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304
제304화 1,000만 점이요?
“그래요. 4대 학당 중 한 곳의 핵심 제자가 된다면 전 정말 당신의 여자가 될 수 있어요.”
우채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데…….”
옆에서 당용비가 중얼거리더니, 항소운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아우, 자네는 분명 해낼 수 있을 거야. 힘내라고!”
말은 이렇게 했으나, 당용비도 내심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4대 무술학당이란 중원에서 가장 이름 높은 학당을 말한다. 설립된 지 10만 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곳으로 상고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수련 성지다.
4대 무술학당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최상급 세력들로, 진무(眞武) 학당, 구궁(九宮) 학당, 용봉(龍鳳) 학당 그리고 신록(神廘) 학당 등이었다. 이 학당에서 수련하는 자들은 중원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알려진 젊은이들이었다.
하나같이 무공이 대단해서 전왕이나 전황 이상의 전투력을 지녔으며, 약한 자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항소운은 일찍이 고서를 통해 4대 무술학당에 대한 내용을 접한 적이 있었다. 확실히 우채접의 요구는 여간 높은 것이 아니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학당에 들어갈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제자가 될 수 있다는 완벽한 자신감은 없지만, 적어도 심사에 응할 용기는 있었다.
“알겠어요. 나 항소운은 ‘만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인재인데 고(古)학당에 들어가는 게 뭐 어렵겠어요? 핵심 제자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죠. 채접, 아무 걱정 말고 나와 혼례 치를 준비나 하고 있어요.”
항소운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럼 서둘러야 해요. 전 이미 용봉 학당에 특별 제자로 뽑혔거든요. 마연에서 나가면 곧장 용봉 학당으로 갈 거예요.”
우채접이 눈을 깜빡이며 담담히 말했다.
“뭐라고요? 성녀님, 벌써 용봉 학당의 특별 제자가 되신 거예요?”
옆에 있던 당용비가 깜짝 놀라 묻자, 우채접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우가 성녀님은 다르군요.”
당용비는 충격을 받은 듯한 얼굴로 중얼거리더니 잠시 후 말을 이었다.
“전 이제 겨우 일반 제자 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얻었거든요.”
“알겠어요. 그럼 나중에 용봉 학당에서 만나기로 해요.”
항소운이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좋아요. 그럼 전 이만 돌아갈게요. 이번 여정에서 얻은 상금은 우월각에 가면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우채접은 싱긋 웃더니 봉황을 타고 바로 사라졌다.
사실 마풍지은을 얻은 자는 수행원의 신분으로 그녀를 따라 용봉 학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나, 그녀는 이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7대 악인도 이 사실을 알고 있어서 각자 제자를 이곳에 보낸 것이다. 그들의 목적은 마풍지은이 아니라 우채접을 따라 용봉 학당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물론 수행원의 신분이 보잘것없긴 하지만, 용봉 학당처럼 상고시대부터 명맥을 이어온 고학당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그만한 영광이 없었다. 견문 또한 넓어져서 장차 크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7대 악인의 속셈은 사실 자신들의 제자를 용봉 학당으로 들여보내 중요한 물건을 찾게 할 목적이었다.
도귀가 항소운을 고른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채접은 항소운을 수행원의 신분으로 초청하지 않은 것이다.
항소운과 우채접은 알 수 없는 인연의 끈으로 이어져 있었다. 전생과 현생에서 반려자가 될 운명으로, 항소운은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고 그녀 역시 마음이 끌렸다.
이런 연유로 그녀는 미래의 남편이 자신의 수행원이 되는 걸 원치 않았다. 부디 그가 잠재력과 재능을 발휘하여 자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임을 증명해 보이길 바랐다.
“채접의 남자가 되려면 열심히 노력해야 할 거야. 용봉 학당에 들어가지도 못하면 얼마나 망신스럽겠어?”
우자이는 조소 섞인 말을 뱉으며 바람처럼 사라졌다.
“항 도련님, 대단한데요. 그럼 용봉 학당에서 뵙겠습니다!”
한 남자가 긴 머리를 멋스럽게 휘날리며 나타나 호의적인 말을 건네더니 곧장 우자이를 따라 그곳을 떠났다.
항소운은 그자가 낯이 익지 않았는데, 아마도 우자이 쪽 사람 같았다.
“저 사람은 황빈소라고, 중앙 황조(皇朝)의 황자 전하야. 아주 대단한 능력을 가진 고수지. 올해 스물여섯이지 아마.”
당용비가 말했다.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중앙 황조 말이에요?”
항소운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금세 장난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재미있네요.”
“보아하니 저 사람도 용봉 학당에 들어갈 자격을 얻은 모양인걸. 소운 아우, 그럼 우리 함께 시험 보러 가자. 절대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순 없지. 안 그랬다간 언제 또 기회가 있을지 몰라.”
당용비가 옆에서 말했다.
“좋아요. 한데, 시험은 언제 있는 거예요? 마연과 죄혈성에서 좀 더 머물다 가고 싶어서요.”
항소운이 물었다.
마연은 그에게 방대한 수련 자원을 제공하는 곳이었다. 게다가 두훤호도 이곳에서 수련을 하고 있고, 얼마 후면 서귀도 출관을 할 테니 얼마간 이곳에 더 머물고 싶었다.
당용비는 항소운의 뜻을 짐작한 듯 말했다.
“물론 마연도 썩 괜찮긴 하지. 한데, 이곳은 마기 천지라 우리 인간족은 오래 머물러봤자 좋을 게 없어. 그리고 고학당에는 각종 신비로운 공간이 있고 고급 전투기술도 있어서 우리가 마음껏 수련할 수 있다니까.”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
“6개월 후 난 시험을 보러 떠날 거야. 아우도 이번 기회를 절대 놓치면 안 돼. 알았지?”
“겨우 반년밖에 안 남았어요?”
준비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나, 10년 내에 가문을 되찾기 위해선 오직 고학당에 들어가야만 무공을 단시간에 높일 수 있었다. 그는 굳은 의지를 드러내며 말했다.
“좋아요. 그럼 반년 후 형님과 함께 시험 보러 갈게요.”
“응, 한데 시험 보기 전에 시험에 응할 자격부터 얻어야 해.”
“무슨 자격이 필요한데요?”
“일반적으로 그런 자격은 큰 세력들이 독점하고 있어. 그중 극히 일부분을 세력이 없는 천재들에게 나눠주고 있는데, 죄혈성에서는 공적으로 시험 자격을 얻지. 아우는 비천경이니까, 공적을 1,000만 점은 쌓아야 시험 자격과 맞바꿀 수 있어.”
“1,000만 점이요?”
항소운은 놀라서 입을 쩍 벌렸다.
공적패를 받아들고 마연으로 들어오긴 했으나, 그동안 한 번도 공적이 얼마나 쌓였는지 확인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소왕급 무인이 공적을 1,000만 점 쌓으려면 대단히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 나도 비천경에 오른 후 1,000만 점을 쌓기까지 장장 5년이나 걸렸다니까. 물론 지금 아우 실력으론 많이 어렵겠지만 아직 6개월이 남았으니까 끝까지 해보는 거야. 난 아우가 해낼 거라 믿어.”
당용비는 잠시 회상에 잠기더니 항소운을 격려하며 힘을 북돋아 주었다.
경지는 낮아도 항소운이 발휘하는 무공은 전황 이상의 것이었다.
이 정도 무공으로 6개월 안에 공적을 1,000만 점 쌓는 건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고급 마왕이나 마황만을 골라 밤낮 가리지 않고 쉴 새 없이 죽이면 가능했다.
불가능하진 않지만, 확실히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당용비는 항소운이 해낼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래도 그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보길 진심으로 바랐다.
항소운은 품에서 공적패를 꺼내 들었다. 위에는 22만 5천이라는 숫자가 있었다.
“음? 언제 이렇게 많아졌지?”
항소운이 의아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가까이 다가온 당용비가 공적패를 보고 놀라 물었다.
“소운 아우, 예전에 마연에 온 적이 있어?”
항소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이번이 처음이에요.”
“처음 왔는데 공적이 이렇게 많이 쌓이다니……. 아무리 도중에 마왕을 많이 죽였다 해도 기껏해야 몇만 정도일 텐데, 이십몇만이라고? 마황을 죽였으면 모를까 이게 가능한 일인가. 1품 마황을 죽이면 2만 점을 얻고, 2품 마황은 4만 점. 아우가 3품 마황을 죽이긴 했어도 겨우 6만 점이라고.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많아진 거지? 혹시 마황을 더 죽인 거 아냐?”
당용비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항소운은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아마도 황급 마풍수를 죽여서인 것 같아요.”
그는 막 마풍수의 요지에 도착했을 때, 우채접을 구하기 위해 명혼공간을 개방하여 그녀와 우자이를 구한 적이 있었다. 그때 마풍수 족장이 그 안에 갇혔는데, 명황수옥과 귀문황 덕분에 가까스로 상대를 죽일 수 있었다.
명황수옥은 인황급 후기의 위력을 지녔지만, 5품 인황에 버금가는 마풍수 족장이 미친 듯이 날뛰며 수옥을 공격하자 항소운은 가슴을 졸이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남에게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녀석도 결국 버텨내질 못하고 그 안에서 죽고 말았고, 이로써 공적이 쌓인 것이다.
“이 녀석 봐라. 보아하니 반년 안에 1,000만 점 쌓는 것도 문제없겠는데.”
당용비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는 항소운이 제아무리 전황의 실력을 지녔다 해도 1,000만 점을 모으려면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거라 예상했는데, 이제 보니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두 사람은 그 뒤로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고, 다른 자들은 이미 그곳을 빠져나간 상태였다. 오직 곽욱동과 수사만이 남아있었다.
곽욱동은 이번 기회에 항소운과 친분을 깊이 쌓고 싶었다. 하나, 왠지 모르게 그가 자신과 거리를 두는 것만 같아 내심 불안했다. 그래도 항소운으로부터 금술을 얻어내고 말겠다는 결심은 변함이 없었다.
한편, 수사는 마수를 길들이는 법을 알아내고 싶었다. 그는 항소운이 그런 비급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했다.
당용비는 두 사람이 항소운의 친구란 걸 알고 이쯤에서 항소운과 헤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소운 아우, 시간이 얼마 없으니 나도 이만 가 볼게. 난 우선 마연에서 무공을 단단히 다져서 용의 기운을 9할 9푼까지 응집시킬 생각이야. 안 그랬다간 일반 제자가 될 자격도 얻지 못할 테니까. 아우도 열심히 노력해서 되도록 1~2품급을 더 높이도록 해. 그래야 핵심 제자가 될 수 있을 거야.”
“네, 그럼 당 형 먼저 돌아가세요. 몸조심하시고요.”
항소운이 당부의 말을 건넸다.
당용비는 품에서 물건을 꺼내 항소운에게 주었다. 항소운이 죄혈성으로 돌아오거든 이 물건을 가지고 성주부에 와서 자신을 찾으라고 말이다.
그가 떠나고 나자, 항소운이 곽욱동과 수사를 둘러보며 말했다.
“전 마연 3층으로 갈 생각인데, 따라갈 거에요?”
공적을 1,000만 점까지 쌓기 위해선 높은 등급의 마수를 죽여야 했다.
이곳 2층에서 마왕만 죽이고 있다간 어느 세월에 공적을 채울 수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항소운은 3층에 도전할 마음을 먹었다. 단번에 상승한 무공을 단단히 다질 필요도 있었고, 용봉 학당의 시험에 대비도 해야 했다.
중원을 대표하는 각 세력의 천재들과 은둔 세력의 무인들은 예사로운 인물이 아니었다. 그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내려면 무공을 더욱 높여야 했다.
물론 혼자서 3층에 갈 수도 있지만, 곽욱동과 수사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시험해볼 겸 말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