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266
제266화 방심하면 안 되겠어
곰왕이 전력을 다해 부딪치는 힘은 5품, 심지어 6품 요왕에 이를 정도였으니 항소운이 막아내기 힘든 것도 당연했다.
곰왕은 여세를 몰아 성큼 다가가더니 손바닥을 힘껏 휘둘렀다. 그러자 황톳빛 힘이 다시 거대한 산을 형성하며 상대를 압박했다.
그는 항소운을 이대로 죽일 작정이었다.
하나, 항소운이 아무리 방심했다 해도 그의 방어력과 육체는 여느 요수 못지않게 강했다. 그는 하늘에서 내리치는 벼락도 견뎌낸 사람이 아니던가.
그는 상대의 공격에 나가떨어진 순간, 자신의 교만함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비록 부상이 가볍지는 않았으나 생각만큼 심각하진 않았다. 상대의 손바닥이 다시 내리치는 순간, 그는 유령같이 교묘하게 공격을 피했다.
구유 1보!
항소운이 포효를 하자 온몸에서 거센 기운이 일어나더니 한쪽 발을 높이 들어 올리자 알 수 없는 힘이 연무대를 뒤흔들었다.
곰왕은 태산이 짓누르는 것처럼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 그러다 방어가 일순간 무너지며 짓밟히는 바람에 그는 훅 하고 선혈을 토해냈다.
그런데도 죽기는커녕 다시 싸우기 위해 발악을 했다.
그러자 항소운의 기세가 한층 강해지더니 천둥 번개가 내리치며 그는 천천히 두 번째 걸음을 내디뎠다.
걸음을 내딛는 순간, 마치 하늘에서 신이 내려온 것처럼 엄청난 기세가 좌중을 압도했다. 자줏빛 번개는 용이 되어 포효했고 연무대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크르르!
비참한 울음소리와 함께 곰왕은 거대한 산이 무너지듯 힘없이 쓰러졌다.
곰의 눈과 코, 입에서 피가 흘러나와 참혹한 광경이 펼쳐졌다.
상대가 완전히 쓰러지고 나자, 항소운도 그제야 기세를 거둬들였다. 그는 성진의 힘을 대부분 소모해서 앞선 두 번의 대결보다 몇 배는 힘이 부쳤다.
‘이젠 절대 방심하면 안 되겠어.’
그는 곰왕을 몸집은 거대하나 생각은 단순한 자라고 생각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인간족의 구역에서 살아남은 요수족 중에 어리석은 자가 어디 있겠는가. 심지어 인간보다 교활한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곰의 전면 공격은 5품 비천경도 충분히 압사시킬 만큼 강력했다.
다행히 항소운은 육신의 방어력이 누구보다 강해서 다행히 중상은 피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대결의 결과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항소운은 곰왕의 맹렬한 공격에 연거푸 얻어맞아 누가 보더라도 패배가 확실시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상황을 역전시키고 단 두 번의 보법으로 괴력의 곰왕을 밟아 죽인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눈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한참이 지난 후, 뒤늦게 누군가 놀라 소리쳤다.
“괴력의 곰왕이 죽다니! 연무대에서 그렇게 활개를 펼치던 자가 이렇게 쉽게 죽을 줄이야. 항소운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저건 그냥 평범한 소왕이 아니야. 소왕의 경지를 뛰어넘는 전투력이라고.”
“약해 보이길래 절대 곰왕의 적수가 되지 못할 거로 생각했는데, 저자의 실력을 너무 얕봤어.”
“이러면 도귀의 예측이 또 들어 맞는 거잖아. 액수는 적지만, 어쨌든 벌긴 했네.”
이제 항소운을 보는 사람들의 눈빛엔 경외심마저 어려 있었다.
저 정도 실력의 소왕이라면 얼마나 무서운 잠재력을 지녔겠는가. 자신들이 막돼먹기는 했으나, 굽힐 때는 또 굽힐 줄 알았다.
한쪽 구석에선 중년의 사내가 수정주를 통해 항소운의 세 차례 전투를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었다.
“젊은 나이에 벌써 대단한 실력을 지녔군. 어느 댁 공자인지 당장 알아봐야겠어. 부디 큰 세력의 자제는 아니어야 할 텐데……. 저렇게 젊고 재능있는 자를 데려가면 분명 큰 공을 세울 수 있겠지.”
중년 사내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곧이어 그는 옆 사람을 손짓하여 불렀다.
“당장 가서 저 소년의 내력에 대해 알아 오거라.”
“예, 대인.”
그자는 공손히 대답하고는 군중 속으로 들어갔다.
한편, 다른 곳에서도 앞선 세 전투를 기록하는 노인이 있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혼잣말을 했다.
“공격하는 것만 봐선 저 녀석의 내력을 알 수가 없단 말이야. 분뇌권이야 심심찮게 볼 수 있지만, 금살의 기운을 제대로 구사하는 걸 보니 혹시 호전(虎殿)에서 온 건가? 한데 그쪽 사람들은 죄혈성에 오는 일이 좀처럼 없단 말이지.”
그리고 또 다른 쪽에는 삿갓에 피풍의를 걸친 자가 있었는데, 그 모습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저 녀석은 소왕의 실력을 뛰어넘은 자다.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면 필경 앞으로 모든 인황을 압도하는 인황이 되겠지.’
그 밖에 다른 곳에서도 동일한 움직임이 있었다.
염탐꾼들은 이미 항소운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었다.
항소운은 곰왕을 이긴 후에도 연무대에서 내려가 휴식을 취하지 않고, 계속 도전할 자를 찾고 있었다.
일전의 깨끗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옷은 누더기가 되고 피까지 묻어 있어 누가 보더라도 피폐한 몰골이었다.
그런데도 계속 도전을 받겠다고 하자, 구경꾼들은 그의 용기에 탄복했다.
잠시도 쉬지 않고 잇달아 치르는 대결만큼 위험한 건 없었다.
만일 앞으로 벌어질 대결에서 힘을 다 쓰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땐 돌이킬 수 없었다.
“난 저 녀석에서 중품 수정 1만 개를 걸겠네.”
도귀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항소운을 보며 말했다.
도귀가 돈을 많이 건다는 건 항소운의 승리를 그만큼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었지만, 그래도 그는 여전히 항소운의 승리를 점쳤다. 예측할 수 없는 경기일수록 더욱 신이 나는 그였으니, 확실히 도귀는 보통 사람과는 달랐다.
지고루는 이번에도 내기로 얻은 돈을 전부 걸었다. 이건 항소운의 명령이기도 했고, 또한 그의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아직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내려갑니까?”
항소운이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를 몹시 오만하다고 생각했다.
이때, 육비족(六臂族)이 연무대로 올라서며 항소운에게 도전했다.
육비족은 태생적으로 팔이 6개인데, 외모는 인간족과 비슷하지만 몸집은 훨씬 컸다.
이 자는 4품 비천경의 정점에 오른 자로, 6개의 팔로 신통한 재간을 부려 보통 사람은 당해내기 힘들었다.
그러나 육비족 소왕은 겨우 5수 만에 처참히 죽고 말았다.
다섯 번째 상대는 익인족(翼人族)으로, 속도가 무척이나 빨라 같은 경지에선 적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실력이면 항소운을 쉽게 이길 거로 생각했다.
하나, 항소운이 보법의 의경이 더해진 구유보로 빠르게 공격하자, 상대는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 익인은 날개가 잘려 땅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익인을 죽인 뒤에도 항소운은 계속 대결을 이어갔다.
사람들은 그가 힘을 거의 소진했는데도 약초나 단약 없이 버티는 것을 보고 정말 대단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항소운의 얘기는 입소문이 퍼져 점점 관중이 늘어났고, 항소운의 이름도 죄혈성 안에 빠르게 퍼져갔다.
결국, 그는 연달아 10번의 대결을 치러 전부 승리를 거두었다.
그렇게 승리를 거뒀으나 온몸은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심장 근처에는 상처까지 생겼는데, 난쟁이족에게 찔린 상처였다.
그것은 가장 치명적인 일격이었다.
다행히 빠르게 막아서 피부만 찔렸을 뿐 심장을 관통하지는 않았다. 창이 더 깊이 들어갔다면, 그는 이 자리에 서 있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사실 그 난쟁이족은 혈자가 데려온 고수였으나, 이젠 연무대의 이슬로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혈자는 안타까워하기는커녕 내심 좋아했다.
“난쟁이족은 원한은 반드시 갚고 마는 종족이지. 그런데 네가 난쟁이를 죽였으니, 그들이 가만있겠느냐? 네가 직접 나서지 않아도 난쟁이족이 알아서 널 죽이러 갈 테지!”
10번의 대결을 치르고 난 항소운은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고, 연무대에서 내려왔다.
“이제 돌아가자.”
항소운이 지고루를 보며 말했다.
대결을 벌이면서 꽤 무공이 단단해진 것 같으니, 돌아가서 며칠 폐관을 하면 경지를 높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다섯 번째 연무대에 도전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오늘은 그만두기로 했다.
현재까지 얻은 수확도 꽤 많아서 폐관을 끝내고 도전해도 충분했다.
이틀 동안 죄혈 연무대가 어떤 곳인지 실컷 겪어봤으니, 앞으로 다시 도전할 날들은 많았다.
다섯 번째 연무대는 앞선 단계와는 차원이 달라서 아무리 항소운이 소왕을 뛰어넘는 전투력을 지녔다 해도 쉽게 넘을 수 있는 산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렇게 대결을 벌이고도 아직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남았다니, 다른 사람이 알면 미친 녀석이라며 혀를 찼을 것이다.
사실 사람들은 그의 진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아직 가늠도 되지 않았다. 대결을 치르는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항소운이 권법이나 각법(脚法)에 가장 능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런데 그가 무기를 쓴다면 얼마나 전투력이 강해질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예, 항 도련님.”
지고루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사람이 없을 때는 주인님이라고 불렀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항 도련님이라고 불렀다. 이건 항소운이 당분간 자신의 상황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분부한 일이었다.
앞으로 명성이 높아지면, 다른 사람이 어찌 부르던 상관 없었다.
항소운이 그곳을 벗어나려는데 각기 다른 방향에서 몇 사람이 다가왔다.
그가 경계하자, 지고루가 가만히 전음을 보냈다.
“주인님, 긴장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 자들은 각 세력의 염탐꾼으로 아마도 주인님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왔을 겁니다.”
“소생은 성주부의 장승(張升)이라고 합니다. 항 도련님께 술 한잔 대접하고 싶은데 괜찮으신지요?”
중년의 사내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때, 옆에 있던 노인이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
“전 용문 집사 모용진(慕容振)입니다. 소협을 우리 용문의 제자로 모시고 싶어 왔습니다.”
그러자 삿갓을 쓴 자가 성별을 알 수 없는 괴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생은 특락(特洛)이라 합니다. 소협을 저희 암마종으로 모시려고 왔습니다.”
이들 세 사람이 입을 열자, 다른 자들은 말을 꺼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죄혈성에서 유명한 3대 세력이 나서자, 다른 세력은 끼어들 틈이 없었다.
구경꾼들은 이 세 가문의 염탐꾼들이 쉽사리 나서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들이 나섰다 하면 보통은 왕중왕 이상의 천재적 인물이었다.
항소운이 이들의 환심을 산 것만으로도 그의 실력이 충분히 증명된 셈이었다.
그는 지고로를 통해 이들의 내력을 듣고는 완곡하게 거절했다.
“죄송하지만, 전 이미 다른 가문에 속해있는 신분입니다. 여러분의 호의는 고맙게 받겠습니다.”
이렇게 신분을 밝히면, 저들도 더 이상 달라붙진 않을 터였다.
염탐꾼들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곧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항소운도 구경거리가 되고 싶진 않아서 지고루와 함께 서둘러 그곳을 떠났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혈자가 적잖은 인마를 데리고 그들 앞에 나타났다.
“내 아들을 죽이고 어딜 도망치려고? 이젠 네 놈의 목숨도 내놓아라!”
혈자가 인황의 기세를 폭발시키며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자 지고루가 앞으로 나서며 호통을 쳤다.
“혈자, 네놈이 정녕 우리 고루방을 우습게 보는 것이냐?”
“지고루, 넌 저리 비켜. 안 그랬다간 네놈까지 줄초상을 치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