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313
제313화 알고 있는 걸 전부 말해봐
지금처럼 부상을 당한 상태가 마인초를 정제시키기에 더욱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인초는 경맥과 육신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는데, 온몸의 힘이 쭉 빠진 상태에서 약효가 더 높았다.
마인초가 성해건곤에서 빠져나오자 예리한 칼날과 같은 힘이 경맥과 혈도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통에 검에 찔린 것처럼 참을 수 없는 고통이 괴롭혔다.
그러나 그는 아무 소리 없이 묵묵히 버텼다.
수없이 많은 천둥을 견뎌내고 화염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내던 그였다. 인내력만은 보통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그는 지금 마인초가 약효를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시간만 버텨내면 경맥은 훨씬 단단해지고 혈도는 한층 넓어질 것이며 육신과 골격도 강해질 터였다.
마인초는 육체의 능력을 강제로 강화하는 마초라 평범한 소왕급 무인은 견디기 힘들었다.
정신이 잠시라도 흐트러지면 그 힘에 의해 경맥이 찢기고 혈도가 터져 사망에 이르게 된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드디어 마인초의 힘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마인(魔刃)의 힘은 혈맥을 따라 쉴 새 없이 움직였고, 머릿속에선 예리한 칼 빛이 어지러이 떠다녔는데 그 위력이 대단했다.
그는 칼 빛의 궤적을 섬세히 느끼면서 하나도 빠짐없이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바로 ‘마인열습(魔刃裂襲)’이라는 초식이었다.
이 초식은 마기를 이용해 위력을 강화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인간족의 경우 어둠의 힘을 사용해야 했다.
물론 항소운은 어느 방법을 사용하든 이 초식을 완벽히 구현할 수 있었다.
별안간 눈을 번쩍 뜬 그는 손을 예리한 칼날처럼 힘껏 내리찍었다.
쿵!
마기가 응집된 마인이 전방의 바위를 두 동강 내더니 땅까지 깊게 패었다.
“이게 바로 마인열습인가? 이 정도 파괴력이면 황급 기술 못지않겠는걸. 아니, 그보다 훨씬 강해. 진짜 완벽한 초식이구나!”
항소운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 후 보름 동안, 그는 마수와 끊임없이 격전을 벌이면서 맹감숙이 알려준 방향으로 전진했다.
지난 며칠간, 육갑금공은 드디어 두 번째 단계를 완성하면서 인황이라 해도 쉽게 뚫을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한 철옹성 같은 방어력을 갖추게 되었다.
무공에 더욱 힘쓴다면 마지막 단계인 금갑의 단계에 이를 수 있으니 그렇게 되면 최상급 황급 기술을 대성(大成)하는 셈이다.
현재 그는 7품 비천경 중기에 이르러 성장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은광뇌심과 마풍지은을 정제할 때, 9성이 완전히 깨어나면서 수련 속도도 몰라보게 빨라진 것이다.
어느덧 그는 목적지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때, 인간의 형태를 한 마수가 전방에 홀연히 나타났다. 피에 굶주린 두 눈은 너무나 노골적이어서 온몸이 발가벗겨진 기분이 들었다.
“킬킬, 아주 건장한 인간이군. 마음에 쏙 들어.”
마수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항소운은 흠칫 놀라 소리쳤다.
“흡양마인(吸陽魔人)이다!”
흡양마인. 모습은 인간과 흡사하나 키는 훨씬 컸으며 추한 용모에 개 마냥 귀 끝이 뾰족했다. 두꺼비처럼 온몸에 오돌토돌한 융기가 있어 핏줄이 선명히 보이는데,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발가벗고 있어 절로 혐오감이 들었다.
이들은 양기를 흡수해서 힘을 키우곤 했는데, 특히 각 생물의 수컷을 좋아했다.
뽀얀 살결에 정기가 왕성한 항소운은 이들의 입맛에 딱 들어맞았다.
“꼬마야, 이 형님은 네가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 내가 잘해줄 테니 얌전하게 가만히 있어라.”
흡양마인이 침을 뚝뚝 흘리며 천천히 걸어오자, 항소운이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역겨운 놈 같으니,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그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속력을 다해 돌진하여 구풍퇴를 날렸다.
거센 폭풍이 일어나며 무서운 위력을 자아냈다.
그러나 상대는 4품 마황인지라 항소운이 아무리 빠르고 강해도 그저 애들 장난처럼 보일 뿐이었다.
상대는 구풍퇴를 슬쩍 피하더니 잔영을 일으키며 바짝 접근했다.
둘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녀석은 항소운의 얼굴을 향해 기다란 혀를 쭉 뻗었다.
깜짝 놀란 그가 재빨리 옆으로 피하면서 분뇌권을 연이어 날렸다.
흡양마인은 양 손바닥을 연신 휘두르며 권격을 무마시키더니 팔을 쭉 뻗어 항소운의 가슴을 노리는 것이었다.
서둘러 피하기는 했으나, 상대의 손이 스치듯 가슴에 닿자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킬킬, 아주 단단한 몸이군. 더 마음에 들었어.”
상대가 희롱하듯 말을 뱉자, 항소운도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그는 터져 나오는 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 호통을 쳤다.
“역겨운 놈, 감히 날 희롱했다 이거지? 네놈을 갈기갈기 찢어주마!”
그러고는 명혼공간을 열어 상대를 그 안에 가둬버렸다.
쇠사슬 8개가 바람을 일으키며 날아와 상대를 옭아매려 달려들었다.
명황수옥은 백전백승을 자랑하는 필살기였으나, 이번에는 어찌 된 영문인지 실패하고 말았다.
흡양마인이 “명혼공간”이라 소리치며 화염으로 모습을 바꿔 쇠사슬을 태우자, 그대로 끊어져 버린 것이다.
항소운은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 강력한 양기다. 이걸로 내 영혼력을 억제할 수 있다니…….”
명혼공간은 영혼력을 필요로 하고 영혼력은 음의 성질을 띠는데 마침 강력한 양기에 의해 억제된 것이다.
다행히 상대의 기운은 명혼공간을 없앨 수 있을 만큼 강력하진 않았다. 특별한 불씨를 가지고 있거나 항소운보다 영혼력이 강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어쨌든 명혼공간은 항소운이 주관하는 공간이다 보니 주도권 다툼에선 그가 훨씬 유리했다.
“다, 당신은 고귀한 명황족의 황자. 이거 소인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다신 얼씬도 하지 않을 테니 제발 풀어주십시오.”
흡양마인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며 애걸복걸하기 시작했다.
“너 명황족에 대해 아는 거야?”
항소운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당연히 알다 마다요. 명황족은 우리 마족의 황족인데 어찌 모를 수 있겠습니까? 황자 전하인지 몰라뵙고 불경한 짓을 저질렀으니,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상대는 이제 울며 애원했다.
항소운이 물었다.
“그럼 명황족에 대해 알고 있는 걸 전부 말해봐.”
그 말에 흡양마인은 어리둥절했다.
‘명황족 황자가 그런 건 왜 묻는 거지? 혹시…….’
“넌 명황족 황자가 아니었어. 넌 그저 인간족일 뿐이야. 감히 날 속이려 들다니 네놈의 양기를 전부 빨아 들여주마!”
상대는 버럭 호통을 치며 거대한 불덩어리가 되어 달려들었다.
항소운의 영혼이 직접 공격을 가하자 가히 최상급 인황에 버금가는 위력이 발휘되면서 상대를 단숨에 날려버렸다.
그 충격에 상대는 앞니가 부러지고 땅바닥에 내팽개쳐지면서 처참한 몰골이 되었다.
“지, 진짜 황자 전하였다니……. 소인이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어요!”
흡양마인은 강한 혈통의 힘과 무공의 차이를 몸소 느꼈다. 말로만 듣던 명혼공간의 위력은 실로 대단해서 다시 황급히 허리를 숙이며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아까 한 질문에 대답부터 해. 안 그랬다간 당장 네놈을 죽여버릴 테니까.”
항소운이 소리쳤다.
마수 중에는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녀석이 대부분인데, 흡양마인은 되려 겁이 많아서 겨우 각법 한 번에 태도가 뒤바뀐 것이다.
“예, 예. 명황족은 마족을 대표하는 4대 일족 중 하나로 가장 고귀한 혈통과 가장 강한 마기를 가지고 있습죠. 그리고 자그마치 수억 리에 이르는 영토를 다스리고 있고, 무수히 많은 마족이 신하가 되어 따르고 있습니다!”
흡양마인은 명황족이 얼마나 대단한 일가인지 칭송하기 시작했다.
이때, 항소운이 말을 자르며 한 소리 했다.
“그런 건 필요 없으니까,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 물었다.
“명황족은 마연의 몇 층에 살고 있지?”
명황족이 마족이란 것은 확실히 알았으니, 이젠 명황족이 어디에 사는지가 궁금했다.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아마도 7층에서 9층 사이일걸요.”
흡양마인이 자신 없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렇게 간단한 질문에도 제대로 대답을 못 하다니, 대체 그동안 뭐 한 거야!”
항소운이 버럭 화를 냈다.
‘명황족인 너도 모르는 걸 내가 어떻게 안단 말이냐!’
흡양마인은 속으로 욕을 퍼부었으나, 겉으로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소인의 실력이 보잘것없다 보니 그런 비밀은 알 기회가 없습니다요.”
그러자 항소운이 실망한 표정으로 계속 물었다.
“듣자 하니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명황족의 옛터가 남아있다던데, 진짜인가?”
흡양마인은 감히 거짓을 고할 수 없어 서둘러 대답했다.
“명황의 옛터가 있긴 하나, 명옥마족(冥獄魔族)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어 아무도 접근하지 못합니다.”
“좋았어, 그럼 날 그리로 데려가 줘.”
항소운이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흡양마인은 거절하려 했으나 항소운이 살기 그득한 눈빛으로 쏘아보자, 어쩔 도리가 없었다.
녀석은 3층에서 다년간 생활한 덕분에 항소운을 데리고 강한 마황의 소굴을 이리저리 피한 끝에 점차 명황의 유적지에 가까워졌다.
며칠 후, 그는 흡양마인을 따라 마산이 쭉 이어진 곳에 도착했다.
이곳은 마수(魔樹)와 마등(魔藤)이 종횡으로 얽혀 있어 짙은 마기를 풍기는 곳이었다. 이따금 쏴아 하고 음산한 바람이 불 때마다 등골이 절로 오싹해졌다.
마연에서는 극히 드문 비옥한 토지였다.
이곳은 명옥마(冥獄魔)라는 종족이 점령하고 있었다.
명옥마는 언뜻 보면 사람과 비슷하나, 장작처럼 바짝 마른 몸에 생김새가 흉악했다. 털이 듬성듬성 자라나 있고 비늘이 있었으며, 손에는 갈퀴 형태의 마차(魔叉)를 들고 있었다. 야차족(夜叉族)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서로 달랐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명옥마는 명황족에게 예속된 마족으로, 명황족의 피가 옅게 섞여 있다고 했다.
이들은 명황족의 유적을 지키는 중임을 맡고 있어서 누가 침입하거나 훼손하지 못하도록 단단히 지키고 있었다.
그곳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항소운은 몸속에서 혈맥이 강하게 용솟음치는 것을 느꼈다. 마치 누군가 어서 오라며 부르는 것만 같았다.
‘어쩌면 진짜 명황족과 관련된 곳일 수도 있겠군.’
항소운은 저 멀리 있는 마산을 바라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때, 흡양마인이 그를 불렀다.
“황자 전하, 전 이만 가봐도 될까요?”
녀석은 4품 마황으로 무공이 약한 편은 아니지만, 이곳 3층에서는 평범한 마수에 불과했다.
더군다나 여기는 명옥마의 구역이라 강자가 득실거리는 곳에서 계속 머물 배짱은 없었다.
“뭘 그렇게 서두르고 그래? 명옥마라면 벌써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항소운이 태연히 말했다.
“뭐라고요? 그, 그럼 전 먼저 가볼게요.”
흡양마인은 안색이 확 바뀌어서 서둘러 떠나려 했다.
그런데 별안간 좌우 양쪽에서 마기가 물밀듯 일어나더니 수십 개의 그림자가 사방에서 나타나 이들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강력한 힘이 곧장 흡양마인의 몸을 관통하자, 녀석은 저항할 새도 없이 거대한 바위에 꽂혀 죽고 말았다. 바위 위로 마수의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단 일격으로 흡양마인을 죽이다니, 상대가 얼마나 대단한지 가히 짐작도 되지 않았다.
항소운은 바짝 긴장한 눈초리로 점점 포위해 들어오는 명옥마를 지켜보았다.
그들은 괴상한 갑옷을 걸치고 손에는 삼지창을 들고 있었다. 얼굴에는 눈이 셋이나 달렸는데, 전부 항소운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항소운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곧장 몸속의 마혈을 불러일으켰다. 그러자 짙은 점성의 마기가 출렁이면서 사악한 기운을 풍기더니 말로 표현하기 힘든 독특한 기운을 더했다.
그 기운을 느꼈는지 포위를 좁혀오던 명옥마들이 별안간 걸음을 멈추었다. 왠지 모르게 녀석들의 기운은 한풀 꺾였고, 얼굴에는 두려움마저 어렸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녀석이 앞으로 나서며 의심의 눈초리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