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416
제416화 어쩐 일이세요?
“우 성녀, 오랜만이에요.”
당용비가 밖으로 나와 그녀를 맞이하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몇 해 전, 그는 항소운, 우채접을 비롯한 일행과 마연에 간 적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그는 그녀에게 좋은 감정을 품고 있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무예가 몰라보게 높아졌지만, 그녀도 아득히 먼 곳에 있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무엇보다 아우인 항소운이 준 사위로 뽑히게 되면서 그녀에 대한 마음도 확실히 접게 되었다.
우채접은 당용비를 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오랜만이에요. 소운이는 있나요?”
“네, 한데 부상을 당해서 지금 폐관 중이에요.”
“소사가 그런 거죠? 그 얘기는 저도 들었어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이었다.
“들어가서 기다려도 될까요?”
“당연히 되고 말고요. 어서 들어오세요.”
우채접이 안으로 들어서자, 다들 너무 놀라 눈만 휘둥그레 떴다. 황천극과 황소월, 한신비도 뜻밖이라는 표정이었다.
문득 우채접이 자신의 여자라며 떠들어대던 항소운의 모습이 떠올랐다. 설마 그의 말이 사실인 걸까?
학당에서 최고 미녀로 손꼽히는 우채접과 한신비가 일제히 나타나자, 1호 용원은 순식간에 활기로 가득 찼다.
패왕군단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했다.
‘1, 2호 봉원의 여인들을 전부 사로잡다니, 역시 패왕은 대단해.’
우채접이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당 장로인 소위가 찾아왔다.
장로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다들 당황했지만, 황급히 인사부터 올렸다.
“장로님께 인사 올립니다.”
학당 장로는 위상이 대단해서 제자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사람들은 항소운이 이미 소위의 제자가 된 것은 아닐까 하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아주 잘하는 짓이다. 한창 수련할 시간에 다들 여기서 뭣들 하는 거냐?”
“저희는 항소운을 만나러 왔습니다.”
소위의 물음에 황천극이 대답했다.
다들 장로 앞이라 섣불리 나서지 못했지만, 황천극은 워낙 귀한 신분이다 보니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소위의 시선이 황천극에게 향했다가 다시 황소월, 우채접, 한신비에게 옮겨갔다.
“설마 너희 모두 항소운에게 도전하러 온 것이냐?”
아무리 봐도 이들은 패왕군단에 들어올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아닙니다. 저희는 항소운의 친구입니다.”
황천극이 황급히 대답했다.
“허허, 그 녀석 꽤나 인기가 좋은 모양이구나.”
소위는 껄껄 웃더니 패왕군단에 속한 제자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난 항소운과 긴히 할 말이 있어 찾아왔으니, 다들 이만 물러가거라. 괜히 여기서 죽치고 있지 말고 수련에 매진하거라. 그게 바로 너희의 본분이야. 쓸데없이 다른 세력과 싸우지 말고.”
제자들은 큰소리로 대답을 하고는 전부 돌아갔다. 당용비와 나찰녀, 제갈전천, 마기호 등 몇 사람만이 여전히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그들은 오늘따라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항소운을 찾아온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마 항소운이 부상을 당했다고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일까?
폐관실에 있던 항소운은 이런 상황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흑암성보에서 나온 뒤 숨돌릴 틈도 없이 황소월에게 주먹을 맞고 나자, 몸속의 기운이 제멋대로 날뛰는 바람에 좀처럼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물론 어우진의 각법이 가장 치명적이었다. 그에게 당한 부상은 영약으로도 단시간에 치유가 어려웠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치료에 집중해야 상처가 회복될 터였다.
은광뇌액과 황천을 동시에 정제시켜 상처를 계속 씻어내자, 몸이 차츰 회복세를 보였다.
그렇게 부상이 어느 정도 회복된 뒤, 이번에는 꽤 많은 수정을 제련시켜 어둠의 힘을 제외한 8대 성진으로 흘려보냈다. 8가지 성진과 어둠의 성진 사이에 힘의 격차를 줄이기 위함이었다.
문득 외력 없이 용의 기운을 높이려면, 9대 성진의 힘을 가득 채운 뒤 용의 기운으로 전환시켜야 경지도 높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그는 어둠의 본연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어둠의 성진도 수용할 수 있는 양이 한정되다 보니 하루빨리 경지를 높이지 못하면 어둠의 본연의 힘도 점차 소실되고 말 터였다.
그는 사흘간 폐관을 통해 부상이 회복된 것은 물론, 힘도 다소 강해졌다.
여기서 용의 액체까지 마신다면 용의 기운이 더욱 응집되면서 3품 입룡경에 거뜬히 오를 수 있었다.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갚았지만, 고민 끝에 관두기로 했다. 그렇게 해봤자, 기초만 허술해질 뿐이었다.
“다들 걱정할 테니, 이만 나가야겠다.”
항소운은 기지개를 쭉 켜고 폐관실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여러 기운이 동시다발적으로 느껴졌다. 패왕군단의 동료들인가 싶었는데, 뜻밖에도 그곳에는 소위와 우채접, 황천극, 황소월 그리고 한신비 등이 있었다.
항소운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다들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
“항소운, 괘, 괜찮은 것이냐?”
황소월이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항소운은 그녀를 보자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괜찮아요.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그녀의 제멋대로인 성격에 진절머리가 난 그였다.
황소월은 상대의 쌀쌀맞은 태도에 이내 서러워져서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굴 것만 같았다.
황천극이 동생을 대신해 말을 건넸다.
“항 도련님, 우리는 사과를 하러 온 겁니다. 소월이는 당신이 부상당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실수로 그런 겁니다.”
이때, 옆에서 나찰녀가 한마디 거들었다.
“소운, 두 사람은 여기서 사흘째 기다렸어요.”
나찰녀는 황소월이 안쓰러운 모양이었다.
항소운은 황천극과 나찰녀의 말을 듣고는 표정이 적잖이 누그러졌다.
“뭐 괜찮아요. 그 일은 저도 따질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공주 전하, 앞으로 그런 농담은 하지 마세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전 다른 사람의 호위무사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이해해주시니 다행입니다. 앞으로 저희 남매의 도움이 필요하거든 편히 말씀하세요. 이 빚은 꼭 갚겠습니다.”
황천극은 동생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소월아, 우린 이만 가자.”
“가, 가기 싫어요.”
황소월이 머뭇거리면서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자, 황천극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안 가고 여기서 뭘 하겠다는 거야? 소 장로께서 항 도련님과 긴히 할 얘기가 있다고 하셨잖느냐? 정 미안한 마음이 들면, 앞으로 조심하면 되지.”
“그래, 할 얘기가 있거든 빨리 끝내도록 해라. 이 녀석은 나와 따로 갈 데가 있거든.”
소위는 이렇게 말하며 한쪽으로 자리를 피해주었다.
이제 황천극과 황소월과는 더는 할 말도 없는 터라 항소운은 우채접과 한신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1, 2호 봉원의 미녀들께서 찾아주시다니, 정말 큰 영광인데요.”
“인사치레는 됐어요. 우리가 여기에 온 건 심해낭조(深海浪潮) 구역에 같이 가잔 말을 하러 왔어요. 천유와 설유가 태생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두 사람을 도와주세요.”
한신비는 거두절미하고 이곳에 방문한 목적을 말했다.
“그곳에 가면 문제가 확실히 해결되는 겁니까?”
“전 확신 없이는 말하지 않아요. 그래서 도울 거에요 말 거예요?”
항소운의 물음에 한신비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한천유와 한설유도 간절한 눈빛으로 항소운을 바라보았다.
자매는 항소운의 결정에 의해 한신비의 수행원이 됐을 때만 해도 그에 대한 미움이 무척 컸다. 참 모진 사람이라며 남몰래 원망하곤 했는데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항소운도 힘든 결정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미움은 눈 녹듯 사라지고 그리움만 짙어갔다.
그러나 항소운과의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라 그를 따라잡기 전까지 헛된 욕심은 품을 수 없었다.
항소운은 한신비의 말에 일말의 고민도 없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도울게요. 한데 소 장로님도 용무가 있다 하시니 그 일부터 처리하고 가야 될 것 같은데요.”
“그렇게 해요. 우리도 급한 건 아니니까요.”
한신비는 생긋 웃더니 우채접을 힐끗 보며 말을 이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볼 테니, 두 분 좋은 시간 보내세요.”
우채접이 이 말에 발끈하거나 몇 마디 해명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그녀는 아무것도 못 들은 양 여전히 태연했다.
한신비는 실망을 안고 한씨 자매와 함께 그곳을 떠났다.
“신비, 같이 가요!”
황천극은 동생의 손을 잡아끌고 황급히 그 뒤를 따라갔다.
나찰녀와 당용비 등도 항소운과 우채접에게 방해가 될까 봐 조용히 방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둘만 남게 되자, 항소운이 온화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계속 피하길래 다신 못 만날 줄 알았어요.”
용봉 학당에 온 지도 어언 2년이 되었으나, 그동안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보니 마음이 불안한 건 사실이었다.
그녀가 마음속에 다른 남자를 품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혹여 그렇다 해도 그녀를 다른 사람에게 뺏길 수는 없었다.
그녀는 그가 평생의 반려자로 점찍은 여인이었다. 첩이 아닌 정실부인으로 말이다.
“그동안 수련에 매진하다가 며칠 전 폐관을 끝내고 이렇게 보러 온 거에요.”
우채접의 달콤한 음성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랬군요. 그건 그렇고 당신이 말한 요구 조건은 달성했으니 이제부터 당신은 내 여자예요.”
그러면서 손을 덥석 잡으려는데 그녀가 살며시 피하면서 해맑게 웃었다.
“아직 저보다 실력이 높지도 않으면서 그런 말이 나와요?”
그러자 항소운이 넉살 좋게 말을 받았다.
“헤헤, 부인의 무공이 남편보다 뛰어나면 자랑스럽고 좋기만 한데요 뭐.”
“흥, 누구더러 부인이래요!”
그녀는 샐쭉 눈을 흘기더니 금세 진지한 표정이 되어 말을 이었다.
“당신 부인이 되는 게 싫은 건 아니에요. 다만 당신이 용봉방 서열 1위에 오른다면, 사람들 앞에서 나 우채접은 당신의 여자라고 발표할게요. 설령 가문에서 반대한다 해도 말이에요.”
그녀의 진지한 태도에 항소운도 장난기를 싹 거두고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좋아요, 약속할게요. 조만간 용봉방 1위 자리를 차지하고 말 테니, 신부 될 준비나 하고 있어요.”
“네, 기다리고 있을게요. 한데 5년 안에 해내지 못하면, 제가 다른 남자를 만나더라도 원망하지 마세요.”
5년이 긴 것 같아도 무인에게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가 강해지는 만큼 다른 사람들도 성장할 텐데 5년 안에 용봉방 1위에 오르는 것이 생각처럼 될 리 없었다.
며칠 전 패한 소사만 해도 용봉방 10위였다. 더군다나 5위에 든 자들은 5품 입룡경을 훌쩍 뛰어넘은 데다 각자 비장의 무기를 갖고 있다 보니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알겠어요. 5년 안에 해낼게요. 당신은 나 항소운의 여자니까, 날 떠날 생각은 꿈도 꾸지마요.”
항소운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당신의 여자가 될 날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우채접은 이렇게 말하며 몸을 사뿐히 돌리더니 화원 밖으로 걸어 나갔다.
마치 한 마리 나비와 같은 뒷모습을 보며 그는 괜시리 마음이 따뜻해졌다.
얼핏 보면 그에게 중압감을 주러 온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가 소사에게 패하고 자포자기 상태로 있을까 걱정 되어 찾아온 것이었다.
항소운은 영리하다 보니 그녀의 깊은 속내까지 짐작했다.
“이 녀석, 여복이 넘치는구나. 언제 우가 성녀까지 사로잡은 것이냐.”
소위가 놀려대는 소리에 항소운은 번쩍 정신이 들었다.
“장로님, 별말씀을 다 하시네요. 그건 그렇고 이곳에는 무슨 일로 오셨어요?”
항소운이 씩 웃으며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