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409
제409화 정체가 뭐냐!
“제 마음속의 오라버니는 항상 당당한 사내대장부였어요. 한데 지금은 뭐에요? 어려움에 부딪혔다고 바로 좌절이라니. 이러니 우리 가문까지 다른 사람에게 송두리째 뺏긴 거잖아요. 오라버니, 정말 실망이에요!”
“아, 아냐. 모모야, 내 말 좀 들어봐.”
야조모가 사라진 뒤, 제림과 하운석, 하류휘, 육소청, 궁금음, 양장민 등 여러 사람의 모습이 차례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를 비웃으며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고, 힘내라며 용기를 북돋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꿈속에서 정신없이 헤매던 그는 별안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이대로 죽을 순 없어!”
항소운은 깜짝 놀라 꿈에서 깨어났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아래로 숙여보았지만, 자신의 손조차 보이질 않았다.
그래도 꿈에서 자극을 받은 탓인지 투지가 살아나면서 어떻게 해서든 대책을 강구하여 현 상황을 헤쳐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모든 것을 어둠으로 바꿔놓고 있어. 그렇다면 어둠의 힘이란 소린데……. 어둠의 진의를 깨닫게 되면 이곳을 벗어날 방도도 생기지 않을까.’
그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머릿속을 맑게 하고 기운을 끌어올렸다.
곧이어 전결을 운용하며 어둠의 힘을 흡수하자, 어둠의 성진의 힘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곳의 어둠의 힘은 매우 순수해서 소량을 흡수했을 뿐인데도 어둠의 성진이 순식간에 채워지고 있었다.
2품 입룡경을 돌파한 상태라 성진에 수용할 수 있는 힘도 대폭 늘어났는데 이곳의 어둠의 힘은 즉시 효과가 나타나서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는 더욱 속도를 높여 힘을 흡수했고, 황결을 읊으며 어둠의 진의를 깨닫기 위해 노력했다.
어둠은 두려움과 절망을 느끼게 하며, 사악한 힘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진정 악한 것은 그 힘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었다.
어둠은 빛을 가리고 시야를 가로막으며 생명력을 갉아먹는다.
어떻게 해야 어둠 속에서 살아남고, 또 어떻게 하면 어둠의 힘을 운용할 수 있을까.
항소운은 어둠의 힘에 관한 기술을 연마한 적이 없다 보니 이 모든 것이 낯설었다.
막막하던 차에 갑자기 혈맥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느껴졌다. 아마도 혈맥 속에 어둠의 힘과 유사한 성질이 있는 모양이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이번에는 힘을 혈맥 속으로 보내 공명을 이룰 수 있나 확인해보았다. 과연 혈맥이 끓어오르면서 혈맥의 힘이 한층 짙어진 것 같았다.
마족은 본래 마기를 흡수하는 종족으로, 마기 역시 여러 힘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명황족은 마족을 대표하는 4대 세력으로 어둠의 힘의 일종인 마암(魔暗)의 힘을 흡수했으며, 은신 능력 또한 이 힘에 의해 지속성이 강화됐다.
그는 이 점을 깨닫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혈맥에 어둠의 힘을 대량으로 집어넣자, 혈맥이 깨끗이 씻겨나가면서 은연중 어둠의 진의의 가장자리에 닿아 있었다.
어둠은 고독하고 깊이가 있으며 끝도 없이 이어지는 무한한 존재였다. 그런 감정들이 머릿속으로 차츰 퍼져나갔다. 두 눈이 멀면서 매분 매초 느꼈던 감정들이었다.
이제 얇은 막만 한 꺼풀 벗겨내면 어둠의 진의를 깨달을 수 있었다.
한데 어떻게 해도 마지막 한 겹이 사라지질 않아 내심 괴로웠다.
그래도 다행히 은신 능력이 이곳의 어둠과 동화를 이루면서 두 눈도 이곳의 어둠에 적응하게 되었고, 차츰 시력도 회복되었다.
알고 보니 두 눈이 먼 것이 아니라 어둠에 가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다 보니 눈이 멀었다는 착각에 빠진 것이었다. 그러다 어둠의 힘을 흡수하면서 혈맥의 힘이 한층 강해지자 어둠의 힘과 공명을 이루면서 모든 감각이 깨어났다.
다시 광명을 되찾자, 항소운은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바로 이곳을 떠나지 않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어둠의 힘을 재차 흡수하기 시작했다.
이곳의 어둠의 힘은 다른 곳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척 순수한 힘이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본연의 힘일지도 모른다.
이런 사실을 깨닫고 나자, 서둘러 떠나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되도록 이곳에서 많은 힘을 흡수한 뒤, 차후 계획을 고민하기로 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내 그는 황결의 도움 속에 어둠의 진의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무공도 2품 입룡경 중기에 안정적으로 오르게 되었다.
그렇게 어둠의 진의를 깨닫고 나자, 불현듯 알 수 없는 힘이 자신을 이끄는 것이 느껴졌다.
어떻게 출구를 찾을까 고심하던 차에 마침 감응이 느껴지자, 하늘의 계시인가 싶어 고민도 않고 곧장 그곳을 향해 전속력으로 날아갔다.
그렇게 한참을 날아가던 그는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살아있는 생명의 기운이 느껴진 것이다.
끝도 없는 어둠의 공간에서 살아가는 생물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석연치 않았다.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해와 서둘러 몸을 옆으로 피했다.
바로 그 순간, 그가 원래 있던 자리로 알 수 없는 힘이 돌진해왔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정체가 뭐냐!”
항소운은 금갑을 일으켜 온몸을 단단히 방어했다.
슥-
별안간 금갑 위로 가느다란 세 형체가 스쳐 지나갔다. 금갑이 없었더라면, 저 세 형체에 의해 꼼짝없이 부상을 당했을 것이다.
안력을 집중해서 보니 놀랍게도 검은 뱀 세 마리가 있었다.
온몸이 새까맣고 몸통은 엄지손가락만 하며, 길이는 일 미터도 되지 않았다. 머리에 닭 볏처럼 관(冠)이 있어 예사 녀석이 아닌 듯 보였다.
“저건 전설에나 등장한다는 허공관사(虛空冠蛇)잖아!”
순간, 소름이 쫙 끼쳤다.
허공관사. 외양은 일반 뱀과 유사하지만, 허공 속을 종횡무진 활보하며 어둠 속에 동화되는 능력까지 있어 아무도 이들의 행적을 알지 못했다.
특히 성질이 악독하다 보니 살아있는 생명체가 근처에 접근하면 예외 없이 공격했다.
공간을 자유자재로 뛰어넘고 어둠 속에 동화되어 소리 없이 모습을 감춰서 공격을 피하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독성도 무척 강해서 일단 물리면, 살아날 가능성도 희박했다.
항소운은 원래 오감이 예민한 데다 어둠의 진의까지 깨달으면서 이곳 환경에 완벽히 적응한 덕분에 뱀의 공격을 운 좋게 피할 수 있었다.
그렇게 스치는 듯 피했지만, 그 찰나의 순간 뱀들은 금갑을 물었던 모양이었다. 비록 금갑의 방어력이 대단하다고는 하나, 뱀의 날카로운 이빨에 의해 금이 가면서 그 사이로 독이 스며들었다.
항소운은 깜짝 놀란 나머지 벌컥 힘을 일으켜 뱀들을 날려 보내고는 잇달아 지공을 날렸다.
그러나 공격이 뱀들을 맞추기도 전에 녀석들은 어둠 사이로 종적을 감추었다.
뜻밖에도 이곳에는 허공관사란 뱀들이 득실대고 있었다.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이 녀석들의 특기라 웬만해선 잡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약점은 공격력에 비해 방어력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항소운은 금갑으로 온몸을 단단히 감싼 채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뱀들은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금갑을 물어뜯었고, 아슬아슬한 순간도 여러 번 있었다.
이대로 녀석들에게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뱀이 다시 나타나길 기다렸다가 재빨리 전천도를 휘둘러 그중 한 마리를 베어버렸다.
어둠의 진의를 깨닫지 못했더라면, 뱀이 어디서 나타나는지조차 알지 못했을 것이다.
“얼마든지 덤벼라. 너희 같은 건 하나도 겁 안 난다고!”
항소운은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
그런데 앞으로 나아갈수록 뱀의 숫자는 점점 늘어만 갔다.
‘설마 뱀 소굴에 들어온 건 아니겠지?’
이런 생각에 빠져있는데, 사방에서 뱀 여섯 마리가 앞다퉈 달려들었다.
긴박한 순간이 되자, 천둥의 힘을 일으켜 녀석들을 전부 없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데 어둠뿐인 이곳에 천둥 번개가 있을 리 만무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몸속에 있는 타고난 천둥의 힘뿐인데 이것도 어둠의 힘에 억제된 나머지 평소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래서 운지염의 힘도 사용해보았으나, 역시 역부족이었다.
문득 이곳에선 오직 어둠의 힘만이 강력한 파괴력을 발휘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그는 오검(烏劍)으로 무기를 바꿔 들고는 어둠의 힘을 일으키며 사방을 휘갈겼다.
어둠의 힘을 사용하자, 과연 위력이 붙는 느낌이었다.
슥- 하는 소리와 함께 뱀들이 아가리를 벌린 채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어떤 놈은 머리를 공격했고, 또 어떤 놈은 아래쪽에서 공격해왔으며 허리를 공격하는 놈도 있었다. 순식간에 녀석들은 십여 마리로 불어나 금갑을 야무지게 물어뜯었다.
그래도 검을 쉴 새 없이 놀려 여러 마리를 베어낸 끝에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무턱대고 앞으로 돌진하는 것은 무리란 생각에 그는 은신 능력으로 재빨리 몸을 감췄다. 은신 능력은 단순히 모습만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기운까지 숨길 수 있었다.
목표물이 갑자기 사라지자 뱀들도 당황한 눈치였다.
숨어 있던 놈들까지 고개를 내밀고 항소운을 찾기 시작했으나, 이미 모습을 감춘 그를 찾을 수는 없었다. 어둠속으로 들어가자 뱀의 존재는 한결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는 검을 휘둘러 닥치는 대로 뱀들을 베어버렸다.
뱀들은 방어력이 전무해서 칼에 썰린 채소 마냥 검 아래 죽어 나갔고, 눈치 빠른 녀석들은 그새 쏜살같이 도망쳤다.
그렇게 일단락이 되자, 항소운도 그제야 안도의 숨을 쉬며 계속 전진했다.
그 후로도 또 수없이 많은 뱀이 출몰했다.
뱀들은 어둠과 동화되어 육안으로 찾아낼 수는 없지만, 항소운은 어둠의 진의를 깨달은 덕분에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녀석들이 또렷이 보였다.
이젠 앞을 가로막는 녀석 외에는 구태여 검을 휘둘러 죽이지 않았다.
그렇게 깊숙이 들어가다 보니, 마침내 자신을 끌어당긴 존재가 눈앞에 나타났다.
전방에는 수백 수천 마리의 뱀들이 새까만 소용돌이를 둘러싼 채 정수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새까만 소용돌이의 정수는 어둠의 공간에만 특별히 존재했다.
이곳에서는 강력한 어둠의 힘이 느껴졌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곳의 힘을 흡수했고, 그 덕분에 몸속 어둠의 성진의 힘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혈맥의 힘도 한층 활기를 띠었다.
평범한 존재는 아닐 거란 생각에 소용돌이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가까이 가서 보니 소용돌이는 검은 작은 구멍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작지만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엄청난 존재감이 느껴졌다. 소용돌이에서는 가장 순수한 어둠의 힘이 발산되고 있었다.
특수한 어둠의 힘은 아니지만, 그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항소운은 머릿속에서 어둠의 힘에 관한 내용을 뒤적였다. 수차례 기억을 되짚은 끝에 마침내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설마 이것은 어둠 본연의 힘인가!’
생각할수록 어둠의 본연의 힘이 틀림없었다.
어둠의 힘은 최종적으로 검은 구멍의 형태를 이루게 되는데, 이 소용돌이도 그런 형태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발산되는 힘은 가장 순수한 어둠의 힘이 응집되어 만들어진 것으로, 어쩌면 수만 년이 흐른 뒤 가장 강력한 어둠의 구멍이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사실 완벽한 혼태를 만드는 데 어둠의 본연의 힘만큼 좋은 건 없었다.
제존이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것이었다. 이것만 있으면, 힘이 크게 강해지는 것은 물론 혼태를 완벽하게 만들 수 있었으며 신체에도 놀랄 만한 변화가 생기면서 바로 전천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