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323
제323화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저놈이 저렇게 강했다니……. 양석 때문에 하마터면 죽을 뻔했잖아.’
임익은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이제 인황이 항소운을 죽일 수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저렇게 강한 자가 배경이 약할 리 없었다. 이런 생각이 들자 온몸에 소름이 돋아서 그는 수하들을 데리고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갔다.
양석도 같은 생각에 두 다리가 덜덜 떨렸다.
설령 수하가 항소운을 이긴다 해도 대단한 가문의 미움을 산 셈이니 이리 죽나 저리 죽나 결과는 매한가지였다.
게다가 승부는 점차 항소운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항소운이 바람처럼 빠르게 발을 놀려 쉴 새 없이 공격하는 통에 상대는 막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인황은 하는 수 없다는 듯 무기를 꺼내 들고 단숨에 제압하려 했다.
항소운은 통찰력을 발휘하여 인황의 공격을 꿰뚫고는 바람처럼 빠른 보법으로 다가가 상대의 옆구리를 노렸다.
난무(亂舞) 난권식(亂拳式)!
다른 사람의 눈에는 그저 평범하고 특별할 것이 없으나, 주먹을 내뻗자 천둥의 힘이 넘실거리며 용과 범의 기세가 하늘을 뚫었다.
우르르 쾅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은빛 천둥이 내리치면서 주먹의 위력이 한층 거세졌다.
인황은 깜짝 놀랐으나, 공격을 거둬들이기엔 이미 늦어버렸다.
그자는 순식간에 급소를 얻어맞고 말았다. 게다가 아홉 개의 은빛 천둥이 내리치는 바람에 머리가 빙빙 돌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승기를 잡은 항소운은 여세를 몰아 팔꿈치로 상대의 심장을 연이어 가격했다.
훅-
인황은 선혈을 내뿜으며 땅으로 떨어졌다.
양석은 그 광경을 보고 기겁했다.
이제 다음 목표는 자신이란 생각에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화가 머리끝까지 난 항소운이 그를 곱게 놔줄 리 없었다.
어느새 바짝 쫓아온 항소운이 뒤에서 발로 차버리자, 그는 백여 미터를 날아가 땅에 풀썩 쓰러졌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미동도 없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수군대기 시작했다.
“대단하군, 정말 대단해. 역시 우가의 준 사위는 다르다니까. 저런 사람이야말로 진짜 전황이지.”
“전황이 다 뭐야, 내가 봤을 땐 전황 이상이라고. 7품 비천경인 자가 인황을 물리쳤으니, 나중에 품급이 더 오르면 무서울 정도로 강해지겠는걸.”
“그런데 저 소년 이름이 뭐지? 기회가 되면 친분을 쌓아둬야겠어.”
“항소운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설마 그 유명한 항씨 가문의 후계자인가?”
“입조심 해, 누가 들을라. 아무튼 대단한 소년인 건 분명해. 확실히 저 정도 실력은 돼야 우가 준 사위가 될 수 있지.”
항소운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 떠들어대던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두훤호와 한파군이 있는 쪽으로 가려는데 뜻밖에도 몇 사람이 동시에 다가왔다.
주변 사람이 느낄 새도 없이 갑작스레 등장한 네 사람은 어느새 항소운 앞에 서 있었다.
남자 셋에 여자가 하나였는데, 두 명은 노인이고 나머지는 각각 중년의 남자와 젊은 부인이었다.
그중 한 노인은 키가 크고 마른 체형에 백발이 성성했으나 혈색만은 젊은 사람 못지않게 좋았다. 한 마디로 선풍도골(仙風道骨: 범속을 초월한 풍격)의 노인이었다.
또 다른 노인은 구궁도(九宮圖)가 수놓아진 장삼을 입고 있었는데, 부리부리한 눈빛만 보더라도 예사 노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중년의 남자는 기골이 장대한 자였다. 힘줄이 불끈 솟은 팔뚝에선 강인한 힘이 느껴졌고, 형형한 눈빛은 보는 이를 압도했다.
젊은 부인은 서른 살 정도의 나이로, 생김새가 단정하고 단아한 분위기를 풍겼다. 알 수 없는 빛이 부인의 주위를 감싸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다.
“누구십니까?”
네 사람이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쳐다보자, 항소운은 순간 당황했다.
그는 이자들이 양석의 수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눈에 봐도 예사 인물들이 아니어 보였다.
이때, 두훤호와 한파군이 빠르게 다가왔다.
그러나 이들도 네 사람의 무공이 가늠되지 않아 섣불리 행동하지 못했다.
상대는 자신들보다 훨씬 강한 존재임에 틀림 없었다.
“우리 진무 학당에 들어오지 않겠니?”
백발노인이 가장 먼저 물었다.
“우리 구궁 학당에 들어오는 건 어떻니?”
다음으로 구궁도를 입은 노인이 물었다.
“우리 용봉 학당은 어떠냐?”
중년의 남자가 뒤이어 물었다.
“우리 신록 학당에 들어오는 건 어때?”
마지막으로 젊은 부인이 물었다.
네 사람의 질문은 같았으나, 뜻하는 바는 달랐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네 사람을 존경 어린 눈빛으로 보면서 질문을 당한 소년을 무척 부러워했다.
항소운은 어리둥절했다.
그저 인황과 싸웠을 뿐인데, 4대 학당의 사람들이 전부 나타난 것이다.
“역시 항 도련님은 대단한 인재일세.”
한파군이 두훤호의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의 눈빛에선 짙은 부러움이 묻어났다.
두훤호도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맞는 말이네. 그러니까 나도 저분을 평생 모실 생각을 한 거지.”
항소운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
“네 분의 호의는 정말 감사하나, 전 이미 공적 점수로 용봉 학당의 시험 자격을 샀는걸요.”
“그거 잘 됐구나. 역시 안목이 있어. 우리 용봉 학당으로 말할 것 같으면…….”
중년의 남자가 크게 기뻐하며 자신의 학당을 소개하려는데, 백발의 노인이 말을 자르며 끼어들었다.
“얘야, 그건 시험 자격일 뿐이잖니. 네가 우리 진무 학당에 들어온다면, 내가 특별 제자의 자격을 줄 터이니 입학시험은 볼 필요도 없어. 그러니 나와 함께 진무 학당으로 가자꾸나!”
그러고는 항소운의 손을 덥석 잡고 데려가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백발의 노인이 항소운을 잡기도 전에 다른 자가 저지하고 나섰다.
“이 소년은 우리 구공 학당에 더 어울려. 그러니 우리가 특별 제자로 데려가겠네.”
구궁도의 노인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그도 양보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나이도 많으신 분들이 어린 소년 앞에서 왜들 그리 싸우세요.”
젊은 부인이 점잖게 말을 하더니, 항소운을 보며 생긋 웃었다.
“얘야, 우리 신록 학당도 너를 특별 제자로 데려갈 생각이란다. 아직 잘 모르겠지만, 우리 학당은 예전부터 미녀가 많기로 유명하지. 게다가 다들 너처럼 재능이 출중하고 대단한 가문의 출신이란다. 네 잘생긴 외모와 재능이면 아주 인기가 많을 거야. 그럼 그것도 좋은 일이지.”
그녀의 말은 더욱 노골적이어서 그야말로 미인계를 쓰고 있었다.
그러자 중년의 남자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이 소년은 이미 우리 용봉 학당의 시험 자격을 샀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건 우리 학당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이야긴데, 왜들 그리 눈치 없게 끼어드세요? 자, 얘야, 나와 함께 가자. 어디 다들 막아나 보라지!”
그러면서 항소운을 데리고 가려는데, 백발의 노인이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소위(蕭韋), 자네야말로 크게 착각하고 있군. 이 소년은 시험 자격을 샀을 뿐, 아직 자네 용봉 학당의 제자는 아니란 말일세. 그리고 우리 진무 학당이야말로 4대 학당 중 으뜸이니, 이 소년이 우리 학당에 들어오는 게 가장 옳은 선택이지.”
노인은 그러면서 별안간 기세를 일으켰다.
그러자 구궁 학당의 노인이 질 수 없다는 듯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우리 구궁 학당의 1대 원장이신 구궁으로 말할 것 같으면 공적비의 1위 자리에 이름을 올리신 분이지. 그리고 4대 학당 중 우리 학당이 가장 역사가 깊고 강대하니 당연히 이 소년은 우리 학당에 들어와야 하네.”
“비록 저희 신록 학당은 4대 학당 중 가장 마지막에 세워졌으나, 금세기 최고의 신전(神典)을 가지고 있어서 전천성인(戰天聖人)을 숱하게 배출했고, 심지어 그 이상의 존재도 있지요. 얘야, 네가 우리 학당에 들어온다면 내 직전 제자로 삼으마!”
젊은 부인도 물러날 기미가 없어 보였다.
7품 비천경인 자가 전황의 실력을 갖췄으니 얼마 못 가 전황을 뛰어넘을 것은 분명해서 항소운은 확실히 탐나는 인재였다.
게다가 아직 스무 살도 되지 않은 나이였다. 이런 인재는 온갖 천재가 난무하는 중원에도 극히 드물었다.
“흥, 그럼 우리 용봉 학당은 당신네 학당보다 못하다 이겁니까? 내 앞을 가로막는다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소위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버럭 호통을 쳤다.
그러고는 곧장 강력한 기세를 일으켰는데, 두 명의 노인에게 전혀 뒤지지 않았다.
그렇게 싸움이 벌어지려는데 어디선가 나지막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 소년이 썩 괜찮긴 하지만, 그렇다고 여러분들이 서로 싸울 정도는 아니지요. 그러지 말고 이 소년더러 직접 결정하라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 말에 네 사람의 시선이 공적을 바꾸는 탁자 쪽으로 향했다. 이들은 존경심이 어린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항소운도 시선을 따라가 보니 그곳에는 공적을 바꿔주던 탁자 앞의 노인이 있었다.
‘이제 보니 저분이야말로 이곳의 은둔 고수였어.’
“그럼 얘야, 어느 학당으로 갈 건지 심사숙고해서 결정하거라. 다만 우리 진무 학당이 가장 강하다는 것만은 기억하렴. 그건 이 자들도 부인하지 못할 거다.”
백발의 노인이 힘주어 말했다.
그 말에 세 사람은 기분이 언짢았지만, 그렇다고 반박할 수도 없었다.
확실히 전체적인 실력만 놓고 보자면, 진무 학당이 가장 위였다.
이때, 구궁 학당의 노인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얘야, 저 공적비를 보면 알겠지만, 서열 1위는 바로 구궁 원장이란다. 너도 충분히 고심해서 결정을 내리겠다만, 절대 후회할 선택은 하지 말아라.”
“자고로 영웅 곁에는 미녀가 있는 법이지. 얘야, 이 점도 잊으면 안 된다.”
젊은 부인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중년의 남자도 질세라 큰 소리로 말했다.
“우리 용봉 학당이야말로 용과 봉황이 탄생하는 곳이지. 얘야, 애초 우리 학당을 선택하기로 생각했으니 마음 굳게 먹고 끝까지 가야 한다. 그래서 용감히 정진하여 한 마리 용처럼 세상을 호령하는 자가 되어라.”
이곳은 각지에서 모여든 수많은 영웅이 오고 가는 곳이었다.
사람들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얇은 옷차림의 잘생긴 소년을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저런 소년은 타고난 재능이 뛰어나고 기개가 비범하여 인중용봉(人中龍鳳: 뛰어난 인재)이라 불렸다.
4대 학당이 이 소년을 놓고 실랑이를 벌인 일도 이곳에서 오래도록 전해질 터였다.
사람들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저 소년이 부러웠다. 그러나 아무리 부러워한들 제 것이 될 수는 없었다.
항소운 역시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4대 학당이 전부 자신을 특별 제자로 받아들이겠다고 하다니, 정말 꿈만 같은 일이었다.
물론 평소 자신을 천재 중의 천재라고 여겼지만, 4대 학당에 들어간 사람 중 천재가 아닌 자가 어디 있겠는가. 4대 학당의 대인들이 모두 자신만 쳐다보고 있자, 그는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래도 평소 성격이 대담한지라 그는 금세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는 허리를 살짝 굽히며 공손히 말을 했다.
“우선 대인들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이미 용봉 학당을 선택한 이상, 다시 바꾸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하! 다들 들으셨죠? 이게 제대로 된 선택이지요.”
소위란 이름의 중년의 남자가 의기양양해서 큰 소리로 웃었다.
노인들과 젊은 부인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딱히 더는 할 말도 없는지라 그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항소운은 한숨을 푹 쉬며 생각했다.
‘우채접이 용봉 학당에 간다고 하지 않았으면, 어디로 갈지 결정하기 쉽지 않았을 거야.’
“얘야, 네 이름이 항소운이지? 난 소위라고 한단다. 바로 용봉 학당의 접인(接引) 장로 중 하나지. 너희 같은 천재를 학당으로 데려가 우리 용봉 학당에서 수련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사람이란다. 아까 네가 입룡경의 무인과 싸우는 걸 봤는데 재능이 상당하더구나. 그 정도면 우리 학당의 특별 제자가 될 자격이 충분하니, 시험은 볼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