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405
제405화 그게 다예요
웃는 승려 원소도 맞장구를 쳤다.
“정색들 하기는……. 이 녀석더러 앞장서라고 하면 되지 않겠나.”
도귀는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 시원스럽게 말했다.
“대인들, 잠깐만요. 우선 제 말부터 들어보세요. 그곳은 용봉 산맥에 있는데 주변에 독 장벽이 있어서 아주 위험한 곳이에요. 보통 사람은 접근조차 못 할 곳이라고요. 게다가 그 안에 대인이 말씀하신 곳이 있는지도 아직 확실치 않아요. 한데 다른 사람도 그곳을 노리고 있더라고요.”
“그게 무슨 소리냐? 설마 용봉 학당 쪽에서 알아차렸다는 것이냐?”
도귀가 소스라치게 놀라 물었다.
“그건 아니고 학당의 누군가가 그곳을 발견했어요. 그자는 자신의 가문까지 끌어들여 독 장벽을 없애고 신지를 차지할 속셈이에요.”
항소운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가 굳이 이런 얘기를 꺼낸 이유는 3대 악인과 자릉종 사람들이 정면으로 맞붙길 바라서였다.
그곳에 신지가 정말 있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일단 충돌이 발생하면 학당 쪽에서 알게 될 테고, 그 뒤의 일은 맡겨두면 될 일이었다.
“젠장, 눈독을 들이는 놈이 있었다니! 안 되겠네. 당장 가서 그곳이 신지가 맞는지 확인부터 하세.”
도귀는 안달이 난 표정이었다.
“나도 찬성이야. 확인하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니 우선 가보세.”
원소도 옆에서 거들었다.
“도귀, 흥분하지 말고 냉정해야 해요. 만약 용봉 학당 놈들한테 걸리기라도 하면 우리도 무사하긴 힘들 거에요.”
요교교가 차분하게 말했다.
“어쨌든 가서 확인부터 해보자고.”
도귀가 말했다.
“알겠어요. 항 동생, 어서 가자.”
요교교가 항소운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이제는 항소운을 동생이라고 부르는 그녀였다. 한층 다정해진 말투에 항소운은 또다시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그녀는 애교가 몸에 배어 있어서 끼가 보통이 아니었다.
‘언젠가 내 무공이 널 뛰어넘으면, 그땐 널 꼼짝도 못 하게 만들어주마. 어디 그때도 지금처럼 아양을 떠나 보자.’
항소운은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해서 그는 3대 악인을 데리고 용봉 산맥으로 향했다.
세 사람은 학당 소속이 아니다 보니 산을 통과해서 가는 수밖에 없었다.
용봉 산맥은 요수가 무척 많았고, 대부분이 무리를 지어 살고 있었다. 항소운은 입학시험을 볼 때, 깨나 고생한 터라 처음에는 잔뜩 긴장했다. 그러나 3대 악인과 함께 가니 몇 배는 수월해진 느낌이었다.
요교교는 가는 내내 항소운 곁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녀의 보드라운 살결이 시시각각 자극하는 바람에 그는 또다시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욕정을 참고 또 참다 보니 의도치 않게 의지력을 단련하고 있었다.
이제는 절세의 미인이 나타나 눈앞에서 옷을 벗는다 해도 유혹을 참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의지력이 강해진 상황을 기뻐해야 하는지 아니면 한탄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행복하면서도 괴로운 묘한 감정이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악인과 자릉종 사이에 싸움을 붙일 수 있을까 고민에 빠졌다. 그렇게만 된다면, 악인들의 손을 빌려 자릉종을 처리할 수 있었다.
며칠 후, 마침내 그들은 독 장벽 부근에 도착했다.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3대 악인은 전방에서 여러 기운을 느꼈다.
“자, 그럼 상대가 어떤 놈들인지부터 파악하고 행동을 시작하죠.”
요교교가 입을 열었다.
“파악은 무슨, 그냥 당장 가서 죽여버리자고. 그래야 놈들이 허튼수작을 못 부리지.”
도귀는 이러면서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
“도귀, 그러다 용봉 학당이 이곳을 알게 되면 어쩌려고 그래요?”
요교교가 불만 섞인 표정으로 쏘아붙였다.
“그럼 어떻게 하자고?”
“우선 이곳이 우리가 찾던 곳이 맞는지 확인해야죠. 그러고 나서 전방에 있는 놈들의 정체를 파악하고 독 장벽의 상태를 살핀 다음, 행동해도 늦지 않아요.”
요교교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교교 말이 맞아. 이 일은 성급하게 처리해선 안 된다고. 만약 이곳에 진짜 신지가 있다 해도 섣불리 행동해선 안 돼.”
원소가 말했다.
“알겠네. 그럼 내가 몰래 가서 살펴보고 오겠네.”
도귀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다들 이런 일엔 영 소질이 없잖아요. 이 일은 제게 맡기세요.”
그녀는 큰 나무 뒤로 걸어가더니 곧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놀랍게도 요염하던 젊은 여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차가운 인상의 귀부인이 서 있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눈빛과 위압적인 기세에 똑바로 쳐다볼 수도 없었다.
‘둔갑술에 능하다더니 정말 대단하구나.’
항소운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요교교는 그를 향해 눈을 찡긋하더니 허리를 꼿꼿이 편 채 앞쪽으로 당당히 걸어갔다.
“이놈들, 지금 여기서 뭣들 하는 게냐?”
그녀는 독 장벽 근처에 있던 무리를 향해 호통을 쳤다.
그들은 자릉종의 인질구가 이끄는 무리로 며칠 전, 서린충에게 쫓겨 도망갔으나 이곳이 자신들이 찾던 곳이 맞는지 확인할 요량으로 다시 돌아왔다.
잔뜩 긴장하고 있던 그들은 요교교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한눈에 봐도 지체 높은 귀부인이 나타나자, 그들은 상대가 용봉 학당의 장로가 아닐까 추측했다.
이때, 인질구가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저희는 요수 사냥단으로 이곳에서 요수를 잡고 있었습니다. 한데 부인께선 무슨 용무라도 있으신지요?”
“흥, 누굴 바보로 아느냐? 너희처럼 무공이 강한 자들이 기껏 요수나 잡고 있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요교교는 코웃음을 치며 다시 역정을 냈다.
“부인과는 상관없는 일이니, 그만 가던 길을 가시지요.”
인질구가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무척 중요한 일이다 보니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고선 비밀에 부쳐야 했다.
“허허, 여기는 우리 용봉 학당이 관할하는 곳이거늘 외지에서 온 녀석들이 되려 주인 마냥 당당하구나. 지금 우리 용봉 학당과 척을 지겠다는 것이냐?”
요교교는 차갑게 웃으며 으름장을 놓았다.
요교교가 용봉 학당의 장로인 척 위장하고 나타나자, 자릉종 사람들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중에는 뒤탈이 걱정된 나머지 요교교를 잡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인질구는 그런 의견을 무시하고 전부 이곳에서 물러날 것을 명령했다.
그는 이곳의 독 장벽이 얼마나 무서운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전천 경지에 이른 절세의 고수가 나서지 않는 한, 그들의 능력으로 신지를 찾아내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은 일보 전진을 위해 후퇴할 때였다. 우선 이 귀부인의 의심에서 벗어나 문파에서 사람을 보내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자릉종 사람들이 전부 물러가고 나자, 요교교는 이곳 상황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 그녀는 도귀와 원소가 있는 쪽으로 되돌아왔다.
“앞쪽은 서린 독 장벽으로 둘러싸여 있어요. 안쪽에는 독성 생물이 가득해서 들어가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겠는데요.”
“여기가 우리가 찾던 곳이 맞아? 혹시 잘못 안 거 아냐?”
원소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항소운은 도귀에게 받았던 지도를 품에서 꺼냈다.
“전 대인이 주신 지도대로 찾았을 뿐이에요. 지도가 찢어져 있다 보니 정말 이곳이 맞는지는 저도 확신할 수 없어요.”
도귀는 항소운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다른 악인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럼 함께 가보세.”
그러고는 독 장벽 쪽으로 앞장서 걸어갔다. 도귀는 서린독이 무섭지도 않은지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도귀, 지금 제정신이야?”
뒤따라가던 원소가 놀라 소리쳤다.
아무리 무공이 강하다 해도 아직 전천의 경지도 아닌데 무턱대고 독 장벽 안으로 들어갔다가 무슨 화를 자초하려고 저런단 말인가.
“도귀는 노독물(老毒物)과 오랜 친구 사이잖아요. 어쩌면 노독물한테서 좋은 물건을 받았을지도 모르죠.”
요교교가 도귀의 뒷모습을 보며 잠자코 말했다.
과연 도귀는 입속에 단약을 물고 있었다. 그것은 백 가지 독을 해독할 수 있는 알약으로, 이것 덕분에 서린독도 두렵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서린충이 떼를 지어 나타나는 바람에 도귀도 꽤나 애를 먹었다.
한 시진 후, 도귀가 밖으로 뛰쳐나오며 버럭 호통을 쳤다.
“벌레집 말고는 아무것도 없잖느냐! 네 이놈, 날 엿 먹인 것이냐!”
그는 어느 틈엔가 항소운 앞에 나타나 마른 손바닥으로 상대의 목을 바짝 움켜쥐었다. 순간, 항소운은 숨이 멎는 기분이었다.
“도귀, 내 남자는 건드리지 말랬죠!”
요교교가 버럭 소리를 치며 도귀를 향해 손바닥을 뻗었다.
도귀는 감히 그녀를 적으로 돌릴 수 없어서 항소운을 놓아주며 공격을 피했다.
“요교교, 설마 이 녀석한테 진짜 마음이 있는 건 아니지?”
도귀가 입을 뚝 내밀며 물었다.
“맞아요, 난 이 아이가 마음에 들어요. 그러니까 함부로 대하지 말라고요.”
요교교가 기다렸다는 듯 응수했다.
“알았어, 안 건드리면 될 거 아냐. 대신 이 녀석도 마땅한 대가는 치러야 할 거야. 그렇지 않고선 나도 이대로는 못 넘어가지.”
도귀가 입을 비죽이며 웃었다.
“교교, 아무래도 이 일은 확실히 하고 넘어가는 게 좋겠어. 이 녀석한테 무슨 꿍꿍이가 있을지 모르잖아.”
잠자코 있던 원소가 한마디 거들었다.
“전 진짜 대인들을 속이지 않았어요. 대인들이 찾는 곳은 독 장벽 바로 밑에 있다고요.”
항소운이 확신에 찬 어투로 말했다.
“그걸 어떻게 장담할 수 있지?”
도귀가 물었다.
“제가 흙의 힘을 통해 직접 감응했으니까요.”
행여나 수사가 연루될까 봐 심보서가 찾았다고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허허, 그게 다란 말이지?”
원소가 묘한 웃음을 흘리며 물었다.
상대에게 모든 것을 간파당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끝까지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다.
“네, 그게 다예요.”
항소운은 몸의 긴장을 풀고 흙의 성진의 힘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발밑에서 광활한 대지의 힘이 느껴지면서 점차 대지와 물아일체를 이루었다. 순간, 자신이 이 땅에 뿌리를 내린 나무나 거대한 산처럼 느껴졌다.
문득 그는 알 수 없는 힘이 자신과 대지의 융합을 막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꼈다. 이 때문에 전방의 흙의 힘도 감응할 수 없었다.
3대 악인은 항소운의 변화를 지켜보며 놀라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객관적인 무공이나 세상 만물에 대한 깨달음은 항소운을 월등히 뛰어넘지만, 그들은 저만한 나이였을 때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깨달음도 비루하기 그지없었다.
무엇보다 항소운의 힘에 대한 깨달음이 무척 높다는 사실이 그들을 당황하게 했다.
혼태경에 올라야 대지와 완벽한 융합을 이룰 수 있는데, 항소운은 이제 막 입룡경에 오른 녀석이 벌써 그 수준에 올라선 것이다.
그는 ‘난무’라는 초식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기운의 흐름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했고, 또 ‘황결’이란 초식을 통해 깊은 통찰력을 갖추게 되면서 남다른 행보를 걷게 되었다.
“독 장벽 밑에서 힘이 뭔가에 막히는 걸 보니 분명 이 밑에 뭔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지도에서도 신지가 그곳에 있다고 말하고 있고요. 이래도 대인들께서는 제 말을 못 믿으시겠어요?”
“하하, 널 믿으마.”
도귀가 큰소리로 웃어젖혔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지금 당장 땅 밑을 파보면 되겠군.”
원소가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방금 얘기 못 들었어요? 지금 그곳은 어떤 힘에 막혀 있다잖아요. 우리 실력으로 그곳을 여는 건 어림도 없어요. 게다가 다른 놈들까지 눈독을 들이는 상황이니,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편이 좋겠어요.”
요교교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