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41
제41화 그 배짱 하나만큼은 인정하마
반 시진이 지난 후, 항소운이 다섯 번째 극한실에서 걸어 나왔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여러 군데 나 있었고, 꼴이 엉망이 되어 있었지만 다행히 급소를 다치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다, 다섯 번째 관문을 통과하다니! 정말 정말 대단해!”
집사가 다섯 번째 극한실 입구에서 검게 변한 옥패를 보며 놀라 소리쳤다.
이 옥패가 어두워지는 것은 도전에 성공했다는 뜻이었다.
“이번 관문은 정말 위험했어요. 사방에 위험한 장치가 널려있어서 조금만 방심하면 걸려서, 어쩔 수 없이 무기를 사용했다니까요!”
항소운은 집사에게 자신의 무용담을 설명하고 나섰다.
방금 전 다섯 번째 관문에 있었던 각종 장치를 생각하니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곳은 그의 3품 성력경의 전투력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곳이었다. 다행히 통찰력과 패왕구유보 덕분에 통과할 수 있었지만, 안 그랬으면 죽지 않더라도 최소한 중상이었다.
다만 다섯 번째 관문을 통과하면서 그는 꽤 큰 수확을 얻었다. 안에서 상을 받을 것 외에도, 섬전창결로 수많은 장치들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창법의 숙련도가 크게 향상된 것이다.
결국 실전에서 전투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숙련 방법이었다.
다섯 번째 관문을 통과하자 이제는 은연중에 2품 성력경을 깨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잘했다, 아주 잘했어!”
양고전이 항소운의 두 눈이 반짝이는 것을 보며 감탄했다.
“보아하니, 이번 백진(百鎭: 백 개의 마을) 대결에서는 의외로 좋은 소식이 있겠군. 다만 겨우 반년밖에 남지 않은 게 안타깝네.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말이야!”
“백진 대결 말씀입니까? 전주님, 혹시……,”
집사가 놀란 눈으로 말했다.
그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양고전이 손을 저으며 집사의 말을 가로막더니 항소운을 보며 이야기했다.
“말해 보거라. 어떤 상을 받고 싶으냐?”
“음, 그건 급하지 않아요. 만약 제가 또 다음 관문을 통과하면, 상이 다시 이번의 2배가 되나요?”
항소운이 물었다.
양고전과 집사는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너 정말 다시 도전하겠느냐?”
항소운의 배짱에 잠시 멍해졌던 양고전이 정신을 차리고 진지하게 물었다.
“만약 상이 2배라면 고려해볼게요!”
항소운이 대답했다.
“너 잘 생각해야 한다. 다음 관문은 바로 4품 성력경이나 5품 성력경도 버티기 힘든 곳이야!”
양고전이 경고를 했다.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요!”
항소운이 상관없다는 듯 말했다.
“좋다, 만일 네가 제6실에서 반 각을 버틴다면 통과한 것으로 간주하마. 상은 당연히 2배고!”
양고전이 승낙했다.
일반적으로 각각의 극한실마다 서로 다른 실력이 요구됐다. 예를 들면, 제1 극한실은 6, 7품 수행자이고, 제2 극한실은 모든 수행자를 대상으로 하며, 제3 극한실은 초입 성력자였다.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고, 제6 극한실은 적어도 4품 또는 5품 성력자를 대상으로 만든 것이었다.
각 극한실은 일각을 버티면 통과한 것으로 간주했다.
이번에 양고전이 반 각을 버티면 통과한 거라고 약속한 것도 따지고 보면 극한을 반으로 줄여준 셈이었다. 혹시라도 항소운이 다칠까봐 배려했던 것이다.
물론 항소운이 1품 성력경으로 제6 극한실에 도전한다는 것은, 이미 그 자체로 1품급의 기록을 깬 것이었다.
항소운이 제6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집사가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전주님, 이, 이래도 괜찮을까요? 벌써 오늘만 네 개의 극한실 도전인데요.”
“안 될 게 뭐 있나? 저 녀석이 이런 배짱이 있다는 것은 아직 할 만하다는 것이야. 그 녀석이 깜짝 선물을 줄 수 있을지 난 정말 기대가 되는데! 제6실은 장로가 진을 치고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적당히 하라고 당부해야겠군. 그 녀석을 다치게 할 순 없잖은가!”
“이미 늦은 것 같은데요. 녀석이 안으로 들어갔거든요.”
“이런, 몸이 늙으니 반응도 느려지는군! 어서 가서 보세!”
양고전이 이마를 치며 스스로를 책망했다.
집사는 마음속으로 항소운을 염려하며 식은땀을 훔쳤다.
‘녀석, 알아서 잘하거라!’
항소운은 이미 제6실에 발을 디딘 상태였다.
이곳은 일단 평온하고 안전해 보였다. 그리고 일흔 살 정도의 노인이 부들방석 위에 앉아있었는데 아직까지는 그에게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노부! 안녕하세요!”
항소운이 일흔 살의 노인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드렸다.
비록 그는 이 노인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었지만, 그가 오랫동안 이곳에서 수련을 했다는 것은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그의 몸에 묻은 먼지로 말이다.
노인은 눈도 뜨지 않고 노쇠한 목소리로 말했다.
“겨우 1품 성력경이라니, 너무 약하다. 다치기 전에 그만 나가 보거라!”
항소운은 어리둥절해졌다. 이 노인이 나가라고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전 극한에 도전하러 왔습니다!”
항소운이 자신이 온 이유를 설명했다.
“나가라고 했다!”
노인이 단호한 어조로 항소운을 향해 소리쳤다.
“아……, 여기서 반 각만 있다 가면 안 될까요? 딱 반 각이요!”
항소운이 애원조로 물었다.
반 각만 버티면 그는 통과한 셈이니 얼마나 좋은 생각인가!
“이놈, 나가라니까!”
노인의 목소리가 한층 사나워졌다.
“그렇게 매몰차게 하실 필요 없잖아요. 정 제가 마음에 안 드신다면 제가 술이라도 사서 대접해드리겠습니다.”
항소운이 비위를 맞추려고 노력했다.
“꺼지라니까!”
항소운의 말이 끝나자마자 노인이 천둥치듯 큰 소리를 내뱉었다.
그 소리가 극한실 전체에 쉴 새 없이 울려 퍼지면서 항소운의 귀를 강타했다.
체내의 혈기가 미친 듯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패왕전천결!
항소운은 빠르게 전결을 운행하면서 자신의 호흡을 가까스로 차분히 가라앉혔다. 그러더니 창백하게 변한 얼굴로 말했다.
“어린 저에게 그렇게까지 무섭게 할 필요는 없잖습니까?”
“꺼져! 꺼지라고!”
갑자기 노인이 연달아 두 마디를 내뱉자 더욱 무시무시한 기세가 일어났다. 그 진동이 마치 세찬 바람 같았고, 그렇게 생긴 광풍에 항소운의 몸이 밀리더니 그대로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윽!
항소운이 붉은 피를 내뿜었다. 언뜻 봐도 가벼운 부상이 아닌 듯했다.
소리로 사람을 다치게 하다니, 이 얼마나 무서운 실력인가!
“최소한 화강경 후기 고수, 아니 최상급 고수일 수도 있겠어!”
항소운이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힘없이 땅에 쓰러졌다.
그 순간 그는 온몸의 혈기가 제멋대로 날뛰면서, 오장육부가 크게 손상을 입은 것을 느꼈다.
“이건 너무 심하잖아요!”
항소운이 빠르게 전결을 운행시킨 다음 가까스로 일어나 노인에게 호통을 쳤다.
“그래도 일어날 수 있다니 앞의 극한실을 깨고 온 놈이라 다르군. 그럼 네게 이 관문을 깰 수 있는 기회를 주마!”
노인이 갑자기 노쇠한 까닭에 약간 가늘어진 눈을 뜨더니 천천히 말했다.
“그건 불공평해요. 절 다치게 해 놓고선 이제야 통과시켜 준다니, 그건 사기잖아요!”
항소운이 볼멘소리로 노인에게 따졌다.
“불공평할 것 없다. 이 너에게 시간을 벌어 준 것이니 널 봐준 셈이야.”
노인이 쌀쌀맞게 말하더니 갑자기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바꿨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네가 이 몸의 기세를 얼마나 견디는지 보자꾸나!”
그 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노인의 기세가 파도처럼 세차게 용솟음치면서 천지를 뒤덮듯 맹렬한 기세로 항소운을 덮쳤다.
기세(勢)는 무형의 것으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었지만 확실히 존재하고 있었다.
기세가 약한 자는 담력이 작았고, 기세가 강한 자는 하늘도 뒤흔들 수 있었다.
무형의 강한 기세를 가지기 위해선 화강경에 올라야만 가능했다. 이것은 강자에 이른 힘으로, 화를 내지 않고도 얼마든지 위엄을 보이고 적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었다.
이곳 제6 극한실은 바로 그 기세를 시험하는 곳이었다.
이 노인의 기세를 견뎌내야만 이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노인의 실력은 단순히 보통의 화강경 수준이 아니었다. 그의 기세는 비범하게 강했다.
항소운은 숨이 막혀왔고 전신이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압력에 짓눌리는 것 같았다. 기세에 의해 온몸이 너무나 힘들고 답답했다.
윽!
항소운이 다시 붉은 피를 내뿜었다.
이번에 노인은 인정사정 보지 않고 계속 기세로 짓물렀고 항소운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항소운은 산에 눌린 것처럼 뼈에서 “뚝뚝”하는 소리가 나면서 곧 부러질 것 같았다.
이렇게 가다가는 정말 눌려 죽을 것 같았다. 압사당하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항소운은 연달아 몇 개의 관문을 통과했어도 이렇게 무기력한 기분은 느껴본 적이 없었다. 반격할 능력조차 없이 이렇게 꼼짝없이 눌리는 게 너무나 억울하고 분통했다.
‘젠장, 내가 다른 사람에게 눌려 고개도 못 드는 수준에 이르다니. 이건 말도 안 돼. 나 항소운은 뛰어난 인재고 절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그 누구도 날 억누를 순 없어, 화강경 고수라 해도 말이야!’
항소운은 마음속으로 절대 굴복할 수 없다고 외쳤다. 그가 패왕전천결을 아주 빠른 속도로 운행시키면서 9대 성진의 힘을 끊임없이 수축시켰다 분출시키자 9대 성진 안에 있던 성해건곤까지 번쩍이기 시작했다.
항소운의 몸 안에 마치 거센 파도가 몰아치듯 힘이 생겼고 모든 힘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1품 성력경으로 화강경의 기세에 맞서는 것이었다.
‘아냐, 이걸론 부족해. 이 정도론 맞설 수가 없어!’
“1품이 안 되면, 2품으로 해보자. 깨져라!”
항소운이 크게 외치자 9대 성진이 일제히 폭발하면서 모든 힘이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이어서 은하수가 비추듯 365개의 혈도에서 빛이 번쩍이며 수많은 경맥이 흐르더니, 성진이 더욱 커지면서 힘이 빠르게 향상되었다.
“흠, 놀랍게도 여기서 눌리지 않고 돌파하다니, 배짱이 대단하군!”
노인은 속으로 중얼거리더니 침착함을 되찾은 눈으로 항소운을 바라보았다.
우르르 쾅!
2품 성력경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이 품급의 경지를 깼을 때, 항소운은 완전히 멈출 수가 없었다. 그는 마치 뭔가에 홀린 것처럼 오랫동안 억제되었던 수많은 힘들을 전부 방출했고, 단번에 2품 성력경의 경지에 이르러서야 멈출 수 있었다.
이제 그의 몸을 짓누르던 압력이 많이 가벼워지자, 그는 두 손으로 땅을 짚고 몸을 일으켜 일어나려 했다.
“겨우 2품 경지를 돌파했을 뿐인데, 이 풍랑을 견디지 못하겠거든 계속 엎어져 있어라!”
노인은 항소운을 더욱 시험하려는 듯 몸의 기세를 더욱 강화시켰다.
본래 어느 정도 몸을 일으켰던 항소운은 그 기세에 다시 엎어지고 말았다.
그 힘은 무서울 정도로 엄청난 기세를 가지고 있어서, 4, 5품 성력경에 이른 자라 해도 견뎌내기 힘들 정도였다.
이제 초입 2품 경지에 이른 항소운이 등급을 뛰어넘어 싸운다 해도, 기껏해야 4품 경지의 정도였다. 전력을 다하면 5품 경지도 가능했으나, 지금 이런 상황에서는 반격을 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힘이 너무 약해, 약하다고! 지금 상황에서 난 정말 똑바로 일어설 수가 없단 말인가? 기개는 꺾이지 않는데, 절대적인 힘에선 이렇게 약하구나!’
항소운이 마음속으로 분하다는 듯 말했다.
그가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을 즈음, 갑자기 하나의 영감이 떠올랐다.
‘아냐, 이번 관문이 기세를 견뎌내는 거라면, 이 기세의 힘을 깨달아서 완전히 무시하면 되는 거 아냐? 그래, 맞아, 분명 그거야. 이 관문은 의지력과 실력뿐만이 아니라 통찰력을 시험하는 거라고!”
이런 생각이 들자 항소운은 머리를 빠르게 굴려 관문을 통과할 방법을 찾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