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306
제306화 고통 없이 죽여줄게
천지가 울리면서 항소운은 다시 멀리 날아갔고 푹 하고 선혈을 내뿜었다.
그러나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다시 상대를 도발했다.
괴갑 마황은 또다시 있는 힘껏 육중한 몸을 부딪쳤다.
그렇게 십여 차례를 부딪치고 나자, 방어막은 점점 단단해져서 어느새 세 겹 반의 방어력을 지니게 되었다.
이로써 육갑금공은 두 번째 단계인 동벽의 중기에 이르게 되었다. 방어막이 네 겹에 이르면 완벽한 옹성이 형성되어 인황이 공격해도 끄떡없었다.
항소운이 괴갑 마황의 충돌에도 가만히 있었던 이유는 육갑금공의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상대와 충돌하자, 그는 멀리 날아갔을 뿐 어떤 부상도 입지 않았다. 몸을 감싸고 있던 금갑도 전혀 균열이 없었다.
“이제 됐어. 그래도 내 연습 상대가 돼줬으니 고통 없이 죽여줄게.”
항소운이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항소운은 검은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당당한 눈빛으로 상대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이곳의 중력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듯, 한 줄기 바람이 되어 괴갑 마황 옆에 나타났다. 전천도가 허공을 가르더니 괴갑 마황의 껍질을 그대로 뚫으면서 상대를 일격에 죽여버렸다.
상대는 단단한 방어로 이름난 마황이었다.
하나, 겨우 7품 비천경의 소년에 의해 한 수만에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그야말로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정면에서 공격했다면 시간을 꽤 허비했을 테지만 통찰력을 통해 상대의 약점을 파악한 상태였다. 겹겹이 둘러싼 마갑 사이로 실처럼 가느다란 틈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허점이었다.
허점을 찌르자 적은 바로 무너져 버렸다.
이렇게 마황을 죽이고 나자, 공적이 2만 점이나 늘어났다.
높은 등급의 마황을 죽일수록 공적이 쌓이는 속도는 훨씬 빨라졌다. 지금 실력이라면 반년 안에 1,000만 점을 모으는 것도 문제없었다.
그는 마황의 시체를 명혼공간으로 보내 귀문족이 마음껏 즐기도록 했다.
어느새 귀문족 족장 귀척은 3품 마황의 경지에 올랐다.
귀척은 마풍수 족장의 마정과 혈맥을 먹고 난 뒤 경지가 빠르게 향상되었다.
이제 항소운은 길을 서두르지 않았다.
일전에는 곽욱동을 제거하기 서둘러 떠났으나, 이젠 그럴 필요가 없었다.
지금은 전투기술을 수련하면서 전투력을 높여야 했다.
무공이 강해짐에 따라 일부 기술은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파강지나 금선권과 같은 낮은 등급의 기술은 공격력을 크게 떨어뜨렸다.
이번에 마풍지은을 얻으면서 바람의 힘도 대폭 강해져 바람의 힘에 어울리는 기술을 수련해야 했다.
얼마 전 그는 ‘풍뢰교가(風雷交加)’란 기술을 새로 만들었다. 이것은 바람과 천둥의 힘이 결합된 기술로, 무의식 상태에 빠졌을 때 만든 것이다. 위력만 보자면 충분히 필살기라 부를만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했다. 이 기술은 힘이 많이 소모될뿐더러 살상력도 대단해서 적을 죽이는 데는 안성맞춤이나, 단지 무공을 겨룰 때는 사용할 수 없었다.
항소운은 머릿속에서 어릴 적 기억해두었던 각종 기술을 뒤져보았다. 잠시 후, ‘구풍퇴(颶風腿)’라는 5품 전투기술이 눈에 들어왔다.
이것은 황급 기술로, 지금 그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었다.
이런 특별한 전투기술은 자릉종에서도 거의 소장하질 않아 꽤나 귀했다.
구풍퇴를 완벽히 수련하게 되면, 폭풍과 같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발을 내뻗는 힘이 클수록 폭풍도 강해져서 인황의 경우 산을 여럿 부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구풍퇴의 최대 장점은 대규모 난전에 적합하단 것이었다.
많은 적을 상대로 싸울 때 폭풍의 위력을 발휘하면, 적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고 그 틈에 허점을 찾아 일격에 죽일 수 있었다.
항소운은 구풍퇴의 요결(要訣)을 빠르게 깨달아가면서 그 가운데 수련의 핵심을 파악했다.
그는 본래 이해력이 뛰어난 데다 명혼공간이 실체를 갖게 되면서 영혼력이 현저하게 강해졌다. 따라서 무공에 대한 깨달음은 최상급 인황과 비등한 수준이었다.
이런 황급 기술도 채 하루가 되기도 전에 그 속의 핵심을 파악해서 이제 본격적인 수련에 들어갔다.
체내의 바람의 힘을 사용하자, 얼마 안 가 구풍퇴의 기초를 터득했다.
그는 이곳에서 계속 수련에 몰두하기로 했다. 마수와 싸우면서 각법을 깨달아가면 구풍퇴란 기술에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곳은 마수가 득실거려서 몇 걸음 걷다 보면 마수가 나타나 공격했다.
그는 실전을 통해 무예를 단련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발을 내뻗어도 다리가 뻣뻣하게 경직돼있어 여간 어색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두 발을 손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발을 내뻗을 때마다 예리한 빛이 언뜻 비추기 시작했다.
바람의 빛은 아직 위력이 충분하지 않아서 마왕 후기의 마수를 상처입힐 정도였다.
이틀이 지나자, 이제는 바람의 빛 정도가 아니라 진정한 폭풍이 생성되고 있었다. 바람의 힘이 세찬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주변을 마구 짓밟았다.
“구풍퇴를 완벽하게 구사하게 되면 마풍지은이 그랬던 것처럼 강한 폭풍을 만들 수 있을 거야. 물론 그 정도까진 힘들겠지만 꽤나 강해지겠지.”
시간이 흐를수록 구풍퇴에 대한 깨달음은 깊어졌다.
그는 일전에 폭풍에 휩쓸리면서 그 속에서 폭풍의 궤적을 깨달았고, 또 마풍지은의 힘까지 얻었으니 구풍퇴를 사용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황급 기술의 경우, 인황도 1~3개월은 집중해야 겨우 기초를 터득할 수 있는데 지금 항소운은 사흘도 못 돼 그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확실히 그는 무공을 익히는데 재능이 있었다.
항소운은 마왕을 한 마리 죽인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직 힘은 거뜬했으나, 또 다른 전투기술을 익힐 작정이었다.
고수들이 이 광경을 봤다면, 너무 욕심이 많다며 나무랄 터였다.
그러나 항소운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몸속에 각기 다른 힘을 지닌 성진이 있는데 이에 맞는 전투기술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위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그는 금선권을 대체할 수 있는 금의 힘을 가진 기술이 필요했다.
잠시 후, 그는 5품 전투기술인 ‘살옥지(煞獄指)’를 생각해냈다.
이 기술은 금의 힘을 활용한 것으로, 운지법(運指法)의 일종이다. 파강지와 금선권의 약점을 보완하는 기술이라 할 수 있었다.
살옥지를 구사하려면 손가락뼈가 강철처럼 단단해야 하고 금의 힘 가운데 살기가 있어야 가능했다.
수련에 성공하면, 제아무리 황급 갑옷이라 해도 일격에 뚫을 수 있었다.
항소운은 지공(指功)을 수련한 적이 있는지라 손가락 힘도 단단했고 금살의 기운도 가지고 있어 비교적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그는 살옥지를 연마하는 데 온 정신을 집중했다.
이번에는 구풍퇴를 수련할 때보다 시간이 단축돼서 하루 반나절 만에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그는 방어력이 대단하기로 유명한 소왕급 마갑석(魔甲蜥)을 단 일격에 죽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한 달이 흘렀다.
그동안 항소운은 마연 2층에서 마왕을 수없이 죽였다.
한 달간의 수련 끝에 경지는 단단히 다져졌고 상승 단계에 완만히 접어들고 있었다.
마풍지은, 은광뇌심의 힘과 공명이 깊어짐에 따라 여분의 힘이 성진의 힘으로 바뀌면서 무공도 상승했다.
마기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지라 마기를 대거 흡수해 혈맥의 힘을 강화한 덕분이기도 했다.
마기를 흡수하여 혈맥의 힘이 강화된 것 외에도 명혼공간에 대량의 마기가 쌓이면서 귀문족이 이를 흡수하여 등급이 높아졌다.
천성적으로 마기와 친근한지라 혹시나 하는 걱정도 없었다.
그는 지난 한 달 동안 혼자서 4~500마리의 마왕을 죽였다. 구풍퇴와 살옥지의 수련은 이미 중기 단계에 이르러 범상치 않은 위력을 발산했다.
육갑금공도 한층 강해져서 방어막이 네 겹이 될 날도 머지않았다.
어느새 공적은 300만 점을 넘어섰다.
이 과정에서 명혼공간이 톡톡히 역할을 했는데, 마수 무리를 가둬서 전부 귀문족의 먹이로 만들어버렸다.
귀문족이 죽인 마수에다 그가 직접 죽인 수까지 더하니 족히 2,000마리는 넘어서 공적이 이렇게 많이 쌓인 것이다.
이대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1,000만 공적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아직 전력을 다한 상태도 아니었다.
“이제 구풍퇴와 살옥지도 능숙해졌으니, 3층으로 가야겠다.”
항소운은 이렇게 중얼거리며 3층 입구로 걸음을 재촉했다.
지금 실력이면 2층에서 마왕을 죽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3층을 강행하는 이유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어서였다.
마황과 격전을 벌여야 내재 되어있던 잠재력이 폭발해서 전투력도 크게 상승할 터였다.
용봉 학당의 시험을 준비하는 의미도 있지만, 장차 가문을 되찾기 위해선 피나는 노력이 필요했다.
그는 되도록 교전을 피하면서 바람과 같은 보법으로 빠르게 지나갔다.
이제 바람과 같은 보법은 거의 완벽한 경지에 이르러 한 발만 더 내디디면 축지법의 단계에 오를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축지법은 제존급 이상의 무인이 구사할 수 있었다.
그 단계에 오르려면 기본적으로 무공이 높아야 함은 물론이고 기연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야 가능했다.
며칠 후, 그는 3층 입구에 거의 도달했다.
입구로 향하는 다른 길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두 명의 아름다운 여인을 붙잡은 채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일전에 항소운 덕분에 풀려났던 한천유, 한설유 자매였다.
자매는 위기에 처해 있었다. 밧줄로 꽁꽁 묶인 채 붙잡혀 가는데 이미 치열한 싸움을 벌인 건지 꼴이 말이 아니었다.
무리는 혈살방을 상징하는 의복과 장신구를 착용하고 있었고 눈빛에선 짙은 탐욕이 느껴졌다.
이때, 음산한 분위기의 젊은이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아, 더는 못 참겠다. 이 몸은 지금 저 계집들과 즐겨야겠으니 아무도 막지 말거라!”
남자는 비록 잘생기긴 했으나 얼굴에 살기가 돌고 눈빛이 음산한 것이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서른예닐곱 살로 아직은 혈기가 왕성한 나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날고 긴다는 천재들에 비할 수는 없지만, 나름 전도유망한 젊은이였다.
이 자는 혈살방 대군주의 아들인 혈검하(血劍河)로, 혈검(血劍)으로 유명했다.
게다가 대단한 호색한이어서 얼마나 많은 여인이 그에게 능욕을 당했는지 모른다.
특히 한씨 자매처럼 뛰어난 미인들은 갖지 못해 안달이 날 정도였는데, 진작부터 덮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도련님, 그래도 조금만 참으시죠. 군주님께서 저 계집들을 털끝 하나 건드리지 말고 데려오라 명하지 않으셨습니까. 계집들로 한파군(韓破軍)을 협박해 혈견석(血繭石)을 뺏겠노라 하셨지요. 그런데 지금 저 계집들을 범하시면 군주님의 계획을 망치게 될 겁니다.”
7품 입룡경의 고수가 말했다.
이 사람은 무리에서 무공이 가장 뛰어난 자로, 이름은 맹감숙(孟甘肅)이었다.
“영감, 입 다물고 있어. 아버지 자리는 조만간 내가 물려받게 될 거라고. 지금 내가 두 계집과 즐기려는 건 다 인황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야. 게다가 계집들을 죽일 것도 아닌데 대사를 그르칠 리도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