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278
제278화 이 정도 힘으론 안 돼!
항소운은 온 힘을 다해 인황의 기세를 막아내느라 다른 사람은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느꼈는지 그는 마지막 수단으로 용과 호랑이의 기세를 일으켰다. 그러자 몸을 짓누르던 압력도 한결 가벼워졌다.
“음?”
중년의 남자는 변화를 눈치채고 항소운을 힐끔 쳐다보았다.
항소운의 몸에서 용과 호랑이의 기세가 일어난 순간, 남자는 의아하다는 눈빛을 띠었으나 금세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범상치 않은 기세를 일으켰다 해도 겨우 3품 비천경인 자가 어찌 우가의 마음에 들겠는가.
그런 연유로 남자는 그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항소운은 잠재력까지 전부 끌어올려 7품, 심지어 8품 비천경에 버금갈 정도의 힘을 발휘하였으나 여전히 상대의 눈에 들기는 역부족이었다.
일찍이 죄혈 연무대에서 품급을 뛰어넘어 연승을 거둔 그였지만, 우가가 그 사실을 알 리 없었고 행여 안다 해도 믿지 않을 터였다.
그러나 확실히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는 2품 화강경일 때 8품 화강경을 상대로 싸운 사람이었다.
하나, 소왕의 경지에 오르고 나니 품급 사이의 격차가 화강경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서 예전만큼 품급을 여럿 뛰어넘지 못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같은 소왕급 무인의 기세는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지만, 인황의 기세는 여전히 버거웠다.
이젠 9대 성진의 힘마저 압박을 당하면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지경에 이르렀다. 자세가 점점 낮아져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것 같았다.
이때, 제동이 그 모습을 보고 전음을 보내 그를 비웃기 시작했다.
“여긴 너처럼 낮은 등급의 무인이 들어올 수 있는 연회가 아니야. 그만 발버둥 치고 이제 포기하지 그래?”
그 말을 들은 항소운은 마치 날카로운 칼에 심장이 찔린 것처럼 마음이 몹시 괴로웠다.
당시 자릉종에 있을 때, 제씨 형제들은 그에게 친형제나 다름없는 사이였다. 그런데 결국 자신을 배신했고 모든 것을 앗아간 사실은 평생 잊을 수 없었다.
그는 언젠가 반드시 가문을 되살리겠다고 결심했었다. 지금 제동의 조롱은 가슴 속의 분노에 불을 지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기세도 견디지 못하면 앞으로 어떻게 원수를 갚겠어? 반드시 이겨내야 해!’
이렇게 마음속으로 울부짖자 성진의 힘이 다시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몸속의 수많은 수정이 돌연 녹더니 성진과 365개의 혈도로 흘러 들어갔다.
여러 힘이 순식간에 폭발하자, 경맥을 따라 힘이 용솟음치면서 당장이라도 경지를 돌파할 조짐을 보였다.
그는 도귀가 준 치료 단약을 먹고 3품 비천경 정점에 오른 후, 당분간은 다시 경지를 높일 마음이 없었다. 그런데 엄청난 압박이 가해지자, 오히려 힘이 빠르게 응집되며 용솟음치는 바람에 더 이상 억제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 상태에서 경지를 돌파하는 건 매우 위험한 행동이었다.
하나, 그의 의지와 달리 돌파력은 더욱 거세졌고 그는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랬다. 이건 생전 겪어보지 못한 고통이었다.
내재된 힘과 외부의 힘이 서로 충돌을 일으키는 가운데, 그는 이중 압박을 견디며 힘겨운 사투를 벌였다. 경맥이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아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도 다행히 천둥으로 몸을 단련한 덕분에 경맥은 힘있게 버텨주고 있었다.
“이 정도 힘으론 안 돼!”
항소운은 이를 악물며 성해건곤에서 무공을 높일 수 있는 약왕을 찾아 빠른 속도로 흡수했다.
그는 수련을 시작한 후로 약초를 이용해 실력을 높인 적이 거의 없었으나, 지금은 상황이 급박했다.
약왕의 힘을 흡수하고 또 대량의 수정의 힘까지 더해지자 힘은 점차 강해졌다. 인황의 기세가 압박하는 가운데, 그는 쉴 새 없이 전결을 운행하면서 마침내 마지막 관문을 뛰어넘었다.
“으아아!”
항소운은 하늘을 보며 포효했다. 순간,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으나 그는 아랑곳 않고 몸을 꼿꼿이 세웠다. 수많은 힘이 빠르게 용솟음치자, 순식간에 4품 비천경을 뛰어넘었다. 그러자 희미하던 용과 호랑이의 기세가 별안간 강해져 예전보다 몇 배는 강한 기운을 내뿜었다.
자줏빛 용과 백호가 활개를 치며 포효하자 사방이 진동했다.
그러자 인황의 기세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던 자들이 하나둘 항소운을 보며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특히 우가의 중년 남자는 아주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인황의 기세로 압박하는 가운데 경지를 돌파했다니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누구든 경지를 돌파할 때는 신중에 또 신중을 기했다. 그래서 가장 좋은 시기를 택해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도록 했다. 물론 전투 중에 우연한 계기로 돌파를 하는 자들도 있었으나, 항소운처럼 인황의 기세 속에 돌파하는 경우는 듣도 보도 못했다.
더군다나 3품 비천경인 그가 엄청난 압박을 견디며 경지를 돌파했다는 건 가장 놀라운 일이었다. 다시 말하면 인황의 기세를 이겨냈다는 뜻이었다.
8~9품의 소왕급 무인들도 인황의 기세를 못 견뎌서 죽을상을 하는 마당에 겨우 4품인 자가 해낸 것이다.
이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대단한 잠재력을 지녔는지 알 수 있었다.
‘안 되겠다. 이곳을 나가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놈을 죽여야겠어.’
제동은 속으로 다짐했다.
항소운은 자릉종에서 쫓겨난 후 무공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그 후 겨우 3년 만에 소왕이 된 것도 놀라운데 벌써 4품에 올랐다니, 형제 중 가장 뛰어난 큰형님과 아홉째 아우보다 실력이 월등한 것 같았다.
그러니 이번에 항소운을 제거하지 않으면, 장차 후환이 될 게 분명했다.
제동뿐만 아니라, 소균도 살기 가득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저놈이!’
소균은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그는 나찰녀를 한결같은 마음으로 좋아했으나, 그녀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다 스승님이 서신을 보내 이번 연회에 참가하라고 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항소운이 이 자리에서 경지를 돌파하는 것을 보니, 어쩐지 상대가 한층 더 미워졌다.
한편, 항소운은 이들의 시선 따윈 아랑곳 않고 그저 경지를 돌파했다는 기쁨에 흠뻑 빠져있었다. 온몸이 편안하고 개운한 상태가 되어 인황의 기세가 압박하는 힘이 크게 줄어들더니 나중에는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바로 그때, 중년 남자의 음성이 아득하게 들려왔다.
“자, 이만 됐으니 지금 서 있는 자들은 세 번째 정원으로 들어가거라.”
중년 남자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을 짓누르고 있던 압력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정확히 50명의 젊은이가 서 있었다.
다행히 항소운도 그들 중에 속해 있었다.
인황의 기세를 견디지 못하고 땅에 주저앉은 사람들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4품 비천경인 항소운이 50인 안에 든 것을 보고는 수치심마저 들었다.
비천경 후기이거나 심지어 9품인 자도 인황의 기세를 견디지 못한 마당에 한낱 4품 무인이 성공했다고 하니 마음이 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미 지난 일을 어찌하겠는가. 그저 쓰디쓴 가슴을 부여잡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이제 50인을 대상으로 다시 시험을 치러 최후의 30인을 선발한다고 하니, 사람들은 항소운이 분명 떨어질 거로 생각했다.
세 번째 정원으로 들어서자, 이곳은 앞선 두 정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절경이 펼쳐졌다.
가장 먼저 사람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호수였다. 호수 주변에는 버드나무가 늘어진 좁다란 길이 있었고, 운치 있는 정자도 여럿 있었다. 마치 연등회가 열린 것처럼 사방에 등불이 반짝여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곳이었다.
호수 한가운데는 거대한 놀잇배가 있었다. 3층 높이에 길이가 백 미터에 달하는 매우 호화로운 배였는데, 심금을 울리는 거문고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딩- 딩-
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 근심 걱정이 모두 씻기는 것 같아 절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자, 공자님들 어서 배에 오르시지요.”
거문고 소리에 섞여 여인네의 고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새가 지저귀고 맑은 샘물이 흐르는 것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음성이었다.
사람들은 상대가 선녀처럼 아름다운 미인일 거라 짐작했다.
“하하, 우가 미인, 당신 상공이 왔소.”
한 젊은이가 호탕하게 웃더니 호기롭게 놀잇배로 날아갔다.
다른 자들도 뒤질세라 하나둘 놀잇배로 향했다.
그러나 사람 중 절반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잔잔해 보이는 수면 위로 강한 압력을 느낀 것이다.
과연 몇 사람이 놀잇배로 날아가는데 갑자기 수면 위로 거대한 검은 형체가 솟구쳐 올랐다. 동시에 요수가 울부짖는 소리가 하늘 가득 울려 퍼졌다.
어두운 밤이라 갑작스레 등장한 요수의 정체를 바로 알아차릴 수 없었다.
놀잇배로 날아가던 사람들은 기겁을 하며 놀랐고, 어떤 자는 부딪치는 바람에 중상을 입었다.
다행히 우가 쪽에서 요수에게 젊은이들을 죽이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물고기 밥 신세가 됐을 터였다.
항소운이 안력을 최대로 확대해서 보니, 마혈 박쥐처럼 생긴 요수였는데 확연히 다른 점이 있었다.
이때, 누군가 옆에서 소리쳤다.
“마귀어(魔鬼魚)다!”
마귀어는 본래 마연에 사는 마수로, 물속에서 강력한 공격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생물을 산 채로 잡아먹어서 포악한 놈으로 분류됐다.
그런 마귀어가 이곳에 있다니 아무래도 우가의 노예가 된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마귀어가 얼마나 잔인한 놈들인데 방금 저자들을 살려줬겠는가.
“마귀어의 방어를 뚫는 자만이 배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이 있습니다. 자신이 없는 분들은 그만 돌아가시지요.”
놀잇배에서 다시 듣기 좋은 음성이 들려왔다.
바로 50명의 젊은이가 마귀어를 뚫고 배에 무사히 오르느냐가 세 번째 정원의 시험이었다.
마귀어는 한두 마리가 아니라, 수십수백 마리에 달했다. 게다가 하나같이 9품 마왕(魔王)의 경지였고 심지어 십여 마리는 마왕 정점에 이른 놈들도 있었다. 이들이 내뿜는 마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대단했다.
녀석의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눈동자는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
이때, 성주부의 당용비가 입을 열었다.
“다들 경솔하게 움직이지 말고, 다 함께 뭉쳐서 뚫고 갑시다.”
“좋은 제안이군요. 한데 용의 기운을 만들지 못하는 자는 우리와 함께 갈 자격이 없습니다. 용의 기운을 만드는 자들끼리 협력해서 함께 가죠.”
용문의 13태자 용운천이 유유히 말했다.
“저도 찬성합니다.”
암마종의 사 공자 사운(邪云)이 지지하고 나섰다.
“저도 찬성합니다.”
“저도 찬성합니다.”
이렇게 해서 용의 기운을 만들어내는 십여 명은 하나둘 찬성의 뜻을 밝혔다.
그들은 머지않아 입룡경에 오를 인물들이라 다른 소왕급 무인과는 손을 잡고 싶지 않았다.
다른 자들은 화가 났지만 섣불리 불만을 토로하지 못했다. 용의 기운을 만든다는 건 자신들처럼 평범한 소왕급 무인이 아니란 뜻이었다. 그런 자들을 상대로 반기를 들 사람은 없었다.
이때, 당용비가 항소운을 보며 말했다.
“당신도 우리와 함께 가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