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32
제32화 도망갈 수 없다면 싸우는 수밖에
항소운이 소백이를 데리고 숨으려는 순간, 상대방이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이놈이야. 아직 백수산에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어쩐지 밖에서 보름을 기다려도 안 나오더라니, 정말 요수 뱃속에 들어간 줄 알았잖아!”
한 남자가 항소운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은 총 네 명으로, 모두 사나운 요수들을 타고 있었다. 방금 그 사람은 엄천명(嚴天銘)이라는 자로, 2품 중급 요수를 타고 있었다.
‘큰일 났다. 광사 요괴사냥단 놈들이잖아!’
항소운이 마음속으로 외쳤다.
네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항소운은 다른 생각은 모두 접어두고 그대로 도망쳤다.
그들의 실력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쉽사리 위험에 뛰어들 수는 없었다.
“이놈, 어딜 도망가려고! 빨리 잡아!”
엄천명이 소리쳤다.
그러더니 손에 든 긴 창을 항소운이 도망치는 방향으로 던졌다.
창이 무서운 기세로 날아와 바로 눈앞에 꽂히자, 깜짝 놀란 항소운이 걸음을 멈췄다.
항소운이 주춤하는 틈을 타서 두 사람이 그의 뒤에 바짝 따라붙더니, 검과 칼이 양쪽에서 동시에 그를 공격했다.
두 사람은 모두 성력경에 이른 강자였다. 검과 칼은 날카로운 광검을 가지고 있어서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졌다.
다행히도 항소운의 실력이 전보다 크게 향상되면서 반응 속도도 아주 빨라졌다. 그는 앞쪽으로 몸을 숙여 공격을 피했다.
그와 동시에 몸을 뒤로 젖혀 용과 같은 두 주먹을 좌우 양쪽으로 가격했다.
그의 주먹은 사람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두 주먹은 두 마리 요수를 향해 날아갔다.
컹컹!
엄청난 힘의 주먹이 그대로 두 요수를 가격하자, 그들은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를 내더니 갑자기 앞을 향해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요수 위에 타고 있던 두 사람은 중심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요수가 날뛰는 바람에 그 진동으로 튕겨 나간 것이다.
“죽어라!”
두 눈에 살기가 가득한 항소운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중참도를 빼 들자 검광이 뿜어져 나왔다.
슥!
그중 한 사람의 머리가 잘려 나갔다.
항소운이 남은 한 놈을 죽이려 하자, 엄천명과 또 다른 놈이 이미 쫓아와 있었다.
“잔인한 놈 같으니라고. 가만두지 않겠다!”
엄천명이 큰 소리로 외치더니, 무서운 기세로 긴 창을 휘둘렀다. 그러자 거대한 성력이 뿜어져 나왔다.
놀랍게도 엄천명은 4품 성력경에 이른 고수였다.
항소운이 즉시 칼을 휘두르며 반격하자, 중참도에서 검광이 뿜어져 나왔다.
우르르 쾅!
순간적으로 힘이 부딪치자 폭발이 일어났다.
항소운은 뒤로 밀려났고 중참도에도 금이 갔다.
“3품 아니면 4품의 고수잖아!”
항소운은 마음속으로 엄천명의 능력을 가늠했다.
다른 사람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항소운의 측면을 공격했다.
항소운이 잽싸게 몸을 날려 피하기는 했으나, 그래도 팔이 살짝 베이면서 피가 나기 시작했다.
그자는 무기를 반대로 들고 항소운의 급소를 공격해왔다.
날카로운 검광에는 치명적인 공격력이 들어있었다.
이자는 이제 막 3품 성력경에 이른 고수였다.
항소운이 자신만의 통찰력을 발휘하자 공격 방향이 눈에 선명히 보이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또 다른 방향에서 엄천명이 협공을 해 오는 것도 두 눈에 들어왔다.
보통의 1품 성력경에 이른 자라면 이 같은 협공 앞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항소운은 아주 교묘한 동작으로 두 사람의 공격을 동시에 피하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소백아, 공격해!”
항소운의 말이 떨어지자 그의 어깨에 있던 소백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야옹!
소백이는 고양이처럼 아주 빠른 속도로 3품 성력경 자의 얼굴로 튀어 올랐다.
아악!
소백이의 분노한 호랑이 발톱이 그의 얼굴을 할퀴자, 그는 커다란 아픔을 느끼고 고통의 비명을 질러댔다.
소백이의 공격을 받은 자의 얼굴은 완전히 망가지고 말았다.
소백이가 한 사람을 맡아주자 항소운은 여유가 생겼고 이제는 엄천명을 향해 중참도를 힘껏 휘두를 수 있었다.
중참결!
느리게 보이지만 사실 엄청난 속도를 지닌 검광이 엄천명의 허점을 노렸다.
엄천명은 공격 동작을 절반 정도 진행하다가 항소운의 공격을 눈치채고 즉시 방어 태세로 전환했다.
그러고 나서 다시 동작을 바꿔 항소운을 재빨리 해치우려 했다.
그러나 그의 동작이 절반도 진행되기 전에 항소운은 이미 그의 허점을 파악하고 날카롭게 공격하여 엄천명을 뒤로 밀어냈다.
“이 녀석 뭐야? 어떻게 내 동작을 꿰뚫어 보는 거지!”
그러더니 뭔가 깨달았다는 듯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이었다.
“어, 통찰력을 사용했어? 하하, 그렇지만 통찰력을 사용해 계속 승기를 잡을 수는 없을 거다. 이번엔 다르니까, 죽어라!”
한껏 진지해진 엄천명이 그가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항소운을 향해 창을 휘둘렀다.
그는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나섰다.
창끝에서 금빛이 넘실거리더니 너무 빠르고 눈이 부셔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항소운은 통찰력이 더 이상 통하지 않자, 방어 태세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쿵!
엄청난 힘이 서로 부딪치자 수많은 성력들이 사방으로 튀면서 주변의 화초들이 모조리 쓰러졌다.
항소운의 중참도도 그대로 깨지고 말았다.
“이젠 무기도 없으니 그냥 죽어라!”
엄천명이 사나운 얼굴로 소리치며 항소운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그는 공격을 하면서도 속으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이 녀석은 분명 1품 성력경인데, 어떻게 내 힘을 막아내는 거지? 정말 묘한 놈이야. 반드시 죽여서 후환을 남기지 말아야겠어!’
엄천명은 오랜 기간 숲에서 생존한 요괴 사냥꾼다웠다. 그는 기회를 포착하자마자, 쉴 새 없이 공격을 퍼부으면서 항소운이 칼을 뽑을 시간조차 주지 않으려고 했다.
항소운은 패왕구유보를 이용해 몸을 피했지만, 그래도 모든 공격을 피할 수는 없었고 급기야 몸 여러 군데에서 피를 흘려야 했다.
“도망갈 수 없다면 죽는 힘을 다해 싸울 수밖에!”
항소운이 눈을 매섭게 뜨며 말했다.
그는 눈의 힘을 최대로 끌어올려 엄천명의 창이 날아오는 방향을 파악하고는, 바로 손으로 창을 잡고 가랑이 사이에 끼웠다.
이 모습을 언뜻 보면 항소운이 급소를 찔린 것처럼 보였다.
엄천명도 자신의 공격이 성공한 거라 생각했다.
바로 그때를 노려 항소운이 힘을 최대로 끌어올리자 다른 팔에서 상서로운 기운이 꿈틀거렸다. 항소운은 그 기운을 빌어 엄청난 기세로 주먹을 휘둘렀다.
분뇌권!
천둥이 몰아치듯 주먹의 힘이 세차게 용솟음쳤다.
엄천명은 항소운이 이렇게 강한 힘을 발휘할 줄은 미처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역시 4품 성력경의 강자답게 바로 주먹을 날려 반격했다.
쿵!
두 주먹이 맞부딪치면서 무거운 울림이 일어났다.
그 충격에 엄천명은 요수에서 튕겨 날아갔다. 그는 통증이 너무 심해 팔이 마비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 순간, 엄천명을 순식간에 쫓아온 항소운이 검을 뽑아 들었고 검에서 나온 검광이 매섭게 공기를 갈랐다.
안 돼!
엄천명은 눈을 크게 뜨고 날아오는 검을 바라보았다.
그는 미처 방어할 기회도 없이 그렇게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4품 성력경의 강자가 무너져 내린 것이었다.
엄천명의 다른 동료는 이 광경을 목격하고 너무나 놀라 몸을 움츠렸다.
항소운의 시선이 그에게 향하자 그는 뒤로 피하면서 맞설 용기조차 내지 못했다.
“날 죽이면 안 돼. 나, 난 광사 요괴사냥단이라고!”
그자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재빨리 몸을 돌리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도망쳤다.
“그래, 내가 죽인 건 광사 요괴사냥단이라고!”
항소운이 큰 소리로 외치면서 빠른 보법으로 뒤를 쫓았다.
상대방은 이미 혼비백산이 되어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다만 불행히도 그는 항소운보다 빠르지 못했다. 항소운은 그를 금방 따라잡고는 금낭검을 휘둘렀다.
금빛이 창공을 가르더니 바로 그자의 등 뒤로 떨어졌다. 도망을 치던 자의 목숨이 허무하게 끝나 버렸다.
항소운은 그자를 죽인 후, 소백이가 있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소백이는 이미 몸집이 커져서 그의 적수를 물어 죽였고, 그 모습에 놀라 상대방의 요수까지 놀라 도망가게 했다.
전투가 끝나자 소백이의 몸집은 다시 작아졌다. 소백이는 빠른 속도로 항소운에게 달려와 애교를 부렸다.
항소운이 소백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안 되겠어. 빨리 전리품을 챙겨서 가자!”
항소운은 자신이 저세상으로 보낸 네 사람의 물건을 모조리 챙겼다.
그들의 소지품을 보니 무기 몇 자루 외에도 그들이 백수산에서 찾은 영물 등을 담은 보따리가 몇 개 더 있었다.
보따리를 살펴본 항소운이 기쁜 얼굴로 말했다.
“이건 모두 약재잖아. 그리고 성장연도가 다른 노약도 꽤 많은데. 무당전에 돌아가서 점수로 바꾸면 꽤 되겠어!”
항소운이 욕심껏 다 챙기고 보니 들고 가기에 너무 무거웠다. 메고 가자니 불편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끌 것 같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잠시 생각에 잠긴 그가 말했다.
“이럴 때 그 한 방울을 사용해볼까?”
이런 생각이 든 항소운은 몸 안의 작은 액체와 교감을 나누고는 눈앞의 물건들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거두어라!”
성해건곤은 만물을 저장할 수 있어서, 살아있는 생물 외에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었다.
새끼손가락만 한 크기의 액체가 빛을 내더니, 순간 알 수 없는 힘이 항소운과 연결되면서 은연중에 어떤 공간이 펼쳐졌다. 그 공간이 갑자기 큰 보따리를 거두어들이려 했다.
다만 액체의 시도는 안타깝게도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젠장, 겨우 주먹만 한 크기잖아. 이게 도대체 뭐람!”
항소운은 그 액체, 성해건곤의 크기를 느끼고는 자신에게 화를 냈다.
다만 이 성해건곤이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은 겨우 주먹만 한 크기여서, 노약 한 그루도 겨우 넣을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러니 이 커다란 짐을 어떻게 넣겠는가!
어쨌든 이것은 항소운이 처음으로 만든 성해건곤이었다.
성해건곤을 형성하여 만물을 수용하는 단계에 이르는 것은 화강경 강자에게도 힘든 일이었다.
겨우 1품 성력경에 이른 항소운이 주먹 크기만 한 성해건곤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남들이 알면 정말 뒤로 자빠질 만큼 대단한 일이었다.
앞으로 그가 더욱 강해지면 응집되는 공간은 더욱 커지고, 수용 가능한 공간도 당연히 더 커지게 될 것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항소운은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보따리 안에 있던 물건을 모조리 꺼냈다. 그런 다음 여러 노약과 상처를 치료하는 단약 몇 개, 그리고 가장 귀중한 약재를 몇 가지 고르고, 2품 대검과 창을 챙긴 후, 나머지는 모조리 버렸다.
이 물건들은 꽤 많은 점수나 금화로 교환할 수 있었지만, 많이 가져가는 것도 귀찮았다.
그래도 명색이 과거 소주였던 몸인데, 그가 열심히 노력만 하면 이 정도 물건은 다시 살 수 있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 항소운의 이런 모습을 봤다면 분명 아까운 줄 모르는 놈이라고 욕을 했을 것이다.
항소운은 물건을 정리한 후 소백이를 보며 말했다.
“소백아, 너 계속 그런 모습으로 나한테 달라붙어 있지 말고, 빨리 몸집 좀 키워서 나 좀 태워주라. 힘들어 죽겠어!”
방금 전 전투로 그는 확실히 많은 힘을 소모했다.
야옹!
소백이가 그의 요청에 화가 난 낸 듯 울부짖었으나, 항소운은 가볍게 무시했다.
소백이는 항소운이 요청을 하자, 하는 수 없다는 듯 몸집을 크게 변화시켰다. 보통 사람의 몸보다 절반은 더 큰 요괴의 몸이 되자 상당히 위엄이 있어 보였다. 소백이의 이마에 있는 ‘왕’자로 인해 더욱 용맹스러워 보였다.
항소운은 보따리를 들고 소백이의 몸으로 뛰어오르며 말했다.
“가자!”
명령을 들은 소백이가 바람이라도 된 듯 아주 빠르게 백수산의 외곽을 향해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