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377
제377화 네가 먹어
한편, 상공에서 명옥마 괴뢰와 각축을 벌이던 제존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명옥마는 본래 혼태경 정점의 실력이었으나, 괴뢰가 된 후로 무공이 다소 낮아져 혼태경 후기의 힘을 발휘했다.
맞은 편의 제존은 4품 혼태경으로, 그 역시 대단한 고수였다.
주모자는 이 정도 고수면 항소운을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다. 물론 명옥마 괴뢰는 안중에도 없었다.
장소며 고용한 사람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생각했으나, 상황은 점차 이들의 예측을 빗나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제존도 기지를 발휘하여 명옥마 괴뢰를 뒤로 유인하면서 수하들이 항소운을 제거할 시간을 벌어주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수하들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자, 그는 적잖이 당황했다.
‘설마 그놈한테 괴뢰 말고도 다른 수단이 있는 건가? 한데 전혀 싸우는 기세가 느껴지지 않는데?’
이런 생각을 하다 괴뢰에게 주먹을 얻어맞는 바람에 그는 피를 토하며 밀려나고 말았다.
그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뒤쪽으로 빠르게 내뺐다.
명옥마 괴뢰는 상대의 생각을 눈치챘는지 뒤쫓아가지 않고, 항소운이 있는 쪽으로 되돌아갔다.
그 모습을 보며 제존은 항소운이 살아있음을 직감했다. 그렇다면 수하들이 어찌 되었을지는 불 보듯 뻔했다.
‘빌어먹을! 평범한 제존급 괴뢰라더니, 전부 거짓이었잖아! 내 수하들만 아까운 목숨을 날렸어.’
제존은 울화통을 터뜨리다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떴다.
용봉 학당에서 눈치채기라도 하면 그땐 빠져나갈 수도 없을 터였다.
제존이 사라지자, 그제야 항소운도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는 명룡혼주에 지배당한 두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 누가 주모자인지 물었다.
그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얘기는 항소운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제존을 보낸 자는 제림이었고, 또 다른 무리는 풍혹색의 사주를 받았다고 했다.
제림은 그렇다 쳐도, 명색이 용봉 학당의 장로인 풍혹색이 일부러 사람을 시켜 학당 제자를 죽이려 했다는 것이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풍소살이 떠올랐다. 풍혹색…… 풍소살…… 공교롭게도 같은 성씨를 가진 두 사람이 무슨 연관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항소운은 명룡혼주로 목청욱과 왕흠의 정신을 지배한 뒤, 두 사람을 풍소살 곁으로 돌려보내 첩자 노릇을 하게 했다.
그런데 사전에 두 사람이 아무런 귀띔이 없던 걸로 보아, 아마도 이번 일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항소운은 머리를 흔들며 상념을 떨쳐 냈다. 어차피 여기서 고민해봐야 무슨 해답이 나오겠는가. 이 일은 나중에 학당으로 돌아가서 철저히 진상을 밝혀야 했다.
분명한 건 그가 대단한 세력을 가진 두 사람을 적으로 두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된 이상, 하루빨리 무공을 높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혹여 또 무슨 일이 생길까 싶어 항소운은 서둘러 그곳을 벗어났다.
지금은 수사 일행과 헤어진 상태라 임무를 홀로 완수하거나 학당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항소운은 고민 끝에 홀로 임무를 완수하기로 결정했다. 산을 한 바퀴 빙 둘러보다가 입룡경을 돌파하고 학당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물론 운 좋게 용의 액체까지 찾는다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었다.
이호남이 검을 들고 쫓아온 일도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자신이 먼저 약속을 어겼으니 상대가 화를 내는 것도 당연했다.
항소운은 인황 둘을 되돌려보냈다. 지금 동행하는 것보다 필요할 때 부르는 편이 더 낫겠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리하여 항소운은 은자와 함께 숲속 깊숙이 접어들었다.
이곳은 강한 요수들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이라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는 순간, 언제라도 요수의 먹잇감이 될 수 있었다.
다행히 명옥마 괴뢰와 명혼공간이 있어서 긴장됐던 마음도 차츰 안정이 되었다.
사흘 후, 은자는 다시 경지를 돌파했다. 5품 요왕에서 단숨에 7품으로 상승하면서 엄청난 성장세를 보여주었다.
그보다 놀라운 변화는 녀석의 몸이 무서울 정도로 단단해진 점이다.
천둥의 겁을 두 번이나 넘고도 부상은커녕 지친 기색도 찾아볼 수 없었다.
비록 은자가 아주 오래전부터 은광뇌심 속에서 살았다고는 하나, 녀석의 경지가 높아질수록 직면하는 천둥의 겁도 더욱 거세졌다. 어떤 요수든 경지를 돌파할 때면 탈피를 하며 본 모습이 바뀔 수밖에 없는데 어느새 은자는 천둥의 겁을 가볍게 넘는 수준에 이르렀다.
알고 보니 아홉 빛깔 구름을 흡수하면서 녀석의 체질도 크게 강해진 것이다.
은자가 겁을 넘는 바람에 강한 요수들이 몰려들었으나, 항소운은 크게 힘들이지 않고 전부 처리했다.
어느덧 용의 기운은 9푼 9리에 이르러 조금만 더 응집하면 입룡경에 순조롭게 오를 수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급할 것 없이 이곳에서 여러 힘의 장악력을 높이고 용의 기운에 관한 이치를 깨달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정신을 집중하려는데 생전 맡아본 적이 없는 독특한 향기가 전방에서 풍겨왔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향기였다.
은자는 완전히 매료된 듯 향이 뿜어져 나오는 방향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항소운도 하는 수 없이 뒤따라갔다.
잠시 후, 그는 산 중턱에서 요수들이 치열하게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
가만히 가늠해보니 적어도 요황급 이상이었다.
‘설마 저기에 약황이 있는 건가?’
항소운은 이런 생각을 하며 계속 내달렸다.
가까이 다가가니 진홍빛 왕도마뱀과 등에 가시 달린 곰이 격렬히 싸우고 있었다.
두 요수가 눈이 벌게져서 서로 물어뜯고 정신없이 싸우느라 주변은 온통 쑥대밭이 되어버렸다.
주변이 아수라장이 된 것과 달리 유독 한 곳만은 무사했는데, 두 요수가 의식적으로 그곳에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 같았다.
은자는 몸집을 작게 만들어 그곳으로 몰래 들어가더니 잠시 후, 어떤 물건을 입에 물고 밖으로 나왔다.
왕도마뱀과 곰은 단박에 상황을 알아차리고 서둘러 싸움을 멈추더니, 버럭 포효하며 은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항소운은 은자가 가져온 물건이 무엇인지 살펴볼 겨를도 없이 곧장 두 요수의 앞을 막아섰다.
“그렇지 않아도 몸이 근질근질하던 참인데 잘됐네. 자, 덤벼라!”
항소운이 상기된 얼굴로 소리쳤다. 신비로운 흙의 힘을 일으키자, 황토색 빛이 일렁이며 온몸을 감쌌다. 뒤이어 권법을 연달아 날리자, 빛이 뿜어져 나오며 두 요수를 뒤덮기 시작했다.
상대는 3품 요황 정점에 오른 요수들로, 인간족으로 따지면 거의 4품 인황에 육박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항소운은 두려운 기색도 없이 요수들과 힘으로 맞서 싸우려 했다.
왕도마뱀은 꼬리를 사정없이 후려치며 먼지바람을 일으켰고, 가시 달린 곰은 집채만 한 몸통을 뒤흔들며 점점 압박해갔다. 완전히 다른 두 힘이 무서운 기세를 일으키며 항소운에게 돌진했다.
쾅쾅!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주변의 나무가 전부 가루가 돼버리면서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었다.
항소운도 그 충격에 수십 미터를 밀려나고 말았다.
흙의 힘에 관한 이치를 깨닫지 못했더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다시 해보자!”
항소운이 힘차게 기합을 넣자, 몸속에서 흙의 힘이 눈부신 빛을 번쩍이더니 광활한 대지의 힘이 끊임없이 몸속으로 들어왔다. 별안간 전투력이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흙의 힘으로 황급 요수들과 싸운다는 사실이 무척 흥분됐으나, 상대를 제압하기엔 벅차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요수의 협공 속에 그는 수차례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
그는 더는 안 되겠다 싶어 공격술을 바꾸기로 했다. 통찰력을 최대로 발휘하자, 요수들의 움직임이 선명히 보이기 시작했고, 상대의 허점을 파악한 그는 연달아 초식을 날렸다.
마인열습!
분뇌권!
열양칠조!
바람과 천둥, 불의 힘이 뒤섞여 상대를 공격하자, 요수들은 기겁을 하며 비명을 질렀다.
허나, 몸통이 어찌나 단단하던지 이 정도로 치명타를 입지는 않았다.
마침내 그는 수릉 장로에게 전수받은 건곤멸도권을 펼쳤다.
주먹을 내뻗는 순간, 억겁의 세월을 집어삼킨 듯 묵직한 기운이 주변을 감쌌다. 그 엄청난 기세에 두 요수는 흠칫 놀랐다.
일격에 건곤을 뒤집고 온갖 것을 멸한다는 권법이었다.
순간, 9대 성진이 떠오르면서 아홉 빛깔의 힘이 산 전체로 퍼져나가자, 전방의 산이 폭발하며 무너져내렸다.
두 요수는 서둘러 도망치려 했으나, 이미 늦고 말았다. 단단한 몸집을 자랑하는 녀석들이나, 결국 거대한 권력(拳力)을 견디지 못하고 한 줌의 피가 되고 말았다.
근처의 요수들도 혹여 자신에게 피해가 올세라 혼비백산하여 도망치기 시작했다.
항소운 자신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건곤멸도권과 아홉 빛깔 구름의 위력이 대단한 건 알고 있었지만, 전력을 다해 초식을 펼치자 도저히 믿기 힘든 괴력이 발산되었다.
이 권법은 전천구도보다 훨씬 위력적이었다.
취향화(醉香花)!
이것은 아주 영험한 꽃으로, 먹는 순간 술에 취한 듯 몽롱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무인은 이 상태에서 과거에 발생했던 모든 일의 인과관계를 터득하게 되는데, 그 후 무인 앞에는 두 가지 길이 펼쳐진다. 첫째, 몽롱한 상태에서 깨어나 자신의 본심을 이해하게 되고 신념이 확고해지며 통찰력이 높아져 무도의 길이 평탄해진다. 둘째, 영원히 몽매한 상태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진짜 바보가 되고 만다.
이처럼 취향화는 장단점이 극명한 꽃이었다.
은자가 물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취향화였다.
향기가 무척 좋다 보니 특히 요수들이 그 향에 쉽게 매료되었다. 요수가 취향화를 먹게 되면, 지혜가 생겨 요혼(妖魂)이 만들어지거나 혹은 지력을 완전히 상실하여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항소운은 씩 웃으며 은자에게 말했다.
“이건 나한테 필요 없으니까, 네가 먹어.”
취향화라 하면 많은 무인이 탐내는 약초지만, 항소운은 명혼공간이 있고 무구의 혼도 생긴 터라 통찰력에선 그를 따를 자가 없었다. 그에게 취향화는 가치는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계륵 같은 존재여서 차라리 은자에게 먹이는 편이 나았다. 혹 녀석에게 큰 도움이 될지 또 아는가.
항소운이 은자에게 꽃의 효능을 알려주자, 녀석은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취향화를 꿀꺽 삼켰다.
잠시 후 녀석은 술에 취한 뱀 마냥 흔들거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항소운은 다른 요수가 방해하지 못하도록 옆에서 은자를 지켰다.
‘은자가 꼭 성공해야 할 텐데.’
항소운은 걱정과 기대가 섞인 눈빛으로 녀석을 쳐다보았다.
은자가 소백이만큼 강해지길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그에 버금갈 정도로 성장할 거라 믿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소백이가 보고 싶어졌다. 어쩌면 지금쯤 자신보다 훨씬 강해져 있으리라.
당시 소백이는 백호의 계승을 받았고 또 지금은 요수족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성장하고 있으니, 그보다 약할 리가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별안간 은자의 몸에서 은광(銀光)이 뿜어져 나왔다. 외뿔 위로 은빛 천둥이 일렁이자, 뿔이 빠르게 커지면서 한층 날카로워졌다. 그 순간, 요수의 기운이 터져 나오자 은자의 눈동자에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신비로운 빛이 발산되며 전에 없이 총명한 기운을 드러냈다.
은자는 순식간에 사람의 형태로 모습을 바꾸더니 은백색 피부를 가진 아주 잘생긴 소년이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