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368
제368화 두 사람을 도울 수 있는지요?
“그럼 정말 저희 몸에 문제가 생겼다는 거예요?”
한설유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자, 항소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용봉 학당에 오기 전 당신들의 체질을 알아본다면서 맥을 짚었던 것 기억나죠? 그때 저도 알게 됐어요. 용봉 학당에 오면 문제를 해결할 방도를 찾아낼 거라 생각했는데, 지난 일 년 동안 이곳을 떠나 있느라 찾지도 못했어요. 한데 한신비는 당신들의 상태를 단박에 알아챘잖아요. 어쩌면 그녀도 빙한지체라서 당신들을 치료할 방법을 알고 있을지도 몰라요.”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숨길 것도 없었다.
친구나 다름없는 한씨 자매가 단명할 수 있다는데 가만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한데 이제 와서 한신비에게 도움을 청하자니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매는 속사정도 모르고 잠시나마 그를 오해했다는 생각에 부끄러워졌다. 동시에 자신의 목숨이 달린 일이다 보니 절로 근심이 일어났다.
고심 끝에 자매는 그를 끝까지 따르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한번 그를 소주님으로 모시기로 한 이상, 선택을 번복할 수는 없었다.
그러자 항소운은 하루빨리 방법을 찾아내서 그녀들을 구해 주겠노라 약속했다.
잠시 후, 그는 자매를 물러가게 하고 혼자 남아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그는 홀로 밖으로 나와 한신비의 처소로 향했다.
한신비는 선대 장로의 제자로 알려져 있는데, 용봉방 서열 10위다 보니 처소도 이에 걸맞는 곳에 머무르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그녀의 처소를 찾아냈다.
이곳은 2호 봉원(鳳院)이라 불리는 곳으로, 사는 곳만 보더라도 그녀가 수많은 제자 가운데 얼마나 지위가 높은지 알 수 있었다.
문 앞에 이르자, 누군가 그를 막아섰다.
“항소운이 찾아왔다고 전해주십시오.”
상대는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이내 안으로 들어가 보고했다.
잠시 후, 그자가 돌아오더니 안쪽으로 들어오라며 공손히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서니 자신의 처소보다 훨씬 풍경이 수려하고 청아해서 여인이 묵기에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신비는 꽃나무 아래 서 있었다. 마치 나무에서 가장 눈부시게 빛나는 한 떨기 꽃과 같아 다른 꽃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한 궁주께 인사 올립니다.”
항소운은 정중하게 상대를 높여 인사했다.
“항 도련님, 그러실 필요 없이 그냥 제 이름을 부르시면 됩니다. 괜찮으시다면, 누나라고 불러도 되고요.”
한신비가 매혹적인 얼굴로 말했다.
그녀의 나이는 항소운과 비슷해서 기껏해야 두세 살 정도 많았다. 그런데도 겉모습은 열일고여덟 살 정도의 미소녀로 보였다.
그런데도 벌써 용봉방 서열 10위에 올랐다니, 확실히 범상치 않은 실력이었다.
항소운은 상대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그저 씩 웃으며 본론부터 꺼내 들었다.
“제가 이곳에 왜 왔는지는 잘 아실 겁니다. 어떤 조건이면 한 궁주께서 기꺼이 두 사람을 도울 수 있는지요?”
“보아하니 두 사람은 당신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 같군요?”
“제 친구입니다.”
“단지 친구라고요?”
“네, 맞습니다. 분명한 답을 원하신다면, 두 사람은 제 수행원입니다. 아직 앞날이 창창한 그들이 젊은 나이에 죽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한 궁주, 조건을 제시하시지요.”
그가 진실되게 말하자, 한신비도 더 이상 캐묻지는 않았다. 그녀는 돌 탁자로 걸어가 앉더니 그에게도 앉으라고 눈짓을 했다.
항소운은 아무 말 없이 걸어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한신비는 맑고 투명한 눈동자로 그를 빤히 보고 있었다. 웃는 듯 마는 듯 알 수 없는 표정은 그녀의 미모에 신비로움마저 더했다.
이렇게 그녀의 시선을 받고 있자니 다른 남자 같으면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는 건 아닌지 착각에 빠졌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항소운은 조금의 동요도 없이 태연한 얼굴로 시선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녀는 한참을 그렇게 보다가 미소를 머금으며 천천히 입을 뗐다.
“제가 원하는 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도통 종잡을 수 없는 말이었다.
“절 원한다고요? 그게 무슨 뜻이죠?”
“당신이 고급 9성 지체라는 건 학당 전체가 다 아는 사실이죠. 고급 9성 지체, 그건 우리 인간족 중 가장 강한 체질이라 저도 부러울 정도랍니다. 만약 당신이 우리 빙하궁에 들어온다면, 우린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그 전에 여러 힘을 동시에 수련하는 걸 포기하고 한 가지 힘만 수련하겠다고 약속하셔야 합니다.”
한신비의 말에 항소운이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제가 한 가지 힘만 수련할 생각이었으면, 굳이 후릉에 갇히는 벌을 받았겠어요?”
이 말은 여러 힘을 수련하는 일로 후릉에 갇혔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셈이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신가요?”
한신비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네, 그러지 말고 다른 조건을 내시죠.”
항소운이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다른 조건은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한데 정말 두 사람을 구할 생각이라면, 그들에게 완벽히 빙하궁 사람이 되라고 하세요. 이 일은 빙하궁의 비술과 관련돼 있다 보니 외부 사람에게는 절대 알려줄 수 없습니다. 그래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들도 다른 방법을 찾는 수밖에요.”
한신비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하며,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한데 안타깝게도 그들은 당신 외의 다른 사람은 따를 마음이 없는 것 같더군요.”
그녀는 혹여나 한씨 자매가 빙하궁을 배신하진 않을까 염려하고 있었다.
항소운은 고민을 하다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당신이 걱정하는 게 뭔지 충분히 이해는 됩니다. 그렇다면 저도 다른 방법을 생각해볼 수밖에 없겠군요. 그럼 실례 많았습니다.”
그는 하는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몇 걸음 가지도 않아 한신비가 그를 불러세웠다.
“잠깐만요, 그들을 돕지 않겠다고 한 건 아닙니다.”
항소운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한 궁주, 하실 말씀이 있거든 한 번에 하시죠.”
“이렇게 성미가 급하신 분인 줄은 몰랐네요. 방금도 말했지만, 그들이 완벽하게 빙하궁의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들을 살릴 의향이 있습니다. 두 사람이 배신할까 하는 걱정은 우선 접어둘 테니, 항 도련님께서 이 은혜만 기억해두시면 됩니다. 훗날 당신의 도움이 필요할 때, 거절하지 말고 도와주십시오. 물론 난처한 부탁은 하지 않을 겁니다.”
항소운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선뜻 대답했다.
“좋습니다. 약속할게요.”
그저 약속을 바라는 것뿐이라서 확실히 무리한 요구는 아니었다. 다만 이 약속을 언제쯤 지키게 될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었다.
“과연 화통하시군요. 그럼 두 사람더러 이곳으로 오라고 하십시오. 그리고 확실히 알아듣게끔 설명해주셔야 합니다. 그들이 이곳에서도 옛 주인을 걱정하는 건 보고 싶지 않거든요.”
항소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장 그곳을 떠났다.
한신비는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안타깝다는 눈빛을 지었다.
‘고금을 막론하고 숱하게 많은 사람들이 기적을 만들려고 시도했지. 한데 그들 중 진정으로 기적을 일으킨 자가 몇이나 됐던가.’
항소운은 그곳에서 나와 곧장 돌아가지 않고, 다른 처소로 향했다.
그곳은 한신비의 처소에서 그리 멀지 않았지만, 그의 처소에선 꽤 먼 거리였다.
바로 1호 봉원으로, 한신비의 2호 봉원보다 훨씬 영예로운 곳이었다.
그런데 근처에 다다르기도 전에 누군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누구십니까? 여긴 상관없는 자는 함부로 들어올 수 없습니다.”
상대는 평범한 외모의 여자로, 서른 살이 훌쩍 넘어 보였다. 학당의 제자라기보다 집사에 가까웠다.
집사가 지키는 곳이라니, 학당이 이 처소의 주인을 그만큼 중시한다는 뜻이었다.
항소운은 공수를 하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항소운이 찾아왔다고 전해주시겠습니까?”
그러자 여자가 손을 가로저으며 대꾸했다.
“당신이 누구든 그냥 돌아가십시오. 아가씨의 초대 없이는 누구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거참 복잡하네요. 전 그녀의 남편 되는 사람입니다.”
항소운이 코를 문지르며 말했다.
“이놈이,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게냐?”
여자가 돌연 태도를 바꾸며 버럭 호통을 쳤다.
곧이어 그녀는 강한 정신력으로 항소운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전 남편이라고요. 그러니 당연히 만나줄 겁니다. 어서 가서 말이나 전해주세요!”
항소운은 상대의 압박 따윈 아랑곳 않고 오히려 큰소리를 떵떵 쳤다.
이 소리는 근방에 있던 사람들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그들은 멀리서 이곳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그러자 여자는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더는 안 되겠다 싶어 항소운을 혼내주려는데 그는 어느새 명옥마 괴뢰까지 부른 상태였다.
“거, 말 전해주는 게 뭐 어렵다고 이젠 사람까지 때리려고 합니까?”
항소운이 여자를 마주 보며 버럭 호통을 쳤다.
“그깟 고급 괴뢰 하나 있다고 여기서 제멋대로 날뛰어도 되는 줄 아느냐!”
여자는 호통을 치며 항소운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명옥마 괴뢰는 자연스럽게 상대와 맞붙게 되었다.
쿵! 쿵!
요란한 폭발음이 주변에 가득 울려 퍼졌다.
항소운은 이때를 틈타 도망치며 소리쳤다.
“보여주기 싫으면 그냥 좋게 말로 할 일이지, 왜 사람은 때리고 난리에요? 이런 억지가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그가 일부러 그랬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항소운은 멀찌감치 도망가서야 명옥마 괴뢰를 불러들였다.
여자는 생각 같아선 항소운을 따끔하게 혼내주고 싶었지만, 제존급 후기에 이른 괴뢰를 단숨에 제압하기는 무리라 그저 발을 동동 구르며 욕을 퍼부을 뿐이었다.
“다신 내 눈에 띄지 마라. 내 눈에 띄는 순간, 아주 혼쭐이 날 줄 알아!”
항소운은 의기양양한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이제 내가 우가 사위란 걸 사람들이 금방 알게 될걸.”
1호 봉원은 바로 우채접이 머무는 곳이었다.
항소운은 마연에서 헤어진 후로, 다신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
그녀는 용봉방 상위 10인 안에 이름을 올렸고 서열로 따지자면 한신비보다도 높으니 지금쯤 그녀의 무공이 얼마나 강해졌을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그녀를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아서 항소운은 일부러 1호 봉원을 찾아 연적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린 것이다. 우채접은 자신의 여인이니 그녀를 어떻게 할 생각일랑 꿈도 꾸지 말라는 뜻이었다.
어쨌든 그는 자타가 공인한 우가의 준사위가 아니던가.
물론 이번 행동으로 성가신 일이 생길 거라는 걸 알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겨우 그 정도도 해결 못 하면 어떻게 우채접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지금 우채접은 1호 봉원이 아닌 불의 힘을 수련하는 장소에서 열심히 수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용암이 들끓는 화산 분화구에서 그녀는 봉황을 타고 불의 정령에 맞서 싸우고 있었다.
불의 정령은 불의 힘이 응집되어 만들어진 생명체로, 지적 능력 없이 그저 불의 난폭한 성질만 가진 경우도 있었다.
누구든 자신들의 구역을 침범하는 순간, 그들은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부었다.
이곳의 불의 정령은 대부분 소왕급 경지로, 황급도 더러 있었고 심지어 최상급 황급도 있었다.
그런데도 우채접은 혼자 봉황을 타고 맞서 싸우고 있으니 담력이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그녀는 항소운과 헤어진 뒤로 실력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여 어느덧 3품 입룡경에 올랐고 전투력은 후기 인황에 달해있었다.
손에 들린 무기가 쉴 새 없이 춤을 추면서 봉황과 완벽한 호흡을 이뤄내자, 불의 정령은 달아날 틈도 없이 차례대로 죽어 나갔고 녀석들이 갖고 있던 불의 정수는 전부 그녀의 차지가 되었다.
불의 정수는 불의 힘을 수련하는 자에게 무척 귀한 물건이었다.
그렇게 한바탕 수련을 끝낸 그녀는 봉황과 함께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녀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올리고 꽃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날 따라잡으려면, 열심히 노력해야 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