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337
제337화 우주 엽가라고 들어보셨어요?
그 말에 우문황과 언성추는 너무 놀라 말을 잃었다.
일전에 그들은 당용비를 통해 우가 준성녀가 죄혈성에 와서 수많은 천재들과 함께 마연에 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마풍지은을 찾는 것이 명분이지만, 실제로는 준사위를 정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물론 속사정을 아는 사람은 우채접이 진짜 찾던 건 수행원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쨌든 준사위라는 신분은 두 사람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사실 두 사람도 대단한 집안의 출신이었으나, 우가와 같은 거대 세력에 비교하면 턱없이 약했다.
더군다나 항소운은 용봉 학당의 특별 제자로 뽑히지 않았는가.
문득 이들은 아까 항소운에게 무례를 범한 것이 무척 두렵게 느껴졌다. 저런 천재는 장차 자신들이 우러러보는 대상이 될 게 분명했다.
다행히 항소운은 그들을 진심으로 탓하진 않았다. 이제 그들은 항소운과의 관계를 어떻게든 회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우문황과 언성추의 태도가 바뀌자, 항소운과 두 사람도 이야기가 잘 통했다.
항소운은 문득 오늘 밤 약속이 떠올랐다.
“당 형, 혹시 우주 엽가라고 들어보셨어요? 우가와 친척인 엽가요.”
오늘은 혼자 나온 터라 물어볼 사람도 마땅치 않았는데, 왠지 당용비라면 이런 방면으로 잘 알 것 같았다.
“우주 엽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는데, 하지만 성추라면 잘 알 거야. 성추도 그쪽에 살거든.”
당용비가 이렇게 말하며 언성추를 보자, 그가 즉시 말을 받았다.
“엽가는 본래 우가와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는데, 만 년 전 엽가에서 무도(武道) 천재 엽말흔(葉沫痕)이 나타나면서 우가의 사위가 되었죠. 그때부터 엽가는 크게 부흥했고, 지금은 우가에 예속된 가문 중 가장 강한 세력이 되었답니다. 듣자 하니 벌써 8품 세력이 됐다더군요.”
“그랬군요.”
항소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소운아, 그런데 엽가에 대해선 왜 물어본 거야?”
당용비가 옆에서 물었다.
“아까 여기로 오는 길에 엽가 사람과 마주쳤는데, 이야기나 나누자며 우월각으로 초대를 하더라고요.”
“그럼 내가 같이 가줄까?”
당용비가 물었다.
항소운이 대답을 하려는데, 옆에서 언성추가 가만히 말을 꺼냈다.
“엽가에서 왜 당신을 초대했는지 알 것 같네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항소운이 물었다.
“엽림삼(葉林杉)이라고 최근 엽가에서 주목받는 인물이 있는데, 아마 그자 때문일 거예요. 스무 살인데 벌써 비천경 정점에 오른 데다 전황을 초월한 전투력으로 2품 인황과 겨룰 정도라더군요. 확실히 무서운 실력이죠.”
언성추의 표정은 아주 심각했다. 엽림삼이라는 천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심리적 부담이 커진 것 같았다.
“청동(靑童: 소년이란 뜻) 엽림삼?”
당용비와 우문황이 놀라 동시에 소리쳤다.
이들도 그자의 명성을 잘 아는 것 같았다.
“이젠 청소(靑少)라 불러.”
그러면서 언성추는 항소운을 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엽가는 우가와의 혼인으로 엄청난 전성기를 맞이했죠. 그래서 지금 다시 만 년 전의 방법으로 기세를 이어가려는 겁니다. 바로 엽림삼과 우가 성녀의 혼인을 통해 엽가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거죠. 그런데 항 형은 우가의 준사위 자격을 얻었으니, 아마도 그는 항 형을 제거하고 싶어 안달이 났을 겁니다.”
언성추가 이리 명백히 말하자, 항소운도 상황이 이해 갔다.
그렇다면 오늘 밤 연회는 다른 목적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럼 소운아, 오늘 밤 그곳엔 안 가는 게 좋겠어.”
당용비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넌지시 말했다.
그러자 항소운이 고개를 내젓더니 패기를 드러내며 말했다.
“상대가 누구든 직접 만나봐야겠어요. 피하기만 하면 장차 용봉 학당에서 어떻게 입지를 다지고, 채접이를 가질 수 있겠어요?”
우채접은 그가 평생의 반려자로 삼겠다고 다짐한 유일한 여인이었다. 상대가 자신을 연적으로 생각한다면, 자신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오늘 밤 연회는 더욱 피할 이유가 없었다.
당용비와 우문황, 언성추는 자신만만한 항소운을 보며 자신들이 더 불안해졌다.
얼마 후, 당전이 하인을 보내 다들 연회실로 와서 식사를 하라고 했다.
죄혈성 성주의 저택이다 보니, 요리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연회석에는 천 년 넘은 좋은 술이 있었는데, 귀한 약초로 담근 술이라 자주 마시면 건강해질 뿐 아니라 무공까지 강해졌다.
술안주로는 나온 고급 고기 요리는 원기를 보충하고 피를 맑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항소운은 배가 터지도록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백만 근에 달하는 갑옷을 입고 있었더니, 소모되는 힘이 엄청났다. 이런 때라도 실컷 먹어서 힘을 보충해야 했다.
다시 만난 우신백과 언본개는 일전의 거드름을 피우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아주 호의적인 태도로 말을 건넸다.
항소운도 불쾌했던 감정은 훌훌 털어버리고, 예의 바르게 행동했다.
잠시 후, 우신백과 언본개는 항소운에게 선물까지 건네면서 만약 우문황과 언성추가 시험에 떨어지거든 신경 써 달라며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말했다.
항소운은 그들의 선물을 정중히 거절하며 수행원 자리는 이미 다른 사람에게 주었다고 말했다.
먼저 한파군과 약속한 터라 한씨 자매의 자리를 내어줄 수는 없었다.
항소운의 단호한 거절에 두 사람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그러나 그들은 이 일로 불쾌해하기는커녕 다시 항소운에게 선물을 건네면서 연장자의 신분으로 주는 것이니 부담 없이 받으라고 했다.
부디 용봉 학당으로 가는 길에 항소운과 자신들의 자녀가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러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올 수도 있었다.
이번에는 항소운도 사양할 수 없어서 감사히 선물을 받았다.
연회가 끝난 후, 당전이 항소운을 따로 불렀다.
“소운아, 네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제패천도 네 존재를 눈치챈 모양이다. 서살이 계속 널 쫓는 것도 그 때문이겠지. 물론 네게 명옥마 괴뢰가 있긴 하다만, 그래도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
당전이 당부의 말을 건넸다.
항소운은 당전의 걱정 어린 말에 마음이 절로 따뜻해졌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백부님, 걱정 마세요. 꼭 조심할게요.”
“그래, 용봉 학당에 가거든 다른 생각 말고 수련에만 집중하거라. 우선 무공을 혼태경, 아니 더 높은 곳까지 올려놓은 뒤 가업을 되찾을 생각도 해야 해.”
당전은 또 한마디를 덧붙였다.
“제패천은 생각보다 훨씬 강한 놈이다. 그리고 놈을 지지하는 세력까지 있어.”
항소운은 뒷말을 듣고 눈썹이 찡그려졌다.
“제패천을 지지하는 세력이요?”
“그래, 예상은 하고 있었다만 그렇게 감쪽같이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 그래서 네 아버지가 사라진 후 겨우 반년 만에 종주 자리를 노린 거더구나. 안 그랬으면 그놈이 무슨 배짱으로 그런 일을 벌였겠어?”
순간, 항소운의 안색이 급격히 굳었다.
그는 지금까지 노력만 하면 제패천을 제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자신의 타고난 재능이면 제패천의 무공을 뛰어넘고 상대를 제거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패천에게 엄청난 지지 세력까지 있다니, 그렇다면 얘기가 달라졌다.
“그렇다고 너무 고민 말아라. 나중에라도 네 아버지가 돌아오면, 제패천 일당은 아무것도 아니지.”
당전은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용봉 학당은 네가 무공을 높일 수 있는 곳이자, 인맥을 쌓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단다. 용봉 학당의 제자 중 뛰어나지 않은 자가 없으니 그들과 친분을 쌓으면, 장차 내게 큰 도움이 될 게다.”
항소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당전의 당부를 마음속 깊이 새겼다.
그도 용봉 학당에 가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자신감이 넘친다 해도 자신이 구주 대륙에서 가장 강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당전은 몇 가지를 더 당부하고는 저축계를 꺼내 항소운에게 건넸다. 백부가 주는 선물이었다. 항소운도 사양하지 않고 선뜻 받아들었다.
그는 당전에게 고루방에 관한 얘기를 하면서 이미 관리할 사람을 찾았으니, 당분간은 백부께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저 고루방이 제대로 굴러가는지 가끔 들러 살펴주십사 부탁했다.
당전은 항소운의 수완이 좋다는 걸 알고 있어서 잘 알겠다며 흔쾌히 승낙했다.
밤이 되자, 훤칠한 사람 여럿이 우월각 앞에 나타났다.
그들은 바로 항소운과 당용비, 우문황 그리고 언성추였다.
원래 항소운 혼자 가려 했으나, 당용비가 꼭 같이 가야 한다며 고집을 부렸다.
당용비는 죄혈성 제1공자의 패기를 드러내며 말했다.
“청소 엽림삼이 어떤 자인지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다.”
그렇게 당용비가 밖으로 나가자, 우문황과 언성추도 방안에 가만히 있자니 답답해서 따라나섰다.
네 사람이 우월각 앞에 당도하자, 엽엽이란 집사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항 도련님, 오셨군요.”
엽엽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항소운을 맞이했다.
마치 다른 세 사람은 보이지도 않는 듯 그는 곧장 항소운에게로만 시선을 고정했다.
당용비는 슬며시 미간을 찌푸려 엽엽의 태도에 불만을 표시했다.
죄혈성 제1공자인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가 영 못마땅했다.
한데 오늘은 항소운의 기세를 북돋아 주기 위해 따라온 터라 소란은 피우고 싶지 않았다.
“그럼 안내하시죠.”
항소운이 태연히 말했다.
이로써 우월각은 두 번째 방문이었다. 이곳의 밤은 여전히 휘황찬란했다. 형형색색의 등불이 석가산과 연못을 비추며 영롱한 빛이 일렁였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그 분위기에 절로 취하는 곳이었다.
항소운 일행은 엽엽을 따라 우월각 2층 정원으로 향했고, 마침내 예스러운 누각 앞에 이르렀다.
흥겨운 노랫소리와 함께 춤사위가 벌어지는 걸 보니 분위기가 상당히 무르익은 듯했다.
엽엽은 허리를 굽히면서 안쪽으로 안내하는 동작을 취했다.
“저희 도련님께선 안쪽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항 도련님, 들어가시지요.”
항소운은 주저 없이 안으로 성큼 걸음을 내디뎠다.
당용비와 우문황, 언성추가 따라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엽엽이 막아섰다.
“세 분은 밖에서 기다리시지요. 저희 도련님께선 여러분을 초대하지 않으셨습니다.”
“무슨 뜻이냐.”
당용비가 불만을 토로했다.
“저희 도련님께선 세 분을 초대하지 않으셨으니,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엽엽이 허리를 곧추세우며 당용비의 눈을 똑바로 보고 말했다.
“허허, 이놈 봐라. 너 내가 누군지 알고 있느냐?”
당용비가 냉소를 띠며 말했다.
“허허, 죄혈성 제1공자인 당용비 도련님을 제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한데 저희 도련님께선 당 공자님을 초대하지 않으셨으니, 너그러이 용서해주시지요.”
엽엽이 따라 웃으며 말했다.
무례한 듯하면서도 선을 지키는 것이 여간내기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주인 입장에선 확실히 충직하고 믿음직한 인물이었다.
참다못한 당용비가 화를 내려는데, 항소운이 되돌아와 말했다.
“당 형, 그냥 돌아가죠.”
당용비는 순간 당황했으나, 바로 항소운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기분 좋게 웃었다.
“하하, 그래. 상대가 반기지 않는다는데 그냥 가야지 뭐.”
당용비는 항소운이 자신의 체면을 살려줬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자 엽엽은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 황급히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항 도련님, 저희 도련님께서…….”
항소운이 말을 자르며 한마디 쏘아붙였다.
“난 당신네 도련님이 누군지도 모르고, 또 알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채접이의 체면을 봐서 여기까지 온 거지, 사실 올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러고는 당용비 등을 데리고 앞으로 성큼 걸어갔다.
이때, 누각 안쪽에서 몇 사람이 걸어 나오더니 그중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무엄하다. 나 엽유비(葉幽飛)도 안중에 없다는 것이냐!”
상대는 스물 일고여덟의 나이에 시원스럽게 잘생긴 남자였다. 금박문이 더해진 검은 옷에 허리에는 금색 허리띠를 하고 있었는데, 오만한 표정이 그야말로 부잣집 귀공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