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354
제354화 제 적수가 있기나 하겠어요?
무슨 일이 닥쳐도 항상 침착하던 그였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용봉 학당에서 그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장로들의 손에 이리저리 끌려다녀도 빠져나갈 힘조차 없었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한없이 작게 느껴졌다. 하루빨리 강해져서 운명을 자신의 뜻대로 하고 싶다는 강렬한 염원이 솟구쳐 올랐다.
“소위, 항소운을 후릉(後陵)으로 데려가게. 그곳에서 반성하면서 잘못을 깨달으면 그때 다시 꺼내주게.”
학장의 차가운 음성이 들렸다.
“네? 그건 너무 심한 벌 아닐까요?”
소위가 흠칫 놀라 물었다.
후릉. 그곳은 학당 내 금지 구역 중 하나로, 그곳에 들어간 자는 후릉의 공포스러운 분위기에 놀라기 일쑤였고 심지어 실성하는 사람도 있었다.
항소운을 후릉으로 보낸다는 것은 냉궁(冷宮)에 보낸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지금 내 말에 불복하겠다는 건가?”
학장이 버럭 화를 내며 탁자를 내리쳤다.
소위는 놀라 재빨리 대답했다.
“예, 바로 데리고 가겠습니다. 빨리 잘못을 깨닫도록 제가 잘 타이르겠습니다.”
소위는 항소운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서둘러 항소운을 데리고 대전을 빠져나갔다.
잠시 후, 그는 항소운을 구석진 곳으로 데리고 갔다.
그는 다짜고짜 항소운을 땅에 쓰러뜨리며 호통을 쳤다.
“너 머리가 어떻게 된 것 아니냐?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어?”
그는 철없는 항소운을 보며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항소운은 머리가 어질어질하여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그래도 여전히 웃는 낯으로 말했다.
“대인, 전 그저 제 선택이 가장 옳다고 생각할 뿐이에요. 9대 성진이 어느 정도 위력이었는지, 대인께서도 보셨잖아요? 언젠가 아홉 가지 힘을 완벽하게 수련하게 되면, 천하에 제 적수가 있기나 하겠어요?”
“이 녀석 아주 단단히 미쳤군. 기현상이 엄청난 위력을 가진 건 맞지만, 그건 인간이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수련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안 되겠다, 아무래도 넌 후릉에서 정신 좀 차려야겠다.”
소위는 한바탕 화를 내더니 다시 항소운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
용봉 학당의 후릉은 사실 능묘가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는 일찍이 용봉 학당을 빛냈던 영웅뿐만 아니라, 그동안 죽였던 악령도 함께 묻혀 있었다.
영웅과 악령은 각기 다른 곳에 묻혀 있는데, 항소운이 버려진 곳은 악령 쪽이었다.
악령은 인간족, 이족, 요수족, 마족 등 다양했는데 제존급 이상의 실력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용봉 학당이 굳이 이런 곳을 만든 이유는 학당의 체벌을 위해서였다.
무척 가혹한 처벌이라 평범한 제자는 견디질 못하고 미치거나 바보가 되어 나왔다.
그런데도 항소운을 보냈으니 용봉 학당의 장로들이 얼마나 분노했는지 알만했다.
그 어렵다는 고급 9성 지체를 타고나서 아홉 가지 힘을 수련하겠다니, 장로들은 기가 찰 노릇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항소운이 고집을 꺾지 않는 한, 평생 후릉에서 벗어나긴 힘들었다.
소위는 후릉으로 가는 내내 항소운에게 빨리 생각을 바꾸라며 거듭 타일렀다. 항소운이 후릉에서 인생을 망치는 꼴을 차마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항소운이 계속 고집을 부리자, 소위는 분노가 치밀었다.
항소운은 후릉에 버려지면서 마지막으로 소위에게 한씨 자매를 부탁했다. 소위는 승낙도 거절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그는 암흑천지나 다름없는 악령의 땅에 남게 되었다.
이곳은 풀 한 포기 없는 척박한 땅으로, 산이라고 해봤자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이고 물이 말라 땅이 훤히 드러나 보였다. 이렇다 보니 살아있는 생명체는 찾을 수가 없고, 이따금 음산한 바람만 불어올 뿐이었다. 바람 소리는 귀신의 울음소리인 양 처연했고, 땅 위로 드러난 백골은 스산함을 더했다.
이곳은 완벽히 통제된 공간으로, 들어갈 수는 있어도 나갈 수는 없었다. 물론 항소운이 이곳의 벽을 깨뜨릴 능력이 있다면 빠져나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당장 제존의 경지에 오른다 해도 벽을 깨뜨리기는 불가능했다.
그는 죽음의 기운만이 가득한 너른 땅을 보며 실의에 빠졌다.
‘비범한 체질이 드러나면 학당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줄 알았는데, 결국 이런 처지가 돼버리다니……. 정말 다 부질없구나.’
항소운은 그렇다고 용봉 학당을 탓하지는 않았다. 학당 측도 그를 훌륭한 무인으로 키울 의사는 분명히 있었으나, 그가 받아들이질 않았으니 어느 한쪽의 잘못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죽음을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장로들에게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반드시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이런 쪽으론 확실히 고집스러운 사람이었다.
바로 그때, 근처에 있던 백골이 스르르 일어나더니 그를 향해 걸어왔다.
탁! 탁!
백골이 움직일 때마다 귓전을 때리는 소리가 나서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어느새 인골(人骨), 요골(妖骨), 마골(魔骨) 등 셀 수 없이 많은 백골이 일제히 항소운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인골은 뼈로 만든 칼을 쥐고 있었는데, 칼솜씨가 어찌나 민첩하고 예리하던지 그 위력이 인황에 버금갈 정도였다.
요골은 다짜고짜 입을 쩍 벌리고 달려들었고, 마골은 육중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누군가 이 해골들을 조종하고 있는 건가?’
항소운은 이리저리 피하며 절로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거대한 백골 무리의 동시다발적 공격을 전부 피할 수는 없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반격을 시작했다.
분뇌권!
천둥의 힘이 실린 주먹을 내뻗자 번개가 내리치듯 강력한 위력이 사방을 휩쓸었다.
항소운이 8품 비천경에 오른 후로 주먹의 위력은 전황의 수준으로 급상승한 상태였다.
그러나 백골들은 분뇌권을 맞고 쓰러지기는커녕 오히려 거세게 달려드는 것이었다.
서둘러 피하기는 했으나, 수도 없이 밀려드는 백골을 상대로 완벽히 피할 곳은 없었다. 결국 그는 어깨와 등에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상대의 공격은 인황에 버금갈 정도로 강해서 항소운은 그만 백골 떼 속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백골들은 항소운을 정신없이 때리기 시작했다.
백골 하나가 다짜고짜 무기로 얼굴을 찌르는 바람에 그는 깜짝 놀라 황급히 몸을 피했다. 그런데 어느새 다른 백골에게 사지가 묶인 탓에 그쪽은 꼼짝없이 뼈가시에 찔리고 말았다.
뼈가시는 제존급 무기나 다름없어 육갑금공도 막아내질 못하고 결국 날카로운 가시가 뚫고 들어왔다.
“으아악!”
뼈가시가 방어막을 뚫고 허벅지를 찌르자, 비명이 절로 터져 나왔다.
그 순간, 그는 온 힘을 폭발시켜 백골 떼를 전부 밀어냈다.
“비켜!”
분노가 완전히 폭발한 것이다.
그는 쉴 새 없이 주먹을 휘두르며 백골을 닥치는 대로 날려버렸다.
그러나 백골은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니다 보니 두려움을 몰랐고, 상대를 완전히 없앨 수 있을 만큼 항소운이 강한 것도 아니라서 백골은 다시 일어나 끝도 없이 몰려들었다.
그보다 끔찍한 건 날고 싶어도 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어떤 알 수 없는 힘에 억제를 당한 건지 도통 날 수가 없었다.
“젠장, 정말 나보고 여기서 죽으란 소린가!”
항소운은 하늘을 향해 욕이라도 퍼붓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욕을 한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그저 죽을힘을 다해 주먹을 휘두르며 적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혹시 주변에 숨을 만한 곳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백골의 수가 너무 많아서 여기서 뚫고 나가기란 불가능했다.
그렇게 다시 백골 떼에 파묻히려는 순간, 그가 마지막 힘을 폭발시키자 갑자기 등 뒤에서 단단한 백호의 날개가 펼쳐지며 순식간에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래도 백호지익이 있어서 다행이다. 하마터면 백골한테 깔려 죽을 뻔했네.”
항소운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렸다.
비천경에 오른 뒤로 백호지익은 잊고 지냈는데, 오늘 다시 펼쳐보니 예전보다 훨씬 단단하고 길어진 것 같았다. 물론 속도는 말할 것도 없이 빨라져 있었다.
항소운이 의기양양해서 쉴 만한 곳을 찾고 있는데, 별안간 창공에 마운(魔云)이 드리우더니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킬킬, 또 맛있는 피 냄새가 나는군.”
누군가의 날카로운 음성이 귓전을 때렸다.
뜻밖에도 이곳에 살아있는 생명체가 있다니, 게다가 상대는 마족이었다.
상대가 눈앞에 나타난 순간, 항소운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바로 마혈박쥐였다. 그러나 예전에 보았던 것과 달리 이 녀석들은 이상할 정도로 앙상하게 말라 있었다. 뼈를 감싼 얇은 가죽 외에 근육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항소운은 유유자적하게 하늘을 날다가 하마터면 마혈박쥐에게 잡힐 뻔했다. 생명체라곤 하나 없는 이곳에 이런 마수가 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일단 상대에게 잡히면 피가 몽땅 빨릴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열양칠조!
항소운은 곧장 운지염의 힘을 일으켜 갈퀴 같은 예리한 손을 연달아 휘둘렀다.
화력이 무서운 기세가 달려들자, 마혈박쥐들은 놀라서 날카롭게 울부짖었다.
“젠장, 저런 고약한 힘을 가지고 있다니. 가까이 붙지 말고 거리를 두고 녀석을 없애라!”
무리 중 우두머리가 욕을 뱉더니 다른 녀석들과 함께 괴상한 소리를 내며 음공을 시작했다.
끼이이-
굉장히 큰 소리는 아니지만, 침투력이 대단하여 귀를 보호한다 해도 음공을 피할 수는 없었다.
불현듯 음파가 머릿속으로 들어오는가 싶더니 갑자기 현기증이 나면서 눈앞이 핑 돌았다.
다행히 명룡혼고가 다시 신비로운 능력을 발휘하여 음공을 차단하자, 영혼만은 무사할 수 있었다.
‘이건 영혼을 공격하는 음파구나.’
명룡혼고가 없었다면, 마혈박쥐의 음공에 꼼짝없이 당했을 터였다.
이런 생각이 들자, 불현듯 용봉 학당에 대해 적대심이 끓어올랐다.
이곳으로 보낸 건 그냥 죽으라는 소리였다!
아무리 그가 충고를 거절했다 해도 죽을죄는 아니지 않은가!
그렇게 정신없이 생각에 빠져 있는데 마혈박쥐가 충혈된 두 눈을 번뜩이며 항소운의 급소를 향해 돌진했다. 순간 뾰족한 이빨이 목에 박히자, 갑작스러운 통증에 그는 정신이 번쩍 났다.
“저리 안 비켜!”
항소운은 고함을 치며 운지염의 힘을 완전히 폭발시켰다.
검붉은 화염이 무자비하게 화력을 발산하자, 무방비 상태의 마혈박쥐 여러 마리에 그대로 불이 붙고 말았다.
마혈박쥐는 피를 빨 겨를도 없이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서둘러 항소운에게서 떨어졌다.
하나 운지염의 화력이 이미 붙은 바람에 두 마리는 그 자리에서 재가 되어 사라졌고, 나머지는 불이 붙은 채 어디론가 도망쳤다.
항소운은 곧장 나머지 녀석들을 쫓아갔다.
마혈박쥐가 사는 곳이라면 자신도 안전하게 머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놈들을 따라잡기도 전에 어디선가 거대한 날개를 가진 흉조가 나타나 갑작스레 달려들었다.
새의 모습은 참으로 기괴했다. 두 날개를 쫙 펼치면 십 칠팔 미터쯤 되는데 몸통은 칠 척도 채 되지 않아 어딘가 모르게 부자연스러웠다. 또 부리는 아주 길고 눈빛에선 살기가 번뜩였다.
새가 날갯짓하자, 마치 회오리바람이 몰아치는 것처럼 몸이 제멋대로 나부끼더니 결국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입가에선 피가 흐르고 온몸이 으스러진 것만 같았다.
백만 근의 갑옷이 힘을 막아주었기에 다행이지, 까딱 잘못했으면 상대의 날갯짓에 목숨이 달아났을 터였다.
상대는 황급 정점의 흉조가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강할 수가 없었다.
흉조는 다시 거대한 날개를 펼치며 다가왔다. 미처 피할 새도 없이 거대한 부리가 그를 덥석 물었다.
항소운은 다급한 나머지 명옥마 괴뢰를 불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흉조는 그저 부리에 물고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었다.
상대가 당장 잡아먹을 생각이 없다는 걸 확인하자, 그도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얼마 후, 새는 산봉우리의 둥지로 그를 데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