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351
제351화 네 목숨은 영원히 내 거다!
“하긴 그래. 이제 보니 완전히 마음을 놓았구나. 난 또 네가 운석이를 못 잊는 줄 알았지.”
제림이 슬쩍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네가 자랑을 하든, 날 비웃든 상관은 없는데, 어쨌든 제림, 이 말만은 기억해. ‘네 목숨은 영원히 내 거다.’”
항소운이 돌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네 목숨은 영원히 내 거다!
이 말은 예리한 칼날이 되어 제림의 가슴에 박혔다.
어린 시절, 소년왕은 수많은 호위병과 하인을 거느리고 있었고, 또 다른 소년은 지위는 높았으나 소년왕에 비할 수는 없었다.
한번은 소년이 뜻밖의 사고로 하마터면 죽을 뻔했는데, 소년왕이 자신의 호위병을 시켜 소년을 구한 적이 있었다.
그때, 소년왕은 이 말을 했었다.
“이제 네 목숨은 영원히 내 거다.”
당시 소년은 그저 장난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여러 해가 지난 후 소년왕이 다시 그 말을 하자 도저히 장난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하, 넌 아직도 그렇게 오만방자하구나. 결국 누가 누구 목숨을 갖게 될지는 곧 알게 되겠지.”
제림이 호탕하게 웃더니 고개를 돌려 곽욱동에게 말했다.
“형님, 친구와 얘기라도 나누시지 그래요?”
그러자 곽욱동이 자신의 민머리를 어루만지며 씩 웃었다.
“항 아우, 오랜만이야!”
“쥐가 구멍을 뚫는 건 바로 어두운 땅굴 속에 사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지. 그런데 요즘 쥐들은 벌건 대낮에도 당당히 나와 먹이를 찾는다니까. 이제 사람은 신경도 안 쓰나 봐. 다음에 기회를 봐서 쥐를 잡아 죽여야겠어. 그래야 사람 무서운 줄도 알지!”
항소운은 곽욱동의 말에 대꾸도 않고 뜻 모를 말만 했다.
곽욱동은 그 말을 듣고 눈빛이 표독스러워졌다.
그가 한마디 하려는데 류서천이 특별 제자들에게 이제 체질을 측정하겠다고 발언을 하는 바람에 이들 사이의 치열한 말다툼도 끝이 났다.
제림과 하운석, 곽욱동이 가고 나자 옆에 있던 수사가 감탄하며 말했다.
“항 도련님, 무공만 강한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말솜씨도 보통이 아니시네요. 대단합니다, 대단해요!”
항소운은 수사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환히 웃던 얼굴은 어느새 어두워졌다.
이제 많은 일에 달관했다고 하지만, 어떤 원한은 잊을래도 쉽게 잊히지 않았다.
이 일은 반드시 피로 끝을 내야 했다.
특별 제자들의 측정이 시작되자, 많은 장로가 관심을 갖고 보러 왔다.
예상대로 이들의 체질은 범상치 않았다. 처음 측정을 한 자는 8성 지체였고, 두 번째 제자는 7성 지체이나 타고난 성진체였다.
성진의 수는 많지 않으나 타고난 성진체가 부족한 점을 보완할 뿐 아니라, 무공 상승 측면에선 훨씬 유리했다.
특별 제자가 하나둘 측정을 끝내면서 결과가 속속들이 나오자, 일반 제자들은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들은 그제야 특별 제자야말로 진짜 요물이며, 자신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나마 위로가 됐던 건 수사처럼 특수한 능력을 지닌 십여 명의 제자들로, 체질은 일반 제자와 비슷해서 그들은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그렇게 특별 제자 중 절반에 가까운 사람이 측정을 마쳤으나, 여전히 9성 지체는 나타나지 않았고 고급 8성 지체조차 보이질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하운석의 차례가 되었다.
항소운도 알고 있듯이 하운석의 재능 또한 제림 못지않게 뛰어났다.
하운석이 정석 위에 손을 올리자, 돌연 창공에 여덟 개의 성진이 또렷이 떠올랐다.
이것은 중급 8성 지체로, 용봉 학당에서도 매우 뛰어난 축에 속했다.
역시 특별 제자란 신분은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었다.
거기다 남다른 매력에 미모 또한 출중하다 보니 남제자들의 마음을 순식간에 빼앗았다.
그렇게 그녀 차례가 끝나고, 제림이 위풍당당하게 걸어 나왔다.
그는 보란 듯이 그녀를 향해 다정히 웃었다. 그녀 또한 미소로 화답하자, 사람들은 두 사람이 보통 사이가 아니란 걸 단박에 알아차렸다.
제림이 정석 위에 손을 올리자, 아까와 동일하게 여덟 개의 성진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어느 것 하나 모자람 없이 전부 또렷하게 빛을 냈다.
고급 8성 지체였다!
놀라운 일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별안간 붉은 빛이 창공에서 떨어지며 그를 환히 비추자 마치 태양의 아들이 인간 세상에 강림한 듯 후광이 비추었다.
“이, 이건 고급 8성 지체에만 나타난다는 불의 선천성진체?”
한 장로가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저건 9성 지체나 다름없어. 저 아이의 체질은 가히 최고라고! 안 되겠네, 저 애는 꼭 내 제자로 삼아야겠어.”
또 다른 장로가 놀라 소리쳤다.
다른 장로들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특히 불의 힘을 수련하는 장로들은 당장 제자로 들이고 싶어 안달이 났다.
이때, 누군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 아이는 이미 선대 장로의 직전 제자가 되었으니 다들 단념하는 게 좋을 걸세.”
고급 8성 지체도 대단한데 불의 성진까지 타고났다니, 그야말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곳에 있던 제자들도 금세 소란스러워졌다.
그들의 눈빛은 어느새 부러움과 질투로 가득 찼다.
사람들이 숱하게 얘기하던 그 요물 같은 천재는 제림 같은 자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제림은 거만한 표정으로 항소운을 힐끔 보았다.
‘저게 뭐 대수라고. 흥, 두고 보라지.’
항소운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다음으로 풍가 풍소살이 체질을 측정했다. 중급 8성 지체에 바람의 성진을 타고나 그 역시 많은 주목을 끌었으나, 제림에는 못 미친다는 생각에 기분이 언짢았다.
그 뒤로 제림에 필적한 만한 자들이 몇몇 등장했다. 그중 한 명은 엽가 청소 엽림삼으로 고급 8성 지체에 나무의 성진을 타고났다.
이 밖에 고급 8성 지체에 흙의 성진을 타고난 왕우봉(王宇峰), 고급 8성 지체에 금(金)의 성진을 타고난 용시(龍弑)등이 가장 걸출한 인물로 꼽혔다.
이들은 일찌감치 선대 장로가 직전 제자로 뽑은 터라 일반 장로들은 제자로 삼을 방도가 없었다.
한편, 8대 요물로 명성이 자자한 백리일소 등은 등장하지 않았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용봉 학당은 진작 이들을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두었다고 했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십여 명이 남은 상황. 드디어 항소운의 차례가 되었다.
자릉종이나 무당전 어느 곳에서도 그의 체질이 완벽히 측정된 적은 없었는데, 그가 직접 몸속을 들여다본 결과 최상급 체질이 틀림없었다.
제림과 하운석, 곽욱동은 앞으로 걸어 나가는 항소운의 뒷모습을 보며, 부디 자신보다 낮길 바라고 있었다.
소위도 긴장되긴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항소운은 자신이 특별 제자로 데려온 아이라 각별하기도 했고, 두 번째 관문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으니 이번에도 결과가 좋다면 더 바랄 게 없었다.
“두 눈 크게 뜨고 똑똑히 봐라.”
항소운의 눈빛에선 강한 기개마저 엿보였다. 그는 정석 위에 천천히 손을 올려놓았다.
하지만 창공은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오히려 지켜보는 사람들이 더 당황했다. 아무리 그래도 항소운이 무성지체(無星之體)일 리는 없었다.
찰나의 침묵이 끝나고 별안간 아홉 개의 성진이 동시에 떠오르더니 그 여파로 하늘까지 흔들렸다.
그 순간, 아홉 개의 성진이 일제히 성스러운 빛을 발하며 항소운을 비추자, 마치 하늘에서 신의 아들이 강림한 듯 고귀해 보였다.
“저, 저건 9성 지체잖아! 저런 자가 실제로 존재했다니……!”
“9성이 하늘을 움직이는 장면을 다 보다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저 아이 아직 스무 살도 안 된 것 맞지? 저 정도면 백 년 후에 전천 성인의 경지도 문제없겠는데.”
“저런 사람과는 친분을 쌓아 둬야 해. 친구는 못 돼도 최소한 적은 되지 말아야지. 저런 자를 적으로 두면 밤에 다리 뻗고 잠이나 자겠어?”
“다들 저기 봐봐, 아직 끝난 게 아닌가 봐!”
9성 지체의 등장으로 제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홉 개의 성진으로 하늘을 움직이는 자. 이런 사람은 만 명 중 한 명 있을까 말까 했다.
그런 자가 실제로 눈앞에 나타나자, 사람들은 오만 감정이 교차했다.
그들은 항소운과 몸이라도 바꾸고 싶은 심정이었다.
특히 여제자들은 그에게 푹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9대 성진은 완벽한 형태로 사람들 앞에 존재감을 드러냈으며, 엄청난 위세로 좌중을 압도했다.
고급 9성 지체. 그것은 가장 완벽한 체질이었다!
예로부터 이런 체질은 손으로 꼽을 정도로 극소수여서 그야말로 전설급 인물로 추앙받고 있었다.
“이럴 수가… 어떻게 저놈이 최상급 체질이냔 말이야!”
제림은 격분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하운석도 충격을 받았는지 안색이 창백했다. 그녀는 뒤늦게 후회가 밀려왔다.
오래전 연인이었던 그를 자기 손으로 밀쳐냈던 게 후회스러웠다.
한편, 당용비와 우문황, 나찰녀, 수사 등도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항소운이 출중하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었지만, 극상의 체질을 지녔을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그들은 눈앞의 상황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내,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소운이가 고급 9성 지체라니……”
당용비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우문황도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어 연신 눈을 비볐다.
“오라버니가 잘못 본 거면 나도 잘못 본 거겠죠.”
“다들 잘못 보지 않았어요. 나도 그렇고요. 이건 진짜예요.”
나찰녀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항소운이 9대 성진으로 하늘을 움직이는 기현상을 일으키자, 장로며 집사, 제자 할 것 없이 용봉 학당의 모든 구성원이 이 상황을 온몸으로 느꼈다.
만 년에 한 번 보기도 힘들 정도로 무척 희귀한 현상인 데다, 그 위세 또한 대단하여 사람들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별안간 학당 내 깊숙한 곳에서 무서울 정도로 강한 기운이 세차게 용솟음쳤다. 동시에 허상 여럿이 떠올라 9성 지체가 일으킨 기현상을 가만히 응시했다.
“이게 얼마만 인가. 이렇게 뛰어난 체질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군. 이건 하늘이 우리 용봉 학당을 도운 거야!”
흐릿하여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노인이 감격하여 목소리를 높였다.
“맞습니다. 상고 시대 이후로 나타나질 않던 고급 9성 지체가 우리 용봉 학당에 나타나다니요, 아무래도 이제 우리 늙은이들이 나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역시 얼굴이 흐릿하게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말했다.
그러자 아름다운 자태의 여인이 입을 열었다.
“도대체 접인 장로가 누구길래 저 아이의 체질도 파악하지 않은 거랍니까? 이렇게 만천하에 드러났으니 다른 학당에서 아이의 존재를 눈치챌 테고, 오래된 세력에서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우리 쪽으로 데려오지 않으면 그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없애려 들 거에요. 지금으로선 그럴 가능성이 아주 높아요.”
“안 되지, 절대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내가 막아야겠네. 아예 내 관문 제자로 들여서 천년 후에나 세상 밖으로 내보내야겠어.”
다른 성미 급한 노인이 이렇게 말하며 다짜고짜 항소운 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다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그림자가 노인 앞을 가로막았다.
“참 좋은 생각이다. 그렇게 불쑥 나타나면 저 아이가 놀라지 않겠어? 더군다나 어떤 성진의 힘을 수련하는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자네 제자로 삼겠단 거야?”
누군가 언짢은 목소리로 말했다.
“맞습니다. 그러지 말고 더 지켜보죠. 저 아이가 어떤 성진의 힘을 수련하는지 확인하고 나서 누구 제자로 할지 결정하는 게 어떻습니까?”
중년의 남자가 말했다.
“그럴 필요 뭐 있어? 우리 정도면 저 애가 무슨 힘을 수련하든 상관없이 가르칠 수 있잖아. 어쨌든 아직 비천경밖에 안된 어린아이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