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332
제332화 가면 벗고 저와 한판 겨루시죠
서귀는 코웃음을 치더니, 청귀를 찬찬히 보며 말했다.
“청귀야, 내 말을 똑바로 들어라. 네가 정 소주님을 따를 생각이 없다면 그렇게 하거라. 하지만 이 순간부터 너와 나의 사제 관계는 끝나는 거다. 이제 완전히 남남이란 뜻이야!”
그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성큼 걸음을 옮겼다. 진심으로 화가 난 것 같았다.
그러자 청귀가 황급히 막으며 말했다.
“스승님, 노여움을 푸십시오. 전 그저 제 생각을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스승님께서 원치 않으시면 당연히 할 필요가 없지요. 앞으로 귀면교는 항 도련님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
“흥, 마음에도 없는 소리!”
서귀의 얼굴은 분노로 얼룩졌다. 그는 갑자기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이 세상에 야망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넌 만 년을 교주 자리에 있으면서 어떠한 구속도 받지 않았으니, 그리 생각하는 것도 당연할 수밖에. 한데 너한테 한 마디만 충고하마. 소주님을 따라야 훗날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단다. 중원 대륙은 말할 것도 없지.”
청귀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스승이 저리 확고하게 말하니 그 뜻을 받들 수밖에 없었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여전히 서귀였다. 그리고 스승이 약속한 전결을 전수받아 무공을 더욱 높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항소운은 우선 찬찬히 지켜보기로 했다. 만약 그자가 정말 비범한 재능을 지녀 백 년 후 제존의 경지에 오른다면, 그를 주인으로 모시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서귀는 청귀가 마지못해 승낙한 걸 알고 있었으나,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청귀의 생각이 바뀔 거란 확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대전 밖의 항소운은 나찰녀를 따라 주변을 거닐고 있었다.
귀면교는 다른 세력들처럼 시끌벅적하지는 않았다. 오가는 사람도 많지 않았는데, 이따금 순찰대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다닐 뿐이었다.
제자 중 대부분은 수련을 하거나 밖에서 임무를 수행하느라 이곳은 비교적 조용했다.
귀면교는 보기 좋은 허울보다 개인의 무공을 높이는 걸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지금 두 사람은 고즈넉한 돌길을 걷고 있었다. 상대방이 먼저 나서길 기다리는지 아니면 해야 할 말을 못 찾았는지 누구 하나 먼저 입을 여는 자가 없었다.
결국 나찰녀가 침묵을 깨며 말했다.
“용봉 학당의 특별 제자가 되셨다면서요?”
항소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소식통이 진짜 빠르네요.”
그는 그녀의 옆모습을 보며 말을 이었다.
“가면 벗고 저와 한판 겨루시죠. 용봉 학당에 가기 전 우리가 한 약속은 지켜야죠.”
그는 나찰녀의 가면 속 얼굴을 처음 봤을 때, 그녀에게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다. 이처럼 야성미가 넘치는 매력적인 여인이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되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이 여인은 오직 자신만이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후, 나찰녀는 항소운이 3년 안에 그녀의 무공을 뛰어넘는다면 기꺼이 그의 여인이 되겠다는 약속을 하기에 이른다. 물론 청귀의 허락이 필요한 건 당연했다.
“좋습니다. 저도 당신의 진짜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궁금했습니다.”
나찰녀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흔쾌히 승낙했다.
그녀는 항소운이 전황의 실력을 지녔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경지는 그보다 2개 품급이나 높았고, 죄혈성의 젊은 고수 중 서열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터라 무공도 만만치 않게 강했다. 따라서 자신이 질 것 같지는 않았다.
이렇게 하여 나찰녀는 항소운과 함께 훈련장으로 향했다.
귀면교의 훈련장은 야외가 아닌 실내에 있었다.
그곳은 거대한 석실(石室)로, 곳곳에 진법이 처져 있었다.
항소운과 나찰녀는 석실 안으로 들어갔다.
“시작하시죠!”
나찰녀가 전의를 불태우며 말했다.
그녀는 귀면교의 새 시대를 이끌 고수들의 대표이자, 교주가 각별히 아끼는 인재였다. 당연히 자신보다 무공이 낮은 항소운에게 질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항소운의 전투력이 강하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터라 한번은 겨뤄보고 싶었다. 최근 들어 한층 강해진 자신의 무공을 시험해보고 싶었고, 항소운이 항간의 소문처럼 그렇게 강한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가면은 벗고 싸우죠.”
“대결에서 이기면, 이 가면은 마음대로 가져가셔도 됩니다.”
“허허, 굳이 이기지 않아도 당신의 가면은 충분히 벗길 수 있죠.”
항소운이 웃으며 말했다.
순간, 그가 잔영을 남기며 사라지더니 어느 틈엔가 나찰녀 앞에 나타나 가면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나찰녀는 상대의 속도가 무척 빠른 것에 놀랐다. 그러나 그녀 역시 만만치 않아서 재빨리 손을 뻗어 상대의 손을 저지했다.
기습이 실패로 돌아가자, 항소운은 제자리로 돌아와 멋쩍게 웃었다.
“진짜 빠르네요. 하지만 방금은 최고속도의 절반밖에 쓰지 않았어요.”
“그래요? 그럼 앞으로도 제대로 써볼 기회는 없겠군요.”
나찰녀가 정신을 집중하며 갑자기 공격을 시작했다.
9품 비천경의 힘을 폭발시키자, 잔영이 쉴새 없이 일어나며 항소운을 포위해 들어갔다.
무영살장(無影煞掌)!
짙은 금살의 기운을 품은 장영(掌影)이 온 하늘에 가득 퍼졌다. 비천경 정점의 힘이 실린 장영이 사방에서 쏟아져 내리며 항소운을 내리치기 시작했다. 쉽게 받아낼 수 없는 힘이었다.
그러나 항소운은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금빛 힘이 실린 주먹을 사정없이 휘둘러 셀 수 없이 많은 장인(掌印)을 터뜨렸다.
쿵! 쿵!
권법과 장법이 맞부딪치면서 육중한 소리가 훈련장을 울렸다.
두 사람의 속도는 갈수록 빨라졌고, 힘은 더욱 강해져서 눈이 부시도록 현란했다.
나찰녀의 장력은 확실히 비범했다. 장법을 쓸 때면 허와 실이 어우러져 상대가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수준이었고, 강력한 살상력을 지닌 금살의 기운은 바늘 틈이라도 뚫을 기세였다.
이 정도면 우채접을 따라 마연으로 갔던 천재들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실력이었다.
물론 소균처럼 중하위 수준의 인재들과는 비교가 가능했지만, 당용비 등에는 아직 부족했다.
어쨌든 그녀는 각지의 천재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항소운은 금(金)의 성진의 힘을 7할까지 끌어올렸으나, 상대를 제압할 순 없었다.
게다가 나찰녀의 장법은 자유자재로 변화가 가능해서 방어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았다.
그가 민첩하게 피하지 않았더라면, 진작 상대의 공격에 부상을 당했을 터였다.
“아직도 전력을 다하지 않는 겁니까? 설마 봐주는 건 아니겠지요?”
그녀는 싸움이 길어질수록 조급해져서 급기야 진짜 화가 났다.
전력을 다했는데도 항소운이 고스란히 막아내자,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아직 힘을 아끼고 있다고 생각했다.
“좋습니다, 그럼 똑똑히 보세요!”
나찰녀의 실력을 얼추 파악한 그는 별안간 초식을 바꿨다.
질풍퇴!
항소운은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권법에서 각법으로 전환했다. 폭풍이 몰아치듯 강력한 힘으로 각법을 날리자, 나찰녀는 균형을 잃고 갸우뚱했다.
마풍지은의 힘이 실린 터라 그 기세는 대단했다.
어느덧 항소운의 전투력은 8할까지 올라 있었다. 이젠 비천경 점정의 소왕이라 해도 적수가 되지 못했다.
나찰녀도 있는 힘껏 힘을 끌어올렸다. 양 손바닥에서 금빛이 번쩍이더니 살기가 가득 퍼졌다.
그러나 각법의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연이어 몇 차례를 얻어맞고 날아가고 말았다.
만약 상대가 적이었다면, 훨씬 강한 힘으로 짓밟아 죽였을 터였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인인지라, 차마 모질게 대할 수 없었다.
“이젠 당신이 전력을 다할 차례에요. 계속 힘을 아꼈다간 제 손으로 가면을 벗겨낼 겁니다.”
항소운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똑똑히 보시죠.”
나찰녀는 다시 힘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순간, 그녀의 양팔에서 셀 수 없이 많은 팔이 뻗어져 나오더니 금살의 힘이 일렁이며 금빛 귀수(鬼手)가 하나둘 생겨났다. 난생 처음 보는 무척 기이한 광경이었다.
천살귀수(千煞鬼手).
순식간에 무수히 많은 금빛 귀수가 항소운에게 달려들었다.
귀수가 살기를 내뿜으며 포위하는 바람에 벗어날 방도가 없었다.
게다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자유자재로 방향을 바꾸면서 항소운이 움직이면 덩달아 움직였다. 그를 붙잡아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었다.
이러다간 끝이 없겠다는 생각에 항소운은 정면으로 맞서기로 했다.
육갑금공!
전신에 철옹성 같은 방어벽이 빈틈없이 생겨났다. 육갑금공은 어느새 네 번째 단계에 이르러 동벽의 단계를 완벽히 표현하였고, 이제 앞으로 2단계만 더 수련하면 금갑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상태로도 인황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건 물론이었다.
나찰녀의 공격이 거세게 내리쳤으나, 그의 몸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항소운은 나찰녀가 이쯤에서 포기할 거로 생각했으나, 어느새 그녀는 바로 앞까지 성큼 다가와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예사롭지 않게 번뜩였고, 한층 강력해진 기세가 그녀를 휘감고 있었다.
나찰금신(羅刹金身)!
그녀의 등 뒤로 별안간 금빛 허상이 나타났다. 그 방대한 기세는 놀랍게도 전황의 경지에 육박하고 있었다.
그녀의 금빛 장력이 다시 항소운을 향해 내리쳤다.
힘은 종전보다 몇 배는 강했고, 공격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깡! 깡!
장법을 연이어 아홉 차례나 날리자, 장력이 항소운의 방어벽을 내리치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항소운은 나찰녀의 강력한 힘을 온몸으로 느꼈으나, 아직은 견딜 만했다.
쉴 새 없이 장법을 날린 탓에 그녀는 힘이 소진되어 있었다. 다시 힘을 끌어올릴 새도 없이 이번에는 항소운이 공격을 시작했다.
그는 빠르게 접근하여 손바닥으로 휙 낚아챘다.
순간, 얼굴에 서늘한 느낌이 감돌더니 어느새 항소운의 손에 가면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상대의 가슴을 힘껏 밀어 쳤다.
항소운은 나찰녀의 가면만 벗기면, 시합이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가 갑작스럽게 공격하는 바람에 방어가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그는 피를 토하며 나뒹굴고 말았다.
나찰녀는 당황해서 멍하니 있다가 서둘러 항소운 쪽으로 달려갔다.
“항 도련님, 괜, 괜찮으세요?”
방금 그녀의 공격은 전력을 다한 것이었다.
실수로 그를 죽이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책임을 진단 말인가.
바닥에 쓰러진 항소운은 선혈을 토하며 힘없이 말했다.
“저, 전 힘들 것 같아요.”
“아니, 절대 그럴 리 없습니다. 제게 천년 옥천이 있으니 어서 드세요. 절대 당신이 죽도록 놔두지 않을 겁니다.”
나찰녀가 주먹을 꼭 쥐며 말했다.
그녀는 품에서 천년 된 옥천을 꺼내 항소운에게 다가갔다.
이때, 별안간 항소운이 그녀의 손을 힘껏 잡아당겼다.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목을 감고 그녀의 머리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항소운은 고개를 들어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나찰녀는 순간 멍해졌다.
항소운이 이렇게 무례하게 굴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정신을 차린 그녀가 항소운을 밀어내려는데 어느새 그의 혀가 입속으로 들어와 혀를 옭아매고 입천장을 쓸어갔다. 그녀는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온몸이 나른해졌다.
항소운은 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생각만큼 심각하지 않았고, 그저 그녀를 놀리려 아픈 척했을 뿐이었다.
그녀의 가면을 벗긴 순간, 자신의 심장을 뛰게 했던 아름다운 얼굴이 눈앞에 나타나자 그녀를 놀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그녀는 꼼짝없이 걸려들고 말았다.
그가 정신없이 입술을 맞추는 바람에 그녀는 숨을 쉴 수조차 없었고, 정신은 점점 아득해져 갔다.
그의 손이 봉긋한 가슴에 닿는 순간,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어 그를 힘껏 밀쳤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꼭 안은 채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당신이 말했잖아요, 3년 안에 당신보다 강해지면 내 여자가 되겠다고. 벌써 잊은 건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