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382
제382화 용의 액체를 교환?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들도 항소운을 기다리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당용비나 수사도 찾아가 보았으나, 다들 폐관에 들어가서 방문객은 사절이라고 했다. 따지고 보면, 용의 액체를 얻고서 폐관 수련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했다.
용의 액체는 힘을 용의 기운으로 빠르게 전환시켜 단시간에 무공을 높일 수 있었다.
용봉 학당의 제자들은 분초를 다투는 정신으로 수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하루빨리 무예의 경지를 높여 학당 내에서 더 높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함이었다.
한편, 중력 폐관실의 항소운은 용의 액체 아홉 방울을 빠르게 흡수했다.
그러자 용의 액체의 힘이 곧장 9대 성진으로 향하면서 성진의 힘이 용의 기운으로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몸속에서 용이 울부짖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세차게 끓어오르는 힘이 척추를 향해 쉴 새 없이 내달리면서 용의 기운을 한층 강하게 만들었다.
용의 액체는 순도 높은 힘이 응축된 것이라 성진의 힘과 결합되자, 엄청난 위력을 지닌 용의 기운이 생겨나게 되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용의 액체를 아홉 방울이나 흡수하면 1품 입룡경의 무인이 품급을 한 단계 높이는 건 문제도 아니었다.
그러나 항소운의 경우, 용의 기운이 4푼 증가했을 뿐이었다.
입룡경을 돌파하면서 용의 기운을 1할 반까지 응집시켰는데, 이번에 4푼이 늘어나면서 1할 9푼까지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무예의 경지도 1품 입룡경 정점에 오르게 되었다.
용의 기운을 1푼만 더 응집시키면 2품 입룡경에 순조롭게 입성할 수 있었다.
역시 용의 액체는 예사 물건이 아니었다. 입룡경의 무인에게 이만큼 좋은 영액(靈液)이 또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무공이 높아짐에 따라 용의 기운을 응축하는 데 더 많은 힘이 소요되면서 용의 액체도 자연스레 많은 양이 필요할 터였다.
지금은 1품 입룡경이다 보니 용의 액체의 효과가 극명하게 나타났을 뿐이었다.
아직 용의 액체가 많이 남았지만, 그는 서둘러 2품을 돌파하지 않았다.
지금 경지를 단단히 다져놔야지, 급하게 올려봤자 좋을 건 없었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그가 입룡경에 오른 건 꽤나 속도가 빨라서 용봉 학당에서도 이런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항소운은 폐관을 끝낸 후, 용의 액체 외에 이번 여정에서 손에 넣은 물건들을 차례차례 살펴보기 시작했다.
바로 자신을 쫓아왔던 두 무리가 가지고 있던 저축계였다.
저축계를 들여다보던 그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값나가는 물건이 잔뜩 들어있었다.
다만 제존을 잡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 녀석만 잡았으면 수확이 대단했을 텐데 말이다.
만약 제존이 이 말을 듣는다면 한낱 입룡경이 혼태경을 잡을 생각을 하다니 간덩이가 배 밖으로 나온 놈이라며 욕을 퍼부었을 것이다.
일주일 후, 항소운은 폐관 수련을 끝내고 밖으로 나왔다.
어느새 나찰녀가 다가와 그동안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용의 액체를 교환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고요?”
항소운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그는 임무당에서 처소로 돌아온 후, 곧장 폐관에 들어간 터라 사람들이 용의 액체에 흥미가 많은 줄은 모르고 있었다.
학당에서도 용의 액체를 파는데 굳이 자신과 교환할 필요가 있겠나 싶었다.
“네, 우리한테도 사람들이 찾아왔어요. 학당에서 파는 건 한 방울에 삼십만 점이라 값이 꽤 나가긴 해요. 그래서 우리와 맞바꾸려는 거에요.”
나찰녀의 말에 항소운은 잠시 사색에 빠져들었다. 잠시 후, 그가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용의 액체를 이용해 사람들을 우리 패왕군단에 들어오게 하는 건 어때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찰녀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누구든 우리 세력에 들어오는 자에게는 한 방울을 상으로 내리는 거예요. 뭐 적당한 선에서 용의 액체를 더 교환할 수도 있고요.”
가면 사이로 드러난 나찰녀의 눈동자가 잠시 고민에 잠기는가 싶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확실히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겠네요. 한데 그렇게 들어온 사람들이 과연 충성을 맹세할까요?”
“당신 말도 일리는 있어요. 다만 이 한 방울은 우리 세력이 이 정도 힘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수단에 불과해요. 누구든 우리의 기조를 거스르는 자는 그 대가를 똑똑히 치르게 만들 거예요.”
항소운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이 일을 상의해야겠으니 당 형과 문황 누님, 수사를 불러주세요. 다들 별다른 이견이 없으면, 이 방법을 써봐야겠어요.”
나찰녀가 처소를 나설 준비를 하는데, 항소운이 다시 불러세웠다.
“그리고 이 용의 액체는 2호 봉원에 전해주세요.”
나찰녀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별말 없이 용의 액체를 받아들고 자리를 떴다.
2호 봉원.
한신비는 나찰녀로부터 용의 액체를 전해 받고 환한 웃음을 머금었다.
“항소운, 정말 재미있는 녀석이군.”
옆에서 한능상이 물었다.
“소궁주, 그자는 무슨 뜻으로 이걸 보낸 걸까요? 혹시 한천유와 한설유를 거두어줘서 고맙다는 뜻일까요?”
“단지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닐 거야. 그랬다면 이렇게 많이 보내지도 않았겠지. 적어도 십여 방울은 넘어 보이니까.”
봄꽃인 양 환히 웃는 그녀의 모습은 몹시 아름다웠다.
“설마 그 두 사람한테 전해달란 뜻일까요? 그럼 직접 주면 될 것이지, 굳이 소궁주께 전할 필요가 없는데 말이에요.”
한능상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소궁주, 아무래도 항소운은 그들에게 정을 떼지 못했나 봅니다. 그들도 항소운에게 진짜 마음이 동한 것 같고요. 이게 사실이면 곁에 두실 필요 없이 차라리 쫓아버리는 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신비가 냉랭한 얼굴로 꾸짖었다.
“됐다, 이건 네가 넘겨짚을 만한 일이 아니야. 항소운이 용의 액체를 보낸 건 내게 감사하는 뜻도 있지만 동시에 우리가 적이 아니라 친구라는 점을 상기시킨 거지. 물론 두 사람을 잘 부탁한다는 뜻도 있고 말이야. 내게 직접 보냄으로써 세 사람 사이에 직접적인 교류가 없으니 경계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야.”
한신비의 엄한 꾸중에 한능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오히려 한씨 자매에게 앙심을 품았다.
한신비가 한씨 자매에게 몇 방울을 전해주라고 하자, 그녀의 질투심도 극에 달했다.
이날, 1호 용원에서 놀라운 소식이 터져 나왔다.
1호 용원이 ‘패왕군단’이란 세력을 만들었으며, 항소운을 ‘패왕’이라 칭한다는 소식이었다. 현재 당용비와 수사, 나찰녀, 우문황 등이 수하로 있으며 패왕군단에 들어오는 자는 용의 액체 한 방울을 상으로 내린다고 했다. 게다가 특별 가격으로 용의 액체와 다른 물품을 교환할 수 있는 혜택까지 주어졌다. 이번에 모집하는 단원은 열 명으로, 선착순으로 마감된다는 내용이었다.
이 소식에 학당 제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용의 액체는 한 방울에 값어치가 삼십만 점에 달해서 보통 사람은 반년은 고사하고 일 년은 있어야 겨우 살 수 있었다.
그런데 패왕군단이란 세력은 새 단원에게 한 방울을 그냥 준다고 하니 상치고는 제법 후했다. 게다가 특별 가격으로 다른 물품과 맞바꿀 수 있다는 구절에서 용의 액체가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패왕군단? 진짜 진부한 이름이네. 한데 상으로 용의 액체를 준다는데, 설마 사기 치는 건 아니겠지?”
“이렇게 해서 걸출한 인재를 자기 세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건데, 뭐 세력 만드는 게 애들 장난도 아니고 이러다 되려 이상한 놈들만 꼬일걸.”
“스스로 ‘패왕’이라 부르다니, 항소운 그 녀석 보통이 아니네. 아무래도 이번에 도전해서 코를 납작하게 해줘야겠어.”
“난 패왕군단에 들어갈 생각이야. 용의 액체만 있으면 입룡경도 단숨에 오를 수 있대.”
같은 소식을 듣고도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기 달랐다. 새로운 도전에 설레거나 코웃음을 치며 무시하는 자도 있었고, 더러 질투로 눈이 벌게진 자도 있었다.
마음이야 어쨌든 사람들은 1호 용원으로 벌떼같이 몰려들었다.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 용의 액체를 손에 넣는 것이었다. 이후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이미 한 무리의 사람들이 정원에 서 있었고, 나머지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항소운은 눈앞의 열 사람을 찬찬히 훑어보면서 무형의 압박을 가했다.
“왜 우리 패왕군단에 들어오고 싶은지 좌측부터 차례로 대답하십시오. 질문을 통과한 자만 남을 수 있으니, 신중히 대답하기 바랍니다.”
이들 중 대다수가 1품 입룡경이었고 비천경 정점도 더러 있으나 용의 기운을 8, 9푼밖에 응집하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첫 번째 사람이 말했다.
“패왕군단과 함께 대업을 이뤄 우리 용봉 학당의 명성을 천하에 알리고 싶습니다.”
두 번째 사람이 말했다.
“오래전부터 패왕의 무공을 흠모하고 있던 터라 기꺼이 수하가 되어 따르겠습니다.”
다음 사람이 말했다.
“패왕군단은 이름부터 패기가 넘쳐서 꼭 일원이 되고 싶습니다.”
다들 항소운의 비위를 맞추려 듣기 좋은 말만 늘어놓았고, 결국 이들 중 한 사람만 남게 되었다.
여덟 번째 사람으로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했다.
“전 용의 액체 때문에 왔습니다.”
솔직한 대답 때문에 뽑힌 경우였다.
항소운의 결정에 사람들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항소운의 답변은 이러했다.
“이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밝혔는데, 여러분은 그저 뽑히고 보자는 심정으로 이 자리만 어물쩍 넘기려 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지금 태도는 여러분 말처럼 날 존경하는 걸로 보이지 않는데요? 인정하시죠?”
이 말에 사람들은 더 이상 배짱을 부릴 수가 없어서 고개를 푹 숙인 채 떠났다.
곧이어 또 다른 열 사람이 들어왔다.
항소운은 이번에 다른 질문을 던졌다.
“우리 패왕군단에 들어오게 되면 가장 먼저 무슨 일을 하고 싶습니까?”
첫 번째 사람이 대답했다.
“당연히 군단을 위해 공을 세워서 명예를 드높이고 싶습니다.”
두 번째 사람도 대답했다.
“군단을 위해 용의 액체를 더 많이 찾아오겠습니다.”
세 번째 사람이 대답했다.
“본분에 따라 행동하며, 군단의 지시에 일체 따르겠습니다.”
한 바퀴 질문이 돈 뒤, 이번에는 두 사람이 남게 되었다.
한 시진이 흐른 후, 최종적으로 열다섯 명이 남게 되었다.
그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의문을 품었다.
‘열 명만 뽑는다더니 왜 열다섯 명이나 남은 거지?’
항소운은 이들을 후원에 반 시진 동안 머무르게 한 뒤, 다시 나타나 다섯 명을 최종적으로 떨어뜨렸다.
갑작스레 탈락한 다섯 사람은 당연히 불만스러웠다. 어렵사리 질문을 통과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갑자기 탈락이라니 이 무슨 황당한 경우인가.
이때, 항소운이 한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명(余明), 당신은 ‘제맹’ 소속이었던 것 같은데, 언제 제맹을 배신한 거지?”
그 말에 여명이란 자의 안색이 확 변했다. 반론을 해볼까 했으나, 결국 관두고 조용히 자리를 떴다.
“그럼 당신들 세 사람을 탈락시킨 이유도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항소운이 다른 세 사람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러자 그들은 겸연쩍은 얼굴로 서둘러 그곳을 떠났다.
제맹은 아니나, 각자 다른 세력에 적을 두고 있었다. 항소운은 짧은 시간 동안 그들의 내력을 파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