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373
제373화 이런 효과까지 있었네!
“진짜 보통 녀석이 아닐세. 저걸 참고 돌파를 안 한다 이거지? 아무래도 용의 기운을 더욱 정제시킬 모양인가 본데. 그렇게 되면 다음에 돌파할 때, 기반이 훨씬 단단해지는 건 물론이고 수월하게 돌파할 수 있어. 진짜 의지 하나는 끝내주네.”
“역시 무공이 그냥 강해진 게 아니었어. 앞으로 보고 배워야겠다.”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당장 가서 수련부터 해야겠다.”
교란방 최하위의 제자 하나는 항소운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도 마다하는 걸 보고, 순식간에 전의를 상실해서 그대로 자리를 떴다.
그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굳이 싸울 필요 뭐 있어? 현재 자리나 지키자.’
그는 항소운이 예사 실력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상대가 아홉 가지 성진의 힘을 동시에 발휘하지 못한다 해도 자신이 이길 거란 확신은 없었다.
연무대 위의 항소운이 자리에서 일어나 큰소리로 외쳤다.
“또 도전할 사람?”
현재 그는 정신력이 완전히 회복되어 기세가 최고조에 달해있었다. 도전하려던 자들도 그 기세에 눌려 황급히 꽁무니를 뺐다.
한참을 기다려도 도전자가 나타나질 않자, 항소운은 실망한 듯 연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실은 방금 경지를 억제한 터라 지금 비무를 하는 것이 썩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어렵사리 힘을 눌렀는데, 다시 경지를 돌파하게 될지도 몰랐다.
그는 당분간 경지를 돌파하고 싶지 않았다. 입룡경에 대해 더 깊이 깨달음을 얻은 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입룡경에 오르는 것이 최상이라 생각했다.
아래로 내려오자, 좌중이 양쪽으로 물러나며 길을 내주었다. 그들은 두려움과 존경심이 뒤섞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항소운의 실력이 드디어 이들의 인정을 받은 순간이었다.
항소운은 처소로 돌아가지 않고 장서각으로 향했다.
이번에도 역시 1층에 머물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현재 그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경험과 경지에 대한 깨달음인지라 관련 서적을 찾아 탐독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란 불경을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깊이 빠져들어 좀처럼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제목 그대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정되는 효과가 있었다. 옥과 같은 글귀가 가슴에 와닿자, 온갖 번뇌와 근심이 깨끗이 씻기면서 마치 따스한 햇살 아래 드러누운 것처럼 부드러운 빛이 심신을 감쌌다.
그러자 몸속 9대 성진이 따스한 빛을 내뿜으며 한데 섞이더니 몸 구석구석으로 천천히 퍼지면서 경맥과 혈도, 오장육부를 촉촉이 적시는 것이었다.
잇따른 비무로 내상을 입은 부위도 성진의 힘에 의해 말끔히 치유가 되면서 한층 강인해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뒤늦게 정신을 차린 그는 몸속 변화를 눈치채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 불경에 이런 효과까지 있었네!”
그는 한동안 생각에 잠긴 끝에 청심영신주란 불경이 확실히 몸을 치유하는데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다만 매번 효과를 발휘하기보단 지금처럼 격렬한 대결을 치르거나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았을 때,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항소운은 불경을 제자리에 놓은 뒤, 이번에는 무예의 경지에 관한 책을 펴들었다.
이 책은 무예의 경지에 관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는데, 무인이 마땅히 알아야 할 기본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가령 항소운의 경우 입룡경을 돌파해야 하므로 입룡경의 의미와 돌파 과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성진의 힘을 용의 기운으로 변화시키고, 척추를 근간으로 용의 기운이 모든 골격과 오장육부를 촉촉이 적시면 정신력이 용처럼 강대해진다는 내용이었다.
용의 기운은 성진의 힘과 관련이 있을 뿐 아니라 영혼력과도 깊은 연관이 있었다. 이렇다 보니 두 조건과 완벽히 결합이 되어야 단숨에 경지를 돌파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성진의 힘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야 한 마리 용이 되어 구중천을 제 세상인 양 마음껏 휘젓는 것도 가능했다.
항소운이 장서각에 머문 지도 어언 일주일. 그는 꽤 많은 공적 점수를 쓰고 나서야 그곳을 나왔다.
지난 일주일간 수련을 하진 않았지만 힘은 여전히 강해지고 있었고, 강제로 억제했던 용의 기운도 더욱 응집되어 단단해졌다.
이제는 힘을 억제하지 않고 그저 순리에 맡기기로 했다.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여기서 더 억제해봤자 역효과만 날 뿐이었다.
장서각을 나온 항소운이 옥패를 챙겨 돌아가려는데 문지기 노인이 입을 열었다.
“얘야, 전결이나 전투 기술도 많은데 왜 하고많은 책 중에 그런 책들만 골라본 것이냐? 다른 애들은 쓸모없다며 보지 않는 책이거늘.”
노인은 오랫동안 장서각을 지키며 이곳을 오가는 제자들을 숱하게 봐온 터였다. 다들 이곳에 왔다 하면 곧장 2, 3층으로 직행하여 전결이나 전투 기술에 관한 책을 살펴보았고, 1층에서 고리타분한 고서를 보는 자는 소수에 불과했다.
노인의 질문에 항소운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다른 사람 눈에는 쓸모없을지 몰라도 제게는 아주 유용한 책들이었습니다.”
“음, 무슨 얘긴지 자세히 들려주겠느냐?”
항소운은 잠시 망설이다 천천히 입을 뗐다.
“어떤 책이든 지금까지 전해졌다는 건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책 속에는 옥과 같은 미인이 있고 황금으로 만든 집이 있다는 고시처럼 무릇 책은 사람이 성장하도록 돕죠.
비록 저희는 무술을 닦는 무인으로서 몸을 단련하는 것이 먼저이긴 하나, 마음을 닦는 정신 수양 역시 수반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편히 읽는 책들이 주로 얘기하는 것은 정신 수양으로, 모든 사람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덕목이죠. 우선 심신부터 바르게 다스려야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품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문지기 노인은 잠자코 듣고 있다가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맞다. 요즘은 너처럼 이치를 깨달은 젊은이가 갈수록 줄고 있지. 무릇 책이란 옛 선인들이 남겨놓은 경험의 결정체란다.
누구든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고 과거와 현재의 신비로운 사건들을 이해할 수 있지. 물론 심신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말이야.
이런 이치를 깨달은 자가 있다니 아주 기쁘구나. 앞으로 1층에서 책을 볼 때면 특별히 반값에 해주마.”
“정말요? 감사합니다!”
항소운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지난 열흘간 이곳에서 쓴 공적 점수만 해도 벌써 육만 점에 달해있었다. 물론 아직 여유는 있지만, 그래도 아끼는 편이 훨씬 좋았다.
문지기 노인의 말은 예상치 못한 선물처럼 그를 기쁘게 했다.
노인이 잘 가라며 손짓을 하자, 그는 공손히 인사를 드린 뒤 그곳을 떠났다.
노인은 항소운의 뒷모습을 보며 잠자코 중얼거렸다.
“요즘 같은 세상에 저리 심성이 바른 아이는 확실히 드물지.”
그는 이내 눈을 감고는 다시 천천히 부채질을 했다.
항소운은 곧장 자신의 처소로 향했다. 한동안 폐관 수련을 하며 입룡경을 돌파하기에 가장 적당한 시기를 찾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처소로 향하는 도중, 누군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네가 항소운이냐?”
소녀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항소운은 허리에 손을 얹은 채 자신을 쳐다보는 소녀를 보며 당황한 눈빛으로 물었다.
“그래, 내가 항소운이 맞는데 꼬마 아가씨는 무슨 일로 온 거니?”
소녀는 화장기 하나 없는 순수한 얼굴에 이목구비가 뚜렷하면서도 무척 조화로웠다. 머리에 쓴 봉관(鳳冠)은 화려하게 빛났고, 자마금(紫摩金: 자줏빛이 나는 황금으로, 품질이 가장 좋은 황금을 이른다)으로 만든 옷은 광채를 내뿜는 것이 한눈에 봐도 특등품이었다.
그 덕분에 소녀의 어여쁜 자태가 한층 도드라졌고, 곧게 뻗은 두 다리가 반쯤 드러나 있었다. 거기다 피부는 맑고 투명해서 살짝 대기만 해도 물방울이 스며져 나올 것 같았다. 한 마디로 무척 사랑스러운 소녀였다.
열대여섯 살 정도인데 벌써 어여쁜 용모를 자랑하고 있으니, 장차 천하를 주름잡는 미인이 될 터였다.
언뜻 차림새만 봐도 예사 신분이 아닌 것 같은데, 행동이나 말투마저도 여간내기가 아니었다.
“누구더러 꼬마 아가씨라는 거냐? 난 황소월(皇小月), 낙일 황조의 공주다!”
소녀가 우쭐대며 말했다.
항소운은 당황해서 잠시 멍해졌다.
‘어쩐지 이 부근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라니…….’
낙일 황조는 중앙에 자리한 7대 황조 중 하나였다. 세력이 대단해서 유서 깊은 명문 세가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을뿐더러 지배력은 훨씬 강했다.
황소월이란 이름은 낯설어도, 황천극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는 낙일 황조의 황자 전하로, 용봉 학당의 8대 요물로 손꼽혔으며 용봉방 서열 10위에 오른 강자 중의 강자였다.
싸운 전적은 그리 많지 않으나, 그의 실력을 의심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서열 1위인 소검객 백리일소와 맞붙는다 해도 두 사람 중 누가 이길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그 정도로 저력이 대단한 자인데, 아마도 이 황소월이란 소녀는 그의 동생일 터였다.
“공주 전하, 저는 무슨 일로 찾으신 겁니까?”
항소운이 자세를 낮춰 공손히 물었다.
“내 호위무사가 되어 충성을 맹세해라.”
소녀는 고개를 한껏 들어 올리며 명령조로 말했다.
다른 사람이 이렇게 말했으면 당장 손바닥부터 날아갔을 테지만, 소녀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귀여워 차마 화를 낼 수 없었다.
소녀를 보니 오랫동안 못 본 야조모가 떠올라 절로 골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전하께 충성을 맹세하면, 제게도 이득이 있나요?”
“그렇고말고. 내가 가장 총애하는 호위무사가 되면 용봉 학당은 물론이고 중원에 널리 네 이름을 알리게 될 거다. 누구든 불복종하는 자는 전부 쓰러뜨리는 거야.”
소녀는 천하도 정복할 수 있다는 듯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아, 확실히 좋긴 하네요. 한데 전 무공이 미천해서 아직 입룡경도 못 올랐는데, 어떻게 공주 전하를 보호할 수 있겠어요? 그래도 전천의 경지에는 올라야 전하를 위해 싸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공주 전하, 그러니 지금은 다른 사람을 호위무사로 삼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항소운은 이렇게 말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참 귀여운 아이긴 해.’
“의외로 주제 파악을 잘하는구나. 한데 난 네가 마음에 드느니라. 장차 너를 전천의 경지로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니, 지금은 내 옆에서 대기하도록 해라. 내가 책임지고 돌봐주겠다.”
황소월은 문제없다는 듯 가슴을 탁탁 두드리며 말했다.
“아무래도 전천의 경지에 오른 뒤 공주 전하를 모시는 게 좋을 듯한데요.”
이제는 소녀의 고집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그냥 인사치레로 한 말을 소녀는 찰떡같이 믿고 있었다.
“어림도 없는 소리! 지금 누굴 바보로 아느냐? 그때 가서 어떻게 널 찾는단 말이냐?”
황소월은 버럭 호통을 치더니 뭔가 알았다는 듯 눈동자를 굴리며 말했다.
“오호라, 이제 보니 호위무사가 되기 싫은 게로구나?”
‘다행히 진짜 바보는 아니네.’
항소운은 이런 생각을 하며 씩 웃었다.
“공주 전하께서 이제라도 아셨다니 다행이네요. 그럼 소인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러고는 성큼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내 말을 귓등으로 듣다니, 혼나봐야 정신을 차리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