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311
제311화 그만 쫓아오라고!
‘마인초?’
항소운은 마연 초입의 건물에 마인초와 관련된 기록이 있음을 떠올렸다.
마인초는 오래전 3층으로 향하는 입구에 나타난 적이 있는데, 바로 오천 년 전의 일이었다.
오천 년이 흐른 후, 다시 등장한 마인초를 항소운이 운 좋게 맞닥뜨린 것이다.
하나, 이 자리에는 마인초를 손에 넣기 위해 많은 인황이 모여 있었고 다들 하나같이 대단한 실력자였다.
마인초를 직접 먹지 않더라도 손에 넣기만 하면 동급의 다른 약황으로 바꿀 수도 있으니, 이만큼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이렇게 많은 마황과 인황의 눈을 피해 손에 넣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이곳에 모인 사람 중 가장 강한 자는 7품 인황으로, 다행히 최상급 강자는 없었다.
마인초는 약황이라 하더라도 중품에 불과해서 최상급 인황의 눈에 차지는 않았다.
그 순간, 마인초가 찬란한 빛을 내뿜었다. 검은빛이 예리한 칼날이 되어 사방으로 퍼지자, 절세 고수가 칼을 휘두른 것처럼 양쪽 절벽에 깊은 틈이 생겨났다.
한낱 약초가 이런 무시무시한 힘을 지녔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컹컹!
요란한 소리와 함께 괴상한 생김의 마수들이 마인초를 향해 잇달아 달려들었다.
마인초는 이들이 오매불망 기다리던 보물이었다. 마수는 지능이 낮아서 본능에 따른 공격 외에 별다른 공격술은 없는데, 마인초는 그런 공격술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마수가 물밀듯이 몰려들자 마기가 사방을 휩쓸기 시작했다.
인간족과 이족의 인황들은 마인초를 뺏길세라 서둘러 전투에 뛰어들었다. 그들은 강력한 전투력을 드러내며 너도나도 마인초를 손에 넣으려 했다.
쿵! 쿵!
천지가 진동하는 소리가 나더니 수없이 많은 힘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항소운 일행은 인황들이 내뻗은 힘이 자신들 쪽으로 날아오는 걸 발견했다.
인황들은 마수를 경계함과 동시에 항소운 일행을 쫓아내거나 죽일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한씨 자매는 상황의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저 힘에 맞는 순간, 자신들은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었다.
“흥, 아예 우리까지 끝장내겠다, 이거군.”
항소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맹감숙이 달려 나가 날아오는 힘을 모조리 막아버렸다.
“맹감숙, 자네는 이들을 데리고 먼저 3층으로 가 있어. 나도 곧 뒤따라갈게.”
항소운이 맹감숙에게 분부를 내렸다.
맹감숙은 항소운의 명령이라면 무조건 복종하는 터라 곧장 기세를 뻗어 한씨 자매를 감싸고는 그녀들을 데리고 3층 입구로 달려갔다.
“몸조심해요!”
두 여인이 염려 섞인 표정으로 항소운에게 소리쳤다.
평소 무관심한 표정으로 일관하는 그였으나, 실은 누구보다 자신들을 위해준다는 걸 자매도 잘 알고 있었다.
위험에 빠졌을 때, 몇 차례나 자신들을 구해준 그였다.
자매의 걱정 섞인 외침에 항소운은 먼저 가라며 손짓을 할 뿐이었다. 저 많은 인황들은 상대도 안 된다는 듯 자신만만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맹감숙과 한씨 자매가 사라진 뒤에야 항소운은 인황들이 싸움을 벌이는 쪽으로 천천히 접근했다.
“이놈은 또 뭐야? 여긴 너 같은 조무래기가 끼어들 곳이 아니니, 썩 꺼져!”
인황 하나가 항소운을 힐끔 보더니 버럭 소리쳤다.
사내는 4품 인황으로, 대결에서 가장 바깥쪽에 밀려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실력으로 승산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 섣불리 앞쪽으로 뛰어들지 않았다.
싸움에서 양측이 전부 극심한 손실을 입어야 그에게 한 가닥 희망이 생길 뿐이었다.
항소운은 사내를 보며 씩 웃더니 그 곁을 여유롭게 지나갔다.
사내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죽고 싶어 환장한 놈이군.”
날고 긴다는 인황과 마수가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곳이다 보니 주변으로 흩날리는 힘만 해도 위력이 대단했다. 이런 힘을 소왕급 무인이 막아내는 건 무리였다. 하물며 7품 소왕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사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항소운은 그 힘들을 가볍게 피하며 전장 한복판으로 성큼 걸음을 내디뎠다.
“마, 말도 안 돼! 저 녀석 분명 운이 좋은 걸 거야.”
사내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중얼거렸다.
항소운은 자유자재로 몸을 움직이며 마인초를 향해 쉴 새 없이 걸음을 옮겼다. 사내는 너무 놀라 입을 쩍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도저히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혹여 소년으로 모습을 바꾼 노인이 실력을 숨기고 찾아온 건 아닐까 의심마저 들었다.
사실 항소운이 전장의 한복판을 상처 하나 없이 뚫고 지나갈 수 있었던 건 기묘한 몸놀림과 타고난 통찰력 덕분이었다.
겉보기엔 힘들이지 않고 적들의 공격을 피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무척 위험한 상황이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는 순간, 힘에 노출되어 극심한 부상을 입을 수 있었다.
속도는 2, 3품 인황에 버금갈 정도이나 전투력에서는 아직 턱없이 부족했다.
마인초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전장은 더욱 혼란에 가득 차서 한 걸음도 내딛기 힘들었다.
“어디서 굴러들어온 인간족이냐? 썩 꺼지지 못해!”
5품 정점에 이른 암암(暗岩) 마황이 항소운을 발견하고 버럭 호통을 치더니 거대한 검은 꼬리를 세차게 휘둘렀다.
녀석의 눈에 비친 항소운은 한낱 개미에 불과했다. 감히 마인초를 두고 자신과 겨루려 하다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마황의 공격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했고 속도는 더할 나위 없이 빨랐지만, 항소운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통찰력을 최대로 발휘하여 상대의 공격을 꿰뚫어 보았다. 그러자 꼬리가 날아오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면서 상대의 공격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는 옆에 있던 거대한 마원인의 어깨 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황급 마원인은 실력 면에선 암암 마황보다 훨씬 앞섰다. 암암 마황의 위협을 느낀 녀석은 몸을 돌려 상대의 꼬리를 잡더니 인정사정없이 부러뜨렸다.
그러고는 항소운도 붙잡으려 했으나, 미꾸라지 마냥 다른 인황 곁으로 쏜살같이 빠져나갔다.
“벌레 같은 인간, 죽어라!”
마원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폭발해서 항소운을 향해 주먹을 힘껏 내질렀다.
마권기포(魔拳氣炮)!
마원인의 필살기였다. 섬뜩한 마기와 무서운 힘이 잇달아 폭발하며 돌진했다. 녀석은 항소운 뿐만 아니라 곁에 있던 인황까지 함께 죽일 작정이었다.
가히 7품 인황에 버금가는 대단한 위력이었다.
황급 마원인 앞에는 인황이 두어 명 있었다. 한 명은 중원에 터전을 둔 이족인 영문족(影紋族)으로, 얼핏 보면 인간족과 닮은 듯 보이지만 실은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났다. 대나무 장대처럼 바짝 마른 몸은 허약했고, 문신을 한 것처럼 태어날 때부터 몸에 기이한 무늬가 있었다.
이 무늬는 태생적으로 어둠의 힘과 깊은 공명을 이뤄 캄캄한 밤이면 이들의 존재조차 알아차리기 힘들었고, 그림자처럼 손에 잡히지 않았다. 다른 한 명은 붉은 머리칼을 가진 인간족 인황으로 화갑(火甲)을 걸치고 있었다. 스무 살 남짓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이지만, 강한 기세를 드러내고 있었다.
“짐승 놈이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영문족인이 날카롭게 소리치며 정체 모를 힘을 일으키자, 별안간 몸이 둥실 떠오르며 마원인의 공격을 피했다다.
다음 순간, 팔뚝에 새겨진 문신에서 칠흑처럼 검은빛이 번뜩이더니 뜻 모를 문양이 팔뚝에서 빠져나와 마원인을 향해 힘껏 날아갔다.
영비노솔(影臂怒甩)!
눈 깜짝할 사이에 도달한 문양이 마원인을 힘껏 내리쳤다.
한편, 붉은 머리칼의 젊은이는 몸을 슬쩍 틀어 마원인의 공격을 교묘히 피하고는 마인초가 있는 방향으로 돌진했다.
그 동작이 어찌나 날래던지 전방에 있던 7품 인황 세 명의 공격을 단숨에 지나쳤다.
“어린놈이 어딜 끼어드는 게냐? 썩 꺼지지 못해!”
나이가 지긋한 인황 하나가 버럭 호통을 치며 붉은 머리칼의 젊은이를 향해 검은 창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노인은 이곳에서 가장 강한 무인 중 하나였다. 마치 온 천지를 제 손안에 가두겠다는 듯 이 자의 공격은 거침이 없었다.
붉은 머리칼의 젊은이는 그 기세에도 아랑곳 않고 신묘한 보법으로 공격을 피했으나, 마인초로부터 꽤 멀어지게 되었다.
이때를 틈타 7품 정점의 마황이 입을 쩍 벌린 채 마인초를 삼키려 달려들었으나, 다른 마황에게 부딪히는 바람에 데굴데굴 굴러가고 말았다.
황급 마수와 인황이 뒤섞여 벌이는 싸움은 극도로 치열했다.
그러나 혼란스러운 가운데도 각자 공격에 신중을 기하여 마인초는 무사했다. 다들 이 싸움의 목적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던 것이다.
항소운이 이들을 통과해 마인초를 손에 넣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이때, 영문족 인황이 그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여기가 어디라고 소왕급 무인이 발을 들여놓은 게냐? 아주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인황은 잔뜩 무시하는 눈초리로 항소운을 꼬나보았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다는 표정이었다.
‘더 이상 뚫고 가는 건 무리겠군. 속도가 축지법 단계는 돼야 가능하겠어.’
항소운은 한숨을 푹 쉬더니, 드디어 명혼공간을 개방하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부터 명혼공간을 이용해 적들을 제압할 수도 있지만, 자신의 보법과 통찰력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이런 환경에서 수련을 강행하는 건 위험이 뒤따르긴 하지만, 그만큼 수확도 컸다.
특히 생사를 초월한 경험은 정신력을 한층 강하게 만들어서 장차 더 높은 경지에 오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다른 자들이 이런 생각을 알아챈다면 분명 “미친놈”이라며 혀를 내둘렀을 것이다.
쉬운 길을 놔두고 굳이 목숨까지 걸며 강행을 하는 것이 미친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명혼공간이 주변을 완전히 뒤덮자, 인황들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특히 마황들의 눈빛에는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는데, 마치 천민이 군왕이라도 본 듯한 표정이었다.
항소운은 이들을 곧장 죽이지 않고 이때를 틈타 마인초를 손에 넣었다. 그러고는 명혼공간을 거둬들이고 재빨리 3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마황과 인황들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마인초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젠장,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누군가 화를 이기지 못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 녀석이 마인초를 가지고 3층으로 내려간 게 분명해.”
누군가 말했다.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몇몇의 그림자가 항소운의 뒤를 쫓았다.
그중 성격이 불같던 노인과 붉은 머리칼의 젊은이, 영문족의 인황이 선두에서 내달렸다.
마황들은 여전히 두려운 기색이 역력하여 제자리에서 몸을 사릴 뿐이었다.
이때를 틈타 항소운은 3층으로 무사히 진입했다. 이곳에 발을 내딛자 한층 짙어진 마기가 온몸을 엄습했다. 평범한 인간이나 이족은 마기를 극도로 싫어하지만, 그는 천지의 영험한 기운을 느끼듯 편안한 기분마저 들었고, 이 틈에 마기를 한차례 들이마셨다.
‘뭐야, 언제 쫓아온 거야? 진짜 포기를 모르는 놈들이군.’
어느새 이곳까지 쫓아왔는지 뒤쪽에서 휙휙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항소운이 아무리 빠르다 해도 후기 인황보다 빠르진 못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다시 명혼공간을 열어 근처까지 쫓아온 자들을 모조리 가둬버렸다.
“그만 쫓아오라고! 안 그랬다간 전부 죽여버릴 거야!”
항소운이 살기등등하게 소리쳤다.
마인초는 본래 주인 없는 약초로, 누구든 손에 넣는 자가 임자였다.
이젠 그가 손에 넣었으니 마인초의 주인이나 다름없는데 다른 자들이 빼앗아가는 건 이치에 맞지 않았다. 상대가 계속 막무가내로 나온다면 그도 가만있지 않을 작정이었다.
“교활한 술수를 쓰다니, 네놈을 가만두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