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347
제347화 뒷일은 책임 못 집니다!
“애송아, 그거 하나 믿고 까불지 마라. 여기에 특별 제자가 너 하난 줄 알아? 내 아우 제림도 특별 제자야! 넌 평생 내 아우 발밑에 엎드릴 운명이라고. 그러니 눈치껏 지금 용봉 학당에서 꺼지는 게 좋을걸? 그래야 그나마 체면이 살지.”
제상이 발끈해서 말했다.
“내 오랜 친구 제림을 말하는 건가? 하하, 누가 누구 발밑에 엎드리게 될지는 지켜볼 일이지.”
항소운이 살기를 드러내며 큰 소리로 웃었다.
제상이 분을 참지 못하고 한마디 하려 하자, 제동이 그를 끌고 멀리 가버렸다.
지금은 싸워봤자, 득이 될 게 없었다. 제동은 오늘 당한 빚은 반드시 갚아주고 말겠다며 다짐했다.
“소운아, 용봉 학당의 제자가 되고 나면 다 같이 저놈들을 죽이러 가자.”
당용비가 옆에 다가서며 말했다.
“아니에요, 이건 제 일이니까 제가 직접 놈들을 처리할 거예요. 다신 헛소리 지껄이지 못하게 말이죠.”
그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마음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제림이 왔다는 건 또 다른 사람도 온다는 뜻이었다.
일찍이 항소운과 한 소녀는 금동옥녀(金童玉女: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뜻)로 불리며,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제림과는 호형호제하며 친형제나 다름없이 지냈다.
그런데 가장 가까웠던 두 사람이 동시에 배신하면서, 그는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꼈다.
‘제림, 하운석(夏雲夕), 둘 다 잘 지내고 있어라.’
항소운은 속으로 냉랭히 중얼거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하루가 지나고, 칠일간의 시험이 드디어 끝이 났다.
수많은 젊은이가 속속들이 도착했다. 그들의 몸에는 크고 작은 상처가 가득해서 얼마나 험난한 여정이었는지 짐작하게 했다.
처음에는 십만여 명이 출발했으나, 지금은 크게 줄어들어 겨우 절반가량만이 첫 관문을 통과했다.
사람이 대거 줄었다 해도 아직 육만여 명이 남아있었다.
이때, 용봉 학당의 장로가 다시 나타났다.
일주일 전과 마찬가지로 여덟 마리의 요수가 이끄는 호화로운 마차가 등장하더니, 예의 그 노인이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두 번째 관문에 대해 설명하겠다. 지금부터 한 시진 내 학당 정문 앞까지 오르는 자는 시험에 통과한 것으로 하고 우리 용봉 학당의 제자로 삼겠다. 그럼 시작해라!”
노인의 말이 떨어지자, 수만 명의 젊은이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정문 앞의 옥계단을 향해 달려갔다.
별안간 옥계단 위로 휘황찬란한 빛이 일렁이더니 무형의 거대한 벽이 젊은이들 앞을 가로막았다. 그들은 미처 멈추지 못하고 벽에 튕겨 날아가고 말았다.
악!
가장 앞서 달려가던 자는 미처 피하질 못하고 그대로 부딪치는 바람에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뒤따라오던 자들도 같은 신세가 되면서 옥계단 앞은 혼란의 도가니가 되었다.
“젠장, 계단에 진법이 걸려 있을 줄이야. 어쩐지 너무 쉽다 했어.”
“역시 시험이 쉬울 리 없지. 이러면 전력을 다하는 방법밖에 없겠는데. 난 꼭 용봉 학당의 제자가 되고 말 거야.”
“여기까지 왔는데 물러설 수 없지. 이 진법도 날 막진 못해. 으아!”
“다들 전부 비켜. 일보 만에 정상에 올라갈 테니까 다들 똑똑히 보라고!”
처음에는 혼란 그 자체였으나, 차츰 신중해지면서 다들 전력을 다해 도전했다.
옥계단의 너비는 2리도 넘어서 동시에 많은 사람이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일등이 되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뒷사람이 앞사람을 저지하고 부딪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일부는 아예 옥계단 밖으로 밀려났고, 그 틈에 또 다른 사람들이 성큼 위로 올라갔다.
그러나 위로 올라간 자들이 한두 계단을 오르더니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그들의 표정을 보니 마치 거대한 산이 어깨를 내리누르는 듯 몹시 힘들어 보였다.
이제 항소운과 당용비 등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 형, 문황 누님, 나찰녀, 다들 힘내세요.”
항소운이 세 사람에게 말했다.
“소운아, 너도 힘내.”
세 사람이 일제히 대답하며 옥계단을 향해 달려갔다.
“여러분 실력으로 옥계단을 오르는 건 힘들 테니, 이번에는 그냥 있어요. 제가 시험에 붙으면 학당에 데려갈게요.”
항소운의 말에 한씨 자매가 동시에 대답했다.
“알겠어요, 그럼 힘내세요!”
항소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옥계단을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주위를 둘러보니 당용비와 우문황, 나찰녀는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외곽에 머물러 있었다.
워낙 사람이 많다 보니 앞으로 나아가기도 쉽지 않았다.
“당 형, 다들 이쪽으로 와요. 다 함께 뚫고 가요!”
항소운이 당용비 쪽을 향해 손짓했다.
이렇게 해서 당용비와 우문황, 나찰녀까지 합류하여 다 함께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앞쪽 사람들도 전력을 다해 버티고 있다 보니 좀처럼 길을 뚫기가 쉽지 않았다.
“전부 비켜요. 안 그랬다간 뒷일은 책임 못 집니다!”
항소운이 앞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여기까지 온 마당에 체면 따위가 무슨 상관이겠는가. 어떻게든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했다.
“죽기 싫으면 너나 꺼져!”
항소운 앞에 있던 사람이 볼멘소리로 쏘아붙였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별안간 하늘에서 은빛 천둥이 내리쳤다.
우르르 쾅쾅!
마치 폭우가 쏟아지듯 은빛 천둥이 무서운 기세로 쏟아져 내렸다.
항소운의 바로 앞에 있던 사람은 순식간에 벼락을 맞고 참혹한 몰골이 되었다.
“악, 젠장. 왜 갑자기 벼락이 내리치는 거야? 에구, 아파 죽겠네.”
“빨, 빨리 비켜! 누가 천둥을 일으켰다고! 게다가 이건 보통 천둥이 아니야. 위력이 엄청나!”
“저거 완전 미친놈이잖아. 저놈부터 먼저 가라고 해. 안 그랬다간 우리 모두 죽는다고! 젠장, 하필 저런 놈을 만나다니 참 운도 없지.”
“나 죽네, 어서 비켜! 아파 죽겠어!”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난리법석을 떨며 양쪽으로 흩어졌다. 혹여나 은빛 천둥에 맞아 죽을까 겁이 난 것이다.
항소운이 앞장서 길을 뚫고 당용비, 우문황, 나찰녀가 뒤따라갔다. 그들은 첫 번째 계단 앞에 빠르게 도착했다.
그제야 항소운도 천둥의 힘을 거둬들였다.
“이제 같이 올라가요.”
“하하, 소운이는 정말 용감하다니까. 그럼 나도 사양 않을게.”
당용비가 호탕하게 웃더니 용의 기세를 끌어 올리며 첫 계단에 올라섰다.
그는 튕겨 나가지도 않고, 그 위에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옥계단을 감싸던 빛이 당용비에게 끊임없이 압력을 가했으나, 그에게서 발산되는 용의 기운과 어느새 공명을 이루고 있었다.
우문황과 나찰녀도 각자 기세를 발산하며 신중하게 행동했다.
우문황은 용의 기운을 응집하여 첫 계단에 순조롭게 올라섰다.
나찰녀는 나찰(羅刹: 식인귀)의 허상을 일으켜 힘을 전황의 수준까지 끌어올리자, 가뿐히 올라설 수 있었다.
옥계단은 높이 올라갈수록 강한 힘이 압박했다. 총 여든한 개의 계단은 각기 압박하는 힘이 달랐으니, 그들이 첫 계단을 무사히 통과했다 해도 끝까지 오를 수 있단 뜻은 아니었다.
일행이 첫 계단에 오르고 나자, 항소운도 지체 없이 힘차게 발을 내디뎠다.
순간, 옥계단 위로 거센 기세가 용솟음치며 엄청난 힘이 그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비천경 정점에 버금가는 기세로 소왕급 무인의 기세와는 충돌을 일으켰다.
따라서 이 힘을 견뎌낼 자신이 없다면, 계단 오르기는 일찌감치 포기해야 했다.
항소운은 가볍게 첫 계단을 오르고, 내친김에 두 번째 계단도 오르기로 했다.
첫 계단보다 압박이 강하긴 했으나, 그렇다고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항소운은 단숨에 일곱 개의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갔다. 압박은 갈수록 강해졌고, 백만 근에 달하는 갑옷까지 가중되는 바람에 동작이 점점 느려졌다.
옥계단 아래로 고풍스러운 문양이 하늘하늘 움직이고 있었다. 그 힘은 어느새 인황의 기세에 이르렀고, 중력까지 더해지는 바람에 평범한 소왕급 무인은 충분히 제압하고도 남았다.
항소운도 하는 수 없이 비천경 정점까지 힘을 끌어올려 계속 위로 전진했다.
아래쪽에서도 이미 몇 사람이 옥계단 앞에 도착했다.
그들 중 몇몇은 입룡경의 인황으로, 이미 특별 제자로 뽑힌 자들이었다.
또 다른 자들은 용의 기운을 9할 반이나 응집시켜 입룡경이 머지않은 상태였다.
그들은 각 지역을 대표하는 천재적 인물이었다.
당용비의 속도는 꽤 빨라서 어느새 스물세 번째 계단까지 올라 일행 중 가장 빨랐다.
그러나 여기까지 오르니 여간 힘에 부치는 것이 아니었다.
“한낱 진법으로 용봉의 제자가 되려는 날 막을 순 없지!”
당용비가 큰 소리로 기합을 넣자, 용의 기운이 단숨에 9할까지 응집되면서 바람을 일으키듯 연거푸 십여 계단을 올랐다.
처음에는 우문황과 나찰녀가 나란히 계단을 올랐으나, 위로 올라갈수록 나찰녀가 우문황을 몇 계단이나 앞서고 있었다.
‘아직 용의 기운도 응집시키지 않은 자가 저렇게 강하다니!’
우문황은 앞서가는 나찰녀의 뒷모습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별안간 승부욕이 끓어올라 그녀는 더욱 힘을 내어 위로 전진했다.
옥계단을 올려다보던 한씨 자매도 덩달아 긴장되기 시작했다.
“언니, 항 도련님이 멈췄어요. 어떻게 해요?”
한설유가 항소운을 올려다보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내가 보기에도 이상해. 항 도련님 실력이면 금방 정상에 도착할 텐데, 설마 경지 때문인가?”
한천유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조심스럽게 추측을 했다.
“혹시 주목받기 싫어서 일부러 그러는 걸까?”
“그건 아닐 거예요. 아마도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요. 제발 도련님이 무사히 올라가게 해주세요!”
한설유는 양손을 꼭 쥐고 간절히 기도했다.
열여섯 번째 계단까지 오른 항소운은 확실히 예상 밖의 상황에 직면했다.
이곳의 압력에 의해 오히려 자신의 힘이 한층 단단해진 것이다.
갑옷의 영향으로 백만 근의 중력이 작용하면서 힘을 운용하는 속도가 배는 느려지긴 했으나, 그렇다고 힘의 상승 속도까지 느려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힘은 한층 단단해지고 견실해졌다. 거기에 계단의 압력까지 더해져 힘의 밀도와 강도가 강해지는 질적인 변화를 겪게 되었다.
그리고 어찌 된 영문인지 몸속에서 마혈이 용솟음치는 바람에 힘이 다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사방에서 압박을 가하자, 비범한 체질이 마침내 풀려 나온 것이다.
물론 여기서 변화가 그쳤다면, 지체 없이 위로 전진했을 터였다.
그런데 응축된 힘을 더 이상 억제할 수 없게 되자, 8품 비천경을 돌파할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제동과 제상 형제가 서로 협력하여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제상은 계단에 멈춰선 항소운을 비웃기 시작했다.
“겨우 저 정도 실력으로 시험에 참가하다니. 곧 있으면 알아서 떨어지겠네.”
그는 특별 제자라 해도 시험에 떨어지면 정식 제자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다.
항소운은 상대의 말에도 개의치 않고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가더니 계단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하하, 포기할 줄 아는 건 좋은 거지. 그럼 거기서 시험 끝날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라고!”
제상이 미친 듯이 웃어젖혔다.
그러나 옆에 있던 제동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미간을 찌푸리던 그가 놀라 소리쳤다.
“잠깐, 저, 저건 지금 경지를 돌파하려는 것 같은데?”
“뭐? 그럴 리가.”
제상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별안간 항소운의 기세가 하늘을 뚫더니 천지의 영험한 기운이 그의 몸속으로 모조리 빨려가는 것이었다.
엄청난 광경에 사람들의 이목이 한순간 집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