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345
제345화 안타깝게 됐군
어느새 항소운은 용과 호랑이의 위세를 드러내고 있었다. 무섭도록 강한 패기가 사방을 할퀴며 한층 강해진 전천도로 압박하자, 상대도 겁을 먹고 말았다.
다만 백만 근짜리 갑옷 때문에 전투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없어 3품 황급 사자를 아직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흥, 역겨운 인간 같으니. 이곳을 뚫고 지나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 이젠 얌전히 내 먹이나 되어라!”
사자가 포효하자, 사자후가 온 사방에 가득 울렸다.
이때를 틈타, 사자가 맹렬히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발톱을 곧추세우며 요수의 기운을 사방으로 뻗치자, 주변의 나무가 전부 잘려 가루가 되고 말았다.
항소운은 일찌감치 통찰력을 발휘하여 상대의 궤적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속도가 느려진 탓에 발톱에 그만 뜯기고 말았다.
깡! 깡!
사자의 발톱이 갑옷에 닿으며 불꽃이 튀었지만, 다행히 상처 하나 없이 무사했다.
방금 공격이면 일반적인 황급 갑옷도 가루로 만들 정도로 위력이 대단했지만, 항소운이 입은 갑옷은 단단하기론 이루 말할 수 없어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비록 상처는 입지 않았으나 항소운은 균형을 잃고 넘어지고 말았다. 그 순간, 체내의 자줏빛 뼈와 천둥의 성진이 동시에 끓어오르면서 전천도에 천둥의 힘이 실렸다.
더욱이 마흔아홉 개의 은빛 천둥이 하늘을 뚫고 맹렬히 내리치자, 사자는 그 속에 완전히 매몰되고 말았다.
은빛 천둥의 힘은 상대를 고통스럽게 만들었지만, 아직 목숨을 노리기는 부족했다.
항소운은 이때를 틈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전천구도 제2식 풍운색변을 통해 상대를 단숨에 죽여버렸다.
비록 황급 사자의 가죽은 단단했으나, 전천도는 이미 최상급 황급 무기로 회복된 터라 녀석을 베는 건 문제도 아니었다.
이렇게 3품 황급 사자를 죽이고 나자, 항소운도 힘이 크게 소모되면서 남은 힘은 겨우 3할에 불과했다. 게다가 남은 힘으로는 갑옷의 무게를 어렵사리 견뎌야 했다.
그가 땅에 털썩 주저앉아 숨을 고르고 있을 때, 당용비와 우문황, 나찰녀도 다른 사자들을 물리쳤다.
바로 그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들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강력한 요수를 탄 일곱 사람이 항소운 일행 근처에 조용히 착지했다.
일곱 사람은 비천경 정점 이상의 무인들로, 하나같이 강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수많은 요수를 뚫고 이곳까지 온 것만 봐도 전황 못지않은 실력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이들 중 우두머리는 입룡경의 강자로, 목청욱(穆靑煜)과 왕흠(王鑫)이란 자였다.
목청욱은 호랑이를 타고 있었는데, 청홍색 갑옷을 입고 양손에 검과 칼을 들고 있었으며 청색과 홍색 빛이 주위를 감싸고 있어 상당히 비범해 보였다.
동시에 쌍무기를 쓰는 경우는 드문데, 목청욱이 그러했다.
한편, 왕흠은 평범한 외모에 머리에는 금테를 두르고 있었다. 몸에는 금색 갑옷을 두르고, 손에는 금색 철퇴를 들고 있으며 거대한 체구에서 강인한 힘이 느껴졌다.
나머지 다섯 사람 중 세 사람이 남자, 두 사람이 여자였는데 하나같이 전투력이 비범했다.
목청욱 무리가 갑작스럽게 등장하자, 항소운 일행은 바짝 긴장했다.
“3품 황급 사자를 죽이다니, 이거 놀라운데. 보아하니 더 크기 전에 지금 제거해야 했군.”
목청욱이 항소운을 보며 말했다.
그는 감응을 통해 항소운이 힘을 소진한 상태란 걸 알고 있었다. 다른 일행의 상태도 썩 좋지 않아서 지금이 이들을 없앨 좋은 기회라 생각한 것이다.
목청욱 무리가 공격을 시작하려는데 당용비가 별안간 소리쳤다.
“너희는 풍소살 무리군.”
“알면 됐다. 이제 죽어도 억울하단 생각은 안 하겠지.”
목청욱이 차가운 웃음을 흘리며 명령을 내렸다.
“빨리 끝내고, 어서 목적지로 출발하자!”
명령이 떨어지자, 뒤편에 있던 여섯 사람이 일제히 공격을 시작했다.
“저놈은 내게 넘겨. 감히 달재선을 죽이다니, 동료의 원수를 갚고 말겠다!”
왕흠이 항소운을 보며 버럭 호통을 치고 거대한 곰 마냥 돌진해 들어갔다.
이때, 항소운이 당용비에게 전음을 보냈다.
“당 형,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먼저 가세요. 이놈들은 제가 맡을게요.”
그러고는 곧장 마풍지은의 힘을 일으키자, 온몸을 짓누르던 압력이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자줏빛 뼈의 천둥의 힘까지 일으키니 바람과 천둥의 힘이 세차게 용솟음쳤다.
순식간에 폭풍이 휘몰아치고 백여 개에 달하는 은빛 천둥이 목청욱 무리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쏟아졌다.
항소운은 혼자서 일곱 명을 상대하며 어느 누구도 당용비 등을 공격할 수 없게 만들었다.
물론 당용비와 우문황, 나찰녀도 충분히 싸울 수는 있으나, 항소운은 일행이 이곳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걸 원치 않았다. 무엇보다 첫 관문 통과가 우선이었다.
더군다나 상대 무리에는 인황이 둘씩이나 있었다. 자신만만한 걸 보면 분명 품급을 뛰어넘어 싸운다는 소리인데, 정면 승부라도 하려 들면 항소운 쪽이 불리했다.
현재 그도 힘이 많이 소모된 터라 시간을 끌수록 불리했다. 지금은 명혼 공간을 통해 속전속결로 상황을 정리해야 했다.
명혼 공간의 존재는 아직 일행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서 일행이 떠나야 본격적인 싸움이 가능했다.
풍뢰교가의 초식으로 목청욱과 왕흠 등을 잠시 붙잡아두면서 일행이 도망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당용비는 다른 사람들에게 손짓했다.
“갑시다! 소운이가 편히 싸울 수 있게 어서 가요!”
그는 항소운에게 명옥마 괴뢰가 있다는 걸 알기에 걱정을 하진 않았다. 명옥마 괴뢰면 상대 무리를 없애기에 충분했다.
나찰녀와 한씨 자매는 항소운을 도울까 생각도 했지만, 문득 그에게 신비로운 수단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라 당용비를 따라 그곳을 전속력으로 빠져나갔다.
어느새 목청욱 무리는 협공을 가해 풍뢰교가를 무산시키고는 그걸로도 성에 안 차는지 항소운을 날려 보내 나무 수그루를 부러뜨리고 나서야 공격을 멈추었다.
치명적인 공격이었으나, 항소운은 갑옷 덕분에 무사했다.
“끈질긴 놈이군. 왕흠, 네가 저놈을 맡아. 난 다른 놈들을 쫓아갈 테니.”
그러고는 나머지를 데리고 당용비 등을 뒤쫓으려 했다.
“아무도 못 지나간다!”
항소운이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큰소리로 외쳤다.
그는 곧장 명혼공간을 열어 목청욱 무리를 모조리 가둬버렸다.
상대들은 영문도 모른 채 알 수 없는 공간에 갇히고 말았다.
“큰일 났다. 빨리 빠져 나가야 해!”
목청욱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찌 된 영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했다. 이건 상대가 숨겨둔 한 수가 틀림없었다.
무리는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나가려고 갖은 애를 썼다.
“늦었어. 너희는 도망 못가.”
항소운의 냉랭한 음성과 함께 사방에서 쇠사슬이 날아와 일곱 사람과 그들의 탈것을 옭아매기 시작했다.
그들은 전황의 힘을 드러내며 맞섰고, 특히 목청욱과 왕흠 두 사람이 발산하는 힘은 3품 인황에 육박할 정도로 강했다.
그러나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쇠사슬에서 빠져나올 수는 없었다.
“안타깝게 됐군.”
항소운은 탄식을 하며 더욱 쇠사슬을 옥죄었다. 그들을 모조리 교살시킬 작정이었다.
그는 이들을 수하로 삼을까 생각도 해보았으나, 생각해보니 이들은 풍소살 무리였다. 돌려보냈다가 긁어 부스럼을 만드느니 차라리 지금 죽이는 편이 마음도 편했다.
그런데 쇠사슬로 소왕급 무인 다섯과 탈것들은 죽였으나, 묵청욱과 왕흠은 아무리 해도 죽질 않았다. 아마도 그들의 갑옷 때문인 것 같았다.
“이, 이건 명혼공간? 그, 그럼 당신은 명황족 마인?”
마침내 이 공간의 정체를 깨달은 목청욱이 몸을 부르르 떨며 소리쳤다.
옆에 있던 왕흠은 너무 놀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어느새 두려움은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허허, 내가 마인이면 뭐하러 용봉 학당에 가겠어? 하지만 네 말 중 절반은 맞았어. 네 말처럼 이곳은 명혼공간이야. 자, 또 나한테 보여줄 게 있나? 없으면, 저세상으로 보내주고.”
항소운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이곳의 주인이었다. 그보다 영혼력이 강한 자라면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어도 그 외에는 모조리 죽음뿐이었다.
“하하, 그럼 내가 여기서 어떻게 도망치나 똑똑히 봐라. 전부 불태워라!”
목청욱은 뜻 모를 웃음을 짓더니 별안간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그의 주위로 푸른 빛의 강렬한 화염이 솟아오르면서 몸을 옥죄고 있던 쇠사슬을 태우기 시작했다.
“저건 이종 화염?”
항소운이 놀라 소리쳤다.
오직 강한 양(陽)의 성질을 띤 화염만이 영혼력을 응집시켜 만든 쇠사슬을 태울 수 있던 것이다.
목청욱은 서른도 안 된 나이에 입룡경에 올랐으니 누구보다 재능이 출중했다.
일찍이 그는 풍소살과 승부를 겨뤄 한 끗 차이로 패한 뒤, 이때부터 풍소살을 따르기로 마음먹는다.
그 역시 용봉 학당의 특별 제자로 뽑힌 신분이었다.
그는 나무와 불 두 가지 힘을 동시에 수련하면서 범상치 않은 전투력을 지니게 되었고, 몸속에 강력한 화염까지 가지고 있었다. 바로 이 화염 덕분에 명황 수옥의 쇠사슬도 끊을 수 있었다.
항소운은 내심 놀라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조급하진 않았다.
“청욱아, 도와줘!”
왕흠이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별안간 목청욱의 손가락에서 새빨간 빛이 연이어 뿜어져 나오더니 왕흠을 옥죄고 있던 쇠사슬을 단숨에 태워버렸다.
“항소운, 사태 파악이 됐으면 이제 우리를 놔 주지 그래? 그게 서로한테 좋잖아. 계속 고집부리면 양쪽 다 죽는 거야.”
목청욱이 냉랭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는 지나치게 침착한 상대를 보며 섣불리 공격할 수 없었다.
화염을 보고도 겁먹지 않는다니. 왠지 상대는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아 공격이 망설여졌다.
이때, 왕흠이 성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청욱아, 저런 놈과 실랑이를 벌일 필요가 뭐 있어? 당장 죽여버려!”
“하하, 날 죽일 실력이면 벌써 죽였겠지, 저렇게 떠벌리고 있겠어?”
항소운이 큰 소리로 웃어젖히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원래 너희를 죽일 생각이었는데, 이젠 생각이 바뀌었어. 내게 복종하도록 말이지.”
그가 주문을 읊기 시작하자, 뜻 모를 고문자가 목청욱의 머리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동시에 사방에서 수없이 많은 쇠사슬이 나타나 왕흠을 다시 옥죄기 시작했다.
목청욱은 항소운에게 다른 수단이 있다는 걸 일찌감치 파악한 터라, 주저 없이 곧장 몸속의 푸른 화염을 일으켜 자신을 단단히 보호했다.
“명혼 공간이 무서운 존재긴 하나, 영혼력을 응집시켜 만들다 보니 강한 양의 성질을 띤 불과는 상극이지. 네가 얼마나 버티나 보자!”
목청욱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소리쳤다.
과연 고문자와 쇠사슬은 푸른 화염에 의해 흔적도 없이 타버렸다.
동시에 그는 항소운의 진짜 영혼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활활 불태워라!”
화도(火刀)를 힘껏 휘두르자, 푸른 화염이 사나운 호랑이 마냥 항소운의 영혼에게 덤벼들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면 목청욱의 방법이 통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명혼공간에 귀문족이 있다는 사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는 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푸른 화염이 항소운을 공격하기도 전에 목청욱의 영혼이 먼저 공격을 당한 것이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그를 괴롭혔다.
그 순간, 푸른 화염도 힘을 잃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항소운을 공격하는 것보다 지금은 영혼을 지키는 일이 시급했다.
영혼은 심장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어서 파괴되는 순간, 오직 죽음뿐이었다.
다만 이미 시작된 영혼 공격은 막을래야 막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그가 인황이라 해도 영혼 공격은 막기 힘들었다.
항소운은 이때를 틈타 명룡혼주를 다시 읊기 시작했다.
그러자 고문자가 하늘하늘 날아올라 상대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귀문황의 공격을 막기도 벅찬데 고문자까지 공격해 오니 그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