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361
제361화 역시 아홉 가지 힘
어느덧 동작을 달달 외울 정도가 되자,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직접 동작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간단하고 단순한 동작이지만, 절도 있고 힘이 넘쳤다.
그 순간, 9대 성진이 희끄무레 떠오르더니 건곤이 뒤집히고 은하수가 거꾸로 걸리는 기현상이 펼쳐지면서 억겁의 세월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다. 거기서 발생하는 파괴력은 가히 놀라웠다.
어느새 주변의 힘은 전부 주먹으로 응집되었고, 주먹을 힘껏 내지르자 엄청난 파괴력이 뿜어져 나왔다.
권법의 위력을 겨우 백 분의 일 정도 발휘했을 뿐이나, 인황에 버금갈 정도로 강한 위세였다.
항소운은 쉬지 않고 계속 권법을 연마했다. 동작은 거침이 없고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잠시 수련을 했을 뿐인데 소모되는 힘이 엄청나서 전천구도결을 구사할 때보다 체력 소모가 컸다.
그는 가부좌를 하고 앉아 체력을 회복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몸속의 아홉 빛깔 구름으로 건곤멸도권을 연마한다면 얼마나 위력이 세질지 궁금해졌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백골 무리 쪽으로 돌진했다.
백골은 항소운이 다가오는 걸 느끼고 본능적으로 달려들었다.
건곤멸도권!
항소운은 우렁찬 기합 소리와 함께 성해건곤에서 아홉 빛깔 구름을 끄집어냈다. 구(九)색 광채가 온몸을 휘감으며 성스러운 기운을 발산하자, 권법의 파괴력이 극에 달하면서 흐릿하던 9대 성진의 허상이 한결 또렷해지며 백골 무리를 뒤덮었다.
쿵! 쿵!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수많은 백골이 그 자리에서 한 줌 가루가 되어버렸다.
이곳의 백골은 제존급에 이를 정도로 뼈대가 단단한 놈들이었다. 최상급 황급 무기에 맞아도 끄떡 않던 놈들이었는데, 건곤멸도권에 아홉 빛깔 구름의 위력이 더해지자 그만 일격에 무너지고 만 것이다.
눈앞에 가득한 허연 백골 가루를 보며 항소운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엄청난 위력에 스스로 놀란 것이다.
“하하! 역시 아홉 가지 힘을 수련하길 잘했어.”
그는 하늘을 보며 큰 소리로 웃어젖혔다.
아홉 빛깔 구름은 9대 성진의 힘이 응집되어 형성된 것으로 생명력과 파괴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아홉 가지 힘에 숨겨져 있던 비밀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저절로 함박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제야 하는 얘기지만 수릉 장로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후, 내심 걱정이 많던 그였다. 자신의 선택을 고집하겠노라 당당하게 말은 했으나 수련 과정에서 어떤 좌절이나 실패를 겪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지금 아홉 빛깔 구름의 위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갑자기 눈앞이 환히 밝아지는 것이 한 줄기 희망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그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확신했다.
남들이 실패했던 건 성해건곤에 아홉 빛깔 구름을 응집하는 법을 몰라서일지도 모른다.
그 후, 그는 매일같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속으로 고결(古訣)을 읊거나 건곤멸도권을 연마하며 하루를 보냈고, 성진의 힘을 이용해 아홉 빛깔 구름을 응집하기 시작했다.
아홉 빛깔 구름은 일전에 체질을 측정할 때 창공에서 떨어진 성진의 힘을 흡수한 뒤로 이미 농도가 짙어질 대로 짙어진 상태였다. 게다가 무예의 경지가 높아짐에 따라 성해건곤의 수용면적이 확장되면서 구름도 차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9대 성진에 아홉 가지 힘이 가득 차게 되면서 끊임없이 돌고 도는 순환 상태가 형성되어 구름의 힘도 예전처럼 쉽게 소모되어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이렇게 두어 달을 단련하자, 힘이 더욱 충만해지면서 비천경 정점에 원만히 이르게 되었다. 이제 용의 기운만 응집시키면 입룡경에 올라설 날도 머지않았다.
마침 학당에서도 사람을 보내 그를 데리러 왔다.
뜻밖에도 소위가 아니라, 태상 호법들이었다.
그들의 등장에 항소운의 표정은 빠르게 굳어갔다. 어떻게든 성진의 힘을 폐해서 한 가지 힘만 수련시키려던 자들이었다.
태상 호법들은 그가 여전히 아홉 가지 힘을 수련하는 것을 보고,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할 말을 꾹 참은 채 이제 후릉에서 나와도 좋다는 학장 대인의 말만 전할 뿐이었다.
새 제자들이 용봉 학당에 들어온 지도 어느덧 일 년이 흘렀다.
지난 일 년간 많은 제자가 학당 내 이름을 알리면서 일찌감치 서열 100위가 정해졌다.
이들을 용봉방(龍鳳榜)이라 불렀는데, 하나같이 대단한 무공의 소유자였다.
그중 서열 1위는 8대 요물로도 유명한 소검객 백리일소였고, 2위는 권황 전무쌍, 3위는 우가 성자 우자양, 4위는 명문가 자제 구양전기, 5위는 낙일 황조 황천극, 6위는 우가 성녀 우채접, 7위는 빙하궁 한신비, 8위는 절도장 소사, 9위는 용시, 마지막으로 10위는 엽림삼이었다.
앞선 8인의 서열에는 큰 변화가 없었고, 용시와 엽림삼이 나란히 9, 10위를 차지했다.
두 사람은 고급 8성 지체에 특정 성진의 힘을 타고난 것으로 알려져 한바탕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제림도 이들과 마찬가지로 고급 8성 지체이나, 아직은 39위에 머물렀다. 타고난 재능은 뛰어나지만 아직 어린 나이와 현 경지를 이유로 30위권에 머물렀는데, 2년 후면 서열이 높아질 거라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곽욱동은 100위 안에 이름을 올렸으나, 제동과 당용비는 그 안에 들지 못했다.
용봉방에 이름을 올렸다는 건 지난 일 년 동안 피나는 노력을 했다는 증거였다.
그렇다고 해서 순위에 들지 못한 자들이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수많은 사람 가운데 아직 빛을 발휘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제자들은 용봉방에 이름을 올릴 날을 기대하며 열심히 수련에 매진했다. 용봉방에 오른다는 건 자신의 지위를 확보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난 일 년 동안, 당용비를 비롯하여 나찰녀, 우문황은 열심히 무공을 연마했다.
당용비는 어느새 1품 입룡경에 올라 수많은 제자 중 오천 명 안에 이름을 올렸다.
서열 100위까지는 용봉방에 속하며, 서열 1000위까지는 교란방(蛟鸞榜), 나머지 제자들은 사조방(蛇鳥榜)이라 불렀다.
바로 뱀이 교룡이 되고 교룡이 용이 되며, 새가 난새가 되고 난새가 봉황이 된다는 뜻으로 상당히 재밌는 이름이었다. 용봉 학당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명칭이라 역사도 깊었다.
당용비는 사조방에서 중상위권에 속했다.
이번 기수는 거의 2만 명에 달하는 데다 수행원 숫자도 만만치 않아서 경쟁은 더욱 치열했다.
용봉 학당을 떠들썩하게 했던 항소운도 사조방의 중위권에 머물러 있었다.
9대 성진으로 아홉 가지 힘을 동시에 수련한다는 소문이 퍼진 데다 학장이 금지인 후릉으로 보내버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순위는 이 정도에 머물게 되었다.
후릉은 제자들에게 아주 끔찍한 형벌로 알려져 있었다. 정신을 잃는 것은 보통이고, 심한 경우 미치광이가 되거나 심지어 죽는 경우도 있었다.
어쨌든 제 발로 멀쩡히 걸어 나오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당시 항소운은 8품 비천경으로 후릉에 버려졌으니, 멀쩡히 살아나올 확률은 희박했다. 이렇다 보니 사람들도 그의 순위를 낮게 책정한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얼마 후 항소운의 이름을 명단에서 빼버릴 생각조차 하고 있었다.
한편, 수행원으로 따라온 한천유와 한설유는 항소운의 부재로 모진 수모를 겪고 있었다.
워낙 꽃처럼 아름답다 보니, 그 꽃을 꺾으려는 자들이 나타난 것이다.
일 년의 노력 끝에 6품 비천경에서 8품 초기까지 무공이 상승했으나, 날고 긴다는 천재 사이에선 여전히 볼품없는 실력이었다. 결국 그녀들은 사조방에서도 최하위권에 속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남자가 이들을 먹잇감으로 생각하며 호시탐탐 노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매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 침상이나 덥히는 하녀로 삼을 작정이었다.
그저 예쁜 얼굴이 탐났을 뿐, 연인이 될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사실을 안 자매는 큰 충격을 받았고, 극도로 모욕감을 느꼈다.
일찍이 항소운의 여인이 되길 꿈꾸던 적이 있었으나, 지금 보니 자신들은 그럴 자격조차 없었다. 혹독한 경험으로 이제야 자신의 위치를 깨달은 것이다.
다시 항소운이 나타난다 해도 그저 수행원의 자격으로 섬길 뿐, 다른 것은 바라지 않기로 했다. 언젠가 자신들이 나찰녀만큼 강해진다면, 그때나 꿈꿔볼 일이었다.
현재 나찰녀는 용의 기운을 9할이나 응집시켜 입룡경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거기다 나찰의 몸까지 갖고 있어 사조방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나찰의 몸이란, 굉장히 특수한 체질로 특정한 성진의 힘을 타고난 성진체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미 핵심 제자로 뽑힌 상황이라 이점만 보더라도 그녀의 미래는 무척 밝았다.
그녀는 따로 처소를 가지고 있어서 특별히 한씨 자매를 불러다 머물도록 했다. 이렇게 신경 써 주지 않았더라면 한씨 자매가 어떤 험한 꼴을 당했을지 모를 일이었다.
용봉 학당은 개인 간의 싸움을 허용하고 있어서 사람을 죽이거나 불구가 될 정도로 심각한 부상만 아니라면, 사사로운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이런 곳에서 자신을 지키는 방법은 학당 내 작은 세력에 들어가는 것인데, 집단의 보살핌을 받는 것은 물론, 남들이 쉽게 건들지도 못했다.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세력 차원에서 단체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현재 나찰녀와 한씨 자매는 어느 세력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아 하루빨리 소속을 정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최후통첩까지 받은 상황이었다.
그중 제림을 주축으로 형성된 ‘제맹(帝盟)’이 특히 이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이때, 익현(翼玄)이란 자가 일곱 명을 거느리고 나찰녀의 처소를 찾았다.
익현은 일반 제자의 신분으로 학당에 들어왔는데, 그 후 제림과 친분을 쌓는가 싶더니 어느새 제맹의 일원이 되었다. 어떻게 제림의 환심을 샀는지는 몰라도 금세 심복이 되었고 제맹 내의 위치도 덩달아 높아졌다.
익현은 진작부터 한씨 자매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어서 어떻게 해서든 그녀들을 차지하여 항소운에게 쓴맛을 보여줄 작정이었다.
물론 제림의 기분을 풀어주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익현은 일반 제자인지라 핵심 제자의 처소에 들어갈 자격이 없지만, 그 옆에 핵심 제자 월황천(月黃泉)이 따라오고 있었다. 월황천은 1품 입룡경 중기로, 사조방에서 나찰녀보다 서열이 높았으며 교란방에 올라갈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월황천만 믿고 익현 무리는 나찰녀의 처소를 찾아간 것이다.
익현은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서며 버럭 소리쳤다.
“나찰녀, 당장 나와! 한가 계집을 데리러 왔다!”
갑작스러운 고함에 나찰녀와 한씨 자매는 무슨 일인가 싶어 밖으로 나왔다.
요 며칠 많은 세력이 그녀들을 찾아와서 자신의 세력에 들어오라며 권유를 했었다.
나찰녀는 사조방에서도 상위권 인물이다 보니 무공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일언지하에 거절하고는 홀로 한씨 자매를 데리고 계속 수련에 매진했다.
그런데 익현이 갑작스레 쳐들어와 한씨 자매를 데려가겠다고 호통을 치니 정말 기가 찰 노릇이었다.
나찰녀는 여전히 가면을 쓰고 있었다. 가면 사이로 보이는 아름다운 눈동자와 매력적인 몸매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실은 꽤 많은 남자가 그녀에게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저 괴상한 가면만 아니면 숱한 남자들이 좋다며 따라다녔을 터였다.
확실히 나찰 가면은 성가신 일들을 막아주고 있었다.
나찰녀는 처소로 쳐들어온 자들을 엄히 꾸짖었다.
“뭐 하는 짓이냐? 너희는 학당의 규율 따윈 안중에도 없는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