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301
제301화 호랑이굴에 뛰어드는 꼴이군
항소운은 이를 악물고 끝까지 정신을 잃지 않으려 버텼다. 그는 미친 듯이 전천결을 운용하면서 마풍지은을 가까스로 제련시켰다.
그러자 마풍살이 마풍지은에서 대거 분리되어 나오면서 경맥과 혈도, 성해건곤으로 각각 흘러 들어갔다. 되도록 마풍살의 힘을 최대한 분리해 성진을 수용 가능한 범위로 만들어야 했다.
천둥의 성진에는 마풍지은 외에도 은광뇌심이 천둥의 힘을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바람에 과부하가 걸린 상태였다.
현재 그의 몸 안에는 바람과 천둥이 공존하고 있어 천재지변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혼란스러웠다.
문득 머릿속에서 수없이 많은 은빛 천둥과 폭풍이 교차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는 그 속에서 어떤 공격력의 신비한 이치를 깨달은 것 같았다.
그는 갑자기 완전히 다른 두 성질의 힘을 몸 밖으로 끄집어냈다.
바로 바람과 천둥의 힘이었다.
장력으로 폭풍을 날리고 권법으로 천둥을 내리쳤다.
바람과 천둥이 일제히 일어나자, 천지가 요동쳤다.
그 충격에 바위는 산산조각이 나서 부서졌고 지면은 패이고 뚫려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것 같았다.
이렇게 힘을 한바탕 쏟아내고 나니 몸속의 통증도 한결 줄어들었다.
이런 생각이 들자, 그는 더욱 정신없이 바람과 천둥을 일으키며 장법과 권법을 전개했다.
바람과 천둥의 힘이 사방을 사정없이 할퀴면서 어느새 인황의 위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는 기운이 맹렬히 치솟으면서 4품 비천경 중기에서 단번에 5품 비천경을 넘어서게 되었다.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빠르게 경지를 돌파한 셈이다.
한편, 약수풍은 중상을 입고 근처에 쓰러져 있었다. 정신을 잃은 상태라 여기서 벌어지는 일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행여라도 항소운이 일으키는 힘이 그에게 떨어지기라도 하면 목숨을 잃을 게 뻔했다.
이때, 우채접이 나비처럼 가벼운 몸놀림으로 빠르게 다가와 약수풍을 구해냈다.
그녀는 멀리 떨어진 곳에 약수풍을 내려놓고 그에게 영천을 먹이고는 계속해서 항소운의 상황을 지켜보았다.
“상황을 보아하니 항소운이 마풍지은을 손에 넣은 것 같네. 지금은 무의식 상태에 빠져 수련하는 것 같은데, 정신을 차리고 나면 좋은 소식을 기대해도 되겠지.”
그녀의 눈빛이 잔잔히 일렁였다.
그 눈빛은 항소운이 그녀를 볼 때와 꼭 닮아 있었다.
두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연결되었던 것처럼 서로를 향해 끌리고 있었다.
이때, 몇몇 그림자가 우채접 쪽으로 다가왔다.
제동과 우자이, 당용비, 용운천, 곽욱동 등이 잇따라 도착했다.
그들은 바람과 천둥이 교차하는 지점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쉴 새 없이 커져가는 거대한 힘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렸다.
제동은 예리한 눈빛으로 상황을 지켜보았다. 힘의 한복판에 서 있는 사람이 항소운이란 걸 확인한 순간, 그의 눈빛은 살기로 그득해졌다. 그는 난새를 타고 항소운을 향해 돌진했다.
“네가 경지를 돌파하는지, 아니면 깨달음을 얻는 과정인지는 모르겠으나 죽어줘야겠다!”
제동이 온 힘을 다해 일격을 날리자 불길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저놈이! 당장 멈추지 못해!”
당용비가 격분하며 그 뒤를 추격했다.
그러나 본래 제동과 거리가 떨어져 있던 터라 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가장 앞쪽에 있던 우채접은 제동이 뛰쳐나가는 걸 보았으나 말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제 발로 호랑이굴에 뛰어드는 꼴이군.”
과연 항소운이 일으킨 바람과 천둥의 힘에 제동이 가한 일격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이럴 수가……, 전력을 다한 일격을 막아내다니!”
제동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미 항소운은 그의 예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동물적인 감각인지 아니면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항소운의 공격은 모조리 제동을 향하고 있었다.
깜짝 놀란 제동은 저항할 생각도 못 하고 뒤쪽으로 몸을 피했다.
어느새 당용비는 제동을 바짝 추격하고 있었다.
“감히 소운 아우를 죽이려 들다니, 네놈을 죽여주마!”
당용비는 격분해서 주먹을 연신 휘둘렀다. 8마리의 용이 포효를 하며 제동을 향해 달려들었다.
당용비는 왜 항소운을 ‘아우’라고 부른 걸까?
그와 항소운이 어떤 사이인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건 항소운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제동은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죄혈성 성주의 아들이 어째서 항소운 편에 선 건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당용비와 싸울 마음이 없어서 그저 몇 합을 겨루다가 난새를 타고 그곳을 빠르게 빠져나왔다.
제동은 한시라도 빨리 자릉종으로 돌아가 인마를 소집해 항소운을 죽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계속 살려뒀다간 장차 가문에 큰 화를 미칠 터였다.
당용비는 제동을 쫓지 않고 항소운을 지키기로 했다.
그는 항소운이 무의식 상태에 빠진 걸 느꼈다. 항소운이 동작을 멈췄을 때 누군가 기습을 하기라도 하면 막아내기 힘들었다.
“녀석 정말 대단한데!”
당용비는 감탄을 하며 항소운을 바라보았다.
한편, 다른 쪽에 있던 좌진천은 복잡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바람과 천둥의 힘이라니…… 설마 저 녀석 쌍수지체(双修之體: 두 가지 힘을 동시에 수련할 수 있는 신체)인 건가? 그리고 은빛 천둥은 어떻게 손에 넣은 거지?’
좌진천은 천둥의 힘을 수련하는지라 오래전부터 특별한 천둥을 소유하고 싶었다.
하나, 그런 천둥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행여 찾는다고 해도 전부 고급 천둥뿐이라 뇌성체인 그도 받아들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은빛 천둥은 특별한 천둥인데도 등급이 낮은 편이라 신체에 흡수시켜 제련하는 것도 그다지 위험하지 않았다.
이런 연유로 항소운이 은빛 천둥을 얻었다는 사실에 질투심이 끓어올랐다.
질투가 짙어지자 저 은빛 천둥을 뺏어오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젊은이들은 항소운의 모습을 보고 이미 그가 마풍지은을 제련시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들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중 한 사람이 흰옷을 입은 젊은이에게 말했다.
“저자가 바로 자네 형님 백우기를 죽인 놈이야!”
그는 귀문왕의 영혼 공격을 막아내고 도망쳤던 조오(趙伍)로, 머리에 쓴 투구 덕분에 영혼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조오는 금수와 능린을 죽이는 일에 가담했고, 수사를 죽일 때도 앞장서 나선 자였다. 그리고 운 좋게도 항소운으로부터 두 번이나 도망쳤다.
한편, 흰옷을 입은 젊은이는 백기(白起)란 자로 우자이 무리에 속해 있었다. 7품 세가인 백씨 가문의 자제로 백우기와는 친 형제지간이며 두 사람은 백가의 쌍벽으로 불렸다.
젊은 나이에도 형제의 무공은 비천경 정점에 이르러 백씨 가문의 자랑이었다.
백우기는 금수와 능린을 죽이려다가 항소운의 손에 죽임을 당했고, 백기는 그 소식을 듣고 크게 격분했었다.
형을 죽인 원수가 드디어 나타나자, 백기는 장검을 들고 항소운이 있는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네놈이 바로 형님을 죽인 원수로구나! 네놈의 목을 따서 원수를 갚고 말겠다!”
이렇게 말하는 백기의 등 뒤로 기세가 매섭게 끓어올랐다.
“거기서 한 걸음이라도 나갔다가는 내 손에 죽는다!”
당용비가 거센 기세를 일으키며 냉랭한 눈빛으로 백기를 쏘아보았다.
“당용비, 당신은 이 일에서 빠져. 저놈은 내 형님을 죽인 원수라고! 절대 놈을 살려둘 순 없어!”
백기가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비록 응집한 용의 기운은 당용비가 자신보다 앞서지만 그렇다고 상대가 두렵지는 않았다.
다만 당용비를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당용비는 긴말 필요 없다는 듯 일기당천(一騎當千)의 기세를 드러내며 팔짱을 끼고 앞을 막아섰다.
“조오, 협공해서 저놈을 죽이자.”
백기가 옆에 있던 조오에게 말했다.
조오는 잠시 머뭇거렸으나 곧장 미륵창을 들고 앞으로 나왔다. 그는 기세를 일으켜 당용비를 에워싸면서 백기와 함께 싸우겠다는 결심을 드러냈다.
“좋다, 나도 마침 몸이 근질근질하던 참인데 그럼 마음껏 덤벼라!”
당용비가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죄혈성 성주의 첫째 아들인 그는 무공만 강한 것이 아니라 호전적인 성격이라 싸움을 즐기는 자였다. 용권(龍拳)으로 얻은 명성은 절대 허무맹랑한 얘기가 아니었다.
백기가 장검을 휘두르자 백광이 번쩍이고 검망이 강을 이루며 넘실거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장검을 81차례나 찌르자 거센 바람이 낙엽을 쓸어버리듯 강렬한 기세로 당용비를 덮쳤다.
조오도 미륵창을 든 채 언제라도 일격을 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상대의 공세를 지켜보는 당용비의 얼굴에는 전혀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 그가 두 주먹에 성진의 힘을 모으자 별안간 용의 형체가 하늘 높이 솟아올랐고 이와 동시에 정면을 향해 주먹을 내뻗었다.
승룡권(升龍拳)!
권의(拳意)를 깨달은 권법이었다. 용이 하늘 높이 승천하듯 엄청난 기세를 내뿜으며 상대의 검망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검망은 이내 흩어졌으나, 용권은 여전히 멈출 줄을 몰랐다.
백기는 빛처럼 빠르게 용권을 피한 뒤, 온 힘을 다해 용의 기운을 일으켰다. 그러자 검망이 허공을 가르며 당용비를 다시 내리치는 것이었다.
광음일찰(光陰一刹)!
강한 빛을 내뿜으며 백광이 번뜩이더니 천 미터에 달하는 검망이 찰나에 스치고 지나갔다. 그야말로 인황에 버금가는 위력이었다.
조오도 뒤질세라 공격에 가담했다. 미륵창을 쉴 새 없이 회전시키자 수많은 청광(靑光)이 번뜩였고, 별안간 푸른 등나무가 빠르게 자라나면서 당용비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협공을 통해 상대를 단숨에 제압할 생각이었다.
당용비는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하하하, 이제야 재밌어지네.”
용권을 휘두르자 권의가 물결을 이루며 좌우 양쪽으로 휘몰아쳤다.
권법의 위력은 종전보다 몇 배는 강해져 있었다.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엄청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쿵!
요란한 폭발음이 들리더니 백기와 조오는 당용비 한 사람을 당해내지 못하고 선혈을 토하며 쓰러졌다.
“당장 꺼져! 안 그랬다간 전부 죽여버릴 줄 알아!”
당용비가 냉랭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어림도 없는 소리. 오늘 반드시 항소운을 죽이고 말 거다!”
백기는 여전히 살기등등해서 소리쳤다.
백기가 다시 공격하려는데, 좌진천이 앞으로 나서며 빙그레 웃었다.
“백기, 너는 우리 쪽 사람이니 네 일은 우리 일이나 다름없지. 저 당용비란 녀석은 내가 맡을 테니 넌 항소운이나 처리해.”
좌진천은 아주 계산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당용비를 꼼짝 못 하게 붙잡아두고, 백기가 항소운을 죽이고 나면 은빛 천둥을 손에 넣을 생각이었다.
특수한 힘은 사람이 죽었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자(死者)의 몸을 떠나 천지로 되돌아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때가 되면 정정당당하게 은빛 천둥을 차지하고 마풍지은까지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좋습니다. 좌 형,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백기가 고마움을 표했다.
“좌진천, 진짜 그럴 작정이냐?”
당용비는 눈을 가늘게 뜨며 상대를 노려보았다.
“자, 그럼 시작하지. 난 진작부터 당 형의 용권과 겨뤄보고 싶었거든.”
좌진천의 자줏빛 머리카락이 바람에 나부꼈다. 천둥이 한 마리 용처럼 온몸을 휘감으면서 강한 기세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