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269
제269화 영패는 저한테 준 거고요
“전 항소운이에요. 그리고 서귀는 현재 폐관을 하며 실력을 회복하고 있어서 아직 바깥에 나올 수는 없어요. 빠르면 반년 아니면 일 년은 걸려야 출관을 할 거예요. 그리고 서귀도 지금 죄혈성에 있고, 이 영패는 저한테 준 거고요.”
“스승님께서 죄혈성으로 돌아오셨구나!”
청귀의 얼굴에 기쁨이 어렸다. 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럼 넌 그분과 어떤 사이냐?”
“제가 서귀를 구해줬어요.”
그는 청귀에게 자신이 서귀의 주인이란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혹여 그 사실을 알게 돼서 청귀가 자신을 다시 공격하기라도 하면 골치 아팠다.
“잘했다, 아주 잘했어. 나찰녀, 이분은 우리 귀면교의 귀빈이니, 내가 마연에서 돌아올 때까지 이분을 잘 보호해야 한다. 뭐든 원하는 게 있으면 다 들어주고, 나머지는 내가 돌아온 뒤에 얘기하도록 하자꾸나.”
청귀는 그렇게 말하고는 갑자기 대전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예, 교주님.”
나찰녀가 공손히 대답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녀는 마음이 몹시 혼란스러웠다. 뜻밖에도 이 소년이 교주님의 스승과 관련된 자였다니, 그래서 교주의 영패를 가지고 있던 거였다.
청귀가 사라지고 나자, 항소운은 나찰녀는 상관도 않은 채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몸을 빠르게 회복시켰다.
그는 여전히 은광뇌액은 건드릴 생각이 없었다. 회명단과 영약만으로도 지금 입은 부상은 충분히 회복될 수 있었다.
마연의 깊숙한 곳은 마기가 자욱하게 깔려 있고 마수가 종횡무진하는 곳이었다. 이곳의 마족은 하나같이 강했고, 전부 황급 이상의 경지였으며 심지어 제존급도 있었다.
이곳에선 인간의 종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때, 어느 험난한 곳에 청귀의 가면을 쓴 남자가 거대한 마기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는 자신이 죽인 마수의 피를 마시며 혈기를 강화하고 있었다.
이 자는 진짜 청귀로 이미 중상을 입었으나, 마수의 피로 자신의 혈기를 보충하며 몸을 회복시키고 있었다.
그는 벌겋게 충혈된 두 눈을 뜨며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스승님이 살아 계시다니……, 어서 죄혈성으로 돌아가야겠다.”
그는 다시 중얼거렸다.
“그런데 스승님께서 겨우 소왕의 도움으로 살아나셨다니. 그 말이 진짜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스승님 상황이 좋지 않은 것만은 분명해. 꼭 마성(魔聖)을 죽여서 스승님께 받쳐야겠다.”
그는 빠르게 마수의 피를 마시며 부상을 회복시켰다.
두 시진이 흐른 후, 항소운은 정신이 들었다. 보아하니 몸도 거의 회복된 것 같았다.
이때, 나찰녀가 공손히 말을 건넸다.
“일전엔 제가 항 도련님께 실례를 범했습니다. 너그러이 용서해주시지요.”
귀찰녀는 중요한 천재로 분류되어 귀면교에서 지위가 꽤 높았으나, 교주의 귀빈에게는 예의를 갖출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항소운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손사래를 쳤다.
“이제라도 오해가 풀렸으니 됐어요. 그래도 제게 그럴듯한 보상은 해주셔야 합니다.”
“항 도련님은 어떤 보상을 원하시는지요?”
나찰녀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까 교주에게 그렇게 혼쭐이 난 녀석이 정신이 들자마자, 곧바로 뭔가를 요구하려 들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항소운이 교활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당신이 가면을 벗어서 얼굴을 보여주는 걸로 하죠.”
“저, 정말 그걸 원하시는 겁니까?”
나찰녀가 당황해서 물었다.
“왜요? 이 정도 요구도 안 되는 거예요? 아니면 당신 얼굴이 너무 못생겨서 남에게 못 보여줄 정도예요?”
항소운이 되물었다.
나찰녀는 몹시 관능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어서 남자로 하여금 정복하고 싶다는 욕구가 들게 했다. 그래서 항소운도 가면 속 그녀의 진짜 모습이 궁금했다.
그러나 그는 나찰녀의 가면을 벗기는 데 대가가 따른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항소운을 보더니, 과감히 가면을 벗었다.
순간, 항소운은 넋이 나가고 말았다.
구릿빛 얼굴에 기다란 봉황눈이 요염한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귓불까지 닿는 고운 머리카락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코는 오똑하고 입술은 약간 두꺼웠는데 무척 생김이 조화로웠다. 이 입술에 코가 저리 높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예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얼굴은 아주 아름답지도 희고 부드러운 피부도 아니었지만, 육감적인 몸매와 어울려 야성의 거친 매력을 드러냈다. 그야말로 정복욕을 자극하는 그런 여자였다.
항소운은 미녀를 숱하게 봐왔지만, 나찰녀처럼 야성미가 넘치는 여인은 처음이었다.
그는 몸에서 뜨거운 피가 끓어오르며 상대를 차지하고 싶다는 마음마저 들었다.
이것은 정복하고 싶다는 욕구일 뿐, 사랑의 감정은 아니었다.
“이제 다 보셨습니까?”
나찰녀가 태연하게 물었다.
그 말에 정신이 든 항소운이 감탄을 했다.
“정말 아름답다……”
나찰녀는 다시 가면을 쓰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저희 귀면교에는 규율이 있습니다. 누구든 제 얼굴을 보는 자는 죽거나 혹은 제 남자가 돼서 우리 귀면교의 제자가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당신이 제 얼굴을 봤으니, 귀빈인 당신을 죽일 수는 없고 그럼 제가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비수를 꺼내 자신의 목에 가져다 대는 것이었다.
“잠깐! 그럼 제 여인이 되면 되잖아요!”
항소운이 놀라 소리쳤다.
“당신은 무공이 너무 낮아서 제 마음에 드는 상대가 아닙니다.”
나찰녀가 거침없이 대답했다.
항소운은 나찰녀의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사실 그는 줄곧 자신을 비범하다고 여겼었다. 항상 주위에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가 끊이질 않았으나 늘 무심했는데 지금 나찰녀가 자신더러 어울리지 않다고 하자, 별안간 모욕감이 일었다.
그리고 이런 감정은 오히려 내면의 오만함을 자극했다. 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나도 지금 내 실력이 당신보다 못하다는 건 인정합니다. 하나, 설령 당신이 인황이라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추월할 테니 그때가 되면 당신이 내게 어울리지 않겠죠.”
그녀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항소운을 보며 복잡한 눈빛이 되었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만약 당신이 5년 안에 날 추월한다면, 당신의 여인이 되겠습니다. 물론 이것도 교주님께서 허락을 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제 목숨은 교주님께 달려 있으니까요.”
“5년이라, 너무 기네요. 3년이면 충분합니다. 만일 3년 안에 해내지 못하면, 그때 가선 당신 마음대로 처리하세요.”
항소운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분명 약속했습니다.”
“물론이죠. 자, 그럼 이제 절 데리고 나가주시죠.”
항소운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나찰녀처럼 매력적인 여인은 드물었다. 절세의 미녀는 아니나, 야성미가 넘쳐서 다른 사내에게 주기 아까울 정도였다.
나찰녀는 항소운을 데리고 대전을 나가더니 고개를 돌려 말했다.
“원하시면 이곳에 남아 수련을 하셔도 됩니다. 그편이 고루방에 있는 것보다 훨씬 안전할 테니까요. 그리고 제가 얻은 소식에 따르면 혈살방이 고루방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혈상방의 대군주가 마연에서 혼태경에 올라 제존이 됐다고 합니다.”
“혈살방이 정말 공격해 올까요?”
항소운이 어두운 낯빛으로 물었다.
혈살방의 대군주가 혼태경에 오른 상황에서 진짜 상대가 공격해 온다면 막아낼 재간이 없었다.
그는 천고루 등 세 사람에게 협공 기술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걸로 제존과 가까스로 맞서 싸울 수는 있지만, 이기는 건 불가능했다.
“걱정 마십시오. 소문을 퍼뜨리면, 당분간 혈살방이 섣불리 공격하진 못할 겁니다. 허나, 그들이 얼마나 오래 몸을 사릴지는 모르니 이곳에 있는 편이 가장 안전할 겁니다.”
항소운이 걱정하는 것을 보며 나찰녀가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그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그들을 며칠만 잡아둔다면, 놈들이 다신 고루방에 얼씬도 못 하게 만들 수 있어요.”
나찰녀는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항소운을 보았다. 대체 그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알겠습니다.”
나찰녀는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대답하고 품에서 물건을 하나 꺼내 건넸다.
“이건 우리 괴면교가 신호를 보낼 때 사용하는 겁니다. 위험한 상황이 됐을 때 이걸 방출하면 저희 괴면교 제자가 바로 나타나 도울 겁니다.”
항소운은 사양하지 않고 물건을 받아들었다.
잠시 후, 그는 귀면교에서 나왔다. 그가 부상을 당한 터라 나찰녀가 고루방까지 그를 데려다주기로 했다.
두 사람이 귀면교의 구역을 벗어난 순간, 갑자기 누군가 그들 앞을 막아섰다.
“나찰녀, 이 자는 누구야? 누구길래 너와 나란히 걷고 있는 거야?”
그자가 화를 버럭 내며 소리쳤다.
항소운이 고개를 들어보니 젊고 잘생긴 남자가 금색 눈의 표범에 올라타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젊은이는 스물일고여덟 살가량에 금색 옷을 걸치고 있었고, 등에는 용 형태의 금빛 검을 메고 있었는데 금색 눈의 표범과 어우러져 눈이 부실 정도였다.
이자 역시 죄혈성에서 명성이 자자한 금룡검(金龍劍) 소균(蘇鈞)으로, 용문의 제자로서 이미 검의를 깨우친 천재였다.
나찰녀는 가면을 쓰고 있어서 그녀의 실제 모습을 아는 자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녀를 따르는 남자도 적었는데, 소균은 그중 하나였다.
적잖은 사람들이 소균더러 왜 나찰녀를 좋아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가 하는 말이 나찰녀처럼 무공이 강한 여자야말로 자신에게 어울린다고 했다. 게다가 그녀는 왠지 모르게 정복욕을 자극한다면서 필경 절세의 미녀일 거라고 했다. 그래서 반드시 그녀를 자신의 연인으로 삼고 싶다고 말이다.
확실히 소균은 안목이 뛰어났다. 다만 나찰녀는 그를 외면하며 마음을 받아주질 않았다.
용문은 등용주에서 유명한 7품 세력이자, 죄혈성에서도 막강한 세력을 지니고 있었다. 소균은 그런 용문에서도 천재로 불리고 있어서 그를 추종하는 자가 수도 없이 많았으나, 나찰녀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불만을 터뜨리지 않던 그였으나, 유독 낯선 남자가 그녀에게 접근하는 것만은 참지를 못했다.
이때, 나찰녀가 냉랭한 표정으로 소균에게 말했다.
“이 일은 당신과 아무 상관 없습니다.”
용문은 명문 정파라 자청하고 있어서 귀면교와 같은 문파를 줄곧 무시해왔다. 그러니 그녀도 이른바 명문 정파라고 하는 자들에게 좋은 감정이 있을 리 없었다.
“나찰녀, 내가 일편단심 너만 좋아하는 거 알잖아. 난 절대 다른 남자가 너와 같이 있는 꼴은 볼 수가 없다고!”
소균이 정색을 하더니 항소운을 보며 호통을 쳤다.
“네가 누군진 모르겠지만, 나찰녀한테서 당장 떨어져. 안 그랬다간 네 놈의 목이 달아날 줄 알아!”
“이분은 우리 귀면교의 귀빈입니다. 만일 이 분을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우리 귀면교가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아, 귀면교의 손님이었구나.”
소균은 그제야 안심한 듯 표정을 짓더니, 항소운을 보며 또 말을 했다.
“네가 무슨 신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나찰녀한테 접근하지 마라. 안 그랬다간 죄혈성에 발도 못 붙일 줄 알아!”
그러자 항소운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내가 이 여자를 내 여자라고 한다면, 당장 날 죽인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