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267
제267화 눈들이 단단히 삐었군!
혈자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때, 한 무리의 인마가 황급히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다름 아닌 천고루와 인고루 그리고 몇몇의 인황들이었다.
“그렇게 우리 고루방과 싸우고 싶다면 덤벼라!”
천고루의 음성이 멀리서 들려왔다.
일순간에 주변 공기가 긴장감으로 꽉 들어찼다.
‘뭐야? 고루방에서 전부 나온 거야? 대체 저 녀석이 누구길래.’
혈자는 놀란 마음을 어렵사리 감추며,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오늘은 이만 가자. 네놈들은 운 좋은 줄 알아라!”
지고루와 항소운을 상대론 어떻게든 싸워볼 만했지만, 저 많은 사람을 상대로 싸우는 건 무리였다.
당장 달아나지 않으면, 천고루 등에게 둘러싸여 도망치기도 힘들 터였다.
“이놈들, 어딜 도망가느냐? 내가 너흴 가만둘 성싶으냐?”
천고루가 고래고래 고함을 쳤다.
그 말에 혈자 무리는 더욱 빠르게 도망쳤다.
그러나 천고루 등은 그 뒤를 쫓지 않고 항소운을 호위하며 고루방으로 되돌아갔다.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항소운이 저런 작은 세력과 관련이 있다는 것도 놀랍거니와 고루방은 평판이 나쁘기로 유명한 집단이었다. 누가 봐도 정순해 보이는 항소운이 저런 세력과 어울리다니, 차라리 앙숙이라면 믿을 것 같았다.
사람들은 함께 사라지는 그들을 보며 조용히 생각했다.
‘혹시 저 녀석 성인군자인 척하는 인면수심아냐?’
항소운이 그 말을 들었다면, 분명 욕을 퍼부었을 것이다.
“아니, 나처럼 바르고 잘생긴 데다 순수하고 성실한 소년이 또 어딨다고 인면수심이라는 거야? 아주 눈들이 단단히 삐었군!”
항소운은 천고루와 지고루, 인고루 등의 호위를 받으며 빠르게 고루방으로 돌아왔다.
그는 곧장 폐관실로 들어가 부상 당한 몸을 회복시키기 시작했다.
연달아 대결을 10번이나 치르면서 심신은 피로해졌고, 힘도 크게 소진된 상태였다. 연거푸 전결을 운행하며 중품 수정 1~2만 개의 힘을 흡수하고 나자 시간이 지날수록 9대 성진에 힘이 차오르더니 결국 3품 비천경 초기를 원만히 넘으며 중기에 이르게 되었다.
소왕의 경지에 오르고 나면, 작은 품급을 올리는 데도 많은 힘이 필요했다.
항소운은 3품 비천경에 오른 지 반년이 되었으나, 줄곧 실력을 단단히 다지느라 이제야 작은 품급을 안정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
경지는 더디게 올라도 전투력만큼은 몇 배는 상승한 그였다.
사흘 뒤, 그는 힘을 완전히 회복하고 부상도 거의 회복되었다. 그는 빙그레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런 대결은 실력을 정말 빠르게 오르게 한다니까. 그래서 서귀가 도전해보라고 한 거군.”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계속 혼잣말을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론 아직 부족해. 반드시 2개월 안에 4품 비천경에 올라야겠어. 그동안의 대결을 다시 살펴보면, 다섯 번째 연무대에 올랐을 땐 쉽게 다치지 않겠지.”
항소운은 즉시 명상 상태로 들어가 지난 10번의 대결을 되짚어보았다. 그는 각 동작의 장단점을 파악했고, 이족의 공격 기술도 세심히 관찰했다. 이렇게 상황을 분석하면, 공격과 방어에 대한 그림이 그려져 나중에 비슷한 전투력을 가진 상대를 만났을 때 대처하기가 용이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별안간 깨닫는 것이 있었다. 상대의 공격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사전에 공격을 봉쇄하여 적을 쉽게 죽일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자, 그는 가만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자신만의 독창적인 전투기술을 창조하여 새로운 길을 여는 셈이었다.
역사적으로 각 문파의 전투기술은 한 명의 천재가 만들어 대대로 계승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후대 사람이 선대의 전투기술을 완벽히 수련하기란 어려움이 따랐다.
아무리 고급 전투기술이라 해도, 그 위력을 전부 발휘하기란 불가능했다.
허나, 직접 만든 전투기술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자신의 뜻에 따라 자유롭게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본래의 것 이상의 위력을 발휘해낼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독창적인 기술의 장점이었다.
항소운은 이런 생각이 들자, 대결 시 자신의 단점과 상대방의 장점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며 상대의 공격을 예측해 기선을 제압할 방법을 궁리했다.
이것은 미리 예측을 하는 것이라,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못 할 방법이었다.
점쟁이가 점을 쳐도 맞추기 힘든 게 미래인데, 대결에서 상대가 어떻게 공격할지를 안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기상천외한 발상이지만, 이대로 포기할 그가 아니었다.
그는 대결 장면을 쉴 새 없이 떠올렸고, 또 예전에 싸웠던 각종 전투 장면을 떠올리며 어렴풋이 무언가를 깨닫고 있었다.
“사람은 싸울 때 보통 찌르거나 내리치거나 베는데, 아주 미세한 동작으로 그 차이를 알 수 있지. 나와 공격법이 다른 상대와 전투 경험을 많이 쌓아서 공격 시 습관을 관찰하다 보면, 그들이 싸우기 전 취하는 동작을 알 수 있을 테니 상대의 공격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지도 몰라.”
생각이 점점 깊어지자 깨닫는 바도 생겨났으나 아직은 시작에 불과할 뿐, 기술을 새롭게 만들 정도는 아니었다. 앞으로 깨달음이 더욱 깊어지면 기술을 창시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를 터였다.
성주부(城主府)는 죄혈성의 정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데, 죄혈 연무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아주 오래된 성처럼 기세가 웅장했고 자연스럽게 형성된 거대한 기세가 이곳을 감싸고 있었다.
장승은 대전에 앉아 있는 잘생긴 중년의 남자에게 수정주를 공손히 받쳤다.
중년의 남자는 위엄이 흘러 절로 경외감이 드는 사람이었다.
이 자는 죄혈성의 성주 대인인 당전(唐戰)으로 2천 년 전, 제존의 경지에 오른 후 108번의 전투를 치렀으나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백전백승의 강자였다. 그리고 마족을 없애기 위해 마연의 5층까지 뚫고 내려갔으며, 7차례 마연에 들어가서 무수히 많은 공적을 세워 ‘당무적(唐無敵)’이란 칭호까지 얻은 자였다.
현재 당전은 제존의 경지를 초월한 그 이상의 존재가 되어있었다.
그랬으니 죄혈성의 가장 강력한 세력 중 하나를 지탱하며, 다른 거대 세력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당전은 장승이 바친 수정주를 보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가 금세 표정을 감추며 말했다.
“이 자의 내력은 조사해보았느냐?”
“예, 이 자는 항소운이란 자로 올해 열일곱 살입니다. 얼마 전 죄혈성에 왔는데, 인황 셋을 추종자로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지금은 고루방의 귀빈이 되었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그럼 사람을 보내 계속 관찰하면서 절대 이자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라. 마연에서 돌아오고 나면 내가 직접 그자를 만날 것이다.”
당전은 이 말을 남기고는 홀연히 대전에서 사라졌다.
열흘 후, 항소운이 폐관을 끝내고 출관했다.
출관 후, 그가 모습을 드러내니 고루방 사람들의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져 있었다.
그들은 항소운을 보자, ‘항 도련님’이라고 부르며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그는 어리둥절했으나, 곧 이유를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죄혈 연무대에서 벌어진 10번의 대결을 고루방 사람들이 전부 알게 된 것이다. 그들은 그가 소왕의 경지를 뛰어넘는 실력자란 걸 알게 되었고, 또 3대 방주가 그에게 호의를 보였다는 얘기를 듣고는 항소운을 어떤 거대한 세력의 공자쯤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항소운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아무 상관이 없어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는 곧장 대전으로 가서 천고루 등 세 사람을 불렀다.
“왜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어?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항소운이 세 사람에게 물었다.
“주인님, 귀면교가 우리를 공격하는 바람에 부상자가 적지 않습니다.”
천고루가 대답했다.
“귀면교가 공격해왔다고?”
항소운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네, 그들이 왜 우리한테 앙심을 품은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쪽엔 제존까지 있어서 도저히 상대가 되질 않습니다.”
지고루가 답답하단 표정으로 말했다.
“어쩌면 혈살방이 꾸민 일인지도 모릅니다.”
인고로가 이렇게 추측하자, 항소운이 입을 열었다.
“그놈들은 나 때문에 온 거야.”
그 말에 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귀면교가 공격 목표가 자신들의 주인인 항소운이라니, 그렇다면 이 일은 그가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너희 세 사람, 나와 함께 귀면교에 다녀오자.”
항소운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예.”
천고루 등이 일제히 대답했다.
귀면교는 5대 세력 다음으로 강한 세력이라 이 일을 해결하지 않으면, 고루방은 끝장이 날 수도 있었다.
‘서귀가 준 영패가 효과가 있어야 할 텐데.’
이렇게 해서 그는 고루방 방주 셋을 데리고 귀면교가 있는 구역으로 향했다.
다만 그들의 구역에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귀면교의 일원이 네 사람을 막아섰다.
이들은 하나같이 괴상한 가면을 쓰고 있어 생김새는 알 수 없으나, 겉모습에서 남녀는 구별할 수 있었다.
이들의 우두머리는 일전에 우가 영약상점에서 만났던 가면을 쓴 여인으로, 이름은 나찰녀(羅刹女)였다.
그녀는 지옥에나 등장한다는 식인귀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생김새가 어찌나 흉악한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게다가 두 눈동자에서는 짙은 살기가 느껴졌다.
고루방 방주들이 전해준 정보에 따르면, 이 나찰녀는 귀면교에서 촉망받는 신예로 죄혈성에서 가장 강한 10대 소왕 중 한 명이었다.
이런 자들은 그저 평범한 소왕이 아니라, 소왕의 경지를 뛰어넘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일찍이 나찰녀는 열 번째 연무대에서 8연승을 거두며 단숨에 2품급을 뛰어넘는 공적을 세웠는데, 이로써 10대 소왕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아무도 그녀의 실제 얼굴을 본 적이 없었고, 혹여 본 자들은 이미 목숨을 잃었거나 그녀와 친분이 깊은 사람들 뿐이었다.
“우리가 가기도 전에 제 발로 찾아오다니, 정말 간덩이가 부은 놈이구나!”
나찰녀가 냉랭하게 말을 뱉었다.
그녀는 큰 키에 가슴이 유난히 컸는데, 갑옷으로도 가려지지 않아 절반쯤 내놓고 있었다.
항소운은 아무 말 없이 영패를 꺼내 들며 말했다.
“대인, 이 영패를 알아보시겠습니까?”
나찰녀는 항소운이 들고 있던 오래된 영패를 잠자코 들여다보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나찰녀, 교주님께 인사 올립니다.”
항소운은 순간 어리둥절했다.
‘이, 이건 교주의 영패인가?’
그러나 귀신의 탈이 새겨진 영패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그는 특별한 점을 찾을 수 없었다.
“일어나거라.”
그는 생각에서 깨어나 이렇게 말하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
“앞으로는 나와 고루방을 성가시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알겠느냐?”
항소운은 이 영패면 나찰녀를 쉽게 떼어놓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 영패는 교주님을 뵙는 것이나 마찬가지나, 당신은 우리 귀면교의 사람도 아니고 게다가 교주님의 영패가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갔다는 소리는 들어보지도 못했습니다. 당신이 영패를 어떻게 얻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저와 함께 가주셔야겠습니다. 그렇지 않고 나중에 교주님께 보고를 드렸다간, 당신네 고루방은 죄혈성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