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329
제329화 하늘의 뜻이라니?
당전이 웃으며 말했다.
순간, 항소운은 세상이 멈춰버린 것 같았다.
자신이 마연에서 태어났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혹시 자신의 몸에 흐르는 명황의 피도 이 비밀과 관련된 것일까?
그렇다면 어머니는 마연의 7층에 계신단 말인가?
항소운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당전은 옛이야기를 마무리하고, 다시 화제를 돌렸다.
“이제 고루방과 혈살방 구역이 전부 네 것이 됐는데, 앞으로 무슨 계획이라도 있느냐?”
“전 이제 용봉 학당으로 떠나야 하니, 괜찮으시면 백부님께 이곳을 맡겨도 될까요? 그래도 죄혈성의 주인이시니, 성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부 관리를 하시잖아요.”
항소운이 말했다.
본래는 두 구역을 이용해 사업을 벌여 부를 축적할 생각이었으나, 이렇게 백부님도 만나 뵀으니 차라리 아는 사람한테 맡기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당전이 손사래를 치며 사양하는 것이었다.
“내가 이곳을 탐냈으면 진작 뺏지, 지금까지 내버려 둘 필요가 있었겠느냐. 네 아버지의 기반이 상실됐으니, 아예 이곳을 기반으로 해서 네 세력을 만들어보는 건 어떻겠니? 장차 자릉종을 되찾을 때 큰 도움이 될 게다.”
“제게 그럴 만한 능력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항소운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건 걱정 안 해도 된단다. 네가 이 백부를 믿는다면, 내가 사람을 보내 이곳 일을 거들어주마. 네가 용봉 학당에서 돌아오는 날, 완전히 새로워진 고루방을 보게 될 거다.”
당전이 호기롭게 말했다.
“그럼 저야 좋죠. 그렇지 않아도 적당한 사람이 필요했는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항소운은 백부의 제안을 바로 받아들였다.
“그래, 나중에 사람을 보내 이곳을 정비하도록 도우마. 하지만 중요한 일은 아무래도 네 사람에게 맡기는 편이 좋을 거다. 그렇지 않으면, 이곳 일이 정리됐다 해도 수하들의 마음을 얻긴 힘들 테니 골치 아파질 거야.”
당전은 먼 미래까지 내다보고 있었다.
그는 아무 사심 없이 항소운을 돕고 있었다.
당전의 설명을 듣고 나니, 항소운도 그제야 막힌 속이 뻥 뚫린 기분이었다.
그가 연회를 준비하려 하자, 당전과 당용비는 번거롭게 그럴 필요 없다면서 몇 마디를 더 나누다 돌아갔다.
떠나기 전, 당전이 당부의 말을 건넸다.
“너도 이제 처리할 일이 많을 테니 백부는 이만 가보마. 나중에 도울 사람을 따로 보낼 테니, 이곳 일이 정리되면 성주부로 와서 백부와 술 한잔하자구나.”
“좋아요, 그럼 백부님 부탁드릴게요.”
항소운이 고마움을 드러내며 말했다.
그렇게 당전과 당용비는 다음을 기약하며 성주부로 돌아갔다.
두 사람이 가고 나자, 고루방이 떠들썩해졌다.
“방금 온 사람 성주 대인 당전과 아들 당용비 맞지?”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거냐? 성주 대인과 그분 아드님인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아무튼 소주님이 저분들과 친분이 깊다니 정말 뜻밖인데. 보아하니 소주님도 예사 신분이 아닌가 보군.”
“이제 우리도 소주님의 수하가 됐으니, 그럼 앞으로 성안에서 어깨 펴고 다녀도 되는 건가?”
“우선 소주님이 어떻게 나오시나부터 보자고. 난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든단 말이야.”
“아무튼 이제 강력한 세력이 뒤를 봐주니, 적어도 마음 편하게 살 순 있겠어.”
하루아침에 주인이 바뀌자, 사실 적잖은 사람들이 항소운에게 적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당전과 당용비의 등장으로 이젠 싫어도 승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죄혈성의 성주와 친분이 있다는 건 성주 못지않은 배후 세력이 있다는 뜻이었다.
항소운은 서귀가 있는 금제 공간으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서귀의 금제공간에 도착한 항소운은 비술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이 금제공간은 고도의 진법으로 둘러싸여 있어 제아무리 제존이라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서귀도 이곳을 폐관 수련의 장소로 택한 것이다.
금옥과 함께 안쪽으로 들어간 항소운은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는 느낌을 받았다.
항소운은 크게 기뻐하며 소리쳤다.
“서귀, 드디어 나온 거야?”
“하하. 서귀, 소주님께 인사 올립니다.”
호쾌한 웃음소리와 함께 서귀가 한 줄기 바람처럼 홀연히 나타나 인사를 했다.
서귀는 영고호남의 육신을 완벽하게 차지하면서 혈기 왕성한 장년이 되어있었다. 어느새 무공은 육신의 본래 경지를 뛰어넘어 한층 강해졌고, 패기가 넘쳤다.
“서귀, 예전 실력을 회복한 거야?”
항소운이 벅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며 물었다.
서귀를 구한 뒤로 그는 항소운의 가장 충직한 수하가 되었고, 항소운 역시 그의 말이라면 무조건 믿었다.
만약 서귀가 예전 실력을 회복한다면, 강력한 수하가 생기는 셈이니 그만큼 좋은 일이 어딨겠는가.
그러자 서귀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이 육신의 본래 힘을 회복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혼태경에 오를 날도 얼마 남지 않았지요.”
“그거 잘됐네.”
항소운이 만족스럽게 말했다.
비록 서귀가 아직 혼태경에 오르진 못했지만, 입룡경 정점의 인황도 꽤나 강했다. 게다가 얼마 안 있으면 혼태를 응집시킬 수 있다니, 그렇게 되면 그의 곁에 제존급 조력자가 한 명 더 늘어나는 셈이었다. 이제 복수를 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소주님, 무공이 정말 빠르게 느셨군요. 이번에 마연에 가서 수확이 크셨나 봅니다.”
서귀가 항소운을 보며 말했다.
“내가 마연에 간 걸 알아?”
항소운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사실 한 달 전쯤에 출관하여 죄혈성을 한 바퀴 둘러봤지요. 그때 여러 얘기를 들었는데, 소주님이 우가 준사위가 됐다지 뭡니까? 하하 역시 하늘의 뜻이었습니다.”
서귀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하늘의 뜻이라니?”
“마연에 가셨으니 아시겠지만, 제 주인님의 존함이 공적비에 새겨진 걸 보셨겠지요?”
서귀가 반문했다.
“응, 맞아. 가장 높은 상위 10위 안에 있었어.”
항소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옛 주인님은 한 시대를 평정한 영웅으로, 무적의 패왕이라 불리셨지요. 그렇다 보니 주인님을 흠모하는 자는 많았으나, 자질이 어울리는 여인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는데 그분께서 일생 동안 가장 사랑하셨던 여인 또한 우(虞)씨였습니다. 다만 지금은 두 분 다 작고하셨지요.”
서귀가 슬픔에 잠긴 눈빛으로 말했다.
“그분도 우씨였다고?”
항소운의 눈빛이 왠지 모르게 복잡해졌다.
이런 우연이 있다니, 정말 하늘의 뜻이란 말인가?
“당분간 소주님은 그 정도만 알고 계시는 편이 낫겠습니다. 언젠가는 다 알게 되실 테지만요.”
서귀가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이제 가시지요. 이제 더는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으니, 밖으로 나가 소주님을 위해 일을 해야겠습니다.”
“잠깐, 물어볼 게 있어. 자네와 귀면교는 무슨 사이야?”
항소운이 물었다.
“아, 귀면교 쪽에서 소주님을 찾아왔습니까?”
서귀가 되물었다.
“맞아, 그래서 청귀란 자의 분신을 만났는데 자네가 그자의 스승이라고 하더군.”
항소운이 대답했다.
“허허, 그래도 아직 이 스승을 기억은 하나 봅니다.”
서귀가 냉소를 짓더니 다시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사실 귀면교는 제가 창시한 문파입니다. 오래전 주인님께서 처음 죄혈성에 오셨을 때, 전 그분을 따르기로 결심했지요. 그래서 귀면교를 청귀에게 맡겼는데, 당시 그는 제자 중 가장 형편없는 녀석이었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문파를 굳건히 지키는 걸 보니 생각보다 자질이 있었나 봅니다. 전 녀석이 벌써 죽은 줄로 알았거든요.”
“그랬군. 아무튼 그자가 자네를 만나고 싶어 해.”
항소운이 말했다.
“소주님께 영패를 드렸을 때, 이런 날이 올 거라 짐작은 했습니다. 장차 가업을 되찾으시려면 조력자가 필요할 텐데, 귀면교라면 썩 괜찮은 조력자가 될 겁니다. 그들이 소주님께 복종하도록 만들겠습니다.”
서귀가 확신에 찬 어투로 말했다.
“그건 나중에 얘기하도록 하고, 우선 청귀부터 만나 봐. 그자가 자네를 알아보기나 할지 모르겠군.”
“그놈이 감히 그럴 리가요!”
서귀가 성난 표정으로 소리쳤다.
“지금 자네 실력으론 조심하는 편이 좋을 거야. 자네 제자란 자는 이미 몰라보게 달라졌거든. 만 년이나 살았으니, 지금쯤 제존 이상의 존재가 됐겠지.”
항소운이 조용히 충고의 말을 건넸다.
“소주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알아서 잘 처신하겠습니다.”
서귀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나가서 얘기하지.”
“소주님,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데려갈 녀석이 있거든요.”
서귀가 의기양양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는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려가더니 금세 다시 돌아왔다.
서귀 뒤에는 사람만 한 크기의 형체가 따라왔는데, 몸통이 온통 피처럼 새빨갛고 피에 굶주린 눈빛을 하고 있어 무척 공포스러웠다.
항소운이 흠칫 놀라며 물었다.
“이, 이게 혈요야?”
“맞습니다. 이놈이 바로 제 혈요의 분신이지요.”
서귀가 신이 나서 말했다.
“자네 혈요의 분신이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항소운이 되물었다.
그는 일전에 동가성에서 혈요란을 받았는데, 그걸 서귀에게 준 적이 있었다.
혈요는 몹시 사악한 종족으로, 피를 대량으로 마셔야 힘이 강해지는 터라 다른 종족들은 이들을 끔찍이 싫어해서 서로 죽이려고 난리였다.
그러나 성체가 된 혈요는 무서울 정도로 강해서 죽이기도 쉽지 않았다.
“혈요는 본래 수없이 변화하지요. 녀석이 부화하기 전에 피로 정기를 보충해주면서 제 영혼의 힘을 불어넣었더니 차츰 제 혈요 분신이 된 겁니다. 물론 제 명령만 따르고, 제 의지에 따라 움직이며 더욱 중요한 것은 살아있는 녀석이다 보니 계속 성장이 가능하지요. 이 점에선 괴뢰와 완전히 다릅니다.”
서귀가 한바탕 설명을 늘어놓았다.
“그랬군. 그럼 이대로 밖에 데려갈 거야?”
항소운이 물었다.
“뭐 안될 건 없지요. 적당히 변장을 시키면 사람들이 쉽게 눈치채지 못할 겁니다. 제가 예전 실력의 절반 정도쯤 무공을 회복하면, 그때 가선 사람들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을 겁니다.”
서귀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래도 잘 처신해야 할 거야. 그런데 이 혈요는 무슨 능력이 있는 거야?”
항소운이 흥미가 당긴다는 듯 물었다.
“혈요의 가장 큰 능력은 피가 멈추지 않아 영원히 산다는 거지요.”
서귀는 당당하게 말을 하더니 곧장 몸을 돌려 혈요의 팔뚝을 붙잡았다. 그는 녀석의 팔을 단숨에 찢어버렸다.
그런데 혈요는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않았고, 놀랍게도 잘려 나갔던 팔이 다시 자라나는 것이었다.
“변해라!”
갑자기 서귀가 혈요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혈요가 순식간에 핏물로 변해서 사방으로 흘러내렸다. 핏물이 흐르는 모양이 기이하긴 했으나 그 누구도 살아있는 생명체라곤 생각하기 힘든 생김이었다.
잠시 후 핏물은 한데 모여들어 응집하더니 다시 원래 모양으로 되돌아갔다.
항소운은 눈을 휘둥그레 뜬 채 그 광경을 지켜보며, 혈요가 정말 무서운 생명체라고 느꼈다.
귀면교는 창시된 지 만 년이 넘은 문파로, 죄혈성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따라서 죄혈성에서 발생한 일이라면 가장 먼저 이들의 귀에 들어갔다.
비록 귀면교는 5대 세력에 속하진 않으나, 어느 세력도 이들과 적이 되는 걸 원치 않았다.
귀면교는 무서운 저력을 갖고 있어서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지금 귀면교의 대전에서는 나찰녀가 파란 도깨비 가면을 쓴 남자 앞에 공손히 무릎을 꿇고 앉아 최근 죄혈성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에 대해 보고하고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 중 대부분은 항소운에 관한 것이었다.
얘기를 다 듣고 난 청귀가 파란 눈동자 사이로 알 수 없는 빛을 번쩍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