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314
제314화 제가 그렇게 무섭나요?
“너, 너는 어느 종족이냐?”
“네가 보기엔 어느 종족 같으냐?”
항소운이 태연히 물으며 명혼공간을 열었다.
명혼공간이 사방을 뒤덮자 명옥마들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땅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명황 전하!”
명황족에 예속된 무리는 명황족을 만나기만 하면 자신의 군주로 여겼다.
이것은 혈통의 서열과 관련된 것으로, 무공이나 경지와는 무관했다.
이런 점에서 마족은 요수족과 비슷했다.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에 명혼공간을 열었는데 뜻밖에도 통한 것이다.
“우리 일족의 유적을 보고 싶구나.”
항소운이 뒷짐을 지고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기세로 상대방을 제압하여 수십 명을 무릎 꿇게 하는 건 아주 통쾌한 일이었다. 그는 정말 자신이 황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어 절로 우쭐해졌다.
“저희는 명황의 유적을 수호하기 위해 이곳을 지키고 있습니다. 명황께서 원하시면 당연히 보여 드려야지요.”
명옥마가 공손히 말했다.
“좋다, 그럼 앞장서거라.”
항소운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렇게 해서 그는 명옥마를 따라 이들의 요지로 이동하게 되었다.
가는 길에 적잖은 명옥마가 모여들었는데, 이들은 불만스러운 눈초리로 항소운을 쳐다보았다.
우두머리가 나서서 설명하니 그제야 다른 명옥마들도 하나같이 공손한 표정이 되어 항소운에게 인사를 올렸다.
그는 차츰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은 명옥마가 모여든 데다 다들 무서울 정도로 무공이 강했다. 수십 수백 마리의 마황이 한자리에 모였으니, 설령 명혼공간을 사용한다 해도 전부 상대하기는 무리였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아무도 그에게 무례한 자가 없었다.
잠시 후, 그는 높이 솟은 마산 앞에 도착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산 중턱쯤에 기이한 형태의 거대한 건축물이 있었는데, 작은 성처럼 보이지만 그보다는 훨씬 특색이 있었다.
항소운이 그 성에 오르려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괴성이 들려왔다.
족히 오륙 미터에 이르는 명옥마가 뼈 지팡이를 짚고 그 앞에 나타난 것이다.
상대는 무척 노쇠한 모습이었다. 몸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목에는 해골이 걸려 있었는데 온몸에서 사악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악기(惡氣)가 가득한 눈빛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하여 온몸이 발가벗겨진 것 같았다.
거대한 힘이 자신을 압도하는 것만 같아 그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주변의 명옥마들은 마족의 언어로 공경의 뜻을 표하며 늙은 명옥마에게 예를 갖췄다.
말할 것도 없이 늙은 명옥마는 이곳에서 지위가 아주 높은 자였다.
귀문족의 표현 방식과 비슷해서인지, 항소운은 마족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자는 명옥마의 대제사장으로 족장에 버금가는 위치였으며, 명황의 유적을 수호하는 제존급 강자였다.
“너희는 이만 물러가거라.”
늙은 명옥마가 손을 내저으며 말하자, 명옥마들이 공손히 물러났다.
항소운은 여전히 마기를 내뿜고 있고 사악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고 있어 인간족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진짜 마족처럼 보였다.
그러나 늙은 명옥마는 거북스러운 목소리로 확신에 차서 말했다.
“넌 인간족이지, 우리 명황의 황자가 아니다!”
“그런가요?”
항소운이 이렇게 대꾸하며 곧장 명혼공간을 개방하려 했다.
그러나 명혼공간을 채 열기도 전에 갑자기 강력한 힘이 그를 뒤덮는 바람에 육체와 정신이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네가 명혼공간을 개방할 수 있는 건 알고 있다. 하나 넌 인간족이야!”
늙은 명옥마가 확신에 차서 말했다.
‘큰일 났다! 설마 저 늙은이가 날 죽일 생각인가?’
항소운은 내심 긴장이 되었으나, 되려 침착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한데 내 몸에는 고귀한 명황의 피가 흐르고 있지. 그런데도 무례를 범할 셈이냐?”
그가 조용히 혈맥의 힘을 일으켜 마기를 움직이자 뜻밖에도 늙은 명옥마의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늙은 명옥마는 탄식하며 중얼거렸다.
“보아하니 명황족은 이미 인간 세상에 완전히 뿌리를 내린 모양이군.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너 같은 혼혈 후손이 나올 수 있겠느냐?”
“명황족에 대해 알고 있는 거야? 혹시 나한테 얘기해 줄 수 있어?”
항소운이 의아하단 눈길로 물었다.
그는 왠지 모르게 상대가 자신을 죽이지 않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 가면서 얘기하지.”
늙은 명옥마는 몸을 돌려 유적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항소운도 서둘러 그 뒤를 따라갔다. 그는 명황족에 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었다.
“우리 마족에는 가장 강한 4대 일족이 있는데, 바로 불사마족, 명황마족, 서암족, 사룡족이지. 이들은 마연의 7층에서 9층에 살고 있는데, 마족의 황족이라 불리며 마족 전체를 지배하고 있단다.
백만 년 전, 마연과 중원 대륙 사이에 통로가 생겼는데, 이족 간에 공존이 어렵다 보니 무수히 많은 전쟁을 벌이게 되었고 양측이 모두 극심한 피해를 입으면서 누구 하나 승자가 없었지.
그런데 오늘 너를 만나고 나니 드디어 우리 명황족이 중원 대륙에 뿌리를 내렸다는 걸 알겠구나. 하하하, 역시 우리 황족이야!”
감상에 젖어 있던 늙은 명옥마는 황족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드러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명황족은 마수를 대표하는 4대 일족 중 하나다.
마연에 살고 있던 모든 마족과 중원 대륙의 인간족, 이족 간에는 일찍이 대규모 전쟁이 발생했다.
최강의 마족이라 불리던 명황족은 대규모의 병마를 이끌고 중원 대륙을 공격했다.
이런 연유로 명황족은 상고시대부터 중원 대륙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마연의 가장 깊숙한 여러 층에서 최고의 권력을 누리고 있었다.
이들 황족은 앞선 몇 층에 가는 건 발을 더럽히는 행위라며 도통 자신의 구역에서 나오질 않았다. 마족이 중원 대륙과 다시 전쟁을 벌이지 않는 한, 이들이 밖으로 나올 일은 없었다.
오랜 세월 동안 마연과 중원 대륙 간에는 전쟁이 숱하게 벌어졌고, 전쟁이 발생할 때마다 세상에는 암흑의 시대가 찾아왔다.
이 이야기는 늙은 명옥마가 알고 있는 비밀이었고, 녀석의 추측이기도 했다.
한편, 눈 앞에 펼쳐진 명황의 유적은 당시 명황족의 손길이 남아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극히 평범한 황전(皇殿)에 불과해서 명황족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없었다.
하나 예속적 관계에 있는 명옥마족은 이곳에 신성한 의미를 부여하고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다.
이곳에는 명황의 조각상이 남아있는데,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분이지만 여전히 존경의 대상이었다.
따라서 유적을 노리는 인간족이나 이족도 이곳을 함부로 침입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직 진정한 명황족만이 이곳 황전에 들어올 수 있었다.
어느덧 항소운은 늙은 명옥마를 따라 황전 앞에 당도했다.
혈맥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였고, 황전에선 누군가 자신을 애타게 부르는 것 같았다.
“네가 자신을 인간족이나 명황족 어느 쪽으로 생각하든 상관없다. 오늘 네가 이곳까지 온 건 우리 황족과 인연이 있다는 뜻이니, 들어가 보거라.”
늙은 명옥마가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항소운은 아무 말 없이 세월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담긴 낡고 오래된 황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곳에 사용된 건축 자재는 하나같이 최고 수준의 것이었다. 그중 아무 벽돌이나 꺼내도 당장 황급 병기나 제존급 병기까지 만들 수 있었다.
황전 담벼락에는 기이한 부호 문자와 그림이 새겨져 있었는데, 마치 상고시대의 예술품인 듯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한참이 지난 후, 항소운은 황전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입구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별안간 강력한 항력(抗力)이 나타나 입구를 단단히 봉쇄했다.
그러나 그가 몸속의 혈맥을 끌어올리자, 항력은 조용히 흩어졌고 그는 가뿐히 안으로 들어갔다.
황전은 대단히 넓었으나, 거대한 조각상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조각상은 아주 잘생긴 남자의 모습이었다. 남자는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고개를 들어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패기 넘치는 눈빛은 온 세상이 자기 것인 듯 자신감이 넘쳤고, 단단하고 강한 몸집은 야성미를 풍겼다. 하늘을 향해 올려 든 거대한 환(環)은 하늘마저 부수겠다는 의지 같았다.
인간과 무척 흡사한 이 남자가 명황족의 직계 후손이란 사실을 누가 감히 짐작이나 하겠는가.
대부분의 사람은 마족을 마귀라 여기며 생김새가 몹시 추악하고 지능이 낮은 비천한 하등 종족이라 믿었다.
그러나 명황족은 흡사 인간족과 비슷했다. 다만 인간보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았으며, 머리카락이 뱀처럼 흩날린다는 것과 이마에 독특한 표식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물론 세세한 부분에선 더 많은 차이가 존재하나, 조각상을 통해 알 수는 없었다.
항소운은 조각상을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혈맥은 미친 듯이 날뛰었고, 어느새 마기가 몸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순간, 조각상에서 예리한 빛이 두 줄기 뿜어져 나오더니 곧장 항소운에게 떨어졌다.
동시에 그의 영혼은 강한 부름을 느꼈다.
“명황족의 백성이여, 네 영혼을 내놓아 짐에게 받치거라. 짐과 하나가 되어 천하를 아우르는 명황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만리에 이르는 영토를 다스리고……”
매혹적인 음성이 귓가에 울려 퍼지자, 영혼이 무방비 상태로 활짝 열렸다.
그러자 조각상에서 검은 그림자가 흘러나와 항소운의 머릿속으로 빠르게 돌진했다.
“명황족의 백성이여, 네 영혼을 받쳐 짐이 소생할 수 있게 하여라!”
검은 그림자는 잔혼(殘魂)으로, 항소운의 영혼을 집어삼킨 후 육신을 빼앗아 다시 살아날 목적이었다.
“제 영혼을 원하시는 건가요?”
항소운의 영혼이 뇌 속으로 침입한 또 다른 영혼을 보며 태연히 물었다.
그 영혼은 조각상과 무척 닮아있어서 그자의 영혼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상대는 항소운이 이미 이성을 잃은 줄 알았으나, 사실 그는 여느 때처럼 의식이 또렷했다.
바로 명룡혼고 덕분이었다.
명룡혼고는 일체의 영혼 공격을 막아주고, 침착함을 유지하여 정신을 다잡는 역할을 했다.
이런 상황을 잔혼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상대는 항소운의 뇌 속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아주 순조롭게 그의 영혼을 빼앗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알아차린 상대가 떨리는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그, 그건 우리 종족의 신고(神箍)…….”
남자는 명황족의 직계 후손으로, 순수혈통을 지닌 황자였다. 일찍이 전쟁으로 세상이 어지럽던 시절, 인간에게 죽임을 당하여 시신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바람에 자신의 몸으로 소생할 방도가 없었다. 그래서 이곳에 유적지를 세우고 후손이 찾아오면 육신을 빼앗아 다시 살아날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 세월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그런데 후손이라고 찾아온 자는 뜻밖에도 명황족의 신고를 두른 자였다. 남자는 그냥 이대로 죽어버릴까 하는 마음마저 들었다.
신고는 명황족이 가장 귀하게 여기는 물건으로, 족장은 되어야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신고가 떡 하고 나타나니 맥이 탁 풀린 것이다.
잔혼은 서둘러 항소운의 뇌 속을 빠져나가더니 그대로 조각상에 들어가 버렸다.
“뭘 그렇게 급히 도망가는 거예요? 제가 그렇게 무섭나요?”
항소운이 멋쩍은 듯 코를 문지르며 말했다.
“네가 누구의 후손인지는 모르나, 우리 일족의 신물(神物)을 가지고 있으니 아까 일은 없던 셈 치자.”
남자가 내키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 그냥 끝나는 거예요? 제 입장도 생각해주셔야죠.”
항소운이 어깨를 으쓱하며 옅은 웃음을 지었다.
“그럼 어쩌란 거냐? 겨우 네 실력으로 내게 위협이 될 거로 생각하느냐?”
조각상에서 불만 섞인 음성이 흘러나왔다.
“아뇨, 제가 어떻게 선배님을 위협하겠어요? 다만 저나 선배님이나 똑같이 황족의 피가 흐르는데, 이렇게 돌아가셨으니 후손인 제게 귀한 선물이라도 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항소운이 태연히 말했다.
상대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목숨을 노린 자였다. 이대로 별말 없이 물러나면 겁쟁이가 될 뿐이었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상대로부터 보상을 받아낼 생각이었다. 그에게는 명룡혼고가 있으니 절대 패하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