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391
제391화 친구긴 해도 그냥 드릴 수는 없잖아요
그 사이, 집에 갔던 악오랍이 되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금강살무주가 들려 있었는데, 강한 금살의 기운이 사방으로 퍼지며 신비로운 기운을 풍겼다.
당용비는 당장이라도 손을 뻗어 낚아채고 싶었지만,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자, 이것이 바로 금강살무주요.”
상대의 손바닥에 놓인 영롱한 구슬을 보며, 항소운은 절로 눈빛이 흔들렸다.
죄혈성의 교환 책자에도 없던 진귀한 물건이 눈앞에 나타나자,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항소운은 서둘러 금진액을 건넨 뒤, 금강살무주를 품에 넣었다.
“존귀한 손님이시여, 고맙소.”
악오랍은 감사의 말을 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금진액을 마시고 혈맥이 새롭게 변화하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항소운은 더 이상 금진액을 다른 물건과 바꾸지 않고, 다른 진기한 물건들을 꺼내 황금인과 교환했다.
그는 그동안 적을 없애며 꽤 많은 수확을 거둬들였는데, 이 많은 물건 중 황금인이 좋아하는 게 한두 개쯤은 있겠다 싶었다.
당용비도 값나가는 물건을 꺼내 자신이 필요로 하는 물품과 맞바꿨다.
그렇게 한차례 거래가 이뤄진 후, 양측 모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되돌아갔다.
항소운과 당용비도 악다리의 행궁으로 돌아왔다.
악다리는 몸이 거의 회복됐는지 혈색이 한결 좋아 보였다.
“금진액이 있으면 진작 말하지 그랬습니까? 저도 당신과 교환하고 싶습니다.”
악다리가 간절한 눈빛으로 말했다.
“하하, 저도 금진액이 황금인에게 그렇게 중요한 물건인지는 몰랐습니다.”
항소운이 씩 웃으며 말을 받았다.
“그냥 중요한 정도가 아닙니다. 금진액은 우리 종족의 혈맥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죠. 더 깨끗이 정제하면, 진짜 거인도 될 수 있단 말입니다.”
악다리의 진지한 표정을 보니, 확실히 예사 물건이 아닌듯싶었다.
“혹 금진액이 더 있으시면, 저와 바꾸는 게 어떻습니까?”
“더 있기는 한데, 황자 전하께서 어떤 물건과 바꾸실지 먼저 봐야겠는걸요. 친구긴 해도 그냥 드릴 수는 없잖아요.”
항소운이 씩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죠. 그냥 주신다 했으면 제가 사양했을 겁니다.”
악다리가 손뼉을 치자, 수하가 물건을 하나둘 내오기 시작했다.
첫 번째 물건은 눈이 부실 정도로 금빛이 번쩍였는데, 지극히 순수한 힘이 일순간 가득 퍼졌다. 이것은 금성정으로, 은자가 자뢰지에서 찾았던 것보다 곱절은 컸다.
“금성정, 인간족의 성인도 필요로 한다는 결정체지요. 어떻습니까?”
“아주 좋네요. 한데 다른 두 물건도 궁금한데요?”
항소운이 싱글벙글 웃으며 물었다.
곧이어 두 번째 물건과 세 번째 물건이 잇달아 올려졌다.
두 번째 물건은 황금 나무의 묘목으로, 팔뚝만 한 크기지만 줄기와 잎이 황홀한 금색 빛을 띠고 있었다.
두 번째 물건을 본 그는 별안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황금 나무 묘목!
이것은 중원 대륙에서도 매우 보기 드문 귀한 나무였다.
금강살무 구역에는 오직 황금인족이 사는 곳에만 종자 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이 나무는 황금인의 뿌리이자 근본이라 신줏단지처럼 모시고 있었다.
일찍이 용봉 학당의 장로 한 명이 이 종자 나무를 훔쳐 가려고 몰래 잠입했는데, 운 나쁘게도 나이가 무척 많은 황금인에게 걸리는 바람에 흠씬 맞아 죽게 되었고 그 후로 아무도 이 나무를 넘보지 못했다.
더군다나 종자 나무는 이미 영성(靈性)이 생겨서 스스로 보호하는 능력까지 있는 터라 아무나 가져갈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악다리가 황금 나무의 묘목을 선뜻 내어놓았다는 건 대단한 성의 표시였다. 항소운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이 묘목을 잘만 키우면, 황금과가 주렁주렁 맺힐 터였다. 물론 과실이 맺힐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테지만 말이다.
마지막 세 번째 물건이 올려지자, 항소운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것은 낡은 비석이었다. 얼마나 오래됐는지 외관이 거무칙칙해서 볼품없어 보였다.
앞선 두 가지 물건과 비교하면 아주 형편없지만, 악다리가 금진액의 대가로 내놓은 걸 보니 그리 단순한 물건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악다리가 입을 열었다.
“황금 나무 묘목이 얼마나 대단한 물건인지는 잘 아실 겁니다. 한데 키우기가 까다로워서 금의 기운이 아주 강한 곳에서만 기를 수 있습니다.”
그는 낡은 비석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 비석은 상고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던 것으로, 인간족의 전투 기술을 기록한 비석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이곳에 두어도 딱히 쓸모가 없는지라 혹시 당신께 도움이 될까 싶어 보여드리는 겁니다.”
항소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세 가지 물건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심장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뛰고 있었다.
금성정의 경우, 지금으로선 그 힘을 흡수할 방도가 없어 당장 사용할 수 없다 해도 거대한 부를 지닌 것이나 마찬가지라 장차 전천의 경지를 돌파할 때 유용하게 쓰일 것 같았다.
황금 나무 묘목은 누구나 갈망하는 귀한 보물로, 한 세력의 저력이 늘어나는 셈이었다. 그러나 꽃을 피우고 과실을 맺기 위해선 수천 년이나 걸렸고 특별한 환경에서만 생장하다 보니 키우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이 점이 고민거리지만, 성해건곤이라면 황금 나무 묘목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돼줄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비석은 찬찬히 살펴보며 어떻게 할지 결정할 생각이었다.
그는 비석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비석에는 인간족의 옛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어렵사리 한 글자씩 읽어나가다 보니 어딘가 모르게 내용이 낯이 익었다.
글자를 처음부터 연결해 읽던 그는 별안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이건 신비로운 고결이잖아!’
낡은 비석 위에 기록된 내용은 수릉 장로가 전수해준 신비로운 고결이었던 것이다.
몇몇 글자는 희미해져 잘 보이지 않지만, 다른 글자를 통해 유추한 결과 그 고결이 틀림없었다.
항소운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황자 전하의 진심은 잘 알겠습니다. 한데 제가 세 가지 물건을 전부 원한다고 하면, 주실 수 있으신지요?”
“이 세 가지 물건을 전부 원한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항소운은 선뜻 금진액이 담긴 용기를 꺼냈다. 악오랍에게 팔았던 것보다 수십 배는 많은 양이었다.
사실 그는 악다리를 위해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설령 상대가 지금처럼 귀한 물건을 내놓지 않더라도 미리 준비했던 금진액을 주며 우애를 다질 생각이었다.
악다리는 흥분한 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정말 많군요!”
“황자 전하, 이 정도면 세 가지 물건과 바꿀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되고 말고요. 이제 저 물건들은 당신 겁니다.”
악다리는 흔쾌히 승낙했다.
외부 사람들의 눈에는 세 가지 물건이 금진액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값어치가 대단하지만, 오히려 황금인족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금진액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귀했다.
혈맥의 힘을 높일 수만 있다면, 이 정도 대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혈맥의 힘이 높아진다는 건 경지가 그만큼 높아진다는 뜻이고, 수명도 덩달아 늘어나게 된다.
제아무리 귀한 보물이라 해도 금진액과 같은 효능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항소운은 악다리에게 금진액을 건넨 뒤, 신이 나서 세 가지 물건을 거둬들였다.
“하하하! 항소운, 당신을 알고 나니 이런 기쁜 일도 생기는군요. 오늘 밤, 두 분을 제대로 대접하겠습니다.”
악다리는 기분이 좋은 듯 호탕하게 웃었다.
“저야말로 영광이죠.”
항소운이 씩 웃으며 응수했다.
“앞으로 좋은 물건을 찾거든 꼭 우리 일족을 잊지 마십시오. 저희가 가지고 있는 거라면, 무엇이든 당신과 바꾸겠습니다.”
“좋아요, 한데 당신들에게 부족한 게 뭔지 잘 몰라서요. 그러지 말고 목록을 만들어주시는 건 어때요? 혹 찾게 되면 나중에 와서 바꾸면 되니까요.”
“좋은 생각입니다. 그럼 목록을 만들어오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따로 당신께 드릴 선물이 있습니다. 제 목숨을 구해주신 은혜를 갚는 것이니, 사양 마십시오.”
악다리는 호탕한 황금인답게 금의 힘을 가진 희귀한 재료를 한 무더기나 답례로 주었다.
눈앞에 놓인 어마어마한 물건들을 보며 당용비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본래 금의 힘을 수련하는 무인이다 보니 누구보다 이 물건들이 귀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제존급 재료도 적지 않아서 이 정도면 혼태경에 오르는 것도 문제없을 것 같았다.
당용비가 이 정도니 항소운이 기뻐하는 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금강살무 구역에서 예상 밖에 엄청난 수확을 거두자, 항소운은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았다.
그는 서둘러 물건을 모조리 거둬들였다.
황금인족 앞에서는 예의상 거절할 필요도 없었다. 사람 사이에 흔한 인사치레도 오히려 작위적이라며 싫어하는 게 황금인의 특성이었다.
밤이 되자, 악다리는 일족을 대거 불러 항소운과 당용비를 위한 연회에 흥을 돋우었다.
악다리는 자리를 빌어 항소운과 당용비를 정식으로 소개하면서, 두 사람은 귀한 손님이니 앞으로 이곳에 와서 수련을 하더라도 절대 공격하지 말고 깍듯이 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항소운과 당용비도 크게 기뻐하며 그동안 아껴두었던 맛 좋은 술을 꺼내 황금인들과 어울려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연회가 끝났지만, 항소운과 당용비는 황금인 구역을 바로 떠나지 않았다.
악다리는 두 사람이 머물 곳을 따로 마련해주었는데, 이른바 귀빈을 위한 특별한 숙소로 언제든지 와서 머물러도 좋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그는 특별히 황금인 여자 두 명을 골라 두 사람을 모시도록 했다.
뜻밖의 제안에 항소운과 당용비는 깜짝 놀라 거절했다. 자신보다 키가 곱절은 큰 여자와 잔다니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
다행히 악다리가 억지로 강요하지는 않아서 두 사람도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이렇게 해서 항소운과 당용비는 잠시 이곳에 머무르게 되었다.
항소운은 금의 힘을 충분히 모은 상태지만, 낡은 비석에 새겨진 구결을 깨닫기 위해선 이곳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
한편, 당용비는 황금인과 맞바꾼 자원을 이용해 2품 입룡경에 오를 준비를 했다.
이때, 항소운이 당용비를 부르더니 금강살무주를 건네며 말했다.
“형님, 받으세요. 이 구슬을 경지 높이는 데 쓰세요.”
순간, 당용비는 너무 놀라 할 말을 잃었다. 아우가 금강살무주를 줄 거라곤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소운아, 난 못 받겠다. 이렇게 귀한 물건을 어떻게 받아? 그리고 너도 이 구슬이 필요하잖아.”
당용비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 바로 거절했다. 만약 항소운이 금의 힘을 수련하지 않았다면 고마워하며 받았을지도 모른다. 한데 아우가 아홉 가지 힘을 동시에 수련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에게 중요한 만큼 아우에게도 무척 귀한 보물일 터였다.
“물론 제게도 도움이 되긴 하겠죠. 한데 생각만큼 큰 효과는 없을 거예요. 더군다나 우리 패왕군단은 지금 한창 발전 중에 있어서 어느 때보다 강력한 존재가 필요해요. 패왕인 저 말고도 수하 중에 강한 조력자가 있어야 하는데, 제가 가장 신뢰하는 형님이 그 역할을 맡아 주신다면 저로서는 큰 힘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