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1대 0.1이라고 할 걸 그랬네.’
그는 항소운과 곰왕이 비등한 실력이라 생각했으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배당률을 낮췄던 것이다. 어쨌든 항소운은 새로 알려진 신예였으니, 규칙에도 어긋나지 않았다.
그런데 도귀가 다시 항소운에게 거는 바람에 배당률을 너무 높게 책정한 건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들었다.
이렇게 해서 세 번째 대결이 시작되었다. 곰왕은 앞선 두 상대처럼 선공을 날리지 않고, 항소운을 보며 소리쳤다.
“꼬마야. 내 손바닥 맛을 보면 너도 정신 못 차릴걸.”
그러자 항소운이 담담히 웃으며 맞받아쳤다.
“네가 괴력의 곰왕이란 말이지? 힘만 센 게 아니라 방어력도 대단할 것 같은데, 그럼 내 주먹을 얼마나 견디는지 한번 볼까?”
그러고는 번개처럼 빠른 몸놀림으로 상대에게 공격을 가했다.
그러자 곰왕의 주위로 황토색 빛이 일어나더니 거대한 산과 같은 방어막으로 몸을 단단히 보호하는 것이었다.
어느새 상대 앞에 이른 항소운이 금선권을 날리자, 금살의 기운이 실린 힘이 맹렬히 회전하며 상대의 방어막을 연신 공격했다.
쿵! 쿵!
순식간에 주먹을 열여덟 번이나 날리자, 상대는 연거푸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그러나 곰왕은 이 정도는 너끈히 버틸 수 있다는 표정이었다.
하나, 그는 항소운의 권법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다. 특히 맹렬히 회전하는 힘은 어느새 몸속까지 파고들어 저릿저릿 아팠다.
곰왕은 상대를 얕잡아봐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양 손바닥을 좌우로 흔들자, 산도 부술 정도로 거대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과연 괴력의 곰왕이라는 호칭이 무색하지 않았다.
설령 상대가 5품 비천경이라 해도 이 정도 힘은 감당하기 힘들었다.
하나, 쉽게 당할 항소운이 아니었다.
그는 교묘한 발놀림으로 피하면서도 상대에게 맹렬한 공격을 퍼부어 곰왕은 연거푸 뒤로 밀려났다.
이대로 가다가는 곰왕의 패배가 확실했다.
“흥, 내가 이대로 쉽게 당할 것 같으냐?”
곰왕은 항소운의 공격에 맞아 방어막이 무너질 지경에 이르자, 드디어 참았던 분노를 폭발시켰다.
곰왕이 포효를 하자, 기세가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순식간에 연무대 위의 중력이 백 배 가까이 강해진 것이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항소운의 동작은 눈에 띄게 느려졌다.
“큰일 났다!”
항소운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때, 곰왕의 거대한 손바닥이 바람을 일으키며 날아왔다.
항소운은 상대에게 얻어맞고 연무대 위쪽까지 날아오르더니 다시 바닥으로 쿵 하고 떨어졌다.
그러자 괴력의 곰왕은 단숨에 모습을 바꿔 10척이 넘는 거대한 곰이 되더니, 항소운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 거대한 발을 들어 올리는 것이었다.
그 순간, 항소운이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입가에선 피가 흘렀으나, 그는 뜻 모를 웃음을 짓고 있었다.
‘네가 강해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이젠 육갑금공을 시험해봐야지.’
항소운은 이런 생각을 하며, 금의 힘을 빠르게 일으켰다.
그러자 두꺼운 철벽이 연이어 두 겹으로 생겨나며 그의 몸을 단단히 감싸는 것이었다. 이것은 육갑금공의 첫 번째 단계 중 후기의 방어력이었다.
외뿔 은뢰사가 겁을 넘을 때, 항소운도 방어력이 강해진 것이다. 그 후, 죄혈성에 오는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수련한 결과 방어막은 더욱 완벽해졌고 이제는 소왕급 중기의 공격에도 끄떡없을 정도가 되었다.
곰왕이 발로 연거푸 밟아댔으나 항소운은 꿈쩍도 않고 버텼다. 그러다 상대가 이번에는 장법을 날렸는데, 항소운은 피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었다.
중력이 강해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일부러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상대의 장법에 연거푸 맞자, 그의 몸이 나뭇잎처럼 좌우로 나부꼈다. 보아하니 공격을 막아내기 힘들어 보였다.
그렇게 한참을 때리고 나자, 곰왕은 공격을 멈추더니 자신의 단단한 가슴을 치며 고함을 쳤다.
“이런 조무래기가 내 상대가 될 순 없지!”
그렇게 실컷 때려놨으니, 항소운이 살아나기란 불가능했다.
사실 그의 장력(掌力)은 4~5품의 소왕도 버티기 힘들 정도로 강력했다.
구경꾼들도 같은 생각이어서 너도나도 한마디씩 떠들어댔다.
“역시 곰왕은 대단해. 이번엔 항소운도 살긴 힘들겠군.”
“곰왕의 기술은 정말 따라갈 자가 없다니까. 중력이 백 배는 강해진 것 같더라고. 보통 사람이 그걸 어떻게 감당하겠어? 그러니까 같은 공격에 소왕이 여러 명이나 죽어 나간 거지.”
“항소운은 나이도 젊고 실력도 강한데, 적을 너무 얕잡아 봤어. 조금만 신중했더라면 이렇게 빨리 패하진 않았을 텐데 말이야.”
“그럼 도귀의 법칙도 이렇게 깨지는 건가? 왠지 이렇게 쉽게 끝날 것 같진 않은데.”
다들 항소운이 죽었다고 짐작하고 있을 때, 갑자기 그가 바닥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목을 가볍게 풀더니 곰왕을 향해 중지를 치켜올렸다.
“괴력의 곰왕이 겨우 이 정도란 말이지!”
“감히 날 무시하다니, 다시는 나불대지 못하게 해 주마!”
곰왕은 큰 소리로 포효하며 다시 항소운에게 달려들었다.
“네 무공은 대단하다만, 그 정도론 어림도 없어.”
항소운도 더 이상 봐주지 않겠다는 듯 구유보로 돌진했다.
중력이 강해진 탓에 항소운은 가장 빠른 속도를 낼 순 없었으나, 마치 중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상대를 향해 돌진했다.
그가 두 주먹을 모으자 금살의 기운이 한데 뭉치더니 나선형의 공격력이 몇 배는 강해져 상대의 장법에 맞섰다.
쿵 소리가 나며 곰왕의 장법과 항소운의 금선권이 서로 맞부딪쳤다.
이번에 항소운은 종전처럼 날아가지 않고, 단지 뒤로 몇 보 밀려났을 뿐 다시 안정된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곰왕은 항소운의 주먹에 장법이 완전히 와해되면서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금살의 기운으로 그는 손바닥을 절반이나 잃고 만 것이다.
곰왕의 방어력은 강했으나, 절대적인 실력 차이는 어쩔 수가 없었다.
곰왕은 부상도 아랑곳 않고 반대쪽 손바닥을 들어 힘껏 내리쳤다.
장법에 분노가 더해져 방금 전 공격보다 3할이나 강한 위력을 발산했다. 수많은 황토빛 힘이 거대한 산을 이루며 항소운을 압박해 들어갔다.
그러자 항소운도 피하지 않고 다시 동일한 방법으로 두 주먹을 한데 모으자 두 번째 성진의 힘이 주먹으로 향하면서 금살의 힘이 실린 주먹을 힘껏 휘둘렀다.
‘역시 머리가 단순한 놈이군. 아무리 강하다 해도 내겐 한 주먹 감이지.’
항소운은 상대를 비웃었다.
그러나 손바닥이 떨어지는 순간, 갑자기 곰왕이 손바닥을 거둬들이더니 거대한 몸집으로 들이받는 것이었다.
곰왕이 온 힘을 몸에 응집시키자 황톳빛 막이 겹겹이 둘러싸더니 마치 거대한 산이 덮치듯 그대로 항소운에게 떨어졌다.
항소운은 상대가 갑작스럽게 기술을 바꿀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방심하고 있던 터라 상대의 거대한 몸집에 그대로 부딪히고 말았다.
마치 폭탄이 터진 듯 쾅 하는 소리와 동시에 항소운은 저 멀리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다. 선혈까지 내뿜는 걸 보니 부상이 심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