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280
제280화 저밖에 없습니다
사실 그는 대단한 가문의 직계 자손으로 항소운과 마찬가지로 수련을 위해 이곳 죄혈성에 온 자였다. 그런데 무공이 워낙 뛰어나서 7대 악인 중 하나인 원소의 눈에 드는 바람에 강제로 머리가 밀리고 제자가 된 것이다.
더군다나 그도 중독이 돼서 하는 수 없이 원소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항소운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란 걸 알고 절로 동정심이 일었다.
항소운까지 전부 자리에 앉고 나자, 우채접이 술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오늘 여러 공자님를 이곳에 모신 이유는 여러분의 힘을 빌려 마연의 마풍지은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그 일에 대해선 다들 잘 알고 계시겠죠?”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구석진 자리에 있던 식해가 물었다.
“듣자 하니 마풍지은을 얻도록 돕는 자는 우가 사위가 될 수 있다던데요?”
이것은 항소운이 성녀의 이름을 물었을 때보다 훨씬 무례한 질문이었다. 하나, 아무도 그를 비난하는 자는 없었다. 다들 식해의 겉모습을 보고 신분을 짐작했기 때문이다.
7대 악인의 제자라면 다들 혀를 내두르며 피했는데, 그중에서도 사람을 잡아먹는 식렬의 아들은 더욱 두려운 존재였다.
그리고 그 질문은 사실 그들이 묻고 싶은 질문이기도 했다.
우가 사위라니!
그런 신분이 될 수 있다면 장차 출세 가도를 달리는 건 물론이고, 제존 이상의 존재가 되는 것도 가능했다.
우채접은 당황한 기색 없이 태연하게 말했다.
“맞습니다.”
그 말에 사람들은 희색이 만면했다.
이때, 그녀가 한 마디 덧붙였다.
“하나, 단지 실력을 판가름하기 위한 것일 뿐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마풍지은을 얻도록 돕는 자는 후보가 될 뿐이지요.”
“네? 단지 후보라고요?”
누군가 놀라 외쳤다.
사람들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그들은 6~7품 세력에서 온 천재들로 하나같이 자부심이 대단했고, 수많은 여인이 동경하는 대상이었다. 그런데 우가 준성녀는 그런 자신들을 대단히 여기기는커녕 마풍지은을 찾는 걸 돕는다 해도 결국 부군 후보가 될 뿐이라니 이 무슨 얼토당토 않는 소리인가.
이때,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부당하다고 느끼신다면 지금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물론 저와 함께 마연으로 가시는 분은 설령 마풍지은을 얻지 못한다 해도 저희 우가에서 후하게 사례를 해드릴 겁니다.
제존급 병기나 기술도 여러분이 원하신다면 마음껏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풍지은을 얻을 수 있도록 도우신 분께는 이런 사례 외에도 제 부군이 될 수 있는 후보 자격이 주어지게 됩니다. 그러니 잘 생각해보시지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항소운이 큰 소리로 말했다.
“당신 부군이 될 사람은 저밖에 없습니다.”
당신 부군이 될 사람은 저밖에 없습니다!
항소운의 이 말에선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사람들은 그 말에 발끈해서 항소운을 노려보았다.
“네놈이 진짜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더는 참지 못하고 소균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동시에 금빛 검망이 항소운을 향해 돌진했다.
검망은 어찌나 빠른지 눈 깜짝할 사이에 목까지 접근했다.
항소운이 재빨리 피하려는데 옆에 있던 곽욱동이 별안간 손을 뻗어 검망을 끊어버렸다.
“내 아우를 공격하려면 나한테 허락부터 받아야지!”
곽욱동은 삭발한 머리를 매만지며 잘생긴 얼굴과 어울리지 않게 잔혹한 빛을 띠었다.
그는 웃는 승려 원소에게 억지로 매여있긴 하나 원소는 그에게 적잖은 기술을 전수해줘서 실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따라서 소균 정도는 거뜬히 상대할 수 있었다.
“흥, 자신 있으면 둘이 동시에 덤벼. 네놈들을 한 번에 베어줄 테니까!”
소균이 두 사람을 보며 호통을 쳤다.
이때, 제동이 소균의 편을 들고 나섰다.
“나도 이분 말에 동의합니다. 저들은 우리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행동했어요.”
제동의 말은 꾹 참고 있던 사람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물론 제동을 탓할 수도 없는 것이 확실히 항소운의 말은 공분을 살만했다.
또 다른 젊은이가 냉소를 띠며 말했다.
“겨우 4품 비천경이 시건방을 떨다니 어디서 그런 배짱이 나오는지 모르겠군.”
“맞는 말입니다. 저자는 우리를 완전히 무시했어요.”
또 다른 자가 거들고 나섰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며 울분을 터뜨렸다.
다른 장소였다면 항소운은 진작 목이 달아났을 터였다.
그들이 합심해서 공격하지 않는 것만도 우채접의 체면을 세워주는 일이었다.
곽욱동은 많은 사람이 항소운을 비난하는 걸 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항 아우, 아무래도 자네가 벌집을 건드린 것 같은데.”
그러자 항소운이 태연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죠. 제가 이렇게 잘생긴 걸 어쩌겠어요? 다들 질투하는 거예요.”
그 말은 불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돼서 다들 분노를 금치 못했다.
이때, 우채접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공자님은 자신감이 대단하시군요. 제가 마풍지은을 얻도록 도와주신다면, 방금 하신 말씀은 고려해보겠습니다.”
“하하, 그건 걱정 마세요. 마풍지은은 꼭 제가 찾을 거니까요.”
항소운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가 여인에게 이토록 적극적으로 대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궁금음이나 육소청, 동재원 같은 미녀 앞에서도 늘 말을 아끼던 그였다.
물론 여동생인 야조모도 미색에선 우채접에 버금갈 정도로 아름다웠으나, 두 사람에게 느끼는 감정은 완전히 달랐다.
비록 친남매는 아니지만 야조모에게는 가족의 정을 느꼈고, 우채접에게는 사랑의 감정이었다.
첫눈에 반한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그녀와 눈이 마주친 순간,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것처럼 익숙한 감정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기다려왔던 평생의 반려자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호언장담도 할 수 있었다. 그 말은 일시적인 충동이나 치기 어린 말이 아니라 자신에게 하는 맹세였다. 반드시 그녀를 자신의 아내로 맞이하고 말겠다는 한 남자의 다짐이었다.
이런 절실한 마음은 의지를 더욱 굳게 했다.
“그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우채접은 담담히 대꾸하더니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그럼 여러분들이 승리를 거두고 무사히 돌아오길 기원하는 마음에서 제가 한 곡조 들려드리겠습니다.”
그녀는 가볍게 거문고를 퉁기며 우아하고 경쾌한 곡조를 연주했다.
기분 좋은 곡조에 사람들의 마음은 어느새 풀어져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분위기가 한결 가벼워졌으나, 여전히 어떤 자들은 적의가 가득한 눈빛으로 항소운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미 그들은 항소운을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항소운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옆자리의 곽욱동과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알고 보니 곽욱동은 자신과 같은 처지였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 뜻이 잘 맞는 것 같아 친구를 맺고 장차 함께 악인의 속박에서 벗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거문고 소리가 멈추고, 우채접이 마연의 일정에 대해 설명했다.
그녀는 19명의 젊은이가 잠시 원한을 내려놓고 서로 협력하길 바랐다. 다 함께 마풍수(魔風獸)의 구역으로 가서 각자의 방법대로 마풍지은을 찾아오는 것이었다.
마풍지은을 찾아 그녀에게 바치는 자가 최후의 승리자였다.
사실 마연으로 가는 길은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서 함께 협력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마수의 먹이가 될 수 있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그녀의 제안이라서 이들에게 협력을 강요할 순 없었다.
이들은 자부심이 대단한 자들이라 한낱 소녀의 지휘를 달가워할 리 없었다. 차라리 각자도생으로 마풍지은을 찾게 하는 편이 나았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절대 인황의 도움을 받아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런 자는 바로 자격이 박탈된다고 했다.
목적지인 마풍수는 인황이 거의 없는 곳이었다. 그러니 그들이 인황을 데려가면 필경 마황의 주의를 끌어 뜻하지 않은 소란이 일어날 터였다.
그녀는 젊은이들과 한 시진가량 대화를 나눈 후, 노인과 함께 자리를 떴다.
다만 그녀는 자리를 뜨기 전, 젊은이들더러 자리를 지키라고 하더니 박수를 ‘짝’하고 쳤다. 그러자 미색이 뛰어난 19명의 여인이 호수 위를 사뿐히 날아왔다.
그녀들은 얇은 천을 두르고 매끈한 어깨와 다리를 드러내고 있었다. 심지어 봉긋한 가슴이 절반쯤 드러나 눈을 어디 둬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여인들은 춤을 추고 노래를 하며 요염한 눈길을 보냈다. 젊은이들은 하늘거리는 여인네들 사이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잠시 후, 그녀들은 젊은이들 곁에 한 명씩 앉더니 쉴 새 없이 술을 따랐고 고운 살결을 들이밀며 슬며시 품에 안겼다.
젊은이들은 한창 혈기가 왕성한 나이라 눈앞에서 아름다운 여인이 유혹하자 버텨내는 사람이 몇 되지 않았다.
얼마 후,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미녀에게 홀려 여인에게 탐욕스러운 욕망을 드러냈다.
이때, 항소운 곁에 앉은 여인이 살짝 기대며 교태를 부렸다.
“도련님, 정말 잘생기셨네요. 전 도련님이 너무 좋은 거 있죠.”
“그래? 그럼 실컷 봐둬. 오늘 밤이 지나면 다신 볼 일 없을 테니까.”
항소운이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품 안에 여인이 있어도 그의 마음은 평온했다. 일찍이 자릉종에 있을 때 얼마나 많은 미인에 둘러싸여 살았던가. 하지만 단 한 번도 마음이 흔들린 적은 없었다.
이 여인들은 필경 우채접이 젊은이들의 자제력을 시험하기 위해 보냈을 터였다.
“도련님은 제가 싫으세요? 전 아무래도 상관없으니 오늘 밤 절 마음대로 하세요.”
여인은 매혹적인 눈길로 바라보며 살결을 밀착시켰다.
여인이 마음대로 하라며 적극적으로 나서는데 거절할 남자는 흔치 않았다.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반쯤 벗은 상태로 풍만한 몸매를 드러내고 있으니 한층 매혹적이었다.
항소운은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누님이 예뻐서 마음이 흔들리긴 하지만,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네.”
그는 이 말로 자신이 절대 상대를 가질 생각이 없다는 걸 분명히 밝혔다. 이런 여인 때문에 우가 사위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이 밖에도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미색에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이 정도 자제력도 없었으면, 젊은 나이에 이처럼 강한 실력을 갖지도 못했을 것이다.
오직 소수만이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여인을 품에 안은 채 선실로 들어갔다.
한편, 남은 자들은 주변 사람들과 친분을 맺으며 함께 마연에 갈 준비를 했다.
특히 제동 등 큰 세력에서 온 자들은 여러 명과 동맹 관계를 맺었다. 이곳에서 친분을 맺으면 장차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터였다.
항소운은 곽욱동과 친구를 맺은 것 외에 다른 자와는 별달리 교류가 없었다.
그가 원치 않다기 보다 다른 자들이 그를 무시하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그에게 적의를 가지는 자까지 있었다.
그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하나, 왠지 모르게 당용비의 시선이 자신을 향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상대는 자신을 아는 느낌이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당용비를 어디서 만났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