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418
제418화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9대 성진의 힘을 수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테니 잘 가지고 있거라. 소실된 부분을 찾아 구결을 완벽하게 만든다면, 네 한계를 뛰어넘고 최강의 신체(神體)가 되는 데 도움이 될 게다.”
수릉 장로가 아무 미련 없이 비석을 돌려주자, 항소운은 새삼 놀라우면서도 존경심이 깊어졌다.
“예, 스승님. 그리고 스승님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세상에는 해서 되는 말이 있고, 할 필요가 없는 말도 있지.”
수릉 장로가 유유히 말했다. 개인의 비밀을 구태여 말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었다.
자줏빛 머리칼 노인이 넌지시 일렀건만 그는 항소운이 9대 성진의 힘을 융합시킨 비밀을 캐묻지 않았다.
항소운은 수릉 장로의 말뜻을 눈치채고, 절로 마음이 따스해졌다.
항소운은 수릉 장로의 말뜻을 이해하긴 했지만, 결국 자신의 상황을 털어놓았다.
성해건곤이 언제 생겨났고 아홉 빛깔 구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와 같이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던 비밀을 속속들이 꺼내 놓았다.
기왕 스승으로 모시기로 한 이상, 믿어야 하는 것은 당연했다. 물론 수릉 장로가 이 이야길 듣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가르침을 준다면 더할 나위 없었다.
항소운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있던 수릉 장로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이윽고 그가 천천히 입을 뗐다.
“너처럼 살아있는 생명체를 성해건곤에 담을 수 있는 경우는 딱 한 가지 유형만 가능하지. 바로 최강의 혼돈성체란다. 오행의 힘은 생명체에게 꼭 필요한 힘으로, 성해건곤에 생명체를 저장할 때 사용되지. 그렇다 해도 아주 작은 생명을 담을 수 있을 뿐, 사람을 담는 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 저는요?”
항소운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당시 은자를 성해건곤에 넣을 때만 해도 은자의 은신 능력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아마도 네가 아홉 빛깔 구름을 융합시킨 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구나. 9대 성진으로 아홉 가지 힘을 동시에 수련하게 된 것도 어쩌면 그 속에 비밀이 있을지도 모르지.”
수릉 장로는 말을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이었다.
“한데 그 방법도 다른 사람들이 이미 해봤던 거란다. 물론 너 말고는 아무도 성공한 사람이 없었지. 아마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원인이 또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리고 궁금한 게 또 있어요. 아홉 빛깔 구름은 다른 성진의 힘과 달리 수정으로 힘이 보충되질 않더라고요. 그렇다 보니 사용하고 나면 고갈돼서 다시 처음부터 응집시켜야 해요.”
“그건 아주 간단한 원리지. 아홉 빛깔 구름은 9대 성진의 힘을 융합해서 만든 것이다 보니 수정의 힘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단다. 성진의 힘도 다 쓰고 나면 똑같이 보충해야 하지만, 아홉 빛깔 구름의 힘은 축적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보니 답답하게 느껴질 게다. 성해건곤은 일종의 경유지나 마찬가지야. 어쩌면 이 방법이 9대 성진의 힘을 제대로 융합시키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르지. 그렇지 않고 강제로 융합을 시켰다간 필경 실패했을 것이다. 넌 운이 좋았던 셈이지. 언제 또 필요할지 모르니 평소에 많이 만들어두거라.”
“예, 잘 알겠습니다.”
“자, 그럼 건곤멸도권을 얼마나 열심히 단련했는지 한번 봐야겠구나. 이리 따라오거라.”
수릉 장로는 앞장서 걸어갔다.
항소운은 스승이 어디로 가는지 알 것 같았다. 바로 악령이 있는 곳이었다.
후릉이라면 훤히 꿰뚫고 있어서 수릉 장로의 지시 없이도 곧장 백골 무리가 있는 쪽으로 달려가 건곤멸도권을 휘둘렀다. 그는 아무 거리낌 없이 아홉 빛깔 구름의 위력을 마음껏 발휘했고, 지난 이틀간 응집시킨 힘까지 전부 주먹에 실어 전력을 다해 싸웠다.
정신없이 몰려들던 백골 무리는 주먹에 얻어맞고 터지면서 한 줌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수릉 장로가 초점 없는 눈으로 중얼거렸다.
“당대 최고라 할 수 있는 힘이군. 한데, 아직 그 위력을 십 분의 일밖에 발휘 못 했어.”
항소운은 한바탕 권법을 펼친 뒤, 수릉 장로 앞으로 돌아왔다.
“주먹에 힘을 더욱 단단히 뭉치고, 동작은 간단하게 기세는 더욱 맹렬해야 한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항소운은 갑자기 수릉 장로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스승님, 제자 청이 하나 있습니다.”
“설령 널 제자로 삼았다 해도 내가 나서서 널 돕는 일은 없을 거다. 난 그저 능지기일 뿐이야.”
수릉 장로가 단칼에 거절해버리자, 항소운은 말할 기회조차 없었다.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수릉 장로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남의 도움을 받는 것보다 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편이 좋을 거다. 그럼 이만 가보거라. 수련 과정에서 난제가 있는 게 아니면, 다신 찾아오지 말고.”
“예, 스승님.”
항소운은 감히 싫다는 소리도 못 하고 공손히 인사를 올린 뒤 후릉을 떠났다.
‘보아하니 적화행군은 내 힘으로 구할 수밖에 없겠어.’
수릉 장로를 스승으로 모시면, 적화행군을 순조롭게 구해낼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헛된 꿈이었다.
항소운이 후릉을 떠나고 나자, 수릉 장로가 뒤편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만 숨어 있고, 이리 나오시게.”
이 말에 태상 장로들과 학장이 각기 다른 방향에서 하나둘 걸어 나왔다. 들통이 난 게 부끄러웠던지 하나같이 민망한 얼굴이었다.
“장로님, 저희는…….”
자줏빛 머리칼의 노인이 해명하려 들자, 수릉 장로가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을 가로막았다.
“자네들이 알고 싶은 게 무언지 알고 있네. 그걸 말해줄 수는 있네만, 한 가지 분명히 해둘 게 있어. 설령 그 비밀을 알게 된다 해도 똑같이 성공하기는 힘들 걸세. 그 속의 오묘한 이치는 나조차도 아직 완벽히 이해 못 했으니까. 어쩌면 그 아이가 범인(凡人)을 초월한 초인이 됐을 때, 비로소 그 이치를 알게 되지 않을까 싶네.”
그러면서 수릉 장로는 항소운이 아홉 빛깔 구름을 응집시킨 비밀을 알려주었다. 그들은 이야기를 듣고 나더니 의아하단 표정을 지었다.
“그 방법이라면 이미 다른 사람들도 해봤습니다. 한데 왜 다른 자들은 다 실패하고 그 아이만 성공했을까요?”
금색 옷의 노인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그게 바로 관건이지. 그 이유를 알기 전까지 양성계획은 당분간 중지하게. 좋은 싹을 망가뜨릴 순 없잖는가.”
수릉 장로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수릉 장로는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그 아이를 내 제자로 삼긴 했지만, 자네들이 가르칠 게 있거든 내 눈치 보지 말고 편하게 가르치게. 자, 그럼 이만 가보게나.”
그들은 허리 숙여 인사를 올리고는 후릉을 나왔다.
도중에 자줏빛 머리칼의 노인이 학장에게 말했다.
“그 아이가 9대 수련 장소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도록 하게.”
수릉 장로가 눈치 보지 말고 편하게 대하라고는 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그 아이는 수릉 장로가 수만 년 만에 처음으로 들인 제자였다. 굳이 항렬을 따지자면 태상 장로와 비등한 정도인데 어찌 편하게 가르친단 말인가.
“알겠네.”
학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젊은 부인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아이를 지킬 수호 장로도 필요해요.”
“맞는 말입니다. 만에 하나라도 불상사가 생겨선 안 돼요. 사람을 보내 지키도록 하죠.”
중년 남자도 맞장구를 쳤다.
“그래, 사람을 보내 비밀리에 보호하는 게 좋겠어.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고선 모습을 숨기고 말이야. 아무리 좋은 옥도 다듬지 않으면 쓸모가 없잖나.”
금색 옷의 노인이 말했다.
항소운은 후릉에서 나온 뒤, 곧장 1호 용원으로 돌아갔다.
그는 제갈전천과 마기호를 불러 다 함께 논의할 사항이 있으니 단원을 전부 소집하도록 했다.
오랜만에 단원들과 제대로 얘기도 나누고 싶었고, 무엇보다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 궁금했다.
제갈전천과 마기호가 사람들을 찾아오는 동안, 그는 당용비와 나찰녀를 불렀다.
“당 형, 벌써 4품 입룡경에 오르신 거예요? 정말 대단한 속도인데요.”
항소운은 당용비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나찰녀의 무공도 어느새 2품 입룡경 정점까지 올라있었다. 왠지 혼자만 몇 년은 뒤처진 기분이었다.
당용비가 씩 웃으며 응수했다.
“소운아, 나한테 금강살무주 줬던 거 벌써 잊은 거야? 그 덕분에 실력이 단숨에 3품 입룡경 정점까지 올랐거든. 그 뒤로 반년이나 지났으니까 지금 4품이 된 게 놀라운 일은 아니지.”
“아, 기억났어요. 금강살무주가 대단한 물건이긴 하네요.”
항소운은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이마를 탁! 치더니 나찰녀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 후로 제맹 쪽에서 시비를 걸거나 하는 일은 없었어요?”
“당 형이 4품 입룡경을 돌파하게 되면서 제맹도 겁을 먹은 것 같아요. 이제 다른 세력도 우리 패왕군단을 더는 무시할 수 없게 돼서 그동안 별다른 일은 없었어요.”
“다행이네요. 앞으로도 우리 열심히 무공을 연마해서 아무도 무시할 수 없도록 강해져요. 그 길만이 최선이에요.”
그 후로도 자리를 비운 사이 있었던 일을 묻다 보니 어느새 패왕군단의 일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익숙한 얼굴도 있고 낯선 얼굴도 더러 있었지만, 하나같이 존경 어린 눈빛으로 항소운을 보고 있었다.
다들 항소운과 소사의 대결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비록 대결에선 패했지만, 더 큰 영광을 안은 싸움이었다. 이것이 학당 제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항소운은 2품 입룡경으로, 소사보다 예닐곱 살이나 어렸다. 그런데도 소사와 싸워 상대의 눈을 멍들게 하고 옷까지 만신창이로 만들어놨으니 충분히 자랑스러울 만한 결과였다.
게다가 소사는 항소운과의 대결이 무승부나 다름없다면서 나중에 다시 도전할 생각이라고 따로 입장을 발표한 상황이었다.
거기다 우채접과 한신비, 황소월 등 학당의 3대 미녀와 소위 장로가 1호 용원에서 항소운을 사흘이나 기다렸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다들 항소운을 우러러보게 되었다.
패왕군단의 사람들은 이렇게 전도유망한 자를 따르게 된 것이 무척 자랑스러웠다.
현재 패왕군단은 여든 명으로, 숫자는 많지 않아도 충성도는 높은 편이었다.
나중에 들어온 사람 중 대부분은 당용비 때문에 패왕군단을 선택했다.
어느새 당용비는 용봉방 서열 95위에 올라 수많은 제자 가운데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 때문에 추종자도 꽤 많이 생겨났다.
반면, 최근에는 항소운 때문에 많은 사람이 패왕군단에 들어오고 싶어했다. 이에 제갈전천은 잠시 모집을 중단하고, 항소운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본래 소수에 불과하던 패왕군단이 어느덧 여든 명으로 늘어나 참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비록 지금은 약소 세력에 불과하나, 머지않아 우리 패왕군단이 용봉 학당 제일의 세력으로 거듭날 날이 올 겁니다!”
항소운은 사람들을 둘러보며 진지하게 선언했다.
“패왕군단! 패왕군단!”
사람들이 일제히 목청을 높였다.
“좋습니다. 지금부터 지도단을 발표하겠습니다. 부단장에는 당용비, 수석 관리인에는 제갈전천, 호위단 선봉장에 마기호, 그리고 상적풍, 나찰녀, 이호남, 수사, 암강, 중하 이 사람들을 대대장(大隊長)에 임명하겠습니다. 앞으로 제가 없을 때는 지도단 여러분께서 패왕군단의 발전을 위해 함께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