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395
제395화 네가 내 아우를 다치게 했다
그녀는 항소운이 자신을 구하러 왔다는 사실에 크게 감격했다. 그의 말대로 마음을 놓고 나니, 갑자기 정체 모를 공간에 자신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찌 된 영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또한 항소운이 가진 비장의 수단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때, 은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수님, 놀라지 마세요. 여긴 형님의 성해건곤이에요.”
“여기가 소운이의 성해건곤이라고? 그, 그런데 우린 어떻게 들어온 거지?”
나찰녀도 견문이 꽤 넓었으나, 성해건곤에 살아있는 사람을 담을 수 있다는 얘기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나중에 형님한테 물어보세요. 이곳의 아홉 빛깔 구름은 형수님한테도 도움이 될 테니 기회가 될 때 많이 흡수해두세요.”
그러고는 정신없이 아홉 빛깔 구름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때, 바깥의 항소운은 은신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적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말았다.
하화는 나찰녀와 주장틈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명옥마 괴뢰가 등장했다는 것은 항소운이 곧 구하러 온다는 뜻이었고, 실제로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한데 막상 나타난 것은 작디작은 뱀이었고, 그 자그마한 뱀은 주장틈을 야무지게 물어뜯고 말았다.
하화는 은색 뱀의 존재를 진작에 눈치채긴 했으나, 숲에서 기어 나온 요수겠거니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나찰녀를 구하러 왔던 것이다.
명색이 3품 입룡경인 주장틈은 당연히 은색 뱀의 존재를 눈치채고 방비를 했어야 마땅한데 뱀이 갑자기 미친 듯이 날뛰면서 물어뜯는 바람에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다.
하화가 미처 손쓸 틈도 없이 상황은 끝나버렸고, 화가 버럭 난 그는 나찰녀와 뱀을 전부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데 이것마저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여림의 배신으로 정신이 분산되었고, 여림을 죽인 뒤 뒤늦게 장력을 날렸으나 나찰녀와 은색 뱀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였다. 핏자국도 없는 걸 보니 누군가 데려간 것이 분명했다.
“도대체 누구냐!”
하화는 공중으로 날아올라 고함을 쳤다.
주변을 샅샅이 뒤졌으나 사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를 부득 갈며 찾고 또 찾은 끝에 드디어 사람의 기운을 발견해냈다.
그는 빠르게 내달려 눈 깜짝할 사이에 항소운의 머리 위에 도달했다.
“하하! 항소운, 예상대로 왔구나. 이제 꼼짝 말고 항복해라!”
하화는 장력을 응집시켜 손을 훅 뻗었다.
‘젠장!’
항소운은 다급한 나머지 본능적으로 명혼공간을 열었다.
절대적인 실력에서 크게 밀리는 상황에서 명혼공간은 그가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었다. 이걸로도 막을 수 없다면 오로지 죽음뿐이었다.
명혼공간이 열리면서 하화의 공격은 순식간에 약해졌고 사방에서 쇠사슬이 달려 나와 상대의 힘을 무마시켰다.
하지만 명혼공간은 큰 충격을 받았는지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영혼력? 설마 이 녀석 벌써 혼태경에 오른 건가?”
하화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마찬가지로 혼태를 방출했다.
별안간 7층 혼태가 영롱하게 떠오르며 강력한 정신력으로 아래쪽의 항소운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혼태를 방출하자, 그는 즉시 항소운의 상황을 감응할 수 있었다.
“이건 명황족의 명혼공간?”
상대가 놀란 틈을 타 항소운은 명혼공간을 더욱 확대해서 상대를 가둬버리려 했다.
그러나 상대는 항소운의 의도를 눈치채고 코웃음만 칠 뿐이었다.
“네가 어떻게 명혼공간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절대적인 실력 앞에서는 아무 소용 없다. 이제 죽어라!”
그 순간, 7층 혼태가 매우 강력한 영혼력을 발휘하면서 명혼공간을 찍어누르기 시작했다.
그는 직접 무공을 쓰지도 않고 영혼력만으로 항소운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다.
자신감만큼 기세도 대단해서 명혼공간은 7층 혼태의 힘을 버티질 못하고 요란하게 흔들리더니 차츰 갈라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항소운도 머리가 터져버릴 듯 심하게 아팠다.
“귀문족, 나와!”
더는 명혼공간을 지탱할 수 없어 결국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했다.
일순간 눈앞에는 팔천 마리의 귀문이 빼곡하게 등장했다.
귀문족이 등장함과 동시에 수없이 많은 영혼력이 예리한 침이 되어 물결을 이루더니 하화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큰일 났다! 귀문족이야!”
하화가 놀라 소리쳤다.
그는 본능적으로 혼태를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귀문족은 영혼 공격에 가장 능한 녀석들이었다. 한두 마리라면 몰라도 수천 마리가 떼로 몰려들자 하화도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만에 하나 영혼 공격을 받기라도 하면, 자신의 혼태는 끝장이었다.
너무 긴장한 탓인지 그는 귀문족을 직접 죽이면 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영혼 공격이 두려운 나머지 혼태를 보호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만큼 귀문족은 영혼 공격에선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강했다. 무수히 많은 영혼이 하화의 혼태를 향해 쉴 틈 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처음에는 혼태도 잘 버티는가 싶더니 힘이 쉴 새 없이 몰아치자 결국 뚫리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화는 깜짝 놀라 괴성을 지르며 부리나케 도망쳤다.
혼태에 문제가 발생하면, 경지가 순식간에 제존의 경지로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귀문족은 그 뒤를 쫓지 않고, 항소운을 빼곡히 둘러싼 채 서둘러 이곳에서 달아났다.
항소운은 양혼석과 혼천, 무구의 혼을 이용해 명혼공간을 다시 만들기 시작했으나,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다.
‘하화는 분명 다시 돌아오겠지. 명옥마 괴뢰로 동빙 그 늙은이를 막는 것도 이젠 무리일 거야. 아무래도 다른 방도를 생각해야겠어.’
그러다 문득 성해건곤에 있던 유혼화 두 송이가 떠올랐다. 한 송이는 이미 활짝 피었고, 또 한 송이는 빠르게 자라나고 있었다. 전자는 혼천지지에서 가져온 것이고, 후자는 그 후에 자라난 것이다.
현재로선 유혼화를 먹어야만 영혼력이 강화되고 명혼공간을 빠르게 재건해서 자신을 지킬 수 있었다.
활짝 피어난 유혼화는 빠른 속도로 몸속에 흡수되었고, 약력(藥力)이 일어나며 무구의 혼을 촉촉이 적셨다. 무구의 혼은 본래 제존급이었으나, 유혼화의 힘을 얻으면서 영혼력이 빠르게 상승되었다.
명혼공간도 아주 순조롭게 모습을 갖춰나갔다.
무구의 혼과 명혼공간이 회복됨에 따라 혈맥의 힘도 되살아나면서 다시 명영둔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유혼화의 힘을 흡수하고는 서둘러 귀문족을 불러들였다.
귀문족의 공격으로 하화가 겁을 먹고 도망치긴 했으나, 상대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돌아오면 귀문족을 가만두지 않을 터였다.
오랜 시간 함께 지낸 귀문족을 그렇게 희생시킬 수는 없었다.
과연 동빙과 하화가 일제히 쳐들어왔다.
“항소운, 어딜 도망가려는 것이냐!”
그들이 당도하기도 전에 동빙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젠장, 어떻게든 피해야겠다.’
항소운은 품에서 특별한 무기를 꺼내 들었다.
특별한 무기는 바로 환(環)이었다.
환은 명옥마 구역에서 가져온 것으로, 항소운의 육신을 뺏으려 했던 명황 조각상에 들어있던 것이다.
등급이 높은 무기일 거라 예상은 하고 있지만, 아직 진짜 등급은 알지 못했고 예전에는 제대로 다루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제 입룡경에 올랐으니 이 무기를 사용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항소운은 혈맥의 힘을 일으킨 뒤, 손가락을 깨물어 환 위에 피를 떨어뜨렸다.
순간, 무기에서 묘한 기운이 생겨나더니 그 위로 광채가 반짝였다.
그는 환 속으로 힘을 불어넣어 무기를 날려 보냈다. 평범한 무기가 순식간에 도주 수단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달리 다른 방도가 없어 미친 셈 치고 해본 일인데 진짜 기적이 발생했다.
항소운의 힘이 들어가자 환이 맹렬히 회전하더니 그를 데리고 전방을 향해 빠르게 날아올랐다. 순간, 그는 자신의 혈맥과 이 무기가 연결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기 속으로 힘을 쉴 새 없이 불어넣자 마치 환이 신체 일부분이 된 것 같았다.
이게 다 환을 얻을 당시, 명옥마의 피를 마신 덕분이었다. 그 덕분에 명황족의 혈맥이 완벽히 깨어나면서 혈맥과 환이 끈끈하게 이어진 것이다.
뒤에서 쫓고 있던 동빙과 하화는 항소운이 나는 듯 빠르게 사라지자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이었다.
‘저건 성급(聖級) 무기잖아!’
동빙과 하화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더니 다시 전속력을 다해 뒤쫓기 시작했다.
항소운도 힘에 한계가 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체력이 부쳤다. 혈맥의 힘을 계속 끌어내지 못하면, 환으로 비행을 계속할 수 없었다.
지금은 어떻게 적들을 따돌린다 해도 완벽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 힘이 떨어지면 언젠가는 적들에게 붙잡히고 말 터였다.
‘상적풍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설마 이렇게 죽는 건가?’
마음속 깊이 절망감이 밀려왔다.
하나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아직 못다 이룬 꿈도 있고 제림과 하운석 두 배신자를 처단하지도 못했는데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그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성해건곤에서 아홉 빛깔 구름의 힘을 꺼내어 전부 환으로 집중시켰다.
그러자 다시 활기를 되찾은 환이 무서운 속도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번개처럼 빠른 속도에 주변의 사물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감탄도 잠시, 환이 필요로 하는 힘은 엄청나서 아홉 빛깔 구름의 힘도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갈되고 말았다.
별안간 환이 멈춰 섰고 그 순간, 그는 환과 함께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은자야!”
그는 다급한 나머지 은자를 불러냈다.
은자는 몸을 흔들며 거대한 뱀으로 모습을 바꾸더니 그 위에 항소운을 가볍게 태웠다.
항소운은 이대로 안심할 수 없다는 듯 은자를 계속 전진하도록 했다.
뒤쪽을 감응해보니 동빙과 하화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제 안전한 건가?”
적이 보이지 않아 안심이 되면서도 좀처럼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황량한 산 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가만히 가늠해보니 이미 얼사령을 벗어난 상태였다.
그제야 마음이 놓인 그는 은자를 타고 아래쪽으로 내려가 안전한 곳에 몸을 숨겼다.
그는 나찰녀도 불러냈다. 바깥세상으로 나온 그녀는 힘없이 서 있는 항소운을 품에 꼭 안았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그를 조용히 안아주었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짙은 남성의 향을 느끼며 그녀는 스르르 마음을 놓았다.
항소운도 그녀가 이번 일로 무척 놀랐을 거란 생각에 가만히 등을 쓰다듬었다.
“이제 안전하니까, 아무 걱정 마요.”
“다시는 당신을 못 보는 줄 알았어요.”
나찰녀는 항소운의 품에서 나와 추한 가면을 벗더니 꼭꼭 숨겨두었던 아름다운 얼굴을 드러냈다. 그녀는 항소운의 두툼한 입술에 가만히 입술을 포갰다.
입술 너머로 촉촉하고 달콤한 감촉이 전해져 현재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는 사실마저 잊게 했다.
나찰녀는 이번 일로 크게 놀라서인지 아니면 그에게 완전히 마음을 연 것인지는 몰라도 정신없이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서툰 동작 탓에 입술이 아팠으나 항소운은 전혀 아랑곳 않고 황홀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이런 미인이 품에 안겼는데 이대로 끝내자니 못내 아쉬웠다.
그는 그녀를 품에 꼭 안은 채 부드러운 가슴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따뜻하고 풍만한 감촉이 손끝에 닿자 도저히 동작을 멈출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