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289
제289화 어서 여기서 나가요
아무리 각 세력에서 유명하다고 알려진 천재들이라 해도 엄청난 숫자로 밀어붙이는 마수를 상대로 전혀 부상이 없을 수는 없었다.
점점 안으로 깊이 들어감에 따라 더욱 강력한 마수가 등장했다.
바로 그때, 엄청난 수의 마안수(魔眼獸)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이곳의 마안수는 소왕급 마수로, 가장 강력한 녀석은 9품 마왕의 경지였다.
이번에는 일행도 쉽게 뚫고 지나갈 수 없었다. 마안수는 눈이 6개나 달린 마수로, 눈에서 마기가 줄기줄기 뿜어져 나오는 통에 일행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마기는 시야를 흐리게 만들고 정신력을 흐트러뜨려 사람을 무방비 상태로 만들었다.
“다들 마안수와 눈을 마주치지 말고 빨리 이곳을 벗어나세요!”
우채접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일러 주었으나, 두 사람은 미처 피하질 못하고 마안수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순간, 그들은 마안수의 눈에 홀려 걸음을 멈추었다.
컹컹!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여러 마리의 마안수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제 코가 석 자라 이들을 도울 겨를이 없었다.
이렇게 해서 불행히도 두 사람은 마안수에게 잡아먹히고 말았다.
일행은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씁쓸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남은 사람 중 또다시 마수의 먹이가 되고 싶은 자는 없었다. 그들은 있는 힘을 다해 기세를 일으키며 마수 무리를 뚫고 지나가려 했다.
그러나 마안수의 안광(眼光)은 미치지 않는 곳이 없어서 사람들은 옴짝달싹 못 하며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바로 그때, 우채접이 채령산(彩翎傘)을 활짝 펼치자 오색찬란한 빛이 눈부시게 떨어졌다.
그 빛은 작열하는 태양처럼 시야를 자극했다.
눈부신 빛이 내리쬐자, 마안수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해 자연스럽게 안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어서 가요!”
우채접이 소리쳤다.
그제야 정신이 든 사람들이 서둘러 앞으로 돌진했다.
어렵사리 마안수의 소굴을 빠져나온 일행이 잠시 숨을 돌리려는데 또다시 다른 마수 무리가 등장했다.
일행은 사적으로 싸운 끝에 가까스로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확실히 그들이 맞닥뜨린 마수 무리는 골치 아픈 존재였다.
계속되는 전투에 지칠 법도 하지만 다행히 하나같이 대단한 실력을 지닌 무인들이라 이곳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다.
그들은 자부심이 강해서 남에게 뒤처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마연에 온 이상 쉼 없는 단련을 통해 실력을 높여 입룡의 경지에 오르는 기회로 삼고 싶었다.
항소운은 조용히 일행의 실력을 관찰했다. 그 결과 전투력이 가장 강한 자는 우채접이었고, 그녀는 가장 속마음을 알 수 없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다음으로는 당용비와 검진(劍塵)이라는 이름의 검사였다. 이 두 사람은 전투력이 아주 화려했는데, 당용비는 이미 용의 기운을 8할이나 응집시켜 인황의 경지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는 마수 사냥에 아주 능해서 이곳에 매우 익숙한 사람 같았다.
한편, 검진은 검술에 능한 고수로 그의 검은 절대 빗나가는 법이 없었다. 항소운과 곽욱동은 이자가 7대 악인 중 큰형님인 여절천의 제자가 아닐까 의심했다. 그다음으로는 용운천과 제동, 금수, 약수풍 등이었다.
항소운은 뒤에 몇 사람과는 싸워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자신의 실력으로 그 밖의 사람들과 겨룬다면 겨우 목숨을 부지할 거란 걸 알고 있었다. 적어도 자신이 5품 비천경에는 올라야 이들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 터였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일행이 죽인 마수의 수도 빠르게 늘어갔다. 어느새 그들에게선 짙은 살기가 느껴졌다. 이곳까지 오면서 숱하게 마수를 죽인 결과였다.
그동안 항소운도 수차례 부상을 당했으나 금세 몸이 회복되었다. 사람들은 그 점을 이상하게 여겼다.
갈수록 일행은 항소운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항소운이 마수를 죽이는 속도가 자신들 못지않게 빨랐던 것이다.
이런 파괴력을 지니게 된 데는 무엇보다 통찰력과 깊은 관계가 있었다.
그는 마수의 움직임을 느끼면서 상대의 허점을 쉽게 발견한 덕분에 일격에 죽일 수 있었다.
그는 적의 공격을 예측하여 기선을 제압하는 공격술에 갈수록 능해졌다.
짧은 기간 동안 숱한 싸움을 거친 끝에 경지는 4품 초기에서 중기까지 안정적으로 상승했다.
이토록 경지가 빠르게 상승한 이유는 타고난 체질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곳의 마기를 흡수한 덕분이었다.
이 점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자, 이제 며칠만 더 가면 마풍수의 구역에 도착할 거에요. 다들 힘내죠!”
점점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우채접의 눈은 더욱 생기를 띠었다. 그녀는 피로에 지친 일행을 다독였다.
여전히 그녀가 앞장서 길을 안내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 뒤를 따랐다.
바로 그때, 항소운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채접, 이쪽으로 가면 안 돼요. 어서 다른 쪽으로 돌아가요!”
사람들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항소운을 보았다. 우채접이 물었다.
“왜 이쪽으로 가면 안 된다는 거죠?”
지도대로라면 이 방향이 틀림없었다.
“제 말대로 어서 여기서 나가요. 안 그랬다간 늦는다고요!”
항소운이 진지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는 명혼공간이 있어 누구보다 감응력이 뛰어났다. 감응에 따르면, 전방의 숲속에는 최상급 마왕이 도사리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마연의 2층에는 마왕이 주류를 이루지만, 그렇다고 마황이 없는 건 아니었다.
사실 이곳에도 꽤 많은 수의 마황이 있긴 했으나, 그리 경지가 높지는 않았다.
그래도 저력이 대단해서 인간 정도는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마수는 보편적으로 매우 강했다. 그래서 이곳까지 오는 동안 일행 중 사망자가 넷이나 발생했고 부상자는 훨씬 많았다.
항소운은 전방에 보이는 숲에 마황이 있는 걸 느꼈다. 게다가 한두 마리가 아니었으니 절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헛소리 마! 지도상에는 분명 이 길에 마황이 없다고 나와 있다고.”
제동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소균도 옆에서 거들었다.
“맞는 말이에요. 성녀님, 그냥 계속 가시죠. 길을 돌아가면 앞으로 보름은 더 있어야 목적지에 도착할 겁니다.”
다른 자들도 한마디씩 거들며 항소운의 말을 못 믿는 눈치였다.
항소운은 더 이상 설명할 시간도 없다는 듯 곧장 우채접 앞으로 다가갔다.
“어서 나가요.”
그러면서 그녀의 손을 잡고 가려는데, 우채접이 옆으로 슬며시 피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우리는 안중에도 없다는 거야?”
용운천이 버럭 화를 냈다.
그는 우채접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어느새 그녀에게 마음을 뺏겨 이젠 진심으로 우가의 사위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항소운이 바로 눈앞에서 우채접의 손을 잡으려 하자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럼 계속 이 길로 가죠.”
그녀는 소란이 생기는 걸 원치 않았다. 항소운이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는 일행을 데리고 계속 전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항소운도 달리 방도가 없어 그 뒤를 따랐다.
다른 때 같았으면 그냥 혼자 다른 길로 갔을 테지만, 그녀를 두고 가자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상황이 심각해지면 귀문황을 내보낼 마음도 있었다.
현재 명혼공간에는 귀문황이 두 마리나 더 늘어나 있었다. 녀석들은 진작부터 바깥세상의 마기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보아하니 귀문족도 마수와 혈통이 같은 것 같았다.
항소운은 일행을 뒤따르긴 했으나 은자를 타고 멀찌감치 떨어져 가고 있었다.
곽욱동은 항소운이 허튼소리를 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도 항소운처럼 무리의 뒤편에서 따라갔다.
잔무념은 잠시 망설이긴 했으나 결국 무리와 거리를 벌렸다.
항소운은 4품 비천경으로 9품 무인과 싸워 이겼으니 필경 범상치 않은 자였다.
그런 그가 진지한 태도로 말한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터였다.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 앞에 마수 다섯 마리가 나타났다.
마수들은 줄곧 수풀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언뜻 보면 그냥 수풀처럼 보여서 육안으론 찾아내기 힘들었다.
녀석들은 몸집은 크지 않으나 정방형의 머리에 더듬이가 8개나 달려 있었다. 몸통은 개미와 흡사했고 꽁무니 부분에는 전갈 꼬리가 달려 있었다.
이들은 개미와 전갈이 섞인 마의갈(魔蟻蝎)의 일종이었다. 더듬이 수를 보니 마황급 마수였다.
“큰일 났다. 정말 마황이 나타났다!”
순간, 일행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뜻밖에도 항소운의 말은 사실이었다. 게다가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다섯 마리의 마의갈은 각기 다른 방향에서 일행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그중 2품 마황 한 마리가 고막을 찢는 듯한 음성으로 말했다.
“너희에게서 우리 종족의 피 냄새가 나는군. 분명 우리 종족을 숱하게 죽였겠지? 네놈들을 먹어서 종족의 한을 풀어야겠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다른 네 마리가 일제히 공격을 퍼부었다.
“놈들과 싸우지 말고 전력을 다해 이곳을 빠져나가죠!”
우채접의 명령이 떨어졌다.
아무리 날고 기는 천재들이라 해도 마황급 마수를 다섯이나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필사적으로 싸워 녀석들을 전부 죽인다 해도 우리 쪽 손실도 클 터였다.
그녀는 더 이상의 사상자가 나오는 걸 원치 않았다.
목숨을 걸고 싸우더라도 이곳이 아닌 마풍수 구역에 가서 전력을 다해 싸워야 했다.
그러나 다른 자들은 그녀와 생각이 달랐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숱하게 싸웠으나 전부 협동해서 싸운 것이라 정작 개개인의 실력을 발휘할 기회는 없었다.
용운천과 제동 등은 그녀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고 싶었다.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면 더한 것도 가능했다.
“성녀님, 두려워 마십시오. 1품 마황 정도는 저 용운천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습니다.”
용운천은 배짱 있게 소리치며 곧장 마의갈에게 돌진했다.
제동도 질세라 큰 소리로 말했다.
“저도 한 마리를 죽이고 오겠습니다!”
두 사람이 공격을 개시하자, 다른 자들도 도망갈 수 없게 되었다. 사람들은 나머지 두 마리를 향해 돌진했다.
이들은 상대가 강할수록 더욱 투지가 불타올라서 그동안 아껴두었던 비장의 기술을 하나씩 꺼내 들었다.
그러나 마의갈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공격력이 가장 강한 편은 아니지만, 치명적인 독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물리면 살아남기 힘들었다.
막상 중요한 순간에는 아무도 자신의 명령을 듣지 않자, 우채접은 맥이 풀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녀도 공격에 가담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곧장 2품 마황에게 달려들었다. 확실히 실력만큼 대담한 선택이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으나, 우채접이 나서자 항소운도 긴장이 되었다.
그는 그녀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녀가 자신의 반려자라는 확신이 깊어졌다. 이런 강렬한 믿음은 다른 여인에게선 한 번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따금 머릿속에 희미한 장면이 떠올랐는데, 아마도 예전부터 그녀와 아는 사이라는 암시 같았다.
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까지 그녀를 본 적은 없었다. 그는 하늘이 정해준 인연이라 믿기로 했다.
이 순간, 우채접은 탈것인 봉황과 함께 마의갈을 맹렬히 공격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