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408
제408화 뭐 이런 이상한 데가
항소운이 이 소식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기뻐할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이로써 그의 계획은 성공한 셈이었다.
현재 그는 정체 모를 장소에 와 있었다.
그가 건곤대를 뚫고 도망칠 수 있었던 건 환(環)이란 무기 덕분이었다.
환에 아홉 빛깔 구름의 힘을 불어넣었더니 건곤대를 단숨에 찢고 동시에 결계까지 뚫으면서 3대 악인이 그토록 바라던 신지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하나 항소운은 이곳이 신지라는 걸 알지 못했고, 그저 어두컴컴한 암흑 세상처럼 느꼈다.
주변도 어둠에 묻힌 건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방향 감각마저 상실했다. 끝도 없는 어둠에 둘러싸인 채 덩그러니 감옥에 갇혀 있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아직까지 침착함은 잃지 않고 있었다. 그는 명혼공간을 열어 주변 상황부터 파악하기로 했다.
그런데 명혼공간을 열어도 여전히 끝도 없는 어둠만 보일 뿐, 다른 것은 찾을 수가 없었다.
‘뭐 이런 이상한 데가 다 있어!’
기껏 도망쳤는데 결국 이런 괴상한 곳에 떨어지다니 가슴이 꽉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품에서 야광주를 꺼냈다. 그래도 이거라면 빛을 밝혀줄 것 같았다.
한데 야광주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야광주는 어둠의 힘에 잠식되어 금세 동화되고 말았다.
“야광주도 소용이 없다는 건가…….”
절망스러운 상황이었다. 다시 환을 이용해 어디로든 가볼까 생각했지만, 그러다 더욱 끔찍한 곳에 떨어질까 봐 겁이 났다.
지금으로선 그저 천천히 주변을 더듬으면서 출구를 찾는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눈이 이곳의 어둠에 차츰 동화되면서 돌연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마치 눈이 멀은 듯 눈동자는 빛을 잃고 까맣게 물들어갔다.
“말도 안 돼! 눈이 안 보이다니, 이건 말도 안 된다고!”
항소운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발버둥을 쳤다. 어떻게든 현 상황에서 벗어날 요량으로 눈을 크게 뜨고 모든 힘을 눈에 집중시켰다.
그러나 모든 것이 허사였다. 그는 끝도 없는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고, 이제는 눈마저 어둠에 잠식당하고 말았다.
그는 완전히 넋을 잃고 말았다.
다시는 사랑하는 사람과 친구 같은 형제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끝도 없는 두려움과 절망이 밀려왔다.
“으아아아아악!”
항소운은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며 힘을 전부 발산했다. 9대 성진이 일제히 깨어나고 용의 기운이 사납게 울부짖으며 분노의 감정을 고스란히 터뜨렸다.
그러나 이렇게 해도 어둠에 잠식된 눈은 깨어날 기미가 없었다.
마지막 희망의 불씨마저 사그라드는 느낌이었다. 순간, 인생이 덧없이 느껴지며 아무런 희망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이대로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 자신의 숙명일지도 몰랐다.
어느새 그의 기운은 죽은 사람 마냥 잠잠해졌다.
그 후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하루, 이틀, 아니면 한 달, 어쩌면 일 년이 흘렀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시간은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용봉 학당.
제림은 인질구 등이 전멸했다는 소식을 듣고 침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럴 수가!”
그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포효를 내질렀다.
“동빙과 하화의 보고에 따르면, 죄혈성에서 넘어온 악인 셋이 저지른 짓이라는군. 놈들도 그곳을 노리고 있었던 거야.”
제상이 말했다.
“건방진 놈들!”
제림은 이를 부득 갈았다.
“이제 어떻게 할까? 소문이 쫙 퍼져서 그곳을 노리는 놈들이 한둘이 아닐 텐데, 계속 계획대로 진행할 거야?”
제상이 물었다. 비록 형제 사이긴 해도, 제림의 위상은 훨씬 높았다.
“형님, 아버지께 이 일은 그만 포기하자고 말씀드리세요. 전 스승님께 그곳에 관한 얘기를 여쭤볼게요. 이번 일에 대해 지금까지 아무 말씀이 없으신 걸 보면, 학당 측에선 일찌감치 그곳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이런 소란이 났어도 잠자코 있는 걸 보니 어쩌면 신지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고, 그저 함정일지도 몰라요.”
제림은 한숨을 푹 쉬며 말을 이었다.
“참, 항소운 그놈은 어떻게 됐어요? 나찰녀가 돌아왔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주장틈이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어요.”
“주장틈은 벌써 죽었어. 항소운은 아직 살아있고.”
제상이 분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동빙, 하화는 대체 뭘 했대요?”
제림이 벌컥 화를 냈다.
“두 사람을 탓할 수도 없는 게 항소운 그놈이 어디서 조력자를 데려와서 동빙, 하화조차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니까.”
“항소운한테 조력자가 있다고요? 설마 항양전 그 늙은이가 손을 써둔 건가?”
제림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놈이 벌써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니, 이대로 놔뒀다간 장차 자릉종에 큰 후환이 될 게 분명해요. 놈이 돌아오면 제게 말해주세요. 이번에는 기필코 사생결단을 내야겠어요.”
신지에 관한 이야기는 널리 퍼져나갔다.
크고 작은 수십여 개의 세력들이 이곳 용봉 산맥으로 몰려들었다.
그중 적잖은 사람들이 서린독과 서린충에게 당했고, 신지를 열겠다며 통로로 들어갔던 자들도 결국 반탄력을 견디지 못하고 부상을 입거나 죽고 말았다.
그렇게 한 달이 흘렀으나, 이들 중 결계를 뚫고 신지에 들어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여러 세력과 문파가 전천 경지의 성인까지 모시고 나서자, 용봉 학당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용봉 학당에서 전천 경지의 장로가 나타나 모든 세력을 두려움에 떨게 했고, 아울러 이곳은 용봉 학당이 무공 단련을 위해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한 곳이니 누구든 이 규율을 깨는 자는 이유를 막론하고 죽이겠다고 했다.
그제야 사람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신지란 용봉 학당이 탐욕스러운 사람들을 벌주기 위해 만들어놓은 덫일 뿐이었다. 어쩐지 잠자코 있더라니, 실은 진작부터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을 만들고 있었다.
여러 세력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며 용봉 산맥을 하나둘 떠났고, 신지를 찾겠다던 생각도 완전히 사라졌다.
3대 악인도 이 소식을 접하고, 조용히 모습을 감추었다.
한편, 용봉 학당 깊숙한 곳에서는 태상 호법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역시 따끔히 혼내지 않으면 말을 듣지 않는다니까. 감히 신지를 찾을 생각을 하다니, 아주 단단히 돌았지.”
금색 옷의 노인이 한바탕 비웃고 나자, 자줏빛 머리칼의 노인이 말을 받았다.
“벌써 이게 몇 번째야? 매번 새로 제자를 들이고 나면 꼭 무슨 일이 생기잖나. 이건 다른 세 학당에서 벌인 짓이 분명해. 어떻게 해서든 우리 학당을 뒤흔들어서 제자들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들려는 수작이지. 거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사람들이 왜 아직도 못된 심보를 버리지 못할꼬.”
“이번에 혼쭐이 났으니 앞으로는 다들 조심할 겁니다. 그건 그렇고, 초급 용봉 전장을 열어 제자들의 무공과 기연을 시험해야 하지 않을까요?”
중년의 남자가 말했다.
“초급 용봉 전장이라면 적어도 입학하고 5년 뒤 치르는 게 가장 좋잖아요. 지금은 시기상조 같은데요.”
젊은 부인이 말했다.
“그건 그렇지만, 이번에 다른 세 학당에서 임시로 규정을 바꿨잖은가. 10년은 너무 길다면서 5년마다 대결을 치르기로 말이야. 지금 초급 용봉 전장을 열지 않으면, 제자들의 무공을 빠르게 성장시키기 힘들 텐데 앞으로 3년 뒤, 다른 세 학당과의 대결에서 밀리면 우리 용봉 학당은 최하위로 몰락할지도 몰라.”
중년의 남자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이 일은 서둘러서 좋을 게 없어. 한순간의 영광을 위해 우리 아이들의 기본을 망가뜨릴 수는 없지. 그러지 말고 4년째 되는 해 전장을 열어서 아이들이 마지막 전력투구를 하도록 돕는 게 어떻겠나. 그렇게 했는데도 다른 학당과의 대결에서 진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자줏빛 머리칼의 노인은 이렇게 얘기를 마무리 짓고는 문득 무슨 생각이 났는지 좌중을 둘러보며 물었다.
“그건 그렇고, 그 아이가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아는 사람이 있나?”
“얼마 전에 임무를 받고 얼사령에 갔다고 들었습니다. 수하로 두고 있는 두 녀석은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왔는데, 그 아이는 아직 안 돌아왔답니다.”
누군가 말했다.
“이봐, 자네 아직도 그 아이를 욕심내고 있는 건가? 이젠 마음 접을 때도 되지 않았어? 듣자 하니 이미 아홉 가지 힘을 수련하게 됐다더군. 어쩌면 진짜 기적을 만들어낼지도 몰라.”
금색 옷의 노인이 말했다.
“저도 그 얘기는 들었습니다. 그 후로 황금인 구역에 가서 그곳의 귀빈이 됐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중년 남자의 말에 자줏빛 머리칼의 노인이 말을 받았다.
“이게 다 수릉 장로께서 힘쓰신 덕분이지. 아무튼 그 녀석이 돌아오면 진짜 아홉 가지 힘을 전부 수련하게 됐는지 확인도 해볼 겸 한 번 만나야겠군.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 네 사람이 힘을 합쳐 그 아이를 장차 우리 학당을 이끌어갈 기둥으로 양성해야 하네.”
이때, 젊은 부인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최근에 아랫사람이 보고를 해왔는데 그 아이가 용봉 산맥으로 돌아왔대요. 죄혈성의 악인 셋과 함께 있었는데, 그들에게 협박을 당해서 독 장벽까지 같이 간 모양이에요. 그 후로는 깜깜무소식이래요.”
“뭐? 왜 이제야 그 얘길 하는 게야?”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난색을 표하자, 젊은 부인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동안 제자들의 일에는 일절 관여하지 말자고 하지 않았어요? 나무처럼 비바람도 맞고 폭풍도 겪어봐야 더욱 단단하고 강인해져서 장차 큰 성취를 이룬다고 말이에요. 그래서 저도 굳이 관여하지 않았죠.”
“아이고, 그 아이는 수릉 장로께서 친히 가르친 녀석이 아닌가. 만약 그 아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분께 어찌 말씀드린단 말인가. 이럴 게 아니고 어서 사람을 보내 그 아이 소식을 알아 오게. 정 못 찾겠으면, 그 악인들이라도 잡아 와서 수릉 장로께 넘겨드려야 하네.”
자줏빛 머리칼의 노인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네, 바로 사람을 보낼게요.”
젊은 부인은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닫고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용봉 학당에서 사람들을 동원하여 항소운을 찾고 있을 때, 그는 여전히 어둠 속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이미 어둠의 일부분이 되어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았다.
혼미한 상태에서 그는 꿈을 꾸었고, 아버지 항양전이 나타났다.
“이런 불효막심한 놈! 이 아비가 피땀 흘려 이룬 가문을 망쳤으면 어서 되찾을 생각을 해야지, 한가롭게 희희낙락대고 있어? 내가 너를 그리 가르쳤더냐?”
“아버지, 살아계셨어요? 그럼 어서 가서 제패천 일당을 전부 죽여주세요. 아들은 실력이 미천하여 놈들의 상대가 되질 못 해요.”
“이놈! 내 아들이 돼서 그리 약해 빠져서야 되겠느냐? 당장 일어나지 못할까! 이 일을 제대로 해결 못 하면, 다신 이 아비를 볼 생각도 말거라!”
“아버지, 가지 마세요! 아버지!”
꿈속에서 항양전이 사라지고 나자, 이번에는 야조모의 어여쁜 모습이 나타났다.
“오라버니, 오라버니는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능력 있는 남자였잖아요. 그런데 겨우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거였어요? 저 이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앞으로 다신 오라버니를 찾지 않을 테니, 잘 지내세요.”
“모모야, 너까지 떠나려는 건 아니지? 세상에서 이 오라버니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잖아. 그렇게 널 아꼈는데 이리 쉽게 마음이 변한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