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309
제309화 사람이 따르는 걸 어쩌겠어요
한설유도 질세라 온 힘을 다해 혈검하의 가슴을 짓밟았다. 뚝 하고 가슴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자매가 그동안 당했던 수모와 설움을 전부 발산하자 상대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서 결국 죽음에 이르고 말았다.
항소운은 자매가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고는 다시 명혼공간 안을 살펴보았다.
영혼은 전면 공세를 퍼부으면서 맹감숙을 압도하고 있었다.
맹감숙은 명색이 7품 인황이나, 명혼공간 안에서는 상대가 되지 못했다.
아무리 전력을 다 해도 평소 실력의 7할 밖에 나오질 않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목숨이 경각에 놓이자, 그는 살려달라며 애원했다.
“제발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저, 전 명황족의 비밀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이 한 마디 덕분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하나, 쉽게 상대를 놓아줄 항소운이 아니었다. 상대를 통제한다면, 그가 말하는 비밀이 사실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앞으로 3층에 가게 될 텐데 맹감숙 같은 인황을 수행원으로 두는 것도 괜찮았다.
항소운은 곧장 명룡혼고의 위력을 발휘하여 고문자를 명혼공간 속으로 실려 보냈다.
고문자는 명혼공간에 들어가자 뜻밖에도 위력이 배가 되더니 찬란하게 빛을 냈다. 그러고는 깊고 오래된 기운을 내뿜으며 맹감숙을 완전히 뒤덮었다.
‘명룡혼주의 위력이 배로 강해지다니, 아무래도 명혼공간과 명룡혼주는 뿌리가 같은 모양이군. 둘이 결합하면 위력이 상승하니 말이야.’
이렇게 항소운은 또 다른 깨달음을 얻었다.
맹감숙은 저항할 능력조차 상실한 채 주문에 걸려들고 말았다.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 몰아치자, 순식간에 정신이 무너진 그는 항소운에게 즉시 복종했다.
그제야 항소운도 주문을 멈추고, 맹감숙을 명혼공간 밖으로 내보냈다.
명혼공간을 싸우는 용도로 사용하면 영혼력은 크게 소모된다. 다행히 양혼석이 있어 영혼에게 시시각각 양분을 제공한 덕분에 명혼공간을 오래 사용할 수 있었다.
명혼공간에 살아있는 생명체를 무한정 가둬둘 수 있는 건 아니란 뜻이다.
물론 귀문족처럼 명혼공간과 성질이 친숙한 마수는 예외였다.
귀척에 말에 따르면, 귀문족은 본래 명황족에 예속된 종족이라고 하니 어쩌면 명황족이 만들어낸 종족일지도 모른다.
맹감숙의 등장에 한씨 자매는 바짝 긴장했다.
자매는 그의 무공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고 있었다.
“걱정 말고 편히 치료나 하세요. 이 자는 제게 복종하게 됐거든요.”
항소운이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저자가 당신을 따르기로 했다고요?”
한천유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하하, 뭐 별수 있나요. 제가 워낙 용맹하고 덕이 많다 보니 절로 사람이 따르는 걸 어쩌겠어요. 그래서 이 자도 군주를 알아본 거죠.”
항소운은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말을 늘어놓았다.
이때, 맹감숙이 한쪽 무릎을 꿇고 공손히 말했다.
“맹감숙, 죽을힘을 다해 소주님을 보필하겠습니다.”
“자, 그럼 우린 저쪽으로 가서 얘기나 할까.”
항소운이 말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자리를 떴는데도 한씨 자매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언니, 저 사람 진짜 멋있지 않아요?”
한설유가 잔뜩 홀린 눈으로 말했다.
그러자 한천유가 담담히 말을 했다.
“다른 생각 말고 먼저 부상부터 회복하자.”
내색은 하지 않았으나, 실은 그녀도 동생과 같은 생각이었다.
하나,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상대는 불세출의 천재이고, 자신들은 6품 비천경에 외모도 봐줄 만했지만, 그렇다고 그에게 어울리는 상대는 아니었다.
“명황족의 비밀을 알고 있다고 했지? 어서 말해봐.”
항소운이 맹감숙에게 전음을 보내 물었다.
“예, 주인님. 혈살방 대군주에게 들은 얘기로는 마연 3층에 명황족이 살았던 옛터가 있다고 합니다. 명황족이 그곳에서 잠시 머물렀을 수도 있고, 어쩌면 묘지가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데, 그곳은 강력한 마수가 지키고 있어 제존급 무인이라 해도 접근이 힘들다고 합니다.”
맹감숙이 대답했다.
“명황족이 살았던 옛터가 있다고? 그 말 진짜야?”
항소운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물었다.
“명황족과 관련된 곳이지만, 그곳에 뭐가 있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그리고 대군주 말이 아마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거라고 하더군요. 설령 중요한 유물이 남아있다 해도 진작 다른 사람이 가져갔을 거라면서요. 아무튼 지금은 폐허나 다름없다고 합니다.”
“폐허가 됐구나…….”
항소운은 한숨을 푹 쉬고는 맹감숙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명황족에 대해 또 아는 거라도 있어?”
그는 명황족이 마족인지, 그리고 중원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했는지 너무도 궁금했다.
안타깝게도 맹감숙은 명황족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의 말투에선 명황족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졌다.
‘뭐 어쩔 수 없지. 명황족에 대한 건 나중에 알아봐야겠다. 지금은 우선 3층에 가는 일이 급해. 기회가 되면 폐허에도 들러봐야지. 뭔가 발견할 수도 있으니.’
잠시 후 항소운은 맹감숙을 데리고 한씨 자매 쪽으로 되돌아왔다.
자매는 항소운이 준 약초와 수정 덕분에 부상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얼마 안 가 부상이 완벽히 회복될 것 같았다.
항소운이 자매를 구해준 것은 혈살방과의 적대적인 관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전에 자매를 속였던 이유로 줄곧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자매를 구하고 나니 마음의 짐을 벗은 것처럼 홀가분해졌다.
그는 무료했던지 혈검하와 다른 인황들의 저축계를 꺼내 안에 뭐가 들었나 살펴보았다.
그 안에는 물건이 꽤 많이 들어있었는데, 진귀한 물건도 적지 않았다.
그들 무리는 살인과 약탈을 일삼는 데다 인황에 이른 고수도 여럿 있어서 항소운의 눈에 들 만큼 좋은 물건이 많았다.
그는 혈검하가 자매에게 가한 피해를 보상하는 의미로 자매에게 줄 왕급 물건을 여럿 골라놨다.
그러다 혈검하의 저축계에서 기석(奇石)을 발견했다. 기이한 모양의 돌들에서 마기가 대량 뿜어져 나왔는데 마치 마기로 만들어진 돌 같았다.
기석들을 꺼내 살펴보고 있는데, 별안간 주변의 마기가 빠른 속도로 몰려들었다.
‘이건 취마석(聚魔石)인가?’
이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옆에서 맹감숙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주인님, 이건 마기석(魔氣石)으로 중원의 수정과 비슷한 겁니다.”
“그렇구나.”
수정은 무인이 무공을 높일 때 흡수하는 힘의 결정체인데, 마기석은 마수라는 대상만 다를 뿐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는 마기석들을 명혼공간으로 보내 귀문족이 흡수하도록 했다.
귀문족은 마기석을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더니 빠른 속도로 집어삼켰다.
‘앞으로는 마기석을 모아야겠는걸.’
잠시 후 그는 저축계에서 꽤 많은 마정을 발견했고, 곧장 명혼공간으로 보냈다.
이 정도면 많은 수의 귀문이 무공을 높일 만큼 충분한 양이었다.
최근 들어 귀문족의 무공은 폭발적으로 강해져서 2층의 어떤 마수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였다.
이들은 장차 그가 가문을 되찾을 때 중요한 지지기반이 될 터였다.
반나절이 흐르자, 줄곧 좌선을 하고 있던 한씨 자매가 눈을 떴다.
자매의 몸은 투명한 빛으로 반짝였고 얼음처럼 차가운 기운이 흘러나왔다. 평범한 한기(寒氣)와 달리 고귀하고 비범한 기운이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기운이 흘러나오자, 그녀들은 한층 강한 매력을 내뿜었다.
자매는 자리에서 일어나 항소운에게 예를 올리며 고마움을 표했다.
“항 공자님,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과거야 어쨌든 이번에 그가 자매를 위험에서 구해준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항소운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무튼 무사하시니 다행이에요. 여긴 2층 심부라 마수가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어서 돌아가세요. ”
그러자 한설유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항 공자님, 저희 목숨을 구해주셨으니 끝까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저희 몸속에 있는 독을 해독하고, 1층까지 데려다주실 수 있으세요?”
한설유는 애처로운 표정을 짓고 있어 실로 안쓰러웠다.
그러나 항소운은 목석처럼 무덤덤하게 말을 뱉었다.
“아직 우리가 약조한 때가 되지 않았으니 해독약은 드릴 수가 없어요. 그리고 두 분을 1층까지 데려다줄 시간도 없으니, 알아서들 가세요.”
그러고는 저축계 두 개를 자매에게 건네고는 곧장 몸을 돌렸다.
“어쩌면 그렇게 몰인정할 수가 있어요? 우리가 여자로도 안 보이는 거예요?”
한천유가 버럭 울분을 토해냈다.
그녀들처럼 아름다운 미인들은 어디를 가든 자신을 보호해주는 남자가 항상 따라다녔다.
이번에 그녀들이 집안사람들을 찾기 위해 2층에 발을 들여놓은 것도 그런 추종자의 도움 덕분이었다.
다만 마연의 2층은 마수가 너무 많아 추종자 중 적잖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혈검하 무리까지 맞닥뜨리는 바람에 추종자는 전부 죽고 그녀들도 붙잡히고 말았다.
항소운이 자매를 구해주자, 그녀들은 그 역시 다른 추종자와 같다고 지레짐작했다. 그래서 자신들이 청을 하면 절대 거절을 못 할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항소운이 단칼에 거절해버리자, 한천유는 몹시 불쾌해졌다.
“언니!”
한설유가 한천유를 말리고 나섰다.
항소운은 고개를 돌려 한천유를 물끄러미 보더니 옅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허허, 맞아요. 당신 말처럼 난 당신들이 여자로 안 느껴져요. 안 그랬으면, 아까 그놈처럼 당신들한테 달려들었겠죠.”
한천유의 태도는 항소운을 분노케 했다.
물에 빠진 놈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식이었다.
“그럼 해보던가요. 그럴 배짱이 있으면 해보라고요! 어차피 마연에서 살아나가지도 못할 텐데!”
한천유는 고래고래 악을 썼으나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홧김에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고 있던 것이다.
항소운은 눈살을 찌푸리며 뭐라 말하려다 결국 입을 다물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계속 걸어가다가 한마디를 던졌다.
“죽는 게 두렵지 않으면 따라오던가요.”
짐이 될 게 뻔해서 내심 자매를 데려가고 싶지 않았지만, 저렇게 예쁜 여자가 울고 있으니 모질게 대할 수가 없었다.
‘나처럼 여자를 아끼는 남자가 또 어딨다고. 하여튼 보는 눈이 없다니까!’
항소운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언니, 우리 빨리 따라가요.”
한설유는 신이 나서 언니 손을 잡고 곧장 항소운의 뒤를 쫓았다.
눈물을 거둔 한천유는 조용히 교활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항소운은 맹감숙, 한씨 자매와 함께 3층으로 향했다.
도중에 마수와 맞닥뜨리자, 그는 자매에게 말했다.
“살고 싶으면 내가 계속 당신들을 지켜줄 거란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예요. 자기 목숨은 자기가 지킬 수 있어야 합니다.”
항소운과 맹감숙은 자매를 보호해주지 않고, 그녀들이 마왕과 직접 싸우도록 내버려 두었다.
한천유가 대답했다.
“우리도 그런 능력쯤은 있어요.”
그러고는 앞장서서 마왕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한설유도 서둘러 가세해서 언니와 함께 협공했다.
자매는 협공술에 능한지라 함께 공격을 전개하자 위력이 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