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333
제333화 전 나찰녀를 좋아합니다
그 말에 나찰녀는 검은 눈망울을 깜빡이더니 결국 수긍했다.
“그런 약속을 하긴 했지만, 아직 교주님의 허락을 받은 건 아니에요.”
나찰녀의 말투는 어느새 부드럽게 바뀌어 있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귀면교에서 자란 터라 매사 자기 뜻대로 행동한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교주님의 허락 없이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자신도 항소운에게 깊은 호감을 갖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그는 3품 비천경의 무인이었다. 그런데 일 년 만에 7품에 이르렀으니 놀라운 성장 속도였다.
게다가 한층 성숙해진 외모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내뿜고 있었다.
“걱정 마세요. 분명 허락하실 테니까요.”
항소운이 확신에 차서 말했다.
나찰녀는 의아했으나, 곧이어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네, 교주님만 허락하신다면 난 당신의 여자예요.”
나찰녀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항소운은 기분 좋게 웃더니 다시 입을 맞추었다.
이번에는 그녀도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응했다.
나찰녀는 강한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여자였다. 그런 그녀가 적극적으로 반응하자, 항소운은 속에서 뜨거운 피가 솟구쳐올랐다.
그는 나찰녀의 풍만한 가슴을 쉴 새 없이 주물렀다. 부드러운 촉감이 신경을 자극하면서 그는 자신을 자제할 수 없었다.
그는 한창 혈기 왕성한 열아홉이었다. 겉으로는 풍류를 즐기는 듯 보이나, 실은 지금까지 경험이 없었다.
이렇게 야성미가 넘치는 미인을 앞에 두고 그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항소운의 손놀림이 거칠어질수록 나찰녀는 숨이 가빠오며 그녀는 태어나 처음으로 수줍음을 느꼈다.
두 사람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서로를 갈구하고 있을 때, 누군가의 음성이 나지막이 들려왔다.
“나찰녀, 항 도련님을 모시고 어서 연회장으로 오너라.”
청귀의 목소리였다.
그는 이곳에 없었으나, 귀면교 곳곳에는 그의 정신이 깃들어 있어 원하는 상대에게 쉽게 말을 전할 수 있었다.
교주의 음성을 듣는 순간, 나찰녀가 항소운을 밀어냈다.
항소운이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 시간 하나는 딱 맞추는군.”
나찰녀는 아름다운 얼굴을 다시 가면으로 가렸다.
“가시죠. 교주님께서 기다리십니다.”
“네.”
항소운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그녀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나찰녀는 손을 빼려 했으나, 항소운이 꽉 붙잡고 있는 바람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남이 보면 어쩌냐며 핀잔을 주긴 했지만, 생전 느껴보지 못한 달콤한 감정이 그녀의 가슴 속으로 파고들었다.
잠시 후, 그녀는 항소운을 데리고 연회장에 도착했다.
서귀와 청귀는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고, 술과 안주까지 차려진 상황이었다.
청귀는 항소운이 나찰녀의 손을 잡고 있는 걸 발견했다. 순간, 그의 얼굴에 경멸의 눈초리가 스쳐 지나갔다.
‘저 녀석은 자제력이 형편없는가 보군.’
그래도 항소운에 대한 인상이 썩 좋았는데, 한순간에 추락하고 말았다.
항소운은 단도직입적으로 청귀에게 말했다.
“청귀 교주님, 전 나찰녀를 좋아합니다. 제 여인으로 삼고 싶으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허락해주십시오.”
항소운은 청귀 같은 인물을 상대로 말을 돌려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청귀가 여자 하나 때문에 자신을 난처하게 할 리는 없다고 믿었다.
나찰녀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청귀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에선 은연중 기대가 느껴졌다.
청귀는 항소운에게 바로 대답하지 않고, 나찰녀를 보며 물었다.
“나찰녀, 네 생각은 어떠냐?”
나찰녀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대답했다.
“교주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물론 그녀도 항소운을 좋아하고 있으나, 청귀는 어려서부터 자신을 키워준 분으로 아버지나 다름없었다. 이런 일로 오랜 세월 받은 은혜를 저버릴 수는 없었다.
그러자 청귀가 만족한 얼굴로 말했다.
“좋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 나도 위안이 되는구나. 그럼 앞으로 항 도련님을 따르도록 해라.”
“감사합니다, 교주님.”
나찰녀가 무릎을 꿇으며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그러자 옆에서 항소운이 말했다.
“나찰녀가 고생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용봉 학당으로 데려갈 생각이거든요.”
수행원 둘을 데리고 갈 수 있다고 하니, 당연히 나찰녀에게 그 자리를 내어줄 셈이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청귀가 반박을 하고 나섰다.
“저도 항 도련님이 수행원을 데리고 갈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죄혈성에선 꽤 많은 세력이 고루방을 찾아가 수행원 자리를 청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제시하는 가격도 어마어마하다더군요. 그러니 나찰녀를 위해 아까운 자리를 쓸 필요는 없습니다.”
“나찰녀는 제 여자입니다. 당연히 이 사람한테 써야지, 누구한테 준단 말입니까? 게다가 나찰녀는 재능도 뛰어납니다.”
항소운이 미간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항 도련님, 제 뜻을 오해하셨군요. 제 말은 나찰녀가 직접 시험을 봐도 된다는 뜻입니다. 저 애라면 충분히 통과할 겁니다.”
그러자 항소운이 표정을 풀며 씩 웃었다.
“맞는 말이네요. 저도 나찰녀가 시험에 통과할 거라고 믿습니다. 다만 시험을 보기 위해선 시험 자격을 사야 합니다.”
“그런 사소한 일까지 신경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저 애가 알아서 처리할 겁니다.”
청귀는 이렇게 말하며 술잔을 들었다.
“오늘 스승님을 다시 뵙게 돼서 저 청귀는 기분이 무척 좋습니다. 우선 스승님께 한잔 올리고 나서 다 같이 한바탕 마십시다.”
항소운은 청귀를 따라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술잔이 세 차례 돌고 나자, 서귀가 항소운에게 넌지시 말했다.
“소주님, 하인을 데려올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용봉 학당에 가실 때 전 따라가지 못합니다. 그러니 혼자 계셔도 꼭 몸조심하셔야 합니다.”
“응, 알고 있어. 자네는 무공 회복만 신경 써. 그리고 일전에 훤호 형님과 약속한 일 있었지? 우선 그 약속부터 지키라고.”
“걱정 마십시오. 소주님께서 용봉 학당에서 돌아오시면 훨씬 강해진 두훤호를 보게 되실 겁니다.”
서귀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자네만 믿을게.”
항소운은 서귀의 말이라면 철석같이 믿었다.
“청귀한테 들으니 고루방과 혈살방을 차지하셨다면서요?”
서귀의 물음에 항소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래서 그들을 어떻게 발전시키면 좋을지 고민 중이야.”
“소주님, 절 믿으신다면 아무 걱정 말고 제게 맡기십시오.”
“좋아, 그런데 어떻게 할 생각인데?”
항소운이 물었다.
“병사는 정예가 중요하지,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닙니다. 그런 작은 무리는 쓸모없는 놈이 대부분이나, 그 안에도 쓸만한 놈은 있겠지요.”
서귀의 말에 항소운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무리 쓸모없다 해도 각자 장점은 있을 테니, 적당한 곳에 잘 써봐.”
“소주님, 걱정 마십시오. 제가 알아서 잘 처리하겠습니다.”
서귀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연회가 끝나자, 항소운은 서귀를 귀면교에 남겨 두고 혼자 고루방으로 돌아갔다.
청귀는 오늘 밤 항소운이 나찰녀를 원할 거란 생각에 그녀도 같이 보내려 했으나, 항소운이 단번에 거절했다. 그는 나찰녀에게 계속 귀면교에 있으라고 했다.
어려서부터 귀면교에서 자랐으니 이곳에 각별한 애정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
이렇게 지내다가 용봉 학당의 시험에 맞춰 같이 출발하면 될 일이었다.
이제 용봉 학당으로 떠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앞으로 평생 같이 있을 수 있는데, 겨우 며칠을 안달 낼 필요는 없었다. 그녀도 귀면교에서 정리해야 할 일이 있을 테니, 그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항소운이 예상 밖의 선택을 하자, 청귀는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이젠 그가 어떤 자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한편, 나찰녀는 항소운의 말에 감동 어린 눈빛이 되었다.
그녀 역시 감수성이 풍부한 여인이라서 그의 세심한 배려에 절로 감동했다.
청귀는 수하를 시켜 항소운을 고루방까지 모셔다드리라고 했고, 이번에는 항소운도 거절하지 않았다.
얼마 후, 고루방에 도착한 그는 곧장 대청으로 향했다.
그는 대청으로 걸어가며 생각에 잠겼다.
‘며칠간 여기 일을 처리한 후에 당 백부님을 찾아봬야겠다. 그러고 나서 당 형과 함께 용봉 학당에 시험 보러 가야지.’
생각에 빠져 걷다 보니 어느덧 대청 안에 들어서 있었다.
“아쉬울 텐데 미련 없이 잘도 돌아왔네?”
나른한 음성이 귓전에 울렸다.
항소운은 흠칫 놀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개를 들고 보니 도귀가 대전의 상석에 앉아 무서운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항소운은 안색이 급격히 창백해졌다.
“도귀 대인께 인사 올립니다.”
죄혈성으로 돌아온 후, 그는 도귀와 관련된 일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도귀를 잊었다기보다 이미 독을 깨끗이 제거란 터라 상대의 구속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이제 명옥마 괴뢰까지 생겼으니 더욱 겁낼 이유가 없어졌다.
그런데 뜻밖에도 상대가 직접 찾아온 것이다.
“표정을 보아하니 날 만나고 싶지 않았던 게군.”
“아닙니다. 제 목숨은 대인 손에 달려 있는걸요. 이제 약속한 일 년이 됐으니 해독약을 주실 수 있겠죠?”
항소운이 물었다.
“급할 것 없잖느냐. 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나 하자구나.”
도귀가 밉살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마침 제게 좋은 술이 있으니, 한잔 마시면서 얘기하시지요.”
그는 품 안에서 술을 두 병 꺼내 도귀에게 한 병을 건넸다.
도귀는 아무 망설임 없이 술을 받아들며 말했다.
“그래도 네 놈이 눈치는 있군. 난 네가 명옥마 괴뢰를 불러서 이 늙은이를 공격할 줄 알았지.”
그 말에 항소운의 안색이 살짝 굳었으나, 바로 씩 웃어 보였다.
“그럴 리가요. 대인을 향한 존경심은 끝도 없이 흐르는 강물과 같아서 차고 넘치는걸요.”
“응, 그러는 게 좋을 거다. 안 그랬다간 독이 퍼지기도 전에 내 손에 맞아 죽을 테니까.”
도귀가 만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항소운은 도귀의 말투에서 차가운 살기를 느꼈다. 상대는 명옥마 괴뢰 따윈 겁내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섣불리 괴뢰를 부르지 않은 사실에 안도했다. 괴뢰를 내보냈다면, 지금쯤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항소운은 도귀와 함께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대인, 제게 맡기신 임무는 이미 완수했습니다. 이제 앞으로 뭘 하면 될까요?”
도귀는 독으로 그를 통제하면서 마풍지은을 손에 넣고 우가의 준사위가 되라는 임무를 내렸다. 왠지 모르게 도귀가 진짜 목적을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도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실 넌 임무를 완수했다고 할 수 없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대인의 분부에 따라 우가의 준사위가 됐잖아요.”
항소운이 되물었다.
“허나 우채접 곁에 머물게 된 것은 아니잖느냐?”
“대인의 뜻은 저더러 그녀 곁에 있으라는 거에요?”
항소운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지. 네가 그 애 곁에 머물면서 수행원 자격으로 용봉 학당에 들어가길 말이다. 그런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구나. 뜻밖에도 네 녀석이 용봉 학당의 특별 제자가 됐으니 말이야. 잘했다, 아주 잘했어.”
도귀가 감탄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럼 대인께서 제게 시키실 일이란 게 용봉 학당에 들어가는 거였어요?”
항소운이 여전히 의아하단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단다.”
도귀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용봉 학당에서 내가 요구하는 일을 해주겠다고 약속하면 네게 해독약을 주마.”
“무슨 일인데요? 제 실력이 부족하다 보니 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항소운이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도귀 같은 고수가 저렇게 연연하는 일이라면 필경 죽도록 고생만 하고 좋은 소리는 못 들을 일일 터였다.
미래가 뻔히 예상되는지라 항소운은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다.
“허허, 이건 아주 굉장한 기연과 관련된 일인데 정말 안 할 셈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