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390
제390화 당신과 바꿀게요
황금인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항소운을 쳐다보았다.
그가 전력을 다해 부상을 치료하고 있을 때, 황금인 십여 명이 날아왔다.
“황자 전하! 황자 전하!”
황금인들은 황금으로 만든 삼지창을 든 채, 귀청이 떠나가라 큰소리로 외쳤다. 상당히 초조한 모습이었다.
잠시 후, 그들은 부상을 당한 황금인의 위치를 파악하고 서둘러 날아왔다.
“가증스러운 인간족! 감히 우리 악다리(鍔多鋰) 황자를 해치다니, 가만두지 않겠다!”
앞장서 달려온 황금인이 부상을 당한 황금인을 발견하고 버럭 화를 토해냈다.
그들의 시선은 어느새 항소운과 당용비를 향하고 있었다.
이때, 악다리라 불린 황자가 입을 열었다.
“긴장할 필요 없다. 저들은 날 구해 주신 분이다.”
황금인들은 그제야 안심한 듯 악다리 곁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예를 올렸다.
자신이 구한 사람이 황금인족 황자라니, 항소운도 놀란 표정이었다.
황금인족은 황자가 단 한 명뿐이라서 황자는 장차 황위에 오를 유일한 존재였다.
수하들이 서둘러 치료약을 건넸으나, 악다리는 부상이 얼추 다 회복되어 일절 받지 않았다. 이 점만 보더라도 회복능력이 상당한 자였다.
항소운이 당용비에게 말했다.
“우린 이만 가죠.”
당용비도 고개를 끄덕이며 항소운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바로 그때, 악다리가 성큼 걸어와 두 사람을 불러 세웠다.
“은인,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악다리는 목소리가 무척 우렁찼는데, 황금인족의 특성 중 하나였다.
항소운은 걸음을 멈추고,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다.
“지금 절 부르신 건가요?”
“그렇습니다, 은인. 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악다리는 가슴에 손을 올리며 공손히 예를 갖췄다. 뒤쪽에 있던 수하들도 서둘러 항소운에게 예를 올렸다.
“황자 전하를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것은 황금인족이 경의를 표하는 방식으로, 그만큼 항소운에게 깊이 감사하고 있었다.
그러자 항소운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사소한 일인데, 감사할 게 있나요. 별다른 일이 없으면,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은혜를 베풀고도 보답을 바라지 않으시다니 인간족에선 흔치 않은 분이시군요. 은인, 괜찮으시다면 저희와 함께 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은인께 제대로 대접을 하고 싶습니다.”
악다리의 갑작스러운 초대에 항소운은 잠시 망설였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저도 황금인족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거든요.”
“은인이 오신다니 저희야말로 영광입니다.”
악다리가 손을 뻗으며 안내하는 동작을 취하자, 항소운은 그를 따라 성큼 걸음을 옮겼다.
당용비는 뭐라 말을 하려다가 결국 입을 다물었다.
당용비는 황금인에게 직접 초대받지는 않았으나, 항소운이 함께 가자며 권유한 덕분에 일행과 합류하게 되었다.
악다리도 별달리 반대하지 않자, 수하들도 잠자코 있었다.
이렇게 해서 항소운과 당용비는 악다리를 따라 황금인 구역으로 향했다.
황금인은 금석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가옥에 살고 있는데, 단순하고 투박하긴 해도 이색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그곳에는 수많은 황금인이 거주하고 있는데, 피부색과 신장에서 인간족과 차이가 있을 뿐 다른 부분은 거의 흡사했다.
그중에서도 독특한 복장이 유독 눈길을 끌었는데, 황금인은 전부 황금 갑옷을 걸치고 있었다. 이 갑옷은 태생적으로 타고난 옷으로 방어 능력을 비롯해 신묘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든 무기는 제각기 형태가 달랐지만, 금강석이란 동일한 재료로 만들어져 있었다.
항소운과 당용비의 등장에 황금인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비록 황금인족과 용봉 학당 사이에 큰 싸움은 없어도 마음의 골은 꽤 깊었다. 자신들의 터전을 빼앗은 인간족에게 좋은 감정이 있을 리 만무했다.
만약 항소운과 당용비 두 사람만 왔다면 포위와 동시에 공격을 퍼부었을 테지만, 다행히 악다리가 있어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었다.
악다리가 두 사람을 데려간 곳은 황금으로 만들어진 으리으리한 돌집이었다. 벽에는 신비한 그림이 그려져 있고, 사방이 금은보석으로 번쩍였다. 정중앙에는 거대한 옥 의자가 놓여 있는데 단순하면서도 화려했다.
“이곳은 제 행궁(行宮)이니, 편히 앉으시죠.”
악다리는 두 사람에게 자리를 권하고는 자신도 옥 의자에 앉았다. 그는 하녀를 시켜 간단히 다과상을 내어오도록 했다.
잠시 후, 하녀가 과일을 들고 왔다. 역시 황금인족이 기르는 과일답게 전부 수박만 한 크기에 황금빛으로 번쩍였으며, 향기 또한 일품이었다.
바로 한 입만 먹어도 힘이 강해진다는 약왕급 황금과(黃金果)였다.
당용비는 절로 군침이 흘렀으나, 항소운이 가만히 있는 바람에 먼저 먹기가 난처했다.
이때, 악다리가 입을 열었다.
“마음껏 드십시오. 여기서는 편하게 계셔도 됩니다.”
항소운은 사양하지 않고 바로 황금과를 집어 들더니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
그제야 당용비도 과일을 하나 들고 먹기 시작했다.
항소운이 장서각에서 읽은 책에 따르면, 황금인족은 대범하고 진실한 성품을 좋아하며 미적거리거나 소심한 자는 업신여긴다고 했다. 책은 많이 읽을수록 좋다더니 역시 틀린 말이 아니었다. 전결이나 전투 기술처럼 무공 연마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진 않더라도 남들이 모르는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악다리는 정신없이 먹는 항소운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황금과를 먹고 나자, 순수한 힘이 온몸으로 퍼지면서 금의 성진에 힘이 가득 채워졌고 그런데도 힘이 넘쳐서 남은 힘은 성해건곤으로 보내졌다.
단순히 힘만 강해진 것이 아니라, 오장육부를 비롯한 육체가 전부 좋아진 느낌이었다.
항소운이 악다리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정말 잘 먹었습니다. 앞으로 황자 전하는 저 항소운의 친구나 다름없습니다. 황금과를 주셨으니, 그 답례로 금련(金蓮)을 드릴게요.”
그는 품에서 금련을 꺼내 악다리에게 건넸다.
악다리는 금련을 보더니 눈을 반짝였다.
황금인은 이 공간을 벗어날 방도가 없어 좀처럼 외부 세계의 자원을 얻을 수 없었다. 금련은 황금인처럼 금의 성질을 지닌 약초로써, 그들이 무척 갈망하던 것이었다.
“은인, 이건 황금과보다 훨씬 귀한 선물인데요!”
악다리가 금련을 받아들며 감격했다.
“선물은 마음이 중요한 법이잖아요. 황자 전하가 이곳에 초대해주신 것만으로도 전 너무 감사한걸요.”
“선물은 마음이 중요하다라, 아주 좋은 말이군요. 이제 은인은 저희 황금인에게 가장 귀한 손님이십니다.”
악다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말했다. 그는 항소운의 호방한 기개에 깊이 탄복한 눈치였다.
항소운이 환히 웃으며 말을 받았다.
“저야말로 영광이죠. 이제는 은인이라 하지 마시고, 편히 항소운이라고 부르세요.”
“좋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악다리는 시원스럽게 대답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전 몸을 회복해야 하니, 우선 수하와 함께 주변을 둘러보시지요. 오늘 밤 연회를 열어 제대로 대접해드리겠습니다.”
그는 하녀를 불러 두 사람을 모시고 주변을 구경하도록 했다.
당용비가 항소운에게 조용히 말을 건넸다.
“소운아, 여기서 멋대로 다녔다간 위험한 거 아냐?”
“형님, 아무 걱정 마세요. 참, 혹시 필요한 물건이 있나 잘 봐두세요. 나중에 교환하면 되니까요.”
황금인 구역에도 각종 거래소가 있었다. 외관이 남루하긴 해도 안쪽에는 금의 힘을 지닌 물건이 무척 많았는데, 그중 상급 물건도 적지 않았다.
당용비는 금의 힘을 수련하는 터라, 물건들을 둘러보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건 황금 초엽(蕉葉)이잖아. 황금 부채를 만들 수 있는 상급 재료야!”
“최상급 금강석도 있네. 어떻게 이렇게 크지? 이 정도면 무기를 십수 개 만드는 것도 문제없겠어.”
“세상에! 이건 황급 황금과잖아. 정말 크다!”
당용비는 금으로 가득한 낙원에 놀러 온 기분이었다. 어느 것 하나 탐나지 않는 게 없어서 전부 가져가고 싶을 정도였다.
옆에서 하녀가 넌지시 말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거든 당신이 가진 등가의 물건과 교환할 수 있습니다. 다만 흔한 것보다는 인간족만이 가진 희귀한 물건을 내놓는 편이 거래가 성사되기에 수월할 겁니다.”
“그렇군요. 그럼 좀 찾아볼게요.”
당용비가 짐을 뒤지고 있는데, 항소운이 금색 액체가 든 작은 병을 꺼내 들었다.
“혹시 이 금진액(金辰液)은 어때요?”
그 순간, 수십 개의 눈동자가 항소운에게 집중되었다.
금진액은 몇 해 전 항소운이 백호 비경(祕境)에서 찾은 영액이었다.
작은 병 안에는 금진액이 적잖게 담겨 있었다. 이 액체는 금의 힘을 수련하는 무인에게 무척 귀한 보물로 여겨졌는데, 장서각의 고서에 따르면 무공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체질을 개선하며 혈맥의 힘을 강화하는 효과까지 있다고 했다.
게다가 갓난아기에게 먹일 경우, 후천적으로 금성지체(金星之體: 금의 성진을 가진 육체)를 만들 수 있다고 하니 실로 대단한 영물이었다.
금진액은 제액(帝液) 중에서도 으뜸이었다.
비로소 금진액의 가치를 알게 된 항소운은 서둘러 마시지 않고, 입룡경 정점에 오를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다만 지금은 황금인이 진금액에 관심을 보이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일순간 뜨거운 시선이 쏟아지며 황금인들은 금진액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항소운도 미처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황금인 하나가 입을 열었다.
“존경하는 인간족이여, 최상급 금강석 백 근과 그 병에 든 액체를 교환하는 게 어떻겠소?”
이때, 다른 자가 서둘러 말을 꺼냈다.
“난 황금 초엽 열 잎을 주겠소.”
“다들 형편없는 것만 내놓는군. 난 금강살무주(金剛煞霧珠)와 맞바꾸겠소.”
키가 무척 큰 황금인이 말했다.
“뭐? 금강살무주? 악오랍(鍔烏拉), 언제 그런 보물을 찾은 거야?”
황금인 하나가 놀라 소리쳤다.
금강살무주란, 금강살무가 매우 짙은 곳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진귀한 구슬이었다.
당용비는 황금인의 대화를 들으며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저것만 있으면 경지를 연속해서 돌파할 수 있을뿐더러 전투력이 급상승하게 된다.
다만 그는 항소운이 어디서 저런 보물을 찾았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좋습니다. 당신과 바꿀게요.”
항소운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악오랍이란 황금인에게 말했다.
악오랍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그럼 금방 가져올 테니, 여기서 기다리시오.”
악오랍은 신이 나서 집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가 걸을 때마다 쿵 하는 소리가 나며 땅이 흔들렸다.
금강살무주가 귀하긴 해도 황금인에게 대단한 가치가 있는 건 또 아니었다.
황금인은 금의 육체를 타고난 데다 금석이나 살무를 음식처럼 먹는 터라 몸속에 금살의 기운이 응집되어 있었다. 금강살무주로 힘을 높일 수는 있어도 금진액처럼 체질을 개선하고 혈맥을 강하게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 보니 금진액은 황금인에게 무척 귀한 보물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두 사람을 안내하던 하녀도 마음이 조급해져 입을 열었다.
“존귀한 손님이시여, 금진액은 황자 전하께도 몹시 귀한 물건이랍니다. 혹시 더 가지고 계시는지요?”
그녀는 항소운이 긍정의 대답을 하길 바라는 눈치였다.
“존경하는 손님이시여, 내 재산의 반을 줄 테니 남는 게 있거든 바꾸는 게 어떻소?”
한 황금인이 말을 꺼내자, 다른 자들도 질세라 서둘러 묻기 시작했다.
그러자 항소운이 난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실은 저도 얼마 없어서요. 황자 전하와는 얘기를 나눠봐야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