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338
제338화 어디서 개가 짖는지
엽유비의 좌우 양쪽에는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미인이 셋이나 있어 풍류를 좋아하는 성향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항소운 일행은 걸음을 멈췄다. 이때, 언성추가 항소운의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엽유비, 바로 엽림삼의 사촌 형으로, 전황의 실력을 가졌죠. 그런데 뜻밖에도 이곳까지 왔을 줄은 몰랐는데요. 역시 청소 엽림삼은 훨씬 오만한 자라서 직접 나서는 법이 없네요.”
그 말을 들은 항소운은 엽유비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계속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느새 표정이 굳은 엽유비가 뒤쪽에서 소리쳤다.
“엽 집사, 가만히 서서 뭐 하는 거야? 당장 저놈을 잡아 와!”
엽엽은 하는 수 없이 재빨리 뛰어가서 항소운 일행을 막아섰다.
그러자 당용비가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버럭 호통을 쳤다.
“당장 꺼지지 못해? 여기가 너희 엽가 것이라도 되는 줄 아나 보지?”
우가의 체면을 봐서 참고 있는 거지, 아니면 당장 성주부로 끌고 갔을 터였다.
아무리 강한 용도 그 지방의 뱀은 못 이긴다는 건 세상 사람이 다 아는 이치였다.
엽엽도 그 이치는 아는지라 이내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
“당 도련님, 화부터 내지 마시고 저희 도련님께서 나오셨으니 이야기를 잘 나눠보시지요.”
“저자가 누군지는 관심 없어. 아무튼 이곳이 죄혈성이란 건 똑똑히 알아둬야 할 거야!”
용이 격노하듯 당용비가 호통을 쳤다.
죄혈성 제1공자라는 명성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상대가 머리 위로 기어오르는 데 가만히 있으면, 무시밖에 더 당하겠는가.
“무엄하다!”
엽유비는 큰 보폭으로 성큼 다가와 당용비를 손가락질하며 엽엽에게 물었다.
“이자가 항소운인가?”
“아닙니다. 저분이 바로 항 도련님입니다. 그리고 이분은 당 성주댁의 도련님이신 당용비란 분입니다.”
“이제 보니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잖아!”
엽유비가 항소운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코웃음을 쳤다.
“소운아, 넌 어떨지 몰라도 난 더 이상 못 참겠다! 이놈을 혼내줘야겠어!”
눈을 부릅뜨며 고함을 친 당용비는 엽유비를 향해 곧장 주먹을 내질렀다.
천룡권(天龍拳)!
한 마리 용이 승천하듯 주먹을 힘차게 내뻗자,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한동안 못 본 사이 당용비의 용의 기운은 어느새 8할 8푼까지 응집되어, 일보만 노력하면 9할에 이를 수 있었다.
그런데 당용비의 주먹이 엽유비의 얼굴에 닿기도 전, 엽엽이 쏜살같이 움직여 엽유비의 앞을 막아섰다.
쿵!
엽엽은 반격도 하지 않고 주먹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때린 사람은 당용비인데, 되려 그가 반동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뜻밖에도 엽엽 역시 무공이 상당한 자였다.
“엽 집사, 저자가 날 혼내주겠다는데, 그냥 보고만 있을 거야?”
엽유비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도련님,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러 온 것이지 싸우러 온 것은 아닙니다.”
엽엽이 고개를 돌려 정중히 말했으나, 어째 아랫사람이 주인한테 하는 말로 들리지는 않았다.
“흥, 지금 내 일 처리에 문제가 있다는 건가?”
엽유비가 몹시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
“제가 감히 그럴 리가요.”
엽엽이 허리를 굽히며 공손히 말했다.
“흥, 당연히 그래야지.”
엽유비는 거들먹거리며 다시 항소운을 쳐다보았다.
“항소운, 경고하는데 용봉 학당에 가거든 내 사촌 동생 우채접한테서 멀리 떨어지는 게 좋을 거다. 허욕은 일찌감치 접어두라고. 안 그랬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릴 테니까!”
항소운은 우월각에 오는 동안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여러 가지로 추측했다.
엽가가 자신에게 눈치껏 물러나라는 얘기를 할 거라 예상은 했지만, 엽유비가 이렇게 안하무인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엽유비의 조건이 좋고 엽가의 세력이 대단하단 것도 알지만, 그렇다고 겁낼 항소운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으니 잃을 것도 없었다. 상황이 악화되어 엽가와 적대적인 사이가 된다 해도 상관없었다.
싸워서 이기지 못하면, 그때 가서 도망치면 될 일이었다.
“당 형, 이만 가죠. 어디서 개가 짖는지 시끄러워서 귀가 먹겠어요.”
항소운이 엽유비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귀를 후비며 말했다.
무례한 놈에게는 훨씬 무례한 방식으로 되돌려줘야 했다.
우문황과 언성추는 항소운의 대처에 탄복하면서도 혹여 엽가의 노여움을 사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확실히 항소운의 발언은 엽유비를 격분시켰다.
그는 다짜고짜 항소운에게 장법을 날렸다.
상대가 전황의 실력임을 알고 반격할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듯 전력을 다한 공격이었다.
장력이 닿으려는 순간, 항소운이 몸을 슬쩍 돌려 공격을 피하고 엽유비를 향해 재빨리 각법을 날렸다.
항소운 역시 전력을 다한 공격이었다. 아무리 엽유비가 날렵하다 해도 이 예리한 공격보다 빠르지는 못했다.
그는 바람의 힘을 깨달은 터라 비행 속도만 빨라진 것이 아니라 공격 속도 역시 한층 성장했다.
이런 연유로 상대는 공격을 제대로 막지도 못하고 정강이를 차이는 바람에 비틀거리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항소운이 숨돌릴 틈도 없이 재차 공격을 가하려는데, 뜻밖에도 상대는 통증을 참고 장법을 연이어 날렸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항소운이 재빨리 피했어도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렇게 보자면 엽유비의 전투력은 적어도 당용비 이상이란 결론이 나왔다.
항소운이 다시 전력을 다한 공격을 하려하자, 별안간 강력한 힘이 불어와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았다.
“항 도련님, 이곳은 우월각입니다.”
나지막한 음성이 들려왔다.
곧이어 중년의 남자가 일 보 만에 성큼 다가와 두 사람 앞에 섰다.
낯이 익은 자였다. 바로 우채접이 마연에 동행할 젊은이들을 택하기 전, 그들을 맞이했던 사람이었다.
우월각의 간사였다.
남자가 나타나자, 엽유비의 표정이 수그러들더니 항소운을 보며 말했다.
“애송아, 용봉 학당에선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그러고는 고개를 홱 돌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당 형, 우리도 가죠.”
항소운이 담담히 말하며 우월각을 걸어 나갔다.
그런 항소운의 뒷모습을 보며 남자는 기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월각을 나온 후, 우문황과 언성추는 남몰래 안도의 숨을 쉬었다.
두 사람의 언쟁이 싸움으로 치닫자, 그들은 행여나 자신들까지 연루될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사실 우문황과 언성추의 무공이면 엽유비도 겁날 게 없지만, 항소운을 위해 엽가의 미움을 사는 건 현명하지 못한 처사였다.
그러나 당용비는 입장이 또 달랐다. 죄혈성은 아주 특수한 지역인 데다 아버지인 당전은 성주 자리에 오른 지 그리 오래되진 않으나, 한창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따라서 아무리 강한 세력도 당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저 엽유비란 놈 말이야, 진짜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보지? 소운아, 그러지 말고 아버지께 말씀드릴까? 저놈을 혼내 달라고 말이야.”
이 일은 아우인 항소운과 관련된 일일 뿐 아니라, 죄혈성 제1공자의 체면이 달린 문제였다.
“당 형, 우리 젊은이들 사이에서 발생한 일은 어른들께 알리지 않는 편이 좋겠어요. 더군다나 그런 자는 마음에 담아둘 필요도 없고요.”
항소운이 태연히 말했다.
엽유비는 꽤 실력이 있으나 안하무인의 성격 때문에 오히려 속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사실 곽욱동 같이 웃음 속에 칼을 숨긴 자가 상대하긴 훨씬 어려웠다.
당용비는 항소운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씩 웃으며 대꾸했다.
“역시 소운이 네가 생각은 깊단 말이야. 아무튼 용봉 학당에서 그놈이 또 귀찮게 굴면, 그땐 다신 얼씬도 못 하게 혼내줄 거야!”
“당연히 그래야죠.”
항소운이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잠시 후, 항소운은 당용비를 따라 성주부로 돌아왔다.
당용비가 묵고 가라며 조르는 바람에 거절할 수가 없었다.
항소운은 널따란 손님방에 홀로 앉아 척성화(拓星花)를 꺼내 꿀꺽 삼켰다.
척성화는 삼천 년이 된 약황으로, 체내 성진을 확장하는 데 큰 효과가 있었다.
인체는 운명의 성진의 크기에 따라 담을 수 있는 힘도 달라지는데, 성진이 큰 자는 보통 사람보다 훨씬 많은 성진의 힘을 저장할 수 있고, 성진이 작은 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힘을 비축했다.
바로 무인의 타고난 재능이 확연히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항소운은 9성 지체라 재능이 특출나지만, 성진의 저장 공간이 특별히 크진 않았다.
따라서 성진의 크기를 늘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척성화는 비록 약황이어도 매우 귀하다 보니 마연의 공적 책자에서나 볼 수 있었다.
척성화의 힘이 몸속으로 사르르 퍼지자, 별이 반짝이듯 눈부신 빛을 내고 9대 성진, 성해건곤과 하나가 되어 밤하늘 은하수처럼 신비롭고 성스럽게 흘렀다.
잠시 후, 그 힘들은 9대 성진으로 각기 흩어져 성진을 촉촉이 적시더니 어느새 그 크기가 점차 확대되기 시작했다.
성진의 크기는 커졌으나, 몸속을 들여다보니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성진의 크기가 커짐에 따라 힘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대거 빨라진 반면, 경지를 높이는 힘은 훨씬 많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다만 이 척성화는 등급이 높지 않은 데다 9대 성진으로 힘이 분산되다 보니 겨우 3분의 1만큼 더 커졌을 뿐이었다.
2배, 아니 절반만 더 커졌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말이다.
사실 운명의 성진은 태어날 때 이미 정해진 것이라 오직 무공이 강해져야만 크기를 늘릴 수 있었다. 따라서 10분의 1을 넓히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항소운은 단번에 3분의 1이나 커졌어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꼈다.
척성화의 힘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자, 항소운은 7품 정점에 오를 날이 아득히 멀어진 것을 느꼈다.
용봉 학당에 가기 전에 7품 정점까지 올리는 것이 원래 계획이었으나, 보아하니 당장은 힘들 것 같았다.
성진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벌어진 현상이었다.
비록 경지가 오르는 속도는 느려졌지만, 그렇다고 실력이 현 상태에 머문다는 뜻은 아니었다.
오히려 같은 등급이라도 성진에 비축하는 힘이 늘어남에 따라 전투력이 오랜 시간 유지되면서 장기전에 유리했다.
이제 용봉 학당으로 떠날 날도 얼마 남지 않아서 각 지역에서 온 천재들을 상대할 비장의 무기를 준비해야 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상대는 엽가 엽림삼이었다.
엽유비는 기껏해야 엽림삼이 보낸 염탐꾼이나 졸개에 불과해서 경계 대상도 아니었다.
다음 날, 항소운은 당용비를 만나 사흘 후 용봉 학당에 함께 가기로 약속하고 곧장 고루방으로 돌아갔다.
고루방에 도착하고 보니, 뜻밖에도 서귀가 돌아와 있었다.
서귀 외에도 가면을 쓴 고수 둘이 함께 있었다.
항소운은 가면을 쓴 고수들의 무공을 좀처럼 가늠할 수 없었는데, 적어도 제존급 이상인 듯했다.
청귀가 서귀를 모시기 위해 특별히 보낸 사람들인 걸 보니, 청귀의 심복이 분명했다.
“소주님, 고루방을 어떻게 할지 대강 갈피를 잡았습니다. 한번 들어보시지요.”
그러고는 곧장 본론을 꺼냈다.
서귀의 방법은 간단했다. 바로 고루방을 귀면교에 통합시켜 귀면교가 일괄 관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귀면교에서 사람을 보내 고루방 일원들을 교육시킨 후, 그중 뛰어난 자들을 따로 뽑아 집중적으로 훈련한다는 얘기였다.
표면적으로는 모든 것이 귀면교에 합병되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 귀면교가 잇속을 차리는 건 없었다. 훗날, 항소운이 돌아오면 이곳의 모든 수입은 그의 소유가 될뿐더러, 집중 훈련을 받은 인재들도 항소운의 휘하에 들어가게 된다.
만약 다른 사람이 이런 방법을 제안했다면, 항소운도 단칼에 거절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누구보다 신임하는 서귀가 제안한 방법이다 보니, 서귀가 잘 해낼 거란 절대적인 믿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