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392
제392화 감히 내 여인을 건드리다니!
항소운의 진지한 태도 앞에 당용비도 금강살무주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소운아, 미력한 힘이지만 앞으로 목숨을 바쳐 충성을 다하마.”
“당 형, 그런 말씀 마세요. 아버님끼리 호형호제하시는데 저희도 친형제나 다름없죠. 우리 함께 강해져요. 아무도 우리를 얕보지 못하게 스스로 지킬 수 있으면 돼요.”
당용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구슬을 가지고 폐관에 들어갔다. 그는 속으로 조용히 생각했다.
‘앞으로 나 당용비는 소운이를 지키는 선봉장이 될 거다!’
혼자 남겨진 항소운은 악다리에게 받은 세 가지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먼저 금성정은 뇌성정과 함께 두고 필요할 때 꺼내기로 했다.
다음으로 황금 나무 묘목은 좋은 토양과 충분한 금의 힘이 있어야 자랄 수 있었다. 악다리가 묘목을 주며 최상급 금강석까지 대거 챙겨준 덕분에 묘목을 심을 수 있는 좋은 토양은 준비된 셈이었다. 그는 묘목과 금강석을 성해건곤에 놓은 뒤, 아홉 빛깔 구름의 힘이 묘목에게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는지 지켜보았다.
잠시 후, 작은 변화가 발생했다.
묘목을 옮겨 심자 생기가 발산되었는데 묘목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했다는 뜻이었다.
항소운은 기뻐서 활짝 웃었다.
“역시 아홉 빛깔 구름은 못 하는 게 없군. 황금 나무 묘목도 자라게 만드니 말이야. 역시 대단한 힘이야.”
그는 특별히 금진액 연못 옆에 묘목을 놓아두었다. 그 옆에는 호살금련 두 줄기도 있었는데, 악다리에게 주었던 금련보다 훨씬 가치가 높았다.
본래 한 줄기뿐이었으나, 아홉 빛깔 구름이 생겨나면서 새롭게 한 줄기가 피어난 것이다. 뒤늦게 자라난 것도 무럭무럭 잘 크는 걸 보니 몇 년 후면 꽃을 활짝 피울 터였다.
황금 나무 묘목은 연못 쪽으로 뿌리를 뻗더니 금진액을 힘차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묘목이 조금씩 자라나면서 금진액도 차츰 줄어들기 시작했다.
항소운은 그 광경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영리하게도 자신에게 어떤 힘이 필요한지 찾고 또 이렇게 빨리 흡수하다니, 참 대단한 나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금진액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
안 되겠다 싶어 묘목을 어디로 옮길까 궁리를 하고 있는데, 가만히 보니 묘목도 이제 양껏 먹었는지 금진액을 더는 흡수하지 않았다.
“어휴, 이 녀석 키우려면 앞으로 금진액을 늘릴 방법부터 생각해야겠네.”
항소운이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녀석이 자라서 탐스러운 과일을 맺으면 금진액 못지않게 대단한 가치를 지닐 터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낡은 비석에 새겨진 글자를 찬찬히 훑어보면서 비석 내용과 수릉 장로가 전수해준 구결을 대조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두 가지는 서로 보완을 이루고 있었다. 수릉 장로가 전수해준 구결 중 불완전한 부분은 비석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고, 또 비석에서 닳아 없어진 부분은 마침 수릉 장로의 구결로 완성할 수 있었다. 이렇게 끼워 맞추다 보니 완벽하진 않아도 비석의 내용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비석의 최상단에는 ‘황(荒)’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이 글자가 누구의 이름인지 아니면 이 신비로운 고결의 명칭인지는 알 수 없었다.
기왕 ‘황’이란 글자가 있으니 당분간은 ‘황결(荒訣)’이라 부르기로 했다.
그렇게 끼워 맞췄어도 황결은 여전히 잔결에 불과했다. 아래쪽이 잘려 나가 뒤에 이어질 내용은 알 수조차 없었다.
비석의 잘려 나간 조각을 전부 모아야 황결의 진정한 의미도 알 수 있을 터였다.
항소운은 황결을 머릿속에 기억한 뒤, 숙소를 나왔다. 마침 주변에는 거대한 산이 있었는데, 살무가 자욱해서 무공을 연마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곳을 감싸는 살무는 무척 예리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보통 사람은 발을 들여놓은 순간, 강한 힘에 갉아 먹히고 말았다.
그런데 항소운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듯 편안한 표정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깊은 명상에 잠겼다. 그는 황결을 읊으며 금의 힘을 느끼려 애썼고, 점차 살무 속으로 깊이 빠져들었다.
항소운은 백호 혼으로부터 힘을 얻은 뒤, 금살의 기운을 갖게 되면서 일반 살기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면역이 생긴 상태였다.
게다가 동굴에서 폐관하며 살무를 흡수한 덕분에 금살의 기운이 한층 강해져서 살무가 짙은 이곳에서도 차분히 정신을 집중할 수 있었다.
금의 힘은 극도로 예리하고 날카로운 힘의 상징이었다. 아무리 견고한 것도 뚫을 수 있는 것이 금의 힘이었다.
날카롭고 예리하며 강인하고 고귀한 것. 이것이 바로 금의 힘이 가진 특색이었다.
살무는 이런 특색을 전부 갖추고 있어 금의 힘을 깨닫기에 완벽한 환경이었다.
항소운은 살무 속에서 차츰 깨달음을 얻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오묘한 힘의 이치를 완벽히 깨닫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는 금의 힘을 제외한 나머지 힘들을 완전히 봉쇄한 뒤, 금의 성진만을 이용해 힘을 일으켰다. 살무에 온몸을 맡기자, 마치 그 일부분이 된 듯 금의 힘이 작은 움직임까지 느껴졌다.
그렇게 칠일 밤낮이 지나고, 어느새 살무와 동화된 그는 점점 더 깊은 깨달음 속으로 빠져들었다.
머릿속에는 황결의 옛 글자가 새벽 종소리 마냥 울려 퍼지면서 깨달음을 더욱 승화시켰다.
별안간 주변의 살무가 그를 중심으로 빠르게 회전하더니 금빛 회오리바람을 이루며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누군가 이 광경을 봤다면,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며 놀라워했을 것이다.
항소운이 자리에서 일어나 양손을 펼치자 그 많던 살무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흙과 금은 완전히 다른 성질의 힘이지만, 특성을 완벽히 파악해야 그 힘을 사용할 수 있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같지. 이게 바로 힘의 오묘한 이치가 아닐까. 언뜻 생각하면 쉬워 보이지만 막상 시작하면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게 깨달음이지.’
‘황결은 건곤과 오행, 음양을 말하는 것 같지만 실은 삼라만상의 이치를 설명하고 있어. 그 덕분에 나도 금의 오묘한 이치를 깨달은 거겠지.’
흙의 힘은 대지 속에 끝도 없이 흐르는 힘을 흡수하여 전투력을 계속 상승시킬 수 있고, 금의 힘은 제아무리 견고한 것도 부술 수 있는 강한 위력으로 상대를 옭아맨다.
항소운은 두 가지 힘의 이치를 전부 깨달았으니, 장차 실전에서 유용하게 쓰일 터였다.
이제 금강살무 구역을 떠날 때가 되었다. 떠나기 전, 악다리 황자에게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행궁에 들렀으나 아쉽게도 황자는 지금 폐관 중이라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그래도 황자는 폐관에 들어가기 전 하인에게 특별히 당부했는데, 항소운이 돌아오거든 작별 인사를 전해달라면서 그를 용봉 학당 구역까지 무사히 데려다주라고 일렀다.
당용비 역시 지금 폐관 수련 중이었다. 한동안 금강살무주의 힘을 흡수하느라 정신이 없을 걸 알기에 구태여 방해하지 않고 홀로 떠나기로 했다.
황금인들의 호송을 받으며 양쪽 경계지역에 이르자, 항소운은 그들을 되돌려보냈다. 그는 혼자 용봉 학당 쪽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일전에 염양 쪽 사람들을 혼내준 터라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무슨 일이 생겼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는 금강살무 구역에서 나온 뒤, 곧장 처소로 향했다.
명색이 한 세력의 지도자인데 계속 자리를 비우면 밑에 수하들도 마음을 잡지 못하고 죄다 흩어질 터였다.
처소 앞에 이르자, 많은 사람이 문 앞에 몰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아 서둘러 안쪽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앞에는 상적풍, 제갈전천, 마기호, 이호남 등이 모여 뭔가를 상의하고 있었다.
항소운이 나타나자, 그들은 크게 기뻐하며 일제히 예를 올렸다.
“패왕께 인사 올립니다.”
“무슨 일이 생겼어요?”
항소운이 사람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패왕, 마침 잘 오셨습니다. 제맹에서 서신을 보내왔는데 어서 보십시오.”
그러면서 제갈전천이 서신을 하나 건넸다.
내용을 읽어내려가던 항소운의 얼굴이 별안간 일그러지더니 손에서 화염이 화르륵 일어나며 서신을 불태워버렸다.
“감히 내 여인을 건드리다니! 아주 겁을 상실했구나!”
항소운이 이를 부득 갈며 소리쳤다.
서신은 누군가 나찰녀를 붙잡아 갔으니 항소운더러 정해진 장소로 언제 나오라는 내용이었다. 제맹은 이 일이 자신들과 무관하며 그저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을 좋은 뜻에서 알려주는 것뿐이라고 했다.
누가 봐도 놈들이 벌인 짓이 자명하나, 그걸 증명할 증거가 없었다.
더군다나 학당 안에서 벌어진 일도 아니라서 학당 측에 하소연할 수도 없었다.
“패왕, 이 서신이 도착한 지 오늘로 벌써 이틀째입니다. 그래서 패왕을 찾으러 가려던 참인데, 마침 때맞춰 오셨군요. 아무래도 이 일은 패왕께서 결정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갈전천이 말했다.
“패왕, 소신이 보기에 이건 함정이 분명합니다. 분명 놈들은 일찌감치 매복을 하고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마기호가 말했다.
“그래도 사람은 구해야지요. 함정인 걸 알지만 다녀올 수밖에 없습니다.”
옆에서 상적풍이 말했다.
항소운은 단원들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다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여러분은 이 일에 관여하지 마세요. 저들은 절 노리고 온 겁니다.”
“패왕,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패왕군단이 만들어지면서 우리도 하나가 된 것 아닙니까? 나찰녀가 어려움에 처했는데 당연히 다 함께 힘을 모아야죠.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생겼을 때, 각자 나서서 처리한다면 군단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제갈전천이 핵심을 꼬집으며 말했다.
“맞는 말입니다. 제맹이 뭐 대수라고 우리가 다 같이 가면 놈들도 어쩌지 못할 겁니다!”
마기호가 호기롭게 소리쳤다.
상적풍과 이호남 등도 함께 가서 나찰녀를 구하겠다며 나섰다.
그들의 모습에 항소운은 적잖이 감동을 받았다. 위기가 닥치자, 비로소 사람들의 진면목이 드러난 셈이었다.
하지만 제맹이 나찰녀까지 붙잡아 그를 학당 밖으로 유인하는 걸 보면 왠지 생각처럼 간단한 일은 아닌 듯했다. 아무래도 제가가 항소운의 존재를 위협으로 느끼고 서둘러 제거하려는 속셈 같았다.
항소운은 감격한 눈길로 동료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나찰녀를 어떻게 구해낼지 다 같이 계획을 세워봅시다.”
그는 단원들을 전부 대청으로 불러 이 일을 의논하기로 했다.
전부 자리에 앉고 나자, 항소운이 거두절미하고 본론을 얘기했다.
“여러분은 잘 모르겠지만, 사실 저와 제맹의 제림은 오랜 숙적입니다. 제림은 작정하고 절 죽일 생각으로 이번 일을 꾸몄을 테니 분명 제존을 비롯한 많은 강자가 매복하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저도 여러분이 이번 일에 개입하는 걸 극구 말렸던 겁니다.”
순간,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제맹과 패왕군단 사이에 단순히 힘 싸움이 벌어지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복잡한 관계로 얽혀 있었던 것이다.
“만에 하나 상대편에 제존이 있다면 이건 쉽게 끝날 일이 아닙니다. 우리도 무공이 약하지는 않지만,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데다 또 외부의 힘을 빌릴 수도 없으니 이대로는 나찰녀를 구하기 힘들 겁니다.”
제갈전천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제맹도 우리처럼 용봉 학당에 수련하러 온 제자일 뿐인데, 어떻게 외부의 힘을 빌린단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