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344
제344화 친구나 다름없죠
일행은 다른 사람들처럼 전속력을 향해 날아갔다.
처음에는 별다른 일이 없었으나, 한나절이 지나자 드디어 골치 아픈 일이 발생했다.
산 아래쪽에서 메뚜기가 떼로 몰려나온 것이다. 시커먼 메뚜기떼가 빽빽이 들어찬 모습은 실로 해괴했다.
게다가 크기는 또 어찌나 큰지 사람 절반만 해서 한눈에 봐도 요왕급 요수였다.
놀라운 일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중앙에 있는 십여 마리는 훨씬 강한 놈들로, 황급 요수였다.
날카롭게 귓전을 때리는 소리가 하늘 가득 울려 퍼지자 젊은이들의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강력한 힘을 일으켜 메뚜기떼를 공격했다.
펑! 펑!
오색찬란한 빛이 사방에서 터지며 메뚜기떼와 맞서기 시작했다.
메뚜기는 모든 것을 부식시키겠다는 듯 쉴 새 없이 독액을 토해냈다. 누구든 독액에 닿으면 무사할 수 없었다.
메뚜기 요수의 등급은 젊은 천재들에 비하면 한참 낮았지만, 그 수는 몇 배나 많았다.
한바탕 혼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메뚜기가 셀 수 없이 죽어 나갔으나, 젊은 천재들도 메뚜기의 공격에 부딪혀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메뚜기떼의 무차별 공격 앞에 항소운 일행도 무사하진 못했다.
당용비는 선두에서 쌍 주먹을 휘두르며 길을 뚫었다.
나찰녀와 우문황은 좌우 협공을 하며 앞으로 나아갔고, 항소운과 한씨 자매 그리고 은자가 후방을 맡아 싸웠다.
그런데 이렇게 싸워선 끝이 없겠다는 생각에 항소운은 전방으로 날아갔다.
“다들 정신 바짝 차리고 전면 방어를 하세요. 은자 넌 전력을 다해 돌진하고, 저와 당 형이 앞에서 길을 뚫을게요!”
그러고는 당용비와 함께 메뚜기 요수를 닥치는 대로 죽이기 시작했다.
항소운은 백만 근짜리 갑옷을 입고 있어 비천경 정점의 속도가 최선이었지만, 메뚜기떼를 상대로 이 정도면 충분했다.
그가 양 손바닥을 좌우로 쉴 새 없이 내리치자, 화룡(火龍)이 꿈틀거리며 좌우를 태우기 시작했다. 이것은 고급 운지염이었다. 메뚜기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불타버렸다.
메뚜기는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장단점이 공존했다. 일단 한 마리에 불이 붙으면 녀석이 정신없이 날아다니는 바람에 다른 메뚜기에 불이 옮겨붙어 그 효과는 일파만파로 늘어났다.
항소운이 기지를 발휘한 덕분에 일행도 부담감이 줄어 빠른 속도로 전진했다.
이렇게 메뚜기떼를 벗어나나 싶었는데, 갑자기 황급 메뚜기 한 마리가 이들을 공격했다.
푸른 독액이 무서운 기세로 날아와 일행을 덮치기 시작했다.
보통 사람은 막아낼 수 없는 힘이었다.
“당 형, 사람들을 데리고 먼저 가세요. 저놈은 제가 맡을게요.”
항소운이 앞을 막아서며 소리쳤다. 별안간 온몸에서 화력이 솟아오르더니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주변을 삽시간에 태웠다.
동시에 그는 갈퀴 같은 손으로 독액을 단숨에 쓸어버렸다.
역시 운지염은 고급 화염답게 화력이 무서울 정도로 강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독액이 불타 버리면서 황급 메뚜기가 접근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 정도 화력이면 인황도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
이때를 틈타 당용비와 일행이 빠르게 뚫고 지나갔다.
항소운도 메뚜기와 상대하지 않고, 재빨리 도망쳤다.
황급 메뚜기는 항소운을 까다로운 상대라 느끼고 그 뒤를 쫓지는 않았다. 녀석은 이제 다른 천재들을 목표물로 삼기 시작했다.
한참을 싸운 끝에 항소운과 당용비 등은 마침내 메뚜기떼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겨우 한숨 돌리고 계속 전진하려는데, 그들보다 한발 앞서 빠져나간 다른 젊은이들이 앞쪽에서 다른 요수 무리의 공격을 받고 있었다. 그들은 순간 걸음을 멈췄다.
“역시 쉬운 시험은 아니었어.”
당용비가 짧게 탄식을 했다.
“시간 끌 필요 없이 어서 뚫고 지나가요. 이러다 늦는다고요.”
우문황이 다급한 소리로 말했다.
“급할 것 없으니 다들 체력부터 회복하세요. 전 앞쪽 상황을 살펴볼게요.”
항소운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소운이 말대로 하자.”
당용비가 우문황에게 말했다.
그들은 산 아래쪽으로 내려가 휴식을 취하며 힘을 보충하기로 했다.
항소운은 명혼공간을 통해 전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앞쪽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서 가장 유리한 방향을 선택해야 했다.
잠시 후, 그는 요수 숫자가 가장 적고 가장 약한 녀석들이 있는 방향을 발견했다. 그는 선두에 서서 일행을 데리고 산봉우리 아래쪽으로 걸어갔다.
하늘을 날면 요수 무리에게 발각될 수 있어 걷기로 결정했다.
물론 이렇게 가면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요수 무리에게 계속 쫓기는 것보다 마음은 편했다.
항소운은 명혼공간을 통해 만리(萬里) 안의 상황을 선명히 볼 수 있었다.
일행은 이렇게 꼬박 사흘을 걸었다.
지난 사흘 동안 많은 요수가 출몰하긴 했으나, 그 수가 상대적으로 적을뿐더러 황급 요수는 한 마리도 없었다.
이러다 보니 일행은 어느새 선두 대열에 속해 있었다.
어느덧 일행은 어느 호수 앞에 이르렀다. 호수는 미동 하나 없이 잠잠했는데, 오히려 그 점이 일행을 긴장시켰다.
용봉 산맥은 요수가 많다 보니 조용할 틈이 없었으나 이곳만 이상할 정도로 고요하다는 건 이 안에 대단한 녀석이 숨어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항소운이 아무리 명혼공간으로 살펴보아도 어떤 존재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빨리 와봐요! 저기 금련화 일곱 송이가 있어요!”
우문황이 호수 한가운데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금련화는 금빛을 잔잔히 내뿜고 있어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금련화의 특별한 향기가 호수 주변까지 가득했다.
“약황! 저건 분명 약황이야! 정말 좋은 물건이지.”
당용비가 기뻐하며 말했다.
그는 죄혈성에서 좋은 물건을 숱하게 보았으나, 지금처럼 기쁜 적은 없었다.
게다가 금련화는 그가 수련하는 힘에 꼭 부합돼서 손에 넣는다면 입룡경에 오를 때 큰 도움이 될 터였다.
당용비는 호수 한가운데로 서둘러 날아갔다.
바로 그때, 수면이 출렁이며 거대한 머리가 호수 밑에서 쑥 올라왔다.
컹!
고막을 찢는 듯한 소리가 산 전체에 울려 퍼지자 날짐승, 길짐승 할 것 없이 정신없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당용비는 가장 가까이서 충격을 받는 바람에 피를 토하며 거꾸로 떨어졌다.
깜짝 놀란 항소운이 재빨리 날아가 당용비를 붙잡은 채 전속력을 다해 뒤로 물러났다.
“어서 피해요!”
항소운이 일행에게 소리쳤다.
호수에서 나타난 것은 뜻밖에도 거대한 거북이의 머리였다. 살기로 가득 찬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절로 간담이 서늘했다.
그것은 요황 후기에 이른 거북이었다.
나찰녀와 우문황 등도 재빨리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북이는 이미 단단히 노한 상태였다.
녀석은 입을 쩍 벌리더니 그녀들을 향해 물살을 내뿜기 시작했다.
마치 하늘에서 폭포가 쏟아져 내리는 것처럼 무서울 정도로 강한 힘이었다. 여인들이 궁지에 몰리자, 항소운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서둘러 당용비를 내려놓고는 명혼공간을 열어 이 부근을 모조리 뒤덮었다.
명혼공간이 등장함에 따라, 수옥의 쇠사슬에 의해 물살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쇠사슬은 숨 돌릴 새도 없이 곧장 황급 거북이를 향해 날아갔다.
상대는 위협을 느끼고 호수 밑으로 사라졌다.
항소운은 이때를 틈타 금련화를 손에 넣고는 일행을 데리고 재빨리 그곳을 도망쳤다.
항소운의 영혼력은 이미 최상급 인황의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이게 다 혈맥의 힘이 각성하면서 힘이 한층 강해지고, 양혼석이 효과를 발휘한 결과였다.
따라서 상대가 황급 거북이라 해도 충분히 제압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명혼공간이 있다는 걸 누구에게도 밝히고 싶지 않아서 거북이를 겁주고 상대가 물러난 틈에 금련화만 빼앗아 도망쳤다.
황급 거북이는 자신이 지키던 금련화가 사라진 걸 알고,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녀석이 호수 속에서 튀어나오자, 집채만 한 거대한 몸집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황급 거북이는 참을 수 없다는 듯 기어코 호수 밖으로 날아오르려 했다.
이때, 별안간 알 수 없는 힘의 압박 속에 녀석은 다시 호수 속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그 힘은 바로 항소운의 명혼공간이었다.
그는 상대가 일행을 쫓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다.
“허튼짓 말고 가만히 있어! 안 그랬다간 네놈의 명줄부터 끊어놓을 테니까!”
항소운은 상대를 향해 험한 말을 내뱉고는 곧장 당용비 등이 있는 쪽으로 날아갔다.
주위가 잠잠해지자, 거북이가 수면 위로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녀석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이었다. 겨우 소왕급 무인이 어떻게 자신에게 위압을 가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항소운은 당용비와 나찰녀 등을 따라잡았다.
“괜찮아? 정말 무서운 녀석이던데.”
당용비가 항소운에게 말했다.
아까 피를 토해서인지 당용비의 안색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전 괜찮아요. 녀석이 쫓아오진 않을 테니 우선 형님 상처부터 치료해야겠어요.”
항소운의 말에 당용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곧장 상처를 치료하는 약왕을 먹고 빠른 속도로 부상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부상 때문에 일행이 시간을 지체하는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당용비는 좌선한 지 반시진도 되지 않아 깨어났다. 그래도 아까보다 훨씬 혈색이 있었다.
“여긴 도처에 위험이 깔려 있네. 역시 공짜는 탐내면 안 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항소운이 금련화를 꺼냈다.
“이건 제가 가져왔죠.”
일행은 놀란 눈빛으로 금련화를 보면서 항소운의 수완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당용비가 유달리 기뻐하며 말했다.
“착한 녀석 같으니, 어서 나누자.”
항소운은 아무 망설임 없이 한 사람당 한 송이씩 나눠주었다.
그러자 우문황이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혼자 힘으로 가져온 건데 제가 어떻게 염치없이 받겠어요?”
“그냥 받아요. 함께 시험 보러 가는 것도 인연인데, 이젠 친구나 다름없죠. 한 사람당 하나씩 가지면 돼요.”
항소운이 상관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 말에 우문황은 당용비를 힐끔 보았다. 당용비가 아무 말 없이 잠자코 있자 그녀는 그제야 금련화를 받았다.
나찰녀와 한씨 자매도 각각 한 송이씩 받았다.
특히 나찰녀는 본래 금의 힘을 수련하는지라 금련화가 큰 의미가 있었다.
한씨 자매에게 금련화는 큰 쓸모가 없었으나, 항소운은 계속 받아두라고 했다. 가지고 있다가 훗날 그녀들에게 맞는 약황으로 바꾸라는 뜻이었다.
이렇게 해서 일곱 송이 중 남은 두 송이는 자연히 항소운이 갖게 되었다.
잠시 후, 일행은 다시 길을 떠났다.
항소운은 특화된 안내 능력을 발휘하여 강력한 요수 무리가 있는 곳을 수도 없이 피하면서 드디어 용봉 학당까지 이틀거리만 남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부근의 강력한 요수 무리와 격전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
이쯤 도착하자, 주변은 온통 요수 무리였고 심지어 요황까지 있었다.
말하자면 용봉 학당에 도착하기 전 마지막 고비라 할 수 있었다. 이곳을 뚫고 지나가지 못하면, 요수의 먹잇감이 될 터였다.
현재 그들은 십여 마리의 사자와 대치하고 있었다. 상대무리 중 가장 강한 녀석은 3품 요황의 경지였고, 세 마리가 1품 요황이었으며 나머지 역시 최상급 요왕의 경지였다.
녀석들은 항소운 일행을 둘러싼 채 끊임없이 으르렁거렸다. 눈앞에 보이는 사람들을 갈기갈기 찢어야 직성이 풀린다는 표정이었다.
당용비와 우문황, 나찰녀 등은 전력을 다해 사자 무리를 공격했다.
한씨 자매와 은자는 도울 수가 없어 그저 마음만 졸일 뿐이었다. 자매는 항소운이 자신들을 데리고 시험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자신들이 시험에 직접 참가했다면, 메뚜기떼를 만났을 때 진작 떨어졌을 것이다.
지금 항소운은 홀로 자매를 보호하며 사자 요수와 싸우고 있었다. 예리하게 빛나는 전천도를 종횡으로 휘두르며 가장 강력한 황급 사자와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죽기 싫으면 썩 꺼져! 안 그랬다간 너희 사자족을 여기에 모조리 묻어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